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77
177
35. 스캔들 (3)
크리스 앨런의 에이전트 태현석이 앨런과 파르넬라의 열애설을 부정했다. 그리고 오히려 크리스는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있다고, 어제 하루 나왔던 기사는 엉터리라고 불평했다.
크리스의 진짜 상대는 평범한 대학생이자 앨런의 소꿉친구인 릴리 로즈다(아래 사진 가장 우측).
(크리스, 에린, 릴리가 공립학교 교복을 입고 함께 찍은 사진)
홀어머니 아래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때부터 함께였던 릴리와 앨런 남매는······.
(중략)
-스카이스포츠, 엘리자베스 러셀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최근 밤에 함께 찍은 사진까지.
차근차근 자라는 크리스와 릴리의 모습이 기사 안에 잘 녹아들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서 ‘파르넬라는 비즈니스 문제로 나를 찾아왔던 것이며, 크리스는 릴리 말고 아무에게도 눈을 돌린 적 없다.’라고 깔끔한 해명까지 넣었다.
-어때요? 괜찮아요?
“좋아요. 반응도 아주 좋네요.”
chi)안돼에에에요오오오
Mag)OMG…
콥꿍)소꿉친구라니 캬··· 근본의 끝을 찍네 찍어! 해리 케인 급까지는 클 것 같다!!! 무럭무럭만 자라다오!
Ddune)왕자님같아 ㅠㅠㅠ 내 왕자님은 아니지만 ㅠㅠㅠ 그래도 멋있어 ㅠㅠㅠㅠㅠ
Syoco)TTTTT
17chiris)역시 우리 크리스가 그럴 리 없지 암.
댓글 창은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 축구팬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고, 여자 축구 팬들 중에 군데군데 분노한 것 같은 댓글이 보이긴 했지만 분명 전체적으로는 좋았다.
-선물까지 줘서 더 열심히 썼어요. 이건 언제쯤 터뜨릴까요?
“다음 브라이튼의 경기 인터뷰 직후 터뜨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데일리메일에 벤이라는 기자한테 부탁해 놨거든요. 세바한테 국가대표팀에 관한 질문을 해 달라고. 세바가 마음이 좋지 않다는 인터뷰를 솔직히 하고, 그다음에 터뜨리면 팬들에게 느닷없이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동정하는 여론이 일 수도 있죠.”
-좋네요.
엘리자베스에게는 세바스티앙의 AT마드리드 이적설도 선물로 줬다.
브라이튼 담당 기자인데 에이스의 이적설로 공신력을 빵빵하게 채우도록 도와줘야지.
겸사겸사 팬들에게 마음의 준비도 시키고. 나름의 배려 아닌 배려였다.
-으아, 쓸 게 많네요. 그럼 미리 기사 써 놓고 보내줄게요.
“네, 고마워요. 그럼 다음에 런던 갔을 때 봐요.”
-그래요, 맨날 바쁘다고 도망치지 좀 말고.
“도망친 게 아니라 진짜 바빠서 그랬어요.”
-예, 예.
즐거운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옆에 뭔가가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가 큼지막한 사진을 보고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옆에는 신문을 넓게 펴든 에린이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왜, 왜.”
“런던에서 볼 거예요?”
누구··· 아.
“아, 응. ‘비즈니스’니까···.”
나는 뒷 단어를 강조했고 그건 에린에게 먹혀들었다.
“그래요. 비즈니스. 꼭 기억해 둬요. 아무튼, 이거 봐요.”
“뭘?”
엘리자베스 기사의 첫 사진, 크리스&에린&릴리의 열 살 무렵 사진이었다. 아까 봤던 건데 왜?
에린은 가운데의 자신을 콕 가리키고 있었다.
“어때요? 귀엽죠?”
“어, 응.”
이건 진심이다. 아직 빠지지 않은 젖살에도 또렷한 이목구비, 그 중 커다란 두 눈이 특히 매력적이다.
“이런 애가 있으면 좋을 것 같죠?”
“푸흡!”
“켁, 켁.”
옆에서 차를 홀짝이던 한여름이 홍차를 쏟아냈고, 심슨은 목에 들어간 게 걸린 건지 쿨럭 거렸다. 도미닉은 뭐 이런 애가 있냐는 얼굴로 에린을 보고 있었고.
나도 황당함을 다 끌어모아 에린을 바라봤다.
하지만 에린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은 꺼지지 않았다.
“싫어요?”
