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8
188
37. 프로선수는 이적을 피할 수 없다 (6)
브라이튼의 감독, 로이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미스터 석 하나만으로는 부족해요.”
브라이튼 훈련장의 감독 집무실, 나는 로이에게 석대호를 ‘세바스티앙이나 줄리우와 비슷한 기량을 보여줄 스트라이커.’라고 추천했다.
“태의 말은 믿습니다. 태가 미스터 석이 세바스티앙 만한 선수라고 하면 그게 사실이겠죠.”
“그런데 왜···.”
“공격 쪽 대체자보다 더 중요한 건 줄리우를 대신할 중앙 수비수예요. 다른 포지션은 어찌 저찌 대처가 가능하지만··· 경험 많은 중앙 수비수가 없다면 이번 시즌 같은 경기력은 불가능할 겁니다. 팬들이 아무리 절 좋아하더라도 몇 경기 망치면 여론은 순식간에 망가질 텐데, 굳이 남을 필요가 없잖아요?”
석대호가 브라이튼에 왔을 때, 로이가 없다면 의미가 반감된다. 석대호가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좋은 감독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날개를 펼 수 있다.
로이는 내가 아는 젊은 감독 중 가장 뛰어난 전술적 역량을 가지고 있고, 브라이튼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었다.
“그렇게까지 팀을 옮기고 싶은 건 아닌 거죠?”
이번 이적시장 동안 나는 로이의 에이전트였다.
그렇기에 여러 국가대표팀과 빅클럽에서 좋은 제안이 많이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알 만한 팀들의 감독직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로이는 브라이튼의 대처를 기다리겠다며 제안들을 물린 채 느긋하게 있는 중이다.
“예. 저한테 첫 감독 자리를 준 팀이니까요. 제 철학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과 스탭들이 있기도 하고··· 정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죠. 우승은 어렵더라도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는 해 보고 싶긴 해요.”
로이도 남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나는 말없이 생각을 정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 봤고, 계획으로 정립하자마자 로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레알 마드리드급 팀에서 후보나 로테이션으로 뛰는 선수라도 상관없나요? 예를 들면 나초 페르난데즈 같은···.”
“···뭐요?”
로이는 정말로 놀란 것 같았다. 다급히 물어온다.
“진행하고 있는 게 있는 겁니까? 나초가 여기 온답니까? 월드클래스 수비수는 바라지도 않아요. 나초 정도면 감사하죠. 그 정도면 남을 수 있어요.”
“그래요?”
그렇다면, 딜을 한 번 해봐야겠다. 이용할 수 있는 요소가 아직 있었다.
“질문 하나 더, 로이. 석대호 정도 되는 공격수를 데려오면 둘을 주전경쟁 시킬 건가요. 공존시킬 건가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음···.”
로이가 턱을 짚었다. 머릿속은 팽팽 돌아가고 있겠지.
로이의 결론은 명쾌했다.
“아뇨. 그러면 새 전술을 짤 겁니다. 세바 만큼 할 수 있는 선수를 놀리는 건 낭비니까요. 기존 공격수들이 로테이션으로 내려가겠죠.”
내가 원하는 대답이었다. 나는 씩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공격수는 90% 확률로 데려올 수 있을 것 같고, 수비수는 장담 못해요. 그렇지만 열심히 해 볼게요.”
“···대체 뭘 하려고···.”
로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비밀이에요. 어떻게 풀릴지 저도 몰라서요. 대호를 위해서도, 로이를 위해서도 할 만큼은 해 볼게요. 참고로 단장님한테 위임장 받으면 수수료도 챙길 수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면야.”
지금은 5월 중순, 로이의 계약은 6월 중순이면 만료된다.
한 달이 남았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겠다.
내게는 헬퍼라는 무기가 있지만, 이번 이적시장만큼은 발표 전까지 계속 써먹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도 가지고 있다.
바로 이적 시장의 흐름을 물밑에서 뒤흔들고 있는 네이마르의 이적과 네이마르의 이적으로 PSG를 속이려 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해리 케인 영입 시도.
수천억 원을 넘는 큰 영입을 한 팀은 반드시 선수를 팔아야 한다.
최근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떨어져 매출이 떨어져 버린 레알 마드리드라면 더더욱.
챔피언스리그 결승 외의 모든 경기가 끝났다.
시즌이 전부 마무리되며 T에이전시의 선수들은 모두 휴가를 떠났다. 휴가 때면 집에만 머물러 있던 크리스는 릴리와 함께 스페인의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났고, 다른 선수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에게 이 시기는 본격적인 시즌의 시작, 아니 더 나아가서 에이전트들의 박싱 데이라고 할 수 있었다.
1분, 1초 늦는 것만으로도 이적이 끝장날 수 있는 게 이 업계니까.
그렇기에 나는 로이와 헤어지자마자 단장에게 가 ‘브라이튼의 에이전트’자격을 입증하는 위임장을 받았고, 곧장 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태라고 했나요? 파르넬라와 함께 있던··· 저한테는 무슨 용무로?
“이적 관련해서 문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전화 너머의 남자는 레알 마드리드의 실질적인 이적 총책임자, 이반 로마니였다.
-···.
이반은 놀란 것인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은데요. 전화 제대로 건 거 맞나요?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이적에 관여하는 사람이 아닌데요?
사정을 모르고 듣는다면 깜빡 속을 정도로 태연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런 거 받아줄 시간은 없었다. 다른 구단들이 레알 마드리드가 선수를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할 때면 늦을 수도 있으니까.
“이반, 난 바보가 아닙니다. 당신이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이적시장 총책임자라는 걸 모를 것 같았습니까?”
