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78
178
35. 스캔들 (4)
삐익-!
“어떡해, 어떡해요? 괜찮을까요?”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져 있던 크리스가 몸을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판이 밖으로 나가라는 수신호를 했고, 크리스는 들것을 거절하고 제 발로 절뚝절뚝 걸어나갔다.
크리스는 방금 미친개처럼 빨빨 뛰어다니다가 느닷없이 혼자 넘어졌다. 어떻게 된 건가 전광판을 바라보니, 혼자 발이 꼬여 발목을 접지르는 크리스가 슬로우 모션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크리스는 민망한지 전광판을 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오늘의 능력(3/23) : ★★★★★★
이것도 별 한 개만 떨어졌다.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은 걸 보면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릴리를 안심시키는 게 먼저였다.
나는 릴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괜찮은 것 같아. 내가 눈썰미는 좀 있잖아.”
“그렇겠죠···?”
릴리는 두 손 꼭 모으고 크리스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터치라인 밖으로 나온 크리스를 의료 스태프 둘이 발목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크리스에게 상태를 묻고 있었다.
잠시간의 대화 후 의료 스태프들은 크리스의 발목에 파스를 뿌리고 테이핑을 하고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휴···.”
나는 릴리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는 다시 경기장에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클롭은 크리스를 체임벌린으로 교체할 준비를 마친 뒤였다.
현재 시각은 75분. 크리스의 세 골로 3-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크리스는 체임벌린과 하이파이브하며 그대로 벤치로 돌아가 수건과 음료수를 받았다. 리버풀의 교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크리스를 개선장군처럼 열렬하게 환영했다.
작은 부상으로 나왔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크리스였다는 걸 모두 인정하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이 화면에 잡히자마자 드리워진 패배에 많은 관중이 빠져나간 맨유의 서포터들이 일순간에 조용해졌고, 리버풀의 원정 서포터들은 시끌벅적해졌다.
평범한 교체였다면 기립박수도 받으며 멋진 광경을 연출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크리스는 만족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남은 시즌은 앞으로 한 달 반.
이번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크리스의 멋진 경기였다.
리버풀은 크리스의 세 골로 3-1로 승리했다.
크리스가 불과 75분 만에 다른 선수들이 풀 타임을 뛴 것만큼 운동장을 누볐다는 자료가 분석 사이트를 통해 나왔다.
MOM은 당연히 크리스, 크리스는 해트트릭 기념으로 받은 공을 오른팔에 낀 채 여유로운 태도로 인터뷰했다.
나는 크리스가 인터뷰하는 동안 클롭에게 전화를 걸었고, 클롭이 안 받아서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석코치는 내 용무를 듣자마자 느긋하게 답했다.
-그냥 염좌입니다. 3~4일 정도 푹 쉬면 괜찮아질 거랍니다.
“휴우··· 그래도 엑스레이는···.”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크리스는 저희에게도 보물입니다. 리버풀로 돌아가는 대로 꼼꼼하게 확인하겠습니다.
“예, 결과까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 미스터 태.
“네?”
-크리스는 오늘 정말 최고였어요. 혹시 이번 이적 시장에 크리스를 다른 팀에 찔러보고 그러면 절대 안 됩니다.
“으음··· 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크리스가 리버풀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휴대폰 너머의 수석코치가 웃고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릴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별거 아닌 가벼운 부상이었다는 걸 말해줬다.
계속 긴장한 기색이던 릴리는 그제야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숨길 것도 없었기에 경기 후 릴리와 함께 크리스를 잠깐 만나러 갔다.
클롭 감독과 동료들이 야유 반 환호 반으로 릴리를 맞이했다.
크리스는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리버풀의 팀 버스를 타지 않고 내 차를 타고 리버풀의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크리스는 코치가 건네줬다는 바나나와 빵을 우적우적 씹으며 릴리의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진짜! 다치지 좀 말라고. 너 넘어질 때마다 심장이 철렁 철렁한다니까?”
“조심할게.”
“내가 이 말 한두 번 하는 줄 알아? 막 너도 그··· 누구냐··· 맞아! 메시! 메시처럼 적당히 뛰고 그렇게 해.”
크리스가 황당했는지 말을 더듬거렸다.
“아니··· 메시는 진짜 효율적으로 뛰는 게 뭔지 아니까 그렇게 뛰는 거고··· 나는 메시처럼 하기에는 아직 멀었는데···. 지금은 부족하니까 일단 많이 뛰고 보는 거라서··· 이걸 줄이기에는···.”