“어··· 싫진 않은데 굳이 여기에서 이럴 필요가 있을까···.”
“왜요?”
“부끄럽잖아.”
내 말에 에린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말한다.
“난 크리스한테 지는 게 진짜 싫어요.”
이거 설마 농담인가? 나는 에린에게 물었다.
“농담이었어?”
에린이 말없이 째려봤고, 주변의 한여름과 심슨, 도미닉이 어느새 킬킬대며 웃고 있었다. 크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단번에 해결됐네?”
“릴리만 도와주면 어려운 건 아니었으니까.”
폭풍이 지나가고, 공치사가 이어졌다.
“그래도 대단해. 하루 만에 잠잠하게 할 줄은 몰랐는데. 아예 여론을 바꿔버렸잖아.”
스벤도 전화해서 잘했다고 칭찬해주더라. 정성만은 존경한다고 하고···.
이런 분위기는 민망해서 나는 대답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원인이었던 파르넬라가 도와주겠다고 한 건 아예 안 써먹었지. 쪼잔하게 기사 뒤에 거짓말해 놓은 걸로 빚이 다 지워지는 건 아닐테고···.
나는 계속되는 칭찬세례에 적당히 답하며 문자를 한 통 쳤다.
-기사 봤죠? 이래서 크리스가 거절했던 거예요.
띠링.
칼같은 속도로 답장이 왔다.
-알았어요. 약속은 유효하니까 다음에는 꼭 연락 줘야 해요?
너무 쿨한데.
일단 알았다고 보내고 화면을 껐다.
칭찬 세례는 어느새 끝나가고 다들 차를 싹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장 갈 사람은 출장을 떠나러, 서류를 정리해야 할 사람은 사무실로 사라졌다.
남겨진 크리스는 붕 떠보였다.
크리스는 아침부터 계속 실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너 진짜 평생 책임져야 한다.”
“당연하죠.”
“그렇게 좋냐?”
“당연하죠.”
정신이 살짝 나가 보이는데. 좋아서 그런다는 건 알았지만, 아직 할 말이 남아있었다. 들떠서 부상이라도 당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오전에 크리스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이런 정보까지 뜰 정도였으니까.
-릴리와 공개적으로 손잡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최고로 행복해하고 있다.
귀여운 자식.
“너 이럴 때야말로 긴장해. 이제 네가 못하면 릴리도 ‘네 애인이 어제 경기에서 어쨌니···.’ ‘무슨 일 있었니···.’ 같은 소리를 계속 들을 테니까.”
크리스의 느슨했던 얼굴 근육이 대번에 당겨졌다.
“특히 다음 경기가 중요해. 다음 경기에서 잘하면 지금 바꿔놓은 이미지가 완전히 굳혀질 거야··· 뭐 이건 네가 그렇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아무튼 잘해야 한다 이거죠?”
“응, 축구선수는 결국 경기장에서 말하는 거니까.”
똑같이 여자를 밝히는 선수들도 잘하는 선수는 놀 줄 아는 선수로, 못 하는 선수는 여자에 빠져 훈련을 게을리하는 선수로 비치는 게 축구판이니까.
“근데 할 수 있겠어? 못하지만 않아도 돼.”
하필 이번 상대는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맨유였다. 맨유는 작년 말에 크리스의 공략법을 EPL의 모든 팀에 알려준 무리뉴가 지도하고 있는 팀, 언론은 리버풀이 패할 걸 점치고 있었다.
“아니에요.”
하지만 크리스는 자신만만했다.
“이 경기를 위해서 그동안 준비했어요.”
정말로. 이렇게 자신만만해 보이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이잉.
누가 찾아왔나 싶어 문쪽을 바라봤는데 조용했다.
무슨 진동인지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허···.”
헬퍼에 갱신된 크리스의 정보를 보자마자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
[무리뉴 “작년에는 1위와 3위, 올해에도 1위와 3위, 경기 결과도 똑같을 것이다.”]어제 있었던 경기 전 인터뷰의 헤드라인이었다.
1위가 아니면 추한 인터뷰를 한다는 무리뉴는 1위였기에 추하지 않았다.
맨유는 3위인 리버풀 보다 승점이 4점 많았다. 지난번 경기보다 리버풀이 2점이 더 부족해졌다. 리버풀이 이기더라도 얻을 수 있는 승점은 3점이기에 순위가 바뀌지 않는 격차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 인터뷰에서 크리스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만큼 크리스는 드문드문 활약했었다.
