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1
181
36. 거물들의 거래 (3)
언제라도 연락할 수 있도록 PSG 구단주의 번호 저장을 마쳤다.
그리고 파르넬라를 기다리는 동안 파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한 남자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튀지 않는 값의 시계에 적당한 가격의 정장. 희미한 인상에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까지. 평범하다. 지나칠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아무도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실세라고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이반 로마니.
레알 마드리드와 거래할 때에는 페레즈가 아닌 저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거겠지.
-네이마르를 언론에 미끼로 던져두고 토트넘의 해리 케인을 구매할 생각이다.
저 남자는 내가 자신의 계획을 꿰뚫어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정보대로라면 며칠 후, 레알 마드리드와 네이마르의 이적설 기사가 전 세계에 퍼질 거다. 언론과 경쟁 구단, 모든 팬의 관심이 네이마르에게 쏠릴 것이고, 레알 마드리드는 경쟁자들에게서 자유로워진 틈을 타 순조롭게 해리 케인을 낚아올 수 있을 것이다.
해리 케인 또한 몸값이 2억 유로(약 2,600억원)가 넘는다고 평가받는 만큼 이 또한 이적 시장에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해리 케인을 판매한 토트넘은 2억 유로를 손에 쥐게 될 것이고, 새 스트라이커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 스트라이커가 이적한다면 또 다른 이적을 낳을 것이고, 이건 꼬리를 물며 계속 이어져 전 세계의 중소 구단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 한 번의 이적으로 이적시장의 판도 자체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성사시켰던 중, 소규모 이적들과는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PSG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이마르를 당장 이번 이적시장에서 팔아야 하는 타밈 구단주로서는 급할 수밖에 없으니 속여 넘기기도 쉬웠을 것이다.
이대로 두면 레알 마드리드만 이득을 챙기고 PSG는 엿을 먹게 되겠지.
관찰자 시점이었다면 그저 흥미롭게 보기만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거대한 흐름을 틀어야만 세바스티앙의 이적작업을 서두를 수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약간 지끈거렸다.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내 간섭으로 이적시장 자체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레알 마드리드가 천억이 넘는 단위의 손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걱정이었다. 나중에 거래대상이 될 팀이었으니까 들킨다면 머리가 아파질 거다.
하지만 그대로 둔다면 네이마르 판매 협상은 지지부진해질 것이고, 르마의 유력한 이적처인 PSG도 르마 영입에 뜸을 들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세바스티앙이 AT마드리드로 향하는 시기도 늦어질 거고··· 그렇게 돼선 안 된다.
그러니까, 미래의 거래자인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PSG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무슈, 이제 갈까요?”
“아.”
깜짝이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당신 정말 신기한 사람이야. 어떻게 날 옆에 두고 계속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
언제 왔는지 파르넬라가 내 옆에 서 있었다.
오늘까지 포함해서 딱 일주일이었다.
그저 한둘 만나는데 도움만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파르넬라는 나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직접 꾸준히 도움을 줬다.
가끔 날 꼬시겠다는 식의 행동을 보여주긴 했지만, 대체로 그녀는 얌전히 나와 보드진들간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했다.
빚을 갚는다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퍼주는 행동이었다. 고마운 마음이 살짝 올라왔지만, 감사 인사는 이따 해야 한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미안한데 잠깐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가도 될까요? 타밈 구단주님을 만날 일이 생겨서요.”
“당신 날 일주일이나 봤는데···.”
나와 파르넬라가 동시에 말했다. 파르넬라는 말하다 말고 입을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응? 연락처 받았으면 됐다면서요.”
“급한 일이 생겨서요. 그런데 방금 뭐라고 하려고 한 거예요?”
파르넬라는 입을 벙긋대다가 피식 웃고는 다시 내 팔짱을 꼈다.
“이따 얘기해요.”
“예.”
이제는 감촉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일단 타밈 구단주와 만나서 담판을 지어봐야겠다. 이 정보를 대가로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있을 테니.
“가셨다고요?”
직원의 말에 눈썹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타밈 구단주와 페레즈 회장이 대화를 나누던 테이블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파티장을 둘러보니 이반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참가자 대부분이 남아있는 걸 보며 이들이 네이마르의 이적을 위해 왔었다는 확신 어린 추측이 들었다.
타밈 구단주는 지금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과 이적담당자를 만나고 있는 걸까.
나는 휴대폰을 꺼내 타밈 구단주에게서 받아낸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한 번 울리고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누구십니까?
