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68
168
33. 4년의 공백 (4)
“그 길로 숙소를 나와서 걷고 또 걸었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그러다 해가 저물고 슬럼가에서 같은 배를 타고 빠져나왔던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아는 형.
부모님을 기억하는 사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그에게 니콜라스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너무 괴롭다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죠.”
던컨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새끼가 ‘이거 하면 다 잊어버릴 수 있다.’라면서 마약을 건넸답니다. 죽일 새끼. 니콜라스는 그 길로 그 형이라는 작자랑 같이 지내게 된 거고.”
니콜라스는 숙소에 돌아가지 않았다.
뉴캐슬의 구단 관계자들은 돌아오지 않는 니콜라스가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닐까 걱정하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그리고 니콜라스는 엉뚱하게도 마약에 취한 상태로 마약 하는 갱들과 함께 경찰서에 붙잡혀오게 됐다고 했다.
보호자 자격으로 온 뉴캐슬의 코치가 니콜라스를 빼내주려 했지만, 니콜라스가 거절했다고 했다. 프로 계약 해야지! 라고 말하는 코치에게 니콜라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코치를 비롯해 감독도 니콜라스를 설득하기 위해 몇 번이고 찾아왔지만, 니콜라스는 점점 흥분했고 결국 다 꺼져버리라고 소리치며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이 년 동안 약을 이것저것 손대며 살았던 것이고.
“그러다 저를 만나게 된 겁니다.”
“응? 코치 아니었어요?”
흐름상 당연히 코치일 줄 알았는데.
“그 친구는 저랑 따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안지 얼마 안 됐어요.”
“그렇군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니콜라스는 마약을 어떻게 끊은 거죠?”
“하하···.”
던컨이 곧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니콜라스 때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
1년 하고도 1개월 조금 더 전, 던컨은 동료들과 펍에서 거나하게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술기운에 흐느적거리던 그는 한 골목길에서 걸음을 멈췄다.
“쯧쯧···.”
골목에는 약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청년 몇이 보였다.
눈 밑은 새카맸으며 피부는 엉망이었고, 눈은 뜨고 있었지만, 초점은 허공의 무언가를 쫓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들 있었다.
전형적인 약쟁이들이다. 지긋지긋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냥 지나치려는데 그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를 발견하는 바람에 던컨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카키스?”
던컨은 스스로를 툰(town)이라고 칭하고 다닐 정도로, 유스 경기까지 챙겨볼 정도로, 뉴캐슬의 열성적인 서포터였다. 덕분에 니콜라스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니콜라스가 뉴캐슬 최고의 유망주이자 앨런 시어러급의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동료들에게 잔뜩 기대를 불어넣었던 게 자신이었다. 얼굴이 많이 망가졌지만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던컨이 다가가도 니콜라스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계속 허공만 보고 있을 뿐.
입에서 침까지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니 던컨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마약 사건에 연루됐다고 했을 때 자신이 얼마나 실망했었는데. 건너 건너 그게 사실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몇 달 동안이나 우울해 했었다.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니 잠자고 있던 분노가 깨어났다.
던컨은 곧장 한 손으로 니콜라스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박아 넣었다.
쿵.
“헤··· 누, 누구?”
아프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약에 취한 상태로는 대화할 수 없다. 던컨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던컨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약들을 살피며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던컨은 니콜라스를 바닥에 던져놓고는 그대로 더러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한 시간 후, 일어난 건 니콜라스의 동료 같지도 않은 두 놈이었다.
“당신 뭐야?”
“니들은 닥쳐 새끼들아.”
“뭐?”
놈들은 바로 던컨에게 덤벼들었고, 던컨은 한 명에 한 방씩으로 깔끔하게 두 대만에 그들을 다시 기절시켰다.
십분 가량 더 기다리니 니콜라스가 깨어났다.
“일어났냐? 얘기 좀 하자.”
깨어난 니콜라스는 주변을 둘러봐 상황을 파악했고, 곧장 던컨에게 주먹을 날렸다.
