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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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거물들의 거래 (1)
“르마의 이적은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참고하고 싶은데.”
단장이 싱긋 웃으며 틈도 없이 답한다.
“당연히 비밀이죠.”
“역시 그렇죠?”
단장이 웃는 얼굴로 고개까지 끄덕였다.
“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건 여러 곳에서 들어 알지만, 그런 건 쉽게 얘기할 게 아니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세바스티앙을 위해서라도 안 됩니까?”
세바스티앙의 이적에 앞서 선행돼야 할 르마의 이적이 늦어진다면 세바스티앙이 원하는 작별인사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다른 선수들처럼 느닷없는 날에 오피셜을 통해 브라이튼 팬들에게 이적 소식을 알리게 되는 것이다.
“미안합니다.”
단장은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장에게 못 얻는다면 다른 곳에서 얻어야 한다. 나는 다음에 보자고 말한 후 곧장 훈련장으로 향했다.
시즌 후반기인데도 AT마드리드의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시메오네 사단이라 불리는 코치진들은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하며 더 훈련에 열중하도록 돕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돕는다기보다는 협박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메오네 사단의 별명은 ‘마피아’ 또는 ‘갱단’. 실제로 나쁜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코치 하나하나가 전부 조직원들같이 생겨 생긴 별칭이었다.
그중에서 보스 역을 맡은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와 준 보스 역을 맡고 있는 수석코치의 인상이 가장 더러웠는데 이들은 인상이 얼마나 흉악한지 웃는 짤마저 공포짤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보스 시메오네는 마침 양팔을 걷어붙인 채로 한 선수를 붙잡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굵직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었다.
“토마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앙투안이 대놓고 뒤로 돌아가는데 그것도 못 봐? 예상 못 한 거야, 그냥 멍청한 거야?”
지지난 여름 세바스티앙의 집에서 만난 적이 있는 세바스티앙의 순박한 친구 토마스 파티는 시메오네의 외침에 몸을 움찔하더니 죄송합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라고 소리 질렀다.
“그래, 그래야지.”
시메오네는 말을 안 들었으면 자기가 어떻게 했을지 모른다는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에 오게 될 세바스티앙이 살짝 걱정됐지만··· 뭐, 자기가 가고 싶다고 했으니.
“무슨 일이십니까?”
뒤에서 계속 훈련을 지켜보고 있으니 코치 하나가 다가왔다. 나는 명함을 내밀며 에이전트라는 신분을 소개했고, 여름 이적 관련해서 시메오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서 감독님이 선수를 어떻게 쓸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단장님과도 상당 부분 얘기를 진행했으니 연락해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명함을 본 후 나를 수상하게 보는 코치에게 덧붙여 말했다.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메오네 감독에게 다가가 나를 가리키며 무언가 말했고, 십여 분 후 쉬는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시메오네가 내게 다가왔다. 내가 코치에게 준 명함을 든 채였다.
“태현석···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의 에이전트입니다.”
“아아!”
시메오네는 세바스티앙이 브라이튼으로 향한다고 했을 때 로테이션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남아달라고 할 만큼 세바스티앙에게 애정이 있던 감독이다.
시메오네의 인상이 한결 더 밝아지며 나를 사람이 없는 벤치 쪽으로 안내해 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단 악수.
지이잉.
“느긋하게 식사라도 하면 좋겠지만··· 당장 며칠 후가 챔피언스 리그라서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코치한테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거라고 들었는데··· 드디어 세바스티앙이 이 팀으로 돌아오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메오네의 입가에 미소가 서린다.
이어서 단장에게 했던 이야기를 똑같이 늘어놓았다. 단장이 해 줬던 얘기까지 더했다. 르마의 이적이 선행된 후에야만 세바스티앙이 올 것이라는 걸.
“국가대표라···.”
“출전시간이 보장돼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혹시···.”
“그건 본인 실력에 달려있는 거죠. 사전에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메오네는 단호했다. 시메오네에게는 무조건 출장 조항 같은 건 집어넣을 수가 없었다. 보드진 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진 감독이 아니던가.
“하지만 요즘 정도의 폼이라면 주전으로 안 쓸 이유가 없지요. 영국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더군요.”
“그렇습니까.”
이 정도 대답이면 충분하다.
AT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 사용하는 전술에 관해서는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다.
AT마드리드는 무조건 윙을 사용한다.
그리고 호날두 같은 인사이드 포워드가 아닌 정석적인 윙어들을 중용하는 게 시메오네였다. 르마가 적응에 실패한 자리도 우측 윙이었고, 세바스티앙이 그 자리에 들어가서 못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전술에도 적합하고, 감독도 호의적이다.