딱딱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밈 구단주는 아니었다. 아마 비서겠지.
“안녕하세요. T 에이전시의 태현석이라고 합니다. 아까 파티장에서 연락처를 받았는데···.”
-그렇습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타밈 구단주님··· 아니 국왕님께 꼭 드려야 할 말이 있어서요.”
-급한 일입니까?
“예. 레알 마드리드가 네이마르의 이적을 이용해 다른 술수를 부리고 있어서··· 도와드리고 싶다 라고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그렇습니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지지직대더니 비서로 추정되는 남자가 딱딱하게 대답했다.
-당장은 어렵겠고, 내일 아침 보고 때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두 쌍의 푸른 눈이 나타났다.
“어우.”
“네이마르 어쩌고 하던데··· 무슨 얘기 했어요?”
작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다 들킬 뻔했다.
“별 얘기 아니었어요.”
“거짓말.”
파르넬라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말했다.
고마운 여자긴 했지만, 한여름이나 에린처럼 100% 믿을 수 있는 여자는 아니니 당연히 말해줄 이유가 없다.
내가 아무 말도 없자 파르넬라는 한숨을 쉬었다.
“에이, 재미없어. 나가요.”
나는 파르넬라를 졸졸 따라 파르넬라의 경호원이 대기시켜놓은 차 안으로 향했다. 차는 호텔로 이동했다.
“일주일 동안 고마웠어요.”
차 안에서, 나는 가끔 내 쪽을 흘깃거리는 파르넬라에게 말했다. 파르넬라가 어깨를 움찔 하더니 태연한 목소리로 물어 온다.
“이제 끝이에요?”
“네. 필요한 건 다 얻었거든요.”
파르넬라는 복잡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쉬워하는 것 같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나는 그녀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걸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도와줬어요? 구단 수뇌진들이랑 연결만 해주고 말 줄 알았는데, 직접 일주일 동안 도와주다니··· 당신은 바쁜 사람이잖아요.”
운전하던 흑인 경호원이 백미러로 나를 흘긋 바라봤다.
파르넬라는 시트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궁금해서요. 날 거절한 앨런이나 당신이 다른 남자들이랑 뭐가 다른 건지.”
그녀는 장난 정도는 치긴 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에게 자자는 얘기까지는 꺼낸 적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크리스에게 다짜고짜 왜 자길 거절 하느냐고 했던 그녀,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어떻게 자랐던 건지···.
이런 걸 직접 물을 수는 없고, 나는 아까 끊겼던 대화를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아까는 무슨 얘기 하려고 했어요? ‘날 일주일이나 봤는데···.’ 라고 말하다가 끊겼잖아요.”
“아, 이제 나한테 관심 안 생겼냐고요.”
“···예?”
정말 이상한 여자다. 내 반응에 파르넬라는 피식 웃으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짜 이상한 남자야. 처음에는 당신한테 흥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일주일동안 졸졸 따라다니면 나한테 반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당신 정말 일만 하더라고요?”
“저는 연인이 있다니까요?”
“그런 건 그동안 제 세계에서는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나한테 안 넘어온 남자는 앨런이 첫 번째, 당신이 두 번째니까.”
뭐, 유부남도 넘어갈 만큼 매력적인 여자긴 했다.
“에린이 없었더라면 넘어갔을지도 모르죠.”
“빈말은 됐어요.”
파르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 웃었다.
“됐어요. 이제는 꼬실 생각 같은 건 없어요. 당신은 다른 남자들이랑 뭔가 다른 것 같아서 졸졸 따라다녀 본 건데··· 일주일 동안 답을 못 찾았네요.”
이어지는 한숨.
“나는 언제쯤이면 진짜 내 짝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매일같이 남자를 찾아다니면서, 진짜 짝을 원한다는 모순된 말. 진짜 파르넬라를 살짝 엿본 것 같았다.
나는 파티장에서의 파르넬라를 떠올려봤다.
내가 가끔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으면 계속 달라붙어 왔던 그녀. 처음에는 왜 그러나 싶었는데,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을 때 홀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조금 깨달았었다.
이 여자는 혼자 있는 걸 정말로 싫어하는구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파르넬라에게는 애인보다는··· 친구가 필요한 것 같아 보이는데요.”
“친구요?”
파르넬라는 처음으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내게 보여줬다.
“연인은 잘 모르겠지만··· 친구 정도라면 해 줄 수 있어요.”
내일까지 시간도 많으니, 얘기나 들어볼까. 세바스티앙의 이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은혜도 갚을 겸.
