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2
182
36. 거물들의 거래 (4)
-어떻게 알았나?
연락이 온 건 이틀 뒤 저녁이었다. 나는 파르넬라와 틈틈이 대화를 나누며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내가 휴대폰을 든 채로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자 파르넬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댔다.
“은근히 음흉한 구석이 있다니까.”
파르넬라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나는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영업비밀입니다.”
-···허.
타밈 구단주는 더 묻지 않았다.
-만나지, 차를 보냈네. 5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대신 나를 초대했다.
“예, 기다리겠습니다.”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태연하게 대답했던 나는 잠시 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어디 있는지는 어떻게 안 거지?
머물고 있는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타밈 구단주가 보내준 차가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타밈 구단주가 보내준 차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지는 캐딜락 리무진이었다.
나는 수행원들의 안내를 받아 그 차를 타고 한 호텔에 도착했다.
양옆으로 따라오는 수행원들이 부담스러웠지만, 침착 하려고 애썼다. 긴장하다가 타밈 구단주 앞에서 말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해서.
엘리베이터는 최상층에서 멈췄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방의 전경이 나타났다.
화려한 세공이 된 샹들리에의 부속들은 여러 갈래로 옅은 빛을 뿌리고 있었고 구두를 신은 채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싶은 화려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카펫이 밟혔다.
각종 가구는 얼핏 봐도 최고급품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이 호텔도 타밈 구단주 것이라고 했지. 가용 가능한 재산만 대략 600조라고 했으니까···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 숫자다. 우리나라에 갑부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만수르의 10배를 훌쩍 넘는 양의 재산을 보유한 억수르가 바로 그였다.
타밈 구단주는 가운만 걸친 채로 파리 전경이 보이는 창가 쪽에 앉아 입가에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저흰 가보겠습니다.”
나를 데려온 수행원들의 말에 타밈 구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저절로 기가 죽으려는 걸 막기 위해 나는 타밈 구단주를 향해 억지로 웃어 보였다.
“사실이었죠?”
생각보다 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은은한 커피 향기가 다가온다. 커피를 마시고 있었나 보다. 타밈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자신만만하구만. 이틀 전에 다급해 하던 사람은 어디 간 건지···.”
“그때는 구단주님이 제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셨으니까요.”
“지금은 다르단 말인가?”
“예, 이렇게 단독으로 만날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정말 영광입니다.”
더 거창한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지겹게 듣는 자리에 있을 테니. 이런 사람을 상대할 때는 담백하게 말하는 게 더 호기심을 끌 것이다.
“배포가 참 크군. 마가렛이 말한 대로야.”
마가렛을 아시나요 같은 질문도 하지 않았다.
뉴캐슬의 구단주이자 투자회사의 대표인 마가렛은 중동을 주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같은 축구계에 몸담은 타밈과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마가렛과 나의 유착관계는 잘 알려져 있으니, 나에 관해 마가렛에게 묻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절대로 허접해 보여서는 안 된다.
상대는 세계 최고의 자금력을 보유한 구단주.
내가 최고의 선수들을 키워내는 한 계속해서 만나게 될 인물이었다.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다.
타밈 구단주는 픽 웃더니 자신 앞의 의자를 향해 눈짓했다.
그의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비서가 절도 있게 움직여 내가 앉을 의자를 빼 줬고, 나는 천천히 걸어 자리에 앉았다.
“원하는 게 뭐였나? 이적이 빨리 진행돼야 할 이유가 있다고 했지?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도움을 줘야겠지.”
솔직히 말하는 것이 좋을까.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는 편이 좋을까.
차를 타고 오며 생각해뒀던 화두였기에 나는 바로 답할 수 있었다.
“제가 원하는 건 제 선수의 이적입니다.”
내가 선택한 건 직진이었다.
그대로 둔다면 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갈 수 있으니, 나는 그에게 요구사항을 똑바로 말하기로 정한 터였다.
2억 유로에 달하는 거래. 축구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 사람에게 큰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축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자신을 기만하려는 행위를 해결해 준 게 나다.
그러니··· 요구사항 정도는 얘기해도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네이마르를 판 후에는 르마로 그 자리를 채울 계획이시죠?”
타밈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렇네.”
나는 쉬지 않고 말했다.
“그 르마의 이적이 선행돼야 AT 마드리드의 자금에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세바스티앙을 이적시킬 수 있게 되고요. 네이마르의 이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FFP 때문에 반드시 팔아야 하는 건 짐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타밈 구단주님께 바라는 도움은 그저 네이마르의 판매시기를 앞당겨주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따로 제가 원하는 보상은 없습니다.”
“잠깐···.”
흥미롭게 내 얘길 듣던 타밈 구단주가 손을 들었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지 의문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니까··· 자네 선수를 빨리 이적 시키려고 이 건에 손을 댔다? 잘못하면 레알 마드리드의 심기를 건드릴지도 모르는 이 건에? 그렇게까지 해서 굳이 빨리 이적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제 고객이 이적시장 전에 이적하길 원했습니다. 팬들에게 인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뭐?”
타밈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봤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중요한 얘기가 남았다.
“구단주님이 제가 정보제공자라고 떠들고 다니실 분은 아니잖습니까. 그런 계산도 있었습니다.”
벙쪄 있던 타밈의 얼굴이 짙은 흥미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큰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하하하.”
타밈은 한참 동안 웃었다. 나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도록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린 채 기다렸다.
“재미있군. 진짜 재미있어.”
나는 타밈의 입이 다시 열리길 기다렸다.
“정말 낭만적이야. 자네 같은 에이전트는 처음 봤네. 레알 마드리드의 공작을 눈치 챌 능력도 있으면서 돈보다는 선수를 신경 쓴다니, 정말 재미있어.”