남은 건 세바스티앙에게 달린 거다.
나는 시메오네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다시 훈련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시메오네 감독에게 확인해야 하는 건 세바스티앙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지 였다.
확인이 됐으니 이제 다음 정보를 챙길 차례였다.
나는 훈련장 구석에서 열심히 훈련 중인 토마 르마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르마 씨의 에이전트를 만날 수 있을까요?”
“무슨 일 때문에요?”
팀에서 적응을 못 해서인지 훈련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토마 르마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깃들어 있었다.
본인에게 프랑스로 갈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는 물을 수 없으니 나는 르마의 에이전트에게 볼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를 똑바로 말하지 않는 내게 르마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연락처를 넘겨줬다.
르마의 에이전트 프란시스는 금발머리에 기름기가 흐르는 뭔가 자신만만해 보이는 30대 남성이었다.
“미스터 태, 요즘 유명하신 분 아닙니까? 저는 무슨 일로···.”
“르마의 이적이 저희 세바스티앙의 이적과 엮여 있어서요.”
프란시스는 갸웃하더니 아, 하고 탄성을 냈다.
“르마의 이적료로 세바스티앙을 사 오려 하는군요.”
“맞아요. 그래서 그런데 르마의 이적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 다른 이적에서 꼭 보답하겠습니다.”
내용은 살펴보지 못했지만 헬퍼 정보는 얻었고, 직접 얘기해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으음···.”
하지만 생글생글 거리던 프란시스는 입을 다문 채로 침음을 냈다.
잠시 후, 그는 나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미스터 태를 그 정도로 믿을 수는 없어서요.”
“···그런가요. 아쉽네요.”
나는 씁쓸함을 표현하기 위해 눈은 그대로 둔 채로 입만 웃었다.
프란시스가 살짝 움찔하는 게 보였다. 나는 그에게 가볍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이적은 확실히 하는 거죠?”
르마의 이적이 실패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렇게 된다면 세바스티앙은 AT마드리드로 오지 못하니까.
하지만 프란시스는 자신만만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르마는 이번에 반드시 이적합니다.”
*
호텔에 돌아오면서 헬퍼를 살폈다.
시메오네의 정보는 하나도 쓸 게 없었다.
하지만 프란시스의 정보에서는 필요한 걸 찾을 수 있었다.
[프란시스 아비뉴]-프랑스의 구단 다수와 토마 르마 이적을 협상 중이다.
“프랑스구나.”
수많은 구단들을 프랑스의 구단들로 추릴 수 있다는 건 아주 훌륭한 성과였다.
더 이상의 정보를 얻기 위해 그들 주변을 얼쩡거리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헬퍼가 꼭 내가 원하는 정보를 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호텔 방에 도착하자마자 이자벨에게 프랑스 구단들의 재무제표와 구단주들의 목록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한 후, 르마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을 추렸다.
“르마가 6,000만 유로(약 800억)에 이적했지?”
적응 실패로 이적하는 것이니 1/3정도 까인다고 생각하고··· 4,000만 유로, 그러니까 40m 유로를 지불할 수 있는 팀을 추려보다 보면 딱 다섯 팀이 나온다.
리옹, 릴, 스타드 렌, AS모나코, 파리 생제르망 FC(PSG)
이 구단들은 구단 자체가 크거나 구단주의 재력이 빵빵한 곳이었다.
나는 구단들의 이름을 메모해둔 큰 종이를 둔 채 바로 전화를 걸었다.
“케이티, 오랜만이에요.”
EW에이전시의 케이티 큐빗부터 시작해서,
“스벤, 부탁할 게 있는데요.”
우리 에이전시의 스벤,
“호나우지뉴, PSG에 아는 사람 좀 있어요?”
“멘데스, AS모나코 단장님 연락처 좀 주실 수 있나요. 부탁해요.”
내 개인적인 인맥까지.
모든 인맥을 동원해 프랑스 구단들의 수뇌부들과 접촉하기 위한 연락처를 모았다.
연락처는 금세 모였다.
단장, 회장, CEO, 구단주까지.
하지만 연락을 몇 번 하면서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만 일정이 꽉 들어차 있어서요. 4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때는 여유가 있는데.
AS모나코 단장의 거절이었다.
다른 구단들도 비슷한 경우가 꽤 있었다. 이적 협상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접촉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겠지.
나는 영업사원처럼 각 팀의 수뇌진들과 만나 팀이 원하는 선수에 관해 떠보는 식으로 정보를 모았다.
헬퍼도 함께.
성과도 있었다.
릴은 타겟형 공격수와 수비수만을 구하고 있어 100%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리옹과 스타드 렌도 윙을 구하는 데는 미적지근했다.
