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9
189
37. 프로선수는 이적을 피할 수 없다 (7) – 내용추가
“유벤투스가 회베데스를 반드시 이적시킬 거다?”
폴커 스투르스의 커다란 입에 의혹이 서린다.
“예. 유벤투스가 정말 비싼 선수를 데려올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미스터 태 당신··· 아니 브라이튼이 회베데스를 원한다 이거지?”
“예. 로이가 정말 잘 써줄 겁니다. 제발 그만 뛰게 해 달라고 할 정도로.”
내 농담에 폴커 스투르스가 큼지막한 미소를 지었다.
분데스리가의 강팀, 살케04의 살아있는 전설 베네딕트 회베데스.
2014년 월드컵 우승 당시 전 경기에 출장했고, 키가 크고 발도 빠르고 수비라인의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수비수다.
빅클럽 이적설을 다 거절한 원클럽맨이었으나 새 감독과의 심각한 불화로 유벤투스로 임대됐고, 유벤투스에서 완전이적을 원해 지금은 유벤투스에서 뛰고 있었다.
줄리우와는 동갑으로 충분한 대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유벤투스에서도 리그에서만 20경기를 넘게 뛰었으니 실전감각도 풍부하다.
분명 좋은 선수지만, 이번 시즌 주전급으로 올라선 마티아 칼다라와 루가니가 문제다. 더 젊고 더 잘하는 선수를 안 쓸 감독은 없다. 그리고 회베데스보다 나이가 많은 키엘리니는 팀의 주장이면서 실력 또한 여전해 회베데스가 들어갈 구멍은 더 작아질 것이다.
39세가 된 바르잘리와 후보?로테이션 경쟁을 해야 하는 게 회베데스의 다음 시즌 전망이다.
해리 케인의 영입으로 선수를 몇 팔아야 하는 유벤투스는 회베데스를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자원으로 볼 것이다.
나는 폴커 스투르스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살케로 돌아가지 못할 건 압니다. 아직 그 감독이 건재하니까요.”
“흐음···.”
“섭섭하지 않게 대접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폴커 스투르스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하하! 정말 재밌게 컸구만! 스벤이랑 같이 왔을 때만 해도 풋내 나는 꼬맹이 느낌이었는데.”
긍정적인 반응에 내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생겨났다.
“좋아, 자네 말이 100%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장이랑 직접 담판을 짓겠지? 내가 손해 볼 건 없는 거고?”
“당연하죠.”
“좋아. 베네딕트에게 잘 얘기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대화는 잘 마무리 됐고, 나는 바로 다음 선수의 에이전트와의 만남을 가져야 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내일 저녁 어떻겠습니까?
의심이 조금 많은 편이라 약속을 잡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 통화 중인 상대방은 한 선수의 친형이자 에이전트였다.
남미 선수들 같은 경우는 가족이 에이전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특이한 건 아니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니콜라스 이과인.’.
유벤투스의 스트라이커 곤잘로 이과인의 형이었다.
곤잘로 이과인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중앙 공격수이자 레알 마드리드, 나폴리를 거쳐 유벤투스에서 뛰고 있는, 세리에 A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경력까지 있는 공격수였다.
87년생이라는 나이가 살짝 걸리지만, 이번 시즌 영상을 직접 체크하고 아는 에이전트들에게 확인한 결과 득점왕을 했을 당시의 기량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과인의 형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했다.
이과인의 형에게서 긍정적인 답변만 듣는다면, 바로 유벤투스의 단장을 만나러 갈 것이다.
*
유벤투스의 단장 쥐세페 마로타는 최근 한 에이전트의 연락을 받았다.
업계 소문에 예민해야 하는 직업인만큼 이름은 알고 있었다.
태현석, T에이전시라는 신규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상당한 규모의 에이전시를 차린 능력 있는 동양인.
지금 그 남자의 입에서는 조항까지 걸어 철저하게 숨겼던 비밀이 나오고 있었다.
“해리 케인 영입에 근접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이 선글라스였다면 좋았을 텐데. 마로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당황한 걸 숨기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대체 어디까지 아는 거지?’
태현석이라는 젊은 에이전트의 입에서는 또 한 가지의 비밀이 나오고 있었다.
“FFP 규정을 맞추기 위해 선수들을 팔 준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맞았다.
‘감으로 짚은 게 아니다. 해리 케인이 우리 팀에 온다는 걸 아는 게 틀림없다.’
마로타는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습니다. 미스터 태의 말대롭니다.”
어떤 선수를 팔 계획인지는 모르겠지.
태현석이 싱긋 웃는다.
