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73
173
34. 국가대표 선발 (2)
“실력은 충분합니다.”
마드리드의 한 호텔, 재작년에는 대표의 통역으로 AT마드리드의 단장을 만났던 그곳에서 나는 스페인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페르난도 이에로와 독대 중이었다.
“전술적으로도 가치 있는 선수죠. 로드리게스는. 국가대표에만 온다면 팀에도 분명 보탬이 될 겁니다.”
식사 자리는 아니었다. 테이블에는 물 두 잔만 놓여 있었다,
얼마 안 있으면 A매치 경기였기 때문에 이에로 감독은 몹시 바빴다. A매치데이 이후에나 만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이에로 감독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 호텔은 며칠 후 스페인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숙소로 이용할 곳이기에 이에로 감독이 사전에 머무르고 있었고, 협회를 통해 나와 지금 만나고 싶다고 전해 급히 찾아온 것이었다.
이에로 감독은 악수 직후 물 마실 틈도 없이 방금 전의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그 내용에 당황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나는 이제야 입을 열 수 있었다.
[페르난도 이에로]-참견을 싫어하는 고집 센 성격이다
헬퍼를 통해 얻은 정보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유가 뭡니까?”
“조직력 때문이죠.”
“조직력이요?”
조직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이에로가 계속 말했다.
“2010년의 스페인, 2014년의 독일, 2018년의 브라질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월드컵 우승팀이고···.”
방금 이에로가 언급했던 조직력을 합쳐 생각을 확장했다.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주축이었고, 독일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삼았죠. 그리고 브라질은 PSG와 맨시티의 선수들이 있었고요. 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클럽팀 못지않은 호흡을 보여줬죠.”
“정답입니다.”
국가대표팀의 감독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조직력이다.
매일 함께 훈련하고 매주 경기를 치르는 클럽팀과는 다르게 빠르면 한 달, 길면 석 달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 간의 조직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 조직력을 단기간에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에 따라 약팀도 강팀을 잡을 수 있고, 강팀은 우승까지도 다가갈 수 있었다.
이 명제는 방금 언급했던 우승팀들이 증명해준다.
코파 아메리카, 유로, 아시안컵 같은 대륙별 컵 대회의 우승팀들도 마찬가지였다. 축구는 팀 경기, 결국 조직력이 우수한 팀이 우승하는 게 축구였다
“그리고 중요한 건, 선수끼리 사이가 아주 좋은 팀들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스페인 대표팀도 많이 변했더군요. 피케나 라모스가 엘 클라시코 때는 죽일 듯이 싸우다가 밤만 되면 채팅창에서 경기 중 있었던 일로 서로를 놀리는 것처럼요. 제 선수 시절이랑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아, 그러고 보니 미스터 태는 한국 출신이라고 했죠?”
“음··· 예.”
이에로의 눈이 가늘어진다.
2002년 8강 전, 한국의 기적에 희생됐던 스페인 대표팀 주장이 바로 이 사내였다.
“그 경기 얘기하면 할 말이 참 많긴 한데··· 지금 얘길 꺼낸 이유는 아니었으니 다음에 하도록 하고···.”
“다음에 안 하셔도 되는데요···.”
“아무튼 그때까지 스페인 대표팀은 여러 파벌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이에로가 간략하게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얘기는 잘 알고 있었다.
2004년 부임한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선수단의 결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분석하는 칼럼들이나 여러 기사로 선수단 내 사정이 많이 유출됐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의 스페인은 선수 하나하나를 놓고 볼 때는 최강이었으나 팀으로서 완벽하게 기동하는 팀은 아니었다.
스페인은 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아틀레틱 빌바오를 중심으로 한 바스크, 세비야를 중심으로 한 안달루시아 등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선수들이 출신 지역별로 국가대표팀 내 파벌을 만들어 응집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저는 선수들 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입을 다문 채 이에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익숙한 전술을 사용하는 팀의 선수들, 같은 리그의 선수들끼리 붙여놓는 것도 중요하지요.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줄고, 친해지기도 쉬우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라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을 위주로 국가대표팀을 운영해 나갈 생각입니다.”
“다비드 실바도 뽑으셨지 않습니까.”
“다비드 실바는 A매치 100경기가 진작 넘은 대표팀의 중심축입니다. 그런 선수들에게까지 원칙을 통용할 수는 없죠. 이후 세대들은 이 원칙을 착실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뇌가 팽팽 돌았다.