나는 그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타밈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이마르의 이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지? 네이마르는 맨체스터로 가게 될 거야.”
“예?”
느닷없는 특급 정보에 당혹스러워졌다. 나한테 이런 것까지 얘기해줘도 되는 걸까?
얼굴에 내 생각이 드러난 건지 타밈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가서 소문내려고?”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면 됐어. 자네가 믿을 만한 사람 같아서 해 본 얘기야.”
믿을 만한 사람. 카타르의 국왕이자 PSG의 구단주인 그에게서 들은 이 단어는 묘하게 가슴을 울렸다.
“결국 자네에게 필요한 건 르마가 팔리는 건가?”
“예.”
“네이마르는 까다로운 선수라 이적 과정이 꽤 오래 걸릴 텐데··· 개인 협상 같은 건 내가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 말 정도는 해볼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구단 간 협상만 빠르게 처리돼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음··· 너무 손해만 보게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제안은 어떨까?”
나는 타밈이 다음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타밈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르마의 이적은 알아서 처리해 주겠네. 일주일 내로 끝날 거야.”
“네이마르의 이적 없이요?”
“그건 뭐 알아서 진행하지. 기사를 통해 확인하게.”
이 대화 이후로 타밈과는 르마나 세바스티앙, 네이마르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직 축구 얘기, 축구 얘기가 전부였다.
타밈 구단주는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한 명의 팬이기도 했다. 그와 밤새 술을 기울이며 향후 축구계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타밈의 말은 일주일은커녕 사흘 만에 지켜졌다.
너무나도 쉽게 몇백 억 원을 지급한 그였다.
놀람도 잠시 영국에 돌아갔던 나는 바로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탔다. 세바스티앙의 AT 마드리드 이적 협상을 위해서.
*
“국왕님. 우리와의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런 식으로 지출해도 되는 겁니까? FFP는요?”
“큰돈도 아닌데 뭐 어떤가. 그리고 자네가 네이마르라는 기회를 놓칠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설마 안 살 건가?”
“하하.”
“그리고 국왕님이라고 부르지 말게 우드워드. 여기 있을 때 나는 PSG의 구단주니까.”
“알겠습니다. 구단주님.”
얼마 전 태현석이 머물렀던 호텔 최상층에서 타밈 구단주는 현 프리미어리그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단장 겸 부사장 에드 우드워드를 만나고 있었다.
“우리 유나이티드 사상 최고의 이적료가 되겠군요.”
“에휴··· 원래라면 3억 유로는 받아야 하는데··· 빌어먹을 UEFA 자식들 때문에···.”
애초에 FFP규정이 아니었더라면 네이마르를 파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네이마르는 차기 축구 황제이자 타밈이 가장 아끼는 선수였으니까.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저희 것이겠네요.”
“그게 쉬운 줄 아나?”
타밈 구단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지난 시즌에는 빌어먹을 바르셀로나 자식들이 말도 안 되는 역전승으로 퇴짜를 놓더니 이번 시즌에는 언제 폼이 떨어질지 짐작도 안가는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때문에 다시 한 번 8강에서 탈락했다.
“우리는 언제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 볼 런지···.”
“당장 다음 시즌일 수도 있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게 축구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우드워드는 공손하게 말하고 오늘 구단 간 협상을 위해 가져왔던 서류를 챙겼다.
“슬슬 가보려고?”
“예. 아, 그런데 말입니다.”
타밈이 우드워드를 바라봤다. 우드워드는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원래는 레알 마드리드에 판매하실 생각 아니었습니까? 기자들에게 건너 건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왜 이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신 겁니까?”
“그렇지. 원래는 네이마르를 주면서 호날두를 받아올 계획이었지. 네이마르도 스페인을 선호했고.”
잠깐 허공을 보던 타밈이 다시 우드워드를 바라봤다.
“혹시 태현석이라는 에이전트에 대해 아나?”
“태현석이요? 아, 예. 잘 알고 있습니다. T에이전시의 대표 아닙니까. 안 그래도 네이마르를 사는 바람에 이적료 사용 계획이 많이 틀어져서 T에이전시 소속 선수 둘을 영입하려고 접촉할 생각입니다.”
“그래?”
“그런데 태현석은 왜···.”
“미스터 태와 이야기를 나누고 레알 마드리드에 팔 생각을 접었거든. 자네 팀은 미스터 태 덕분에 네이마르를 살 수 있게 된 거야.”
우드워드가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는 게 타밈의 눈에 보였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태현석은 순수한 에이전트다. 이런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게 타밈의 판단이었다. 맨유가 T에이전시의 선수들에게 접촉한다고 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잘 해주라고. 다른 에이전트들처럼 구단을 등쳐먹고 돈에 헤벌레 하는 도둑놈이 아니라 정말 선수만을 위하는 에이전트더라 이거야. 업계 들어온 지 몇 년 안 됐지만, 그런 마인드를 가진 에이전트는 처음 봤어.”
“오.”
우드워드는 작은 감탄사를 내뱉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
세바스티앙과 나는 브라이튼의 한 허름한 호텔 방에 있었다.
우리 앞에는 AT마드리드에서 파견된 협상전문팀이 앉아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필리페 보소텔로 단장은 활짝 웃고 있었다.
“이제 사인만 하면 돼.”
잠깐 머뭇댔던 세바스티앙은 펜을 잡고 계약서에 또박또박 서명했다. 세바스티앙이 펜을 내려놓으며 후 하고 한숨을 내쉬자마자 필리페 보소텔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바스티앙을 끌어안았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