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5
185
37. 프로선수는 이적을 피할 수 없다 (3)
데이비드는 ‘마,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라고 더듬거리며 인사했다. 무리뉴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반갑다고 악수를 권했다.
인사 후 무리뉴의 이야기가 시작됐고, 데이비드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줄리우에게 했던 얘기의 반복이었지만, 데이비드는 처음 듣는 말이니.
최고의 선수를 영입할 것이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에는 데이비드 워커, 바로 당신이 있다.
데이비드는 자신 앞에 있는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기쁨 반 경악 반의 얼굴로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데이비드 워커]-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목표다.
데이비드의 목표 중 하나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말하는데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무리뉴는 냉정하면서도 솔직했다.
“그리고 워커가 우리 팀에 왔을 때에 위치에 관해서 말인데···.”
내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입 밖에 낸 것이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워커를 발렌시아보다 위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 팀에 오게 된다면 잘 해봐야 로테이션, 못하면 후보에 그칠 겁니다.”
꿈을 꾸는 것 같던 데이비드는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데이비드의 얼굴이 나쁜 쪽으로 굳어지자 무리뉴는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그럼에도 제안을 건넨 것은 워커 선수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들었다 놨다, 정신이 없다.
“좋아하는 스타일···?”
데이비드의 느릿한 물음에 무리뉴는 막힘없이 답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나중에 퇴근하는 노력파라고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선수생활보다 은퇴까지의 기간이 더 짧은, 노장이 되기 직전의 선수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 정말 보기 드뭅니다. 저는 그렇게 노력하는 선수를 정말로 좋아하고요.”
무리뉴의 눈동자는 1㎜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경기장에서의 태도입니다.”
“태도요?”
데이비드가 말이 없어 내가 대신 물었다. 무리뉴는 물 흐르듯이 자신이 본 데이비드에 관해 이야기했다.
“감독의 지시를 신의 계시를 들은 예언자처럼 따른다. 경기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늘 전력을 다해 뛴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가 있다.”
무리뉴는 목이 탔는지 자신의 와인을 홀짝였다.
말없는 나와 데이비드를 번갈아 보고는 다시 와인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뉴캐슬에서보다는 많이 뛸 수 없을 겁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뉴의 말은 봇물이 터진 것처럼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데이비드에게는 너무도 달콤한, 그런 내용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지만, 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약속하겠습니다. 그리고, 빅클럽들과의 대결에서는 발렌시아보다 당신을 중용할 계획입니다.”
허언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감독이다. 그런 감독이 데이비드를 원하고 있었다.
“내 사냥개가 되어 주십시오. 워커. 내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식사 후 무리뉴는 떠났고, 줄리우 때처럼 나와 데이비드만 식당에 남아 있었다.
데이비드는 고민이 많은지 식사 내내 잘 얘기하지 않았고, 거의 나와 무리뉴만 얘기하는 자리가 됐었다.
“일단은 너무 머리아파하지 말고, 자부심 좀 느끼면서 머리 식혀 봐요. 그래야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자부심 말입니까?”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의 인정이잖아요?”
사냥개든 로테이션이든 후보든 뭐든,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온 데이비드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의 감독에게 인정받은 거다. 리그 챔피언의 일원으로 뛸 자격이 있다는 인정 말이다.
“그렇군요. 인정받은 거군요···.”
계속 진지한 상태다. 원래도 진지한 사람이긴 하지만 지금은 너무 고민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비드의 가슴팍을 잡아 위풍당당한 포즈를 만들어보았다.
“뭐, 뭐하는 겁니까.”
“머리가 너무 생각으로 꽉 찬 것 같아서요. 그런 고민 나눠 하려고 내가 있는 건데, 날 전혀 안 보고 있잖아요?”
“아···.”
나는 의자로 돌아가 앉았고, 데이비드는 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아무튼, 이제 얘기 좀 해 봐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내 머릿속도 복잡했다.
중요한 선택이었다.
데이비드의 목표는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시간만 많다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겠지만, 데이비드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만 나이로 얼마 전 31살이 된 데이비드는 이미 피지컬적인 성장이 멈춘 상태였다. 작년부터 계속 기록한 자료를 통해 데이비드의 신체 능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헬퍼도 마찬가지였고.