이런 이유라면 세바스티앙이 예전 호날두처럼 EPL을 씹어 먹는 수준이 돼야 뽑힐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카를로스 솔레르도 같은 맥락이었습니까?”
“네, 만약에 로드리게스가 라리가에서 지금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카를로스 대신 뽑힌 건 로드리게스였겠지요.”
조직력에 집착하다가 팀을 망치는 감독들도 상당수 존재했지만, 이에로는 아니었다.
스페인은 유로 예선을 겸하는 국가대항전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운영 방식이 옳다는 걸 결과로 증명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았다 한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이나 축구 협회, 감독 본인을 흔들 여지는 전혀 없었다.
“언론에 흘리셔도 상관없습니다.”
이에로 감독은 여유로웠다.
“논란이 될 수 있는 건 알지만, 방향성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이 자리를 만든 건 앞으로도 세바스티앙이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펼치는 한 계속 가십이 나올 게 뻔하니까, 세바스티앙에게도 제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선수선발 문제로 늘 논란이 되었던 뢰브도 월드컵 우승과 유로 우승을 일궈낸 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했다.
지금 뽑힌 선수들로 트집을 잡기도 어려운 게, 라리가의 선수들만 뽑아도 레알 마드리드, AT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 빌바오의 선수들이다.
선수 수준이 세바스티앙에 비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 선수 따윈 없었다. 감독의 취향에 따라 여론도 인정할 만한 선수 선발이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은 앞으로도 어렵다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이에로, 나는 이에로에게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만약, 세바가 스페인 리그 소속이라면요? 예를 들면 AT마드리드나 세비야 같은···.”
얘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건지 와이셔츠를 정리하던 이에로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크리스의 집 앞 잔디정원, 세바스티앙과 크리스는 가벼운 훈련이라도 한 듯 땀을 닦으며 잡담 중이었다.
나는 이에로와의 만남 이후 며칠 더 스페인에 머물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돌아왔고, 집에 돌아오니 세바스티앙이 크리스의 집에 놀러 갔다 온다고 포스트잇을 붙여놔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지금은 A매치 데이 기간이었다.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에게 팀들은 일정 기간 휴가를 주었다.
크리스는 바로 전 경기에서 가벼운 염좌를 당했는데, 웨일즈의 긱스 감독이 크리스 대신 다른 선수를 뽑으며 크리스에게 푹 쉬라고 연락을 했다.
이미 유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웨일즈였기에 이런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따로 얘기를 들어보니 새 선수들과 전술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했다.
모처럼의 휴가인데도 저렇게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크리스는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바스티앙은 내가 자기 국가대표 감독인 이에로를 만나고 온다는 걸 듣고, 휴가를 받았는데도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둘의 이야기가 먼저 들려왔다.
“그러니까, 나는 닉이 싫다니까요?”
“닉이 왜 싫어? 걔랑도 이렇게 같이 공찰 수 있으면 좋잖아? 때 말 들어보니까 나중에는 너랑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거라는데, 훈련할 때도 도움 많이 될 거 아니야?”
“아무튼 싫어요.”
“음, 그래도···.”
크리스는 여전히 니콜라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반면 세바스티앙은 니콜라스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닉이라고 부를 정도로 금세 친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세바스티앙이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녀석이 세바스티앙이었다.
에이전시의 모든 선수들과 친하고,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선수들이 팬서비스가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세바스티앙은 특별했다.
홈 경기든 원정 경기든 늘 마지막까지 남아서 팬들에게 사인해 주고 사진을 찍고, 경기 후에도 SNS 중독처럼 보일 정도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녀석이 세바스티앙이었다.
당연히 브라이튼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도 세바스티앙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 하려고 했던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직면했다.
“그래도 해야겠지···.”
결정은 세바스티앙의 몫이니까.
마침 세바스티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르넬라 루와이스랑 연락하는 건 잘 돼가?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 진짜 예쁘던데, 완전 내 취향이야.”
FIFA 시상식에서 만났던 파르넬라 루와이스는 작년부터 이 주에 한 번꼴로 크리스에게 연락해 왔다. 크리스는 늘 철벽이었고, 단답으로만 대답하는데도 그녀는 끈질겼다.
차라리 스토커처럼 집착하고 왜 자길 무시하냐고 욕이라도 한다면 단호하게 차단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그녀는 늘 사근사근한 투를 유지했다. 그래서 크리스는 차단도 못 하고 이 주에 한 번은 그녀를 상대해야 했다.