던컨은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냈고,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 니콜라스의 턱을 날렸다. 니콜라스는 한 방에 주저앉았다.
“뭐, 뭐 당신 누, 누구야!”
“툰이다 이 새끼야.”
던컨과 니콜라스의 첫 만남이었다.
니콜라스의 오른쪽 눈과 입가는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런데도 니콜라스의 눈빛은 죽지 않은 채였다.
“그만 좀 때려! 당신 대체 누군데 아까부터 그러는 거야?”
“니가 자꾸 덤비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얘기했잖아. 툰, 툰이라고 새꺄. 뉴캐슬에 살면서 툰도 몰라?”
“···뉴캐슬 서포터?”
“그래!”
니콜라스의 반항 가득한 표정이 한순간에 경직됐다.
던컨은 니콜라스의 턱을 잡아 들며 말했다.
“나는 약 하는 새끼들을 별로 안 좋아해. 그리고 기대를 배반하고 나간 선수는 더 싫어하고.”
니콜라스는 잘만 치켜뜨던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이유나 들어보려고 기다렸는데 니들이 덤비는 바람에 괜히 힘만 뺐다고, 나 내일 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니콜라스가 올려다보자마자 던컨은 바로 니콜라스에게 꿀밤을 먹였다.
“말 해. 무슨 이유로 이 짓 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그냥 신세 한탄 한다 생각하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다?”
예상외로 니콜라스는 술술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던컨의 빈정거리는 느낌의 대답을 듣자마자 격하게 반응했다.
“당신이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랬을 거라고! 뭘 해도 의미가 없는데 어떻게 해 그럼?”
던컨은 말없이 니콜라스를 바라봤다.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도 아니고, 그냥 보통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솔직히 불쌍하긴 한데, 네 몸이 더 불쌍하다.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쯧.”
“뭘 안다고 그러냐니까?”
“잘 알지. 약은 너만 해본 줄 아냐?”
주저앉은 니콜라스와 눈을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았던 던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런 복잡한 건 몰라. 어릴 때는 복싱 좀 하다가 이렇게 부상당했다고 너처럼 마약쟁이로 살다가, 지금은 공사판에서 노가다 뛰고 있으니까. 내가 약을 한 이유는 딱 하나였어. 그냥 좆같으니까.”
던컨은 자신의 바짓단을 걷으며 긴 수술자국을 보여줬다.
니콜라스는 던컨의 무릎을 보고 던컨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던컨은 그런 니콜라스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정했다.
“그래도 잘 아는 거 하나는 있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거야. 가자.”
“···뭐?”
“가자고, 새끼야!”
“나?”
“그래! 일어나!”
니콜라스는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던컨에게 멱살을 잡혀 끌리다시피 일어났다.
“왜! 내버려 둬!”
던컨은 니콜라스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니콜라스는 분명 재기할 수 있었다. 몸 상태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슬픔에 잠겨있을 뿐이었으니까.
잡아줄 사람만 있다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분명 자신과는 달랐다.
다르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던컨은 말을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던컨은 남은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닥치고 그냥 따라와.”
“으아아아악!”
니콜라스는 던컨에게서 몇 번이고 도망쳤다.
하지만 계속 다시 잡혀 왔다. 갱단 틈으로 도망쳐도 오히려 던컨과 안면이 있는 갱단의 사람들이 니콜라스를 잡아 던컨에게 바치곤 했다.
던컨이 니콜라스의 마약을 강제로 끊었기에 금단증세를 견디지 못한 니콜라스는 던컨에게 수시로 주먹질에 칼까지 들이밀었다.
하지만 던컨은 다 제압했다.
니콜라스가 젊었기에 피지컬이 훨씬 좋았지만, 한창 약에 찌든 몸이었고 던컨은 격투기 선수 출신이었기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던컨은 차근차근 니콜라스를 바꿔나갔다.
“집에서 식충이처럼 있을 거야? 나가서 일이나 하자.”
“싫다고 하면···.”
“팰 거다.”
“···.”