철저한 몸관리로 신체 나이를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당장 이번 시즌부터 신체 능력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선수로 복귀하기 전에는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했던 데이비드니, 다른 선수들보다 신체 능력 저하가 빨리 올 수도 있다.
데이비드가 계속 입을 열지 않아 내가 먼저 말했다.
“한계를 뛰어넘어보자고 했잖아요.”
데이비드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 팀에서 많이 뛰지 못한다는 게 너무 걸려요. 뉴캐슬도 몇 년 뒤면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거든요.”
뉴캐슬에서는 분명 맨유보다 더 중용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당장 챔피언스리그 출전 같은 큰 경기를 경험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팀 동료들의 수준이나 코치들의 수준도 다를 테고.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결정이었다. 나 또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어떻게 생각해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요. 지금 데이비드한테는 하루하루가 소중해요.”
“···.”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얘기해 보세요.”
결정은 못 내렸지만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힐 것이다. 나는 데이비드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데이비드는 말없이 탁자 위의 잔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와인을 입에 한 모금 머금었다.
빡빡 깎은 머리에 조금 각진 턱, 정장을 입은 모습이 어색하다. 꾸미는 것, 즐기는 것, 연애 등 어떤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오직 축구만을 보며 사는 선수.
그렇기에 데이비드를 대할 때면 그 어떤 선수를 상대할 때보다 진지하고 경건해진다.
“맨유에 가겠습니다.”
응?
“···아, 아니 아직 이적시장도 안 열렸어요. 고민할 시간이야 차고 넘치는데 성급하게···.”
당황해서 더듬거렸다. 그렇지만 데이비드는 마음을 정한 것 같았다.
눈빛이 선명했다.
“최고 수준에서 뛸 기회입니다.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데이비드의 도전자 마인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마음이 월드클래스라도 프로 세계는 잔혹해요. 데이비드도 잘 알잖아요.”
맨유와 뉴캐슬 반반이었는데, 데이비드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니 저절로 뉴캐슬로 기울어져 버렸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미스터 태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이 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죠.”
“···치사하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데이비드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이어서 진지한 얼굴로 말해온다.
“제가 아마추어에서 세미 프로 리그로 올라왔을 때, 그리고 세미 프로에서 프로로 올라왔을 때, 밀월, 뉴캐슬··· 이렇게 한 단계씩 올라올 때마다 느낀 게 있습니다.”
“뭔데요?”
“환경이 바뀌고, 치열해지는 만큼 배우는 게 많아집니다. 저는 성장하고 싶고, 제게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맨유에 가겠습니다.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이겨 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데이비드의 기세에 눌리는 기분이었다.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 나는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맨유에서 거의 10년을 뛴 선수를요? 작년 EPL 스프린트 탑 선수를요?”
경기를 바꾸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몸 관리 하나만큼은 최고급인 선수였다. 기복이 적고 단단한 선수가 안토니오 발렌시아였다.
“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태, 제가 이루려는 건··· 아니 우리가 이루려는 건 불가능의 영역에 있잖습니까?”
“그렇죠.”
“제 목표에 비하면 이 정도 경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제 인생은 늘 이래 왔으니까요. 이번에도 도전하겠습니다. 만약에 실패한다면··· 태가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다른 선수라면 장난기를 머금을 대화에서도 데이비드는 진지했다.
머리를 짚은 채 데이비드의 말을 되새기던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데이비드 답네요.”
“감사합니다.”
“그래요. 맨유로 가보죠. 데이비드 말대로 적응 못 했을 때 같은 건 제가 대비할 테니까, 경기력에만 신경 써요. 대신 올해 휴가는 없어요. 알았어요?”
데이비드가 씩 웃었다.
“늘 그랬는 걸요.”
*
“만나서 반갑습니다. 타밈 국왕님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맨유의 단장이자 부사장, 에드 우드워드와 악수를 나눴다.
저번 주, 나는 우드워드에게 줄리우와 데이비드 둘 다 이적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고, 맨유는 둘의 소속팀에게 공식으로 오퍼를 넣었다.
브라이튼의 단장과 로이, 그리고 뉴캐슬의 마가렛과 리찌에게는 이미 얘기해 뒀기 때문에 적정선의 이적료에서 빠른 타협이 이뤄졌고, 지금은 둘의 개인 협상을 하기 위해 맨체스터로 건너와 있었다.