휴대폰 너머로 헉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지금 EPL 상위권 한 팀의 대리인입니다. 관심 있는 선수가 있는데 꼭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페레즈 회장이나 다른 단장을 만나느라 시간 끌고 싶지 않거든요.”
이반 로마니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뭐라고 대답할까. 나는 조금 긴장한 채로 이반 로마니의 말을 기다렸다.
한참 후에야 이반은 자신이 레알 마드리드의 실세라는 걸 인정하는 말을 했다.
-···대단하네요. 우리랑 거래한 적 없는 신참 에이전트에게 들킨 건 처음입니다.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브라이튼이겠군요. 세바스티앙과 줄리우를 판 것만으로도 자금은 충분할 테고··· 재정상태도 나쁘지 않으니··· 좋습니다. 만나보겠습니다.
듣자마자 내가 대리인을 맡은 팀을 알아내는 능력은 이 남자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했다.
나 또한 그처럼 놀란 기색이 없도록 태연하게 답했다.
“역시 아시는군요. 그럼 언제가 좋을까요?”
*
[이반 로마니]-해리 케인을 유벤투스에 빼앗겨 잔뜩 화가 나 있다.
뭐냐, 이 정보는.
브라이튼에게는 100m 유로에 달하는 자금에 더해 이번 시장의 이적자금도 있었다.
그렇기에 레알 마드리드로 해리 케인이 가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기회가 줄어들 전 월드클래스 중앙공격수 ‘카림 벤제마’와 본래 로테이션이라 출장 기회가 적은 유스 출신 중앙 수비수인 ‘나초 페르난데즈’를 묶어서 제안할 틈이 생긴다.
그 틈을 시장 가격보다 큰 이적료를 제안해 낚아오는 게 내 계획의 골자였다.
하지만 방금 얻은 정보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레알 마드리드가 해리 케인을 못 산다면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리니.
허탕이다.
분노를 감춘 채 태연하게 웃고 있는 이반 로마니를 보며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PSG의 구단주에게 정보를 전해주는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해리 케인이 틀어지자마자 네이마르를 정말로 영입했었겠지.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탈락했고, 다음 주 열릴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바르셀로나 vs 유벤투스였다.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최악의 라이벌이었기에 만약 바르셀로나가 우승하고, 선수 보강까지 실패한다면 두 배로 열 받을 거다.
“미스터 태? 왜 말이 없으십니까?”
“아, 아뇨.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요.”
“그렇습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 볼일 없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떠나버릴까.
“나초 페르난데즈 말입니다···.”
못 먹는 감이겠지만 찔러나 보자.
이번 시즌에도 20경기 조금 더 뛴 로테이션 급 선수니까, 혹시 모른다.
“브라이튼에서 관심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내 제안을 고민하던 이반의 이마에는 잠깐 주름이 생겼다.
“죄송합니다. 나초는 다음 시즌에도 우리 팀의 소중한 자원이 될 거라서요.”
역시나다.
나는 이반과 헤어지자마자 호텔 방에 틀어박혀 노트북을 켜고 골머리를 앓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또 한 번 월드클래스 중에서도 탑클래스를 노리겠지만··· 일반적인 이적 작업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제는 의미가 없었다.
지금 이용할 정보는 이탈리아의 최강자 유벤투스의 것.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도 자주 출몰하는 강팀이었기에 선수진 만큼은 레알마드리드에게 그렇게 꿇리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유벤투스의 잉여 자원들이 누가 될지 예상하는 일이었다.
먼저 유벤투스의 현 사령탑은 전 첼시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콩테.
그는 4-2-4 전술과 3-4-3 전술을 즐겨 쓴다.
4-2-4 전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마 공격진은 4명으로 구성될 것이다.
일단 해리 케인은 고정이고··· 특유의 부지런한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마리오 만주키치, 섀도우 스트라이커이자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파울로 디발라, 이번 시즌 리그 15경기를 출장한 2001년생 천재 모이스 킨, 레알 마드리드와 나폴리를 거쳐 유벤투스까지 와서도 득점력을 잃지 않고 있는 포쳐 곤잘로 이과인까지.
“괴물들 투성이네···.”
이 중 어떤 선수가 잉여가 될까. 과할 정도로 머리를 굴려 한 선수를 짚어내고는 이어서 중앙 수비수 중 영입을 시도할만한 선수를 찾아보았다.
유벤투스와 이탈리아의 캡틴 조르조 키엘리니, 나이가 들수록 원숙한 기량을 보여주는 안드레아 바르잘리, 2014 독일 월드컵 우승의 주역 중 하나이면서 분데스리가 최고 중앙수비수였던 베네딕트 회베데스,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주축 수비수 다니엘레 루가니, 유망주를 넘어 리그 탑 급 중앙수비수가 된 마티아 칼다라까지.
여기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보다 로이가 원하는 중앙수비수 풀이 더 좋았다.
나는 헬퍼를 수없이 보며 읽어냈던 감독들의 선수관리, 시즌구상들을 떠올리며 다음 시즌 유벤투스가 어떤 구상으로 나올지 떠올려 보며 선수들의 영상도 찾아봤다.
밤을 꼴딱 새우고 아침이 지나 점심때가 되어서야 어렵사리 잉여선수 둘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나이는 줄리우와 비슷하지만, 분명 최소 6성일 두 선수 말이다.
해리 케인의 이적이 소수에게만 알려진 이상, 분명 먼저 제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전화를 걸었다.
두 번째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군. 미스터 태였나?
이번에는 내 선수들이 아닌 다른 에이전시에 소속된 선수들을 중개해줘야 할 때였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폴커 스투르스’.
EW에이전시 시절, 스벤과 멘데스가 연결해 준 인맥이자 독일 최고의 에이전시, 마르코 로이스와 토니 크로스가 소속된 스포츠 토탈의 수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