“그래서 말인데··· 제안을 하러 왔습니다. 브라이튼에 회베데스와 이과인을 동시에 팔 생각 없습니까?”
“···.”
이제 표정 관리도 어려울 지경이다. 마로타는 자신의 입이 어느새 벌어져 있다는 걸 깨닫고는 뒤늦게 입을 다물었다.
구단들과 에이전트들에게 돌릴 자료를 준비하던 두 선수의 이름이 접점 한 번 없었던 에이전트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마로타의 머릿속이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겉만은 굳건해야 한다는 생각에 헛기침하며 목소리를 점검했다.
그리고 마로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구단에 스파이라도 심어놓은 겁니까?”
“아뇨. 제가 귀가 좀 밝아서요. 유벤투스에 계신 분 중 아는 분은 단 한 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레알 마드리드나 토트넘에서 들은 것도 아니고요.”
“허··· 나참···.”
축구판에서 30년을 넘게 일해왔지만, 태현석 같이 젊은 에이전트가 자기 머리 위에 있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차분하게 해야 한다. 마로타는 의문을 제기했다.
“미스터 태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브라이튼에 판매하는 것보다는 시장에 내놓고 가격경쟁을 하는 게 이득 아니겠습니까?”
굳이 브라이튼에 팔 필요가 없다는 말에도 태현석은 기다린 질문인 것처럼 여전히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섭섭하지 않게 쳐 드리겠습니다. 수준급의 선수들이라 분명 어느 정도 값을 올려 받을 수 있긴 하겠지만···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니 혹시라도 이적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골치 아프지 않습니까? 브라이튼과 협상하면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음···.”
“손해도 아니잖습니까. 다른 구단들과는 해리 케인의 이적이 확정된 후에야 접촉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브라이튼과는 사전 접촉이 가능한 겁니다. 만약 틀어진다면 원래 계획대로 움직이시면 되는 겁니다.”
솔깃했다. 당연히 손을 잡아야 하는 거래였다.
“어떻습니까? 브라이튼의 보드진들과 대화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브라이튼이 최근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와 줄리우를 팔아 보유자금이 꽤 많다는 것도 아실 텐데요.”
그저 끌려가는 기분이 마음에 안 들 뿐.
유벤투스라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의 단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늘 거래를 주도하는 쪽이었지 이렇게 끌려가는 쪽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정에 휩쓸려 일을 그르치는 건, 빅클럽의 단장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마로타는 승낙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고 있는 태현석.
마로타는 그 표정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나는 마로타 단장과의 만남 직후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독일-이탈리아-잉글랜드 삼국을 일주일도 안 돼서 돌았다. 여행 피로 때문인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생각에 엔돌핀이 돌아 경쾌한 기분이 더 컸다.
로이의 놀란 표정을 볼 생각에 더.
“베네딕트 회베데스에 곤잘로 이과인까지 얹어준다면, 남을 수 있죠?”
“···그 둘이 여기서 왜 나옵니까?”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로이는 찡그린 얼굴로 답했다.
나는 말없이 로이를 계속 바라봤다.
내 표정이 계속 진지하자, 로이는 내 말이 진짜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진짜 옵니까?”
“보드진한테 연결은 해 줬어요. 내가 둘 에이전트도 아닌데 남은 건 보드진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뭐.”
로이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로이가 놀라는 모습을 보니 브라이튼의 보드진의 핵심, 단장과의 만남이 떠올랐다.
세바스티앙과 줄리우라는 출혈이 있었지만, 석대호, 이과인, 회베데스라는 훌륭한 선수들을 수급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브라이튼의 단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을 때, 그는 지금의 로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어줘 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자신과 계약한 선수가 아니라면 에이전트의 일은 양 측을 연결해주는 ‘중개’에서 끝난다.
직접 계약을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나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제안뿐이었다.
원래는 아무 말도 할 생각이 없었지만, 단장의 얼빠진 얼굴을 보니 문득 걱정이 치솟아 올랐다.
혹여나 단장이 욕심을 부려 고생해서 만든 기회를 날려 버릴까 하는 걱정 말이다.
나는 제안 하나를 했다.
구단 주급 체계를 깨서라도 이과인과 회베데스의 주급을 맞춰줘라.
세계 최고 급 팀에서 상위권이라지만 소규모 구단인 브라이튼에 오는 일이니,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기미가 보이면 데려오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한참 뒤에나 정신을 차린 단장은 내가 만들어준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내 말대로 돈을 절대 아끼지 않겠다고, 자금은 충분하니 이과인과 회베데스를 무슨 수를 써서든 잡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를 추종하듯이 바라보며 이 정도 선수를 한 명만 더 연결해 줄 수 없겠냐고 수수료는 얼마든지 주겠다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었다.