대화의 끝은 늘 크리스의 읽씹이었지만.
“그 여자 얘기도 꺼내지 마요.”
“왜왜? 어제는 부상당한 게 걱정된다면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그래요. 너무 끈질겨요. 귀찮아요. 내가 이런 연락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돌려서 말했는데.”
크리스는 진심으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세바스티앙은 복잡한 얼굴로 크리스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허··· 이 다 가진 자식.”
세바스티앙의 말에 깊게 공감했다.
세바스티앙은 한 달 전 잘 만나던 모델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최근 많이 외로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세바스티앙 앞에서 여자가 귀찮다고 하다니, 그렇게 예쁜 여자를.
어느새 우울한 기색을 지운 세바스티앙은 크리스에게 어깨를 두르는 중이었다.
장난스러운 목소리다.
“역시, 너한테는 릴리뿐이라 이거지?”
“···갑자기 릴리 얘기가 왜 나와요?”
주근깨 소녀 릴리의 이름이 나오자 프랑스의 대스타 파르넬라의 이름이 언급될 때와는 반응이 달랐다.
크리스의 입이 다물어지고 세바스티앙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왜왜, 얘기해봐. 어제도 밤에 만나는 거 다 봤는데.”
크리스의 눈이 휘둥그레해 졌다.
“네? 봤어요?”
“그래, 산책 나왔다가. 집 뒤에서 둘이 아주 착 달라붙어서···.”
“그만! 그만!”
당황스러워하는 게 여기까지 보였다.
사이좋은 형제를 보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슬슬 끼어들어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나는 성큼성큼 걸어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얘기해봐. 직관 갈 때마다 매번 릴리가 있어서 나도 물어볼까 말까 했었는데.”
이 주에 한 번 정도씩은 크리스의 경기를 꼭 보러 가는데, 매번 릴리가 있었다. 아무리 소꿉친구라지만 너무 티가 났다.
경기 끝나고 크리스가 릴리와 사라져서 밤늦게 들어온다는 건 에린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기도 했다. 본인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굳이 얘기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놀려먹기 좋은 타이밍이니까.
“때! 왔어요?”
세바스티앙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동시에 크리스는 슬금슬금 움직여 도망치려고 했고, 세바스티앙에게 붙잡혔다.
크리스는 눈짓으로 내게 인사하고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세바스티앙과 함께 하하하 하고 웃었다.
나는 둘 옆에 걸터앉아 느슨해진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 주머니에 대충 꾸겨 넣었다.
크리스가 입을 계속 다물고 있자 세바스티앙은 포기했는지 크리스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내게 묻는다.
“스페인 갔다 온 건 잘 됐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얘기를 꺼냈다.
“이에로 감독을 만나고 왔는데.”
크리스가 자기가 빠져야 되는 거냐고 눈짓으로 물었다.
“여기 있어도 상관없어.”
크리스가 편한 자세로 앉았다.
나를 똘망똘망 쳐다보고 있는 세바스티앙에게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오늘 하기로 마음먹은 얘기를 꺼냈다.
“국가대표로 뽑히고 싶다면··· 이적해야 할 것 같아.”
“예?”
“스페인 리그로. 감독이 조직력을 살리기 위해서 라 리가의 선수들을 위주로 뽑을 거라고 했어.”
“아···.”
“그리고 이에로 감독은 이적 후 지금 정도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무조건 뽑겠다고 했고.”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세바스티앙에게 스페인에서 간단하게 알아본 것들을 늘어놓았다.
“AT마드리드, 세비야, 바르셀로나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어. AT마드리드는 먹튀가 돼 버린 르마를 팔아서 자금만 챙기면 꼭 영입하고 싶다고 했고, 세비야는 헤수스 나바스가 다음 시즌 은퇴한다고 당장에라도 이적료 협상을 할 생각이 있다고 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로테이션 자원임을 받아들인다면 지금이라도 이적료 협상에 들어갈 수 있대.”
AT마드리드 유스 출신이라 레알 마드리드를 싫어하는 세바스티앙이었기에 들르지도 않았고, 발렌시아는 유스 선수들을 올려 쓸 계획이라 영입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세바스티앙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벌써 그렇게 알아왔어요? 저, 이적해야 하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야. 네가 원하면 하는 거지. 방금 말한 건 그냥 단장들 만나서 의향만 떠본 정도야. 선택지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