“오늘 밤에 술이나 한잔해요. 참고로 자자는 게 아니라 얘기를 해 보자고요.”
파르넬라는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에서 벗어나질 못했지만, 끝까지 고개는 젓지 않았다.
나는 밤새도록 파르넬라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파르넬라는 내 또래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심심하면 전화해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남녀 간에도 친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파르넬라는 그래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룻밤 어떠냐고 물었을 때와는 다른 소녀 같은 반응이었다.
괜찮은 친구가 하나 생긴 날이었다.
나는 밤을 새웠다.
그리고 아침이 지났는데도 전화 한 통 없는 타밈 구단주 때문에 마음이 몹시 심란해졌다.
그래서 우리 에이전시의 스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의 일을 보고하고, 마음도 가라앉힐 겸.
-PSG와 레알 마드리드의 거래에 손을 대겠다고?
스벤은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예. 세바스티앙을 위해서요.”
-미쳤구만. 미쳤어.
“뭐··· 문제가 생길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스벤은 소리 내어 한참을 웃었다.
-배포가 참 크다고. 잘 해봐. 이번 이적시장의 가장 큰 흐름이 자네 손에 달렸구만. 자네 말이 틀릴 리는 없으니 PSG의 구단주가 자네 말만 듣는다면 술술 풀릴 일이지.
스벤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PSG나 미스터 태 때문에 이득 보는 다른 구단에게서 공짜 맥주나 하나 얻어먹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점심까지도 타밈 구단주에게서는 연락 한 통 오지 않았다.
비서가 내 말을 안 전해준 걸까?
구단주가 내 말을 들었는데도 무시한 걸까?
한 번 거절당하니 전화를 다시 걸기가 난감했다.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라 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니 파르넬라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 잤어요?”
“못 잤어요. 이것 때문에요.”
파르넬라가 어색해하는 것 같아 나는 의식적으로 편안하게 얘기하기 위해 애썼다.
“PSG 구단주님이랑 꼭 해야 할 말이 있는데 전화가 안 와서요. 비서에게 전달은 했는데, 말이 잘 전달된 건지 사전에 차단된 건지···.”
내가 깊은 한숨을 쉬자 파르넬라가 눈을 반짝였다.
“내가 도와줄까요?”
“예?”
무슨?
“친구라면서요?”
예상치 못한 도움이었다.
*
파르넬라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타밈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르넬라 또한 바로 통화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저녁 무렵에 파르넬라는 타밈 구단주와 통화를 성공했다. 한숨도 못 자고 기다리던 나는 파르넬라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파르넬라랑 대체 무슨 관계인가? 이렇게 전화까지 연결해 줄 정도인데.
“친구입니다.”
-친구?
의아해하던 타밈 구단주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비서에게 얘기는 들었어. 일부러 다시 전화 안 한 거네.
나를 못 믿었던 거구나. 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걸 어떻게 입증할 거지? 나도 괜히 찜찜해서 알아볼 건 다 알아봤는데.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도 은폐하고 있을 텐데 쉽게 알아낼 수는 없었겠지.
-이틀 뒤 저녁, 필 스미스와 런던의 블레이크 호텔에서 만날 예정이다.
피곤해서 멍해진 머리였지만, 억지로 헬퍼의 정보를 끌어내 타밈 구단주에게 쏟아내듯 말했다.
“내일 저녁에 런던의 블레이크 호텔에서 해리 케인의 에이전트와 레알 마드리드가 접촉할 겁니다! 이반이 거기에 직접 갈 거고요!”
-···뭐?
“사람 몇 보내는 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제 말을 꼭 좀 들어주십시오.”
-···.
전화기 너머에서는 말이 없었다.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타밈 구단주가 비서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 후에 타밈 구단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직접 확인하겠네. 음. 만약 사실이라면··· 왜 우리를 도우려는 거지?
“네이마르의 이적이 빨리 진행돼야 할 사정이 있으니까요.”
수십, 수백조의 재산을 지니고 있는 타밈이지만, 2억 유로 정도는 그에게는 헐값일 게 분명하지만, 분명 반응할 것이다.
타밈 구단주는 축구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무산되긴 했지만, 카타르 월드컵도 주최하려고 했었고, PSG도 마치 게임처럼 열심히 키우던 구단주였으니까.
거기에 레알 마드리드가 자신을 기만하려고 했는데, 사실을 알고도 분노하지 않을 리가 없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지.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