“모나코랑 PSG 같은데···.”
하필 가장 만나기 힘든 프랑스의 두 강팀만 남아버렸다.
여러 곳이랑 접촉하고 있다고 했으니 두 구단과는 반드시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나코의 단장은 몇 주 뒤에나 만날 수 있었고, PSG의 단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구단주들은 언감생심 연락조차 하지 못했고.
이대로면 세바스티앙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는데···.한참을 고민에 빠져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업무용 휴대폰, 메시지였다.
파르넬라 루와이스 [왜 연락이 없어요? 부탁할 거 없어요?]
화면을 보며 내가 왜 이 여자를 못 떠올렸는지 잠깐 자괴감이 들어 멈칫했다.
크리스에게 막무가내로 들이대다가 파파라치에게 사진 찍힐 빌미를 주고, 미안하다며 다음에 도움 주겠다고 말했던 이 여자는 프랑스의 대배우이자 엔터테이너였다.
어지간한 프랑스의 거물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파르넬라 루와이스]-AS모나코의 구단주와 친분이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정보가 아니던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파르넬라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이야···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AS모나코의 단장, 에메날로는 구단주의 지시 때문인지 바로 다음 날 나를 만나러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내 옆의 파르넬라를 만나러 나온 거겠지만.
분명 몇 주 동안은 일정이 꽉 찼다고 했는데··· 역시 에이전트는 인맥빨이다.
파르넬라에게 한참 동안 관심을 보이던 에메날로는 뒤늦게 나와 인사를 나눴다.
“미스터 태라고 했죠?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파르넬라라는 인맥을 써서까지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냐. 이거겠지?
“단장님을 한 번 만나 뵙고 싶기도 했고··· 모나코의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고··· 뭐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에이전트들처럼 거래를 트기 위해 왔다. 나는 그런 의미로 말했고 에메날로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 개의 포지션을 말해줬다.
“왼쪽 윙, 수비형 미드필더, 우측 풀백을 찾고 있습니다. 미스터 태도 괜찮은 선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연락 주세요.”
“아아···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얼마든지요.”
헬퍼에는 쓸만한 정보가 뜨지는 않았다.
하지만 르마의 본래 포지션이었던 왼쪽 윙 선수를 찾는다는 거나 모나코의 단장과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럼, 다음 장소로 가볼까요?”
같이 자자며 크리스를 꼬시던 그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왠지 소풍을 나온 것처럼 흥얼거리기도 하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프랑스의 풍경을 설명해주기도 하면서 그녀는 내게 친근하게 대해줬다.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파르넬라의 옆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리옹의 구단주도 만날 수 있었고, 스타드 렌의 구단주도 만날 수 있었다.
파르넬라는 모나코뿐만 아니라 웬만한 축구계 인사들과는 다 친분이 있다고 했다. 뭐, 그게 아니라도 대스타인 파르넬라가 만나자고 하면 어지간한 인물들은 그날 바로 등장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많이 알아냈어요.”
“정말요? 인사 말고는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아니에요. 정말 도움이 됐어요.”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 안면을 튼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이제 수시로 방문하고 별의별 핑계를 들어 친분을 쌓아가 르마의 진짜 정보를 얻어야 했다.
파르넬라가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러대며 말했다.
“고마우면요. 나랑 데이트 안 할래요?”
다시 만난 이후로 얌전한 모습만 보여주더니 다시 그날 밤처럼 본색을 드러내는 파르넬라다.
“데이트요?”
“미술품 경매 파티요.”
“···거절하겠습니다.”
내 빠른 대답에 파르넬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장벽 같은 남자네, 베를린 장벽 같은···.”
철벽남도 아닌 베를린 장벽남이라니.
“그거 부서졌잖아요. 난 안 넘어가요.”
“쳇.”
파르넬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나를 다시 빤히 올려다봤다. 에린과는 다른 느낌. 눈에 색기가 있어서 마주하기가 부담스럽다.
“뭐, 뭘 그렇게 봅니까?”
“가끔 이렇게 얼굴 붉히는 거 보면 남자는 맞는데 말이야. 당신이랑 크리스, 다른 남자들이랑 뭐가 다른 걸까?”
“···.”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관찰하듯 보는 파르넬라. 대답할 거리가 없어서 얌전히 있었다.
파르넬라는 재미없다는 듯 픽 소리를 내더니 원래의 영업용 미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데이트하자고 가자는 거 아니에요. 도와달라면서요?”
“미술품 경매 파티에 가는 게요?”
“네, 거기에 PSG의 구단주님이 오시거든요. 카타르의 국왕님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