네 경기에 한 개의 공격포인트 정도의 활약이었다. 시즌 초반의 기세 덕에 시즌 전체 공격포인트 개수는 세 경기당 한 개 정도였다.
선수가 막 입장하고 있었다. 꿈의 구장, 올드 트래포드의 관중이 합창하는 글로리 유나이티드는 따라 부르기도 쉽고 신나는 노래다.
리버풀을 응원하는 내 기분도 들썩들썩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긴장보다는 기대가 되는 경기였다.
“릴리야.”
“네?”
“너 혹시 크리스랑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긴장돼 죽겠는데 농담하지 마요.”
“농담 아닌데.”
-오늘의 능력(3/23) : ★★★★★★★
작년에 이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경기 중이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 느닷없이 갱신된 능력치였다.
당장의 능력을 보여주는 오늘의 능력은 어제부터 떨어지질 않았다.
덕분에 스포츠 선수에게 멘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것 같은 릴리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네 덕이야. 오늘 잔뜩 기대해도 좋아.”
“으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더 긴장된단 말이에요. 자꾸 그러지 마요.”
“진짜라니까?”
나는 정말 자신만만했다.
“봤지?”
모든 운동선수에게는 ‘그날’이 온다.
몸 상태와 정신적인 컨디션이 맞물려 최고의 플레이를 보이는 날. 같은 선수 맞아?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날.
이 ‘그 날’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찾아온다. 그리고 못하는 선수에게만 찾아오지 않는다.
아르샤빈이 네 골을 넣었던 경기. 레반도프스키가 최단 시간 다섯 골을 넣어 기네스 신기록을 세운 날처럼. 실력이 있는 선수에게 꾸준히 노력한 선수에게 ‘그 날’이 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
크리스의 그 날은 바로 오늘이었다.
입장부터 계속 실실거려 관중의 웅성거림까지 만든 크리스는 경기 70분까지 정말 미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또 크리스의 슈팅이 골망을 가르며 올드 트래포드의 7만 관중을 침묵케 하고 있었다. 몇천의 리버풀 원정팬들은 신나서 맨유를 까대는 응원가를 열창 중이었다.
[A매치주간동안 일어났던 비난 여론을 단번에 불식시키는 멋지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플레이입니다. 여기 차기 축구 황제가 나타났습니다!] [작년과 똑같은 전술을 들고 나온 무리뉴 감독이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까부터 입 아프게 떠들더니 결국 포기한 모양이군요. 저렇게 된 선수는 못 막아요.]한쪽 이어폰으로는 해설을 듣고 있었다. 이 광경을 더 즐기기 위해서.
리버풀의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는 아까부터 편향 해설을 하고 있어 중간마다 캐스터에게 혼쭐이 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았다.
[최고입니다. 최고. 오늘 폼으로 한 시즌을 뛴다면 메시나 호날두도 절대 부럽지 않을 겁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오늘 폼으로 한 시즌이면 그건 정말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리고 캐러거 좀 적당히···.]크리스는 슈팅 네 번에 세 골을 집어넣었다.
그것도 에레라가 마킹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동안 크리스가 자신에게 행해지는 강력한 마킹을 해결하기 위해 연습한 건 정말 기초적인 것들이었다.
기본적인 볼 키핑부터 시작해 드리블, 간단한 개인기까지. 바르셀로나의 플레이어들이 보여주듯 강력한 마킹과 압박을 헤쳐나가는 건 확실한 기본기였다.
거기에 팀원을 이용하는 움직임까지.
특히 많이 훈련했던 건 원터치 플레이였다.
크리스는 오프 더 볼 플레이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호날두를 벤치마킹했고, 오늘 그 성과가 단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맨유전에서.
그리고 경기장도 바빴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게 바빴다.
“헉, 저 또 찍히는 거예요?”
“카메라 보고 웃으려면 웃고 아니면 그냥 경기장만 보고 있어도 돼. 알아서 떨어져 나갈 거야.”
“넵.”
릴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경기장을 내려다봤다.
크리스가 이쪽을 향해 하트 세레머니를 하고 있었고 릴리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이 거센 함성을 쏟아냈다.
방송국은 크리스의 연인 릴리가 있다는 걸 경기 초반부터 알고 있어 크리스가 활약을 펼칠 때나 실수를 할 때나 릴리를 잡았다.
아직 적응하기 힘든 모양이었지만,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크리스가 경기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