그 정도였으니까··· 계약은 잘 마무리 하겠지. 설마 날려 먹지는 않겠지.
회상을 끝낸 나는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로이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전술 변경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로이는 그런 거 좋아하잖아요?”
로이가 천천히 입을 다물며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다음 시즌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모양이다.
*
그리고 삼 주가량이 흘러 6월 중순이 됐다.
프리 시즌 개막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월요일, 구단 공식 SNS 계정에는 네 개의 글이 동시에 올라왔다.
글마다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Seagull> 만우절이야?
Bastian> OMG… 이게 뭐야. 진짜 우리 보드진이 이런 애들을 데려왔다고?
AAbro> 방금 기사 떴는데 이것도 태현석이 작업해 줬답니다. 단장이 수수료에 얹어 차라도 사 줘야겠다고 인터뷰했어요.
┖Seba7> 저번에 태현석 욕했던 거 취소하겠습니다 ToT
AAbro> 그리고 보드진도 통 크게 썼답니다. 두 선수 모두에게 유벤투스에서 받던 주급을 그대로 보장해주는 식으로요.
┖Seagull> 우리 구단이 그렇게 돈이 많았나?
┖┖AAbro> 돈이야 많죠. 우리 팀이 재정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세바스티앙과 줄리우를 판 돈이 그대로 있어요. 거기에 이번 시즌 이적 자금도 있고요. 그리고 저 정도 선수들한테 이 정도 돈을 안 주면… 우리팀에 올 리가 없죠.
┖┖┖Seagull> 맞는 말이네. 먹튀만 안 되길 기도해야겠다.
┖┖┖┖AAbro> 저도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Zayne> 좋아, 진짜 좋아. 선수 둘 영입에 로이 재계약이라니! 우리 보드진이 드디어 일한다!
EYL> 정말 너무너무 좋은 소식이다. 로이가 원하는 선수들 더 영입해 주면 좋을 것 같아.
shaun> 황홀하군.
Seagull>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브래디(로이 브래들리의 별명)!
Phil> 얘는 누구임?
AAbro> 마케팅용인가? 한국 국가대표라던데 Asean Air 재계약용일 것 같아 보인다.
┖captainS> 오, 맞는 것 같다.
wings> T 에이전시 소속이던데 이번 이적 태현석이 다 관여해서 보너스로 영입해준 거 같음.
┖chew> 헛소문 퍼뜨리지 마세요.
┖Kay> 나는 공감함. 너무 태현석 독점인 것 같기도 함. 태현석 좋긴 한데 나중에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
┖┖centralpark> 그동안 실패한 선수가 없는데… 좀 지켜봐도 괜찮지 않을까. 2부 리그에서 거의 득점왕에 가까운 기록도 냈고, 이적료도 비싼 편이 아니던데.
┖┖┖inbra> 1,000만 유로가 싸다고? 부자야?
회베데스, 이과인, 로이의 계약 소식에 브라이튼의 팬들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지만, 석대호에게는 아니었다.
석대호는 잉글랜드 2부도 아닌 독일 2부 리거.
자국 리그 말고는 별 관심이 없는 평범한 축구팬들이라면 석대호를 모를 만도 했다.
거기에 브라이튼의 이적마다 끼어 있는 내가 데리고 있는 선수라서 브라이튼의 팬들을 한층 더 불안하게 만든 것 같았다.
“대호 논란이 좀 있네···.”
한여름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더 읽어봤다. 오랜만에 돌아온 사무실이라 오늘은 쉬엄쉬엄 하려고 했는데 벌써 머리가 아파진다.
대호 오피셜 글 아래에는 끊임없이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
“응?”
나는 곧장 휴대폰에 소중히 보관해 놓은 사진 몇 장을 찾았다.
그리고 적당한 길이의 코멘트를 적어 글을 올렸다. 석대호의 기사와 같은 태그를 걸어놓으니 순식간에 좋아요가 찍힌다.
“뭐 올린 거야?”
한여름은 내가 올린 글과 사진을 쭉 보더니 피식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는 안심했는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나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려 오타가 있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저는 구단에게 꼭 맞는 선수를 추천합니다.
그게 선수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죠.
에이전트가 서포터들과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의 성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봤습니다.
대호를 믿어주세요. 그때처럼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년 줄리우를 영입했을 때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 캡쳐본)
(줄리우의 대활약 후 올드 트래포트에서 브라이튼의 팬들이 전광판에 비친 태현석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