“이 아리따운 여성분은···.”
“써머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미스 써머.”
법적 자문을 위해 한여름도 함께 왔다.
우리는 우드워드의 안내를 받아 구단의 한 사무실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맨유의 전속 변호사와 협상 전문가로 구성된 협상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된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그들 앞에 앉았다.
먼저, 줄리우부터 시작해 보자.
“15만 파운드.”
“미스터 태. 아까부터 너무 강짜 부리시는 거 아닙니까?”
나는 줄리우의 주급으로 15만 파운드(약 2억 2,000만원)과 3년 계약을 요구했다.
협상팀은 8만 파운드를 시작으로 5,000파운드씩 올렸는데, 나는 야인시대의 김두한처럼 15만파운드무새가 돼 있었다.
“15만 파운드요.”
거의 30분 동안.
협상팀의 사람들은 무척 짜증이 난 것 같았다. 옆의 한여름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보고 있었고.
“15만 파운드가 아니면 계약 안 합니다.”
결국 협상 전문가는 폭발했다.
“장난칩니까? 미스터 태? 줄리우가 브라이튼에서 4만 파운드를 받았다는 걸 모를 줄 압니까?”
“당연히 알겠죠. 그걸 모르면 바보죠.”
그렇지만 지금 이적시장에는 줄리우 만한 매물이 없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20만 파운드를 부르고 싶었다. 언제 월드클래스로 올라설지 모르는 선수니까. 하지만 맨유에서 20만 파운드를 받는 선수는 세계 TOP 5 골키퍼인 다비드 데 헤아다.
그와 동등한 주급을 요구하는 건 미친 짓이다. 100% 데헤아가 불만을 터뜨릴 테니 구단에서도 수락해줄 리 없다.
“15만 파운드는 절대 불가합니다. 우리 팀 중앙수비수 중에 그렇게 많이 받는 선수는 없어요.”
맨유의 중앙 수비수 에릭 바이가 이번 겨울부터 12만 파운드를 받고 있었다. 이게 맨유 중앙수비수의 최고 주급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시장 상황이라는 게 있는 거다. 나도 괜히 이렇게 뻗대는 게 아니었다. 끌 만큼 끌었으니 이제 찌를 차례다.
내게는 특급 정보가 하나 있으니까.
“네이마르를 곧 살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흡!”
언론에 찌라시가 돌긴 하지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이적이다. 협상팀은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옆에서 구경하던 우드워드가 재밌다는 듯 미소 짓는다.
“맨유가 아무리 수익이 많다지만, 네이마르를 구매한 다음 리그 수위급의 중앙수비수를 제값에 사오기에는 많이 힘들죠.”
이적료를 규제하는 FFP룰. PSG를 옥죄었던 규정이 맨유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것이다.
FFP를 어기면 유럽 대항전 출전 정지 같은 강한 징계를 받기 때문에 상위 구단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줄리우는 동급의 수비수보다 저렴한 이적료가 매겨져 있습니다. 이번 이적시장에는 줄리우 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번 영입에 실패한다면 무리뉴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계획이 틀어지겠죠?”
움찔하는 그들.
내가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도 어떻게든 나를 설득해 보겠다고 몇 십분을 얘기했던 그들의 태도가 내 말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이제 마무리다.
“안타깝지만, 딱 한 번만 양보하겠습니다. 에릭 바이와 맞추는 쪽으로 가죠. 기본 주급 12만 파운드에 옵션 5만 파운드. 더 이상은 양보 못합니다.”
내 말에 한참을 조용히 있던 협상팀, 그 중 중앙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옵션 내용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기본주급 12만 파운드에 출장수당, 비출장수당, 무실점수당 등의 옵션 5만 파운드를 넣은 총주급 17만 파운드의 계약을 완료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줄리우도 만족하겠지. 협상팀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지만, 비웃는 것처럼 보일까 봐 참았다.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체력은 생생하다. 저들이 줄리우 때문에 정신 없을때 계속 몰아쳐야 한다.
협상이란, 흔들리는 쪽이 패배하는 것이니까.
나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이제는 데이비드 워커로 넘어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