“그치만···.”
“대신 무조건, 안 다치게 조심한다고 약속할게.”
말은 저렇게 해도 경기장에서는 승부욕 발동해서 또 발발 뛰어다니겠지.
그렇지만 딴죽은 걸지 않았다. 릴리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게 보여서.
가끔 이렇게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갈 때는 늘 나와 크리스뿐이었는데 릴리가 끼어든 풍경이 조금 신선했다. 아쉬움보다는 크리스의 멘탈적인 부분까지 잡아줄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조금, 아니 많이 기뻤다.
성장한 아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고.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맞아, 메시 수준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지.”
순간 크리스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자기가 인정하는 것과 남이 언급하는 건 그 무게가 다르다. 크리스는 이런 자극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녀석이다. 승부욕이 생긴 만큼 다 훈련에 투자하니까.
“그래도 오늘은 잘하긴 했어. 그런데 말이야··· 왜 혼자 날뛰다가 다리 접질려서 기립박수 받을 기회를 놓치냐?”
“신이 나서요. 원하는 대로 다 됐었거든요···.”
크리스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크리스에게 숙제를 하나 던졌다.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들은 네 오늘 폼을 꾸준히 유지하니까 최고의 선수인 거야. 경기 전에도 컨디션이 좋았지? 그것부터 시작해서 경기 중 감각까지, 모든 감각을 잊지 마. 알겠지?”
“경기 전부터요···? 그렇죠, 몸이 엄청 좋긴 했어요. 음···.”
크리스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겨 들었고, 릴리는 크리스의 팔짱을 낀 채로 크리스의 팔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나는 백미러를 흘깃대는 걸 멈추고 운전을 하며 차도와 주변 풍경을 슬쩍 봤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살짝 따스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일, 아니 오늘 저녁부터 이적시장 준비에 들어가야겠지만, 조금 더 이 기분을 즐기고 싶은 기분이었다.
*
어제는 리버풀에 도착하자마자 정밀 검사를 받았다. 크리스의 발목부상은 단순 접질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훈련을 금지당해 시무룩해진 크리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영상 하나를 틀어주고 있었다.
어제 경기 후 있었던 무리뉴의 인터뷰였다.
크리스는 클롭에게 오늘 하루 휴식을 명받았다. 보나 마나 집에서 공을 만지작댈 게 뻔해서 강제로 내 집 겸 사무실로 끌고 왔다.
크리스는 근질거리는 몸을 주체 못하고 있었다.
“살살 차면 괜찮지 않을까요.”
“쉴 땐 좀 쉬어라.”
“···예.”
“이거나 보고.”
내 노트북에서는 무리뉴 감독의 인터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앨런이 이번 경기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선수들은 마땅히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오···.”
“봤지? 무리뉴가 인정해줬다고.”
작년 경기에서 당했던 무시와는 전혀 다른 대우에 크리스는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이겼다 라고 얼굴로 말하는 것 같았다.
화면 속 인터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맨유가 리버풀에게 패하면서 리버풀에게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당하고 있고, 맨시티가 다른 경기장에서 비기면서 3점 차로 역시 따라붙었다며, 기자는 무리뉴에게 초조하지 않냐고 물었다.
-한 경기일 뿐입니다. 순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1위고, 오직 우승만 보고 있습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 무리뉴는 인터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빠져나갔다.
“역시, 저래야 잡을 맛이 나죠···.”
리그 내 리버풀 최대의 적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크리스는 적이 강하다는 것에 몹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리뉴는 확실히 매력적인 감독이지.
나중에는 꼭 거래할 일이 생겨서 친목을 다져보면 좋을 것 같았다.
펩이나 클롭만큼이나 좋아하는 감독이니까.
자, 그럼 이제는 세바스티앙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시간이었다. 나는 일정표를 확인하며 머릿속으로 해야 할 일을 시뮬레이션했다.
목표는 세바스티앙의 이적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다.
작별인사를 하려면 4월 내에는 끝내야 할 것이다. 주어진 기간은 한 달이었다.
내가 가진 걸 최대한도로 활용하기 위해 목표를 단순화해 정리했다.
세바스티앙은 AT마드리드로 이적을 원한다. AT마드리드의 단장은 토마 르마를 판매해 자금만 확보한다면, 세바스티앙을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확인해야 할 것은 토마 르마의 판매가 진정으로 필요한지, 만약 그렇다면 토마 르마는 어느 구단과 접촉 중인지, 진척상황을 확인하는 것.