니콜라스는 천천히 던컨에게 길들여졌다.
몰래 약을 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던컨에게 얻어맞았다.
그리고 안 먹고 오래 버티면,
“잘 했다.”
라는 어색한 칭찬도 받았다.
니콜라스와 던컨은 어느새 가족이 되었다.
던컨은 약쟁이에게 필요한 건 고독을 덜어낼 수 있는 따뜻한 무언가와 또 다른 쾌락을 줄 수 있는 무언가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색하게나마 가족이 되어준 건 첫 번째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이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반 년 정도 지나자 니콜라스는 던컨처럼 공사일을 하며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힘들게 일을 할 때는 약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끝나고 나면 금단증세가 오긴 하지만, 던컨이랑 같이 있으면 괜찮지 않겠냐고.
찡한 기분이 들었지만 던컨은 고민이 됐다.
그 정도로 충분한 걸까, 한동안 그 생각을 떨치지 못하던 던컨은 어느 날 직원들끼리 공을 차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니콜라스를 발견한다.
얼마나 빠져 있던 건지 자신이 옆에 앉는 것도 모르는 니콜라스에게 던컨이 말했다.
“너, 다시 축구해볼래?”
“네?”
“또 개기냐?”
니콜라스는 장난스럽게 손을 들어 막는 시늉을 했다.
던컨은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서투르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약에서 영원히 해방되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까 널 위해서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너 축구 겁나게 잘했잖아. 솔직히 내가 본 선수들 중에 최고였어. 나는 네가 앨런 시어러를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니까?”
사실 축구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처음에는 니콜라스의 재기를 돕기 위해서였지만, 어느새 니콜라스는 던컨에게 소중한 가족이 돼 있었으니까.
니콜라스는 축구라는 말에 깊게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마음이 없다면 저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다.
빠르게 판단한 던컨은 니콜라스에게 말했다.
“고민할 거면 일단 해. 깨지면 내가 끌어올려준다. 어이! 얘도 좀 끼워줘!”
“어, 어, 던컨!”
그렇게 니콜라스는 아마추어리그인 18부 리그에 교체 투입되며 필드 위로 돌아가게 됐다.
니콜라스는 자신이 진짜 즐길 수 있을지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니콜라스의 초월적인 재능은 몇 년을 연습하지 않아도, 망친 몸을 가지고도 아마추어리그 정도는 가볍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 분 만에 골을 넣은 니콜라스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이후 니콜라스는 주기적으로 직장의 팀 경기에 참가했다. 경기 후 맥주 한 잔을 하는 걸 특별히 좋아했다.
재미있다고 했다. 던컨의 도움을 받아서 틈틈이 작은 훈련도 해 나갔다.
하지만 던컨은 아쉬웠다. 아마추어 무대는 니콜라스에게 좁아 보였다.
던컨은 니콜라스가 절대로 여기 묻혀있을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한 경기에 세 골씩은 기본으로 집어넣는 스트라이커인데, 그렇게 촉망받던 유망주인데 당연히 프로에서도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의견에 니콜라스는 망설였다.
“제가 그래도 될까요?”
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하고 싶다고 모기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던컨은 FA에서 내린 출장 정지가 풀렸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선수 등록을 위해 찾아간 FA는 니콜라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 달 동안이나 헛손질을 하던 던컨은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오늘 미스터 태를 만나게 된 거지요.”
“으음···.”
니콜라스의 과거는··· 안타까웠다.
내전으로 가족이 죽는다니 뭔가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어떻습니까?”
“안타깝네요. 하지만···.”
불쌍하긴 하지만 확인할 게 남아 있었다.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실수 안 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던컨 씨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던컨 씨도 잘 아실 겁니다. 마약을 끊는다는 게 마음먹는다고 쉽게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
“거절은 아닙니다. 테스트를 하나 하고 싶습니다.”
나는 니콜라스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좀 무식한 방법이 될 수 있는데 그것만 통과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협력할 수 있겠냐며 테스트의 내용을 말하니 던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선택은 니콜라스가 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