더불어서 AT마드리드가 세바스티앙을 진정으로 원하는지도 알아봐야 했고, 브라이튼의 의사도 확인해야 했다. 브라이튼이 거부하거나 질질 끌면 계획은 전부 꽝이 되니까.
분명 간단하게 정리하려고 했는데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켜고 편지봉투 한가운데에 H가 새겨진 헬퍼 앱을 보며 기도하듯 말했다.
“이번에도 부탁한다.”
*
“주급을 더 올려주면 되겠습니까? 올려 줄게요. 갑자기 왜 그럽니까, 태. 좀 진정하고 차나 한잔하면서 천천히 얘기합시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에 브라이튼에게 세바스티앙이 떠나고 싶어한다는 걸 전했다.
브라이튼의 단장은 이적을 원한다는 내 말에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최우선은 선수이지만 구단에게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데도 안 할 이유는 없었다. 멘데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구단과도 될 수 있으면 좋은 사이로 남고 싶은 게 나였다.
나는 찬찬히 사정을 설명했다.
이에로 감독이 자신의 얘기를 언론에 퍼뜨려도 된다고 했으니, 단장에게 전하는 정도야 무리 없겠지.
“······ 그렇게 된 겁니다. 세바는 이 팀과 서포터를 정말 사랑하지만, 국가대표로 뛰고 싶은 열망이 더 큽니다. 고민 많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하···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네요···.”
브라이튼의 단장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무조건 배 째라고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나와 세바스티앙이 처음 인연을 맺었던 인종차별 사건이 아직도 그의 뇌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약 세바스티앙의 이적을 거부한다면 진흙탕 싸움으로 갈 수도 있었기에 나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다행히 브라이튼의 단장은 고개를 끄덕여줬다.
“세바스티앙은 대체 불가 자원이지만··· 알겠습니다. 그동안 구단에 이바지한 것만 생각하면··· 그래요, 보내줘야겠죠. 시장가격에 맞는 적절한 이적료만 제시해 온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구단주님과도 얘길 해봐야겠지만 별다를 건 없을 겁니다. 그리고 로이는 알고 있습니까?”
“예. 얼마 전에 말해줬습니다.”
브라이튼의 감독 로이도 세바스티앙이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 혼란스러워했으나, 축구계의 섭리라며 이해한다고 말해줬다.
“100% 이적하려는 건 아닙니다. 세바도 브라이튼에 애정이 많아서 AT마드리드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브라이튼에 남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단장의 진심이 느껴졌다.
단장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스터 태의 솜씨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 세바스티앙을 대체할 선수를 연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번 이적 과정을 더 원활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순간 토마 르마를 브라이튼으로 데려오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다.
세바스티앙과 토마 르마의 스왑딜 말이다.
이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게 좋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잘 될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성공할 줄 몰랐습니다.”
AT마드리드의 단장, 펠리페 보소텔로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
나는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운이 좋았죠.”
이 사람을 만나는 건 지금이 세 번째다. 처음에는 대표를 보조하는 단순한 통역으로서, 두 번째는 저번에 세바스티앙에 관심이 있는지 의향을 확인할 때, 그리고 세 번째는 세바스티앙의 이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다.
“설마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정말 세바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거겠죠?”
“예. 가급적이면 빠르게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합니다. 브라이튼에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요.”
“세바 답네요.”
필리페가 기분 좋은 듯 웃었다.
“바이백 조항만 있었더라면 지금이라도 데려왔을 텐데··· 미스터 태도 알다시피 세바 몸값이 지금 천정부지로 치솟았잖아요?”
펠리페는 나를 떠보듯 물었다. 이적료에 관해 묻는 것 같아서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뱅뱅 돌아갈 시간이 없었다.
“맞습니다. 브라이튼도 시장가에 맞는 이적료를 내밀어야 수락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펠리페가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아쉬운 모양이다.
“저렴한 값이라면 모를까··· 그럼 당장은 이적이 불가합니다. 르마의 이적이 선행돼야 자금이 돌아요. 아직 구장 건축 여파가 좀 남아 있어서 말이죠··· 하하.”
그때 말한 대로였다.
나는 아까 얻었던 정보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페 보소텔로]-빨리 토마 르마를 팔아 새 선수 수급을 원한다.
AT마드리드의 단장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정보 운이 아주 좋았다.
왠지 이적 과정이 술술 풀릴 것 같았다.
나는 본격적으로 르마의 이적에 관해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