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90
190
38. 2019-20 프리 시즌 (1)
“이 브랜드랑은 1년 더 연장하고 싶고··· 휴대폰이나 노트북 쪽이 비싸네요?”
“그렇지.”
“이 광고들, 다 할게요.”
“알았어. 구단이랑 조율해서 일정 맞춰 볼게. 재계약도 이 서류대로 진행하면 되지?”
“네.”
반바지만 입은 크리스 뒤로 하얀 모래와 함께 포말이 이는 바다가 보였다.
“경치 좋네.”
“그렇죠? 꽤 비싸긴 했는데··· 엄마나 에린, 그리고 릴리한테까지 돈을 아끼고 싶지는 않아서요.”
“잘했어.”
이곳은 스페인의 한 휴양 섬.
세바스티앙에게 소개받은 곳으로 크리스가 가족과 릴리와 휴가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작은 해변이었다.
“좀 쉬다 가시지.”
“일정이 바빠서 무리야. 모레 미국으로 와야 하는 건 알지?”
“네.”
“좋아, 그럼 슬슬 가볼게. 그런데 에···.”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틀자마자 크리스와 똑같은 푸른 눈동자 두 개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섭섭함이 가득 담긴 눈빛이다.
그녀의 두 손에는 상그리아가 한 잔씩 들려 있었다.
“지금 간다고요? 벌써? 대체 왜?”
에린은 상그리아가 흘러넘쳐 손가락을 적시고 있는 것도 모르는 듯 나를 계속 추궁했다.
“조금 더 있어도 되잖아요.”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에린에게 할 말이 있었다.
일단 거기에 앞서··· 크리스를 턱으로 가리키며 진지한 투로 말했다.
“쟤 재계약 하러 가야 돼서 시간이 없··· 농담이야.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줘. 크리스 타겠다.”
크리스에게 향하던 분노의 시선이 내게 돌아왔다.
불만이 가득한게 귀엽다.
“그럼 왜요? 베니시오는 2년 재계약 끝났고, 조던은 다음 시즌에 에버튼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 재계약 보류했고, 레온은 내년에 하고 싶다고 해서 보류했잖아요.”
응?
“어···.”
“그리고 미스터 석 이적한다고 홀슈타인킬 들락날락하면서 미스터 신 4년 재계약도 끝냈고. 선수들한테 들어온 광고는 전달도 끝났고, 원하는 거 골라서 일정도 다 짰고.”
귀신인가. 이걸 어떻게 다 알고 있지. 요즘 직장일 때문에 바빴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약쟁··· 아니, 니콜라스 마카키스는 성만한테 맡겼고, 리찌 감독님은 다음 달에 재계약 협상 들어가자고 했잖아요. 지금 바쁘다고. 그러니까 바쁜 일은 하나도 없잖아요. 쟤 계약은 며칠 이따 하면 안 돼요? 리버풀이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말문이 잠시 막혀 뒤늦게야 입을 열 수 있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다 알아?”
에린은 말없이 먼 쪽 선배드에 누워 릴리와 재잘거리는 이자벨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내게 고개를 돌린다.
“이해했죠?”
이해했다.
우리 에이전시의 일은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자벨의 손을 꼭 거친다.
방금 에린이 언급한 일들 또한 당연히 이자벨의 손을 거쳤다.
이자벨은 바쁜 이적시장 중에 괜히 이렇게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방금까지 에린이 말했던 일들이 근 몇 주 간 몰아쳐서 왔기 때문에 지병이 있는 이자벨마저 꽤 무리해야 했고, 쉬지 않겠다는 걸 억지로 쉬라고 하며 휴가를 주고 크리스의 손에 들려 보낸 거였다.
몸이 약한 것 이상으로 머리도 좋고 일 처리도 빠른 분이라 앞으로도 우리 에이전시에 없어서는 안 될 능력자가 바로 이자벨 앨런이었다.
아무튼, 에린은 내 일정을 이자벨을 통해 수시로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전부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서운 모녀다.
나는 에린과 이자벨을 한 번씩 본 후 에린에게 그녀가 모르는 일정을 얘기했다.
“사실 말이야··· 크리스 재계약이 끝나는 대로 미국으로 가 봐야 해서···.”
“미국이요? 왜요?”
“내가 개인적으로 후원한 경기가 열려. 꼭 참석해달라고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더라.”
“아··· 나흘 뒤에 크리스가 출전하는 경기요?”
“응.”
정말로 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에린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얼굴도 울상이다.
나는 웃음이 지어지려는 걸 참으며 천천히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이게 내가 딱히 해야 할 일은 없고··· 그냥 경기 참관해 주고,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됐나 호나우지뉴에게 듣는 것만 하면 되거든? 그러니까 엄청 한가할 것 같아.”
“···?”
에린의 얼굴에 물음표가 띄워진 것 같았다.
이쯤이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겠지?
“그래서 말인데··· 같이 갈래? 한 이틀 정도 데이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 리버풀이랑 계약 빨리 끝나면 하루 더 벌 수도···.”
“갈래요! 무조건 갈래요!”
에린은 크리스의 휴가에 맞춰 거의 열흘가량의 휴가를 받았고, 지금은 휴가 초반이다.
에린은 좋아서 방방 뛰기 시작했고, 에린을 데려가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해 뒀던 크리스와 이자벨, 릴리가 에린을 보며 웃는 게 보였다.
에린은 크리스의 계약을 대충대충 빨리 처리해버리라고, 지금 돈 많이 벌지 않냐고 하며 날 재촉했다.
리버풀과의 계약은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최종 사인은 크리스가 미국에서 구단과 합류했을 때 하기로 했다.
에린 말대로 정말 대충 한 건 아니고, 사전 협의가 꽤 진척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바이아웃 3억 파운드에 기본 주급 15만 파운드. 기본 주급도 상당히 인상됐고, 초상권 퍼센티지를 우리 쪽으로 10% 더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추가로 들어오는 수당까지 합치면 그동안보다 두 배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자선 경기가 열리는 이유는 ICC(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때문이었다.
ICC는 중국, 미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프리 시즌의 챔피언스리그라고 할 수 있는 대회였다.
올해는 미국에서 전 경기가 열린다고 해 자선 경기 또한 미국에서 주최하기로 했다고 했다.
자선 경기와 ICC가 무슨 상관이냐? 할 수 있지만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ICC에 출전하는 팀들은 전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팀들이고, 그 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하나같이 실력 좋고 유명하고 스타성까지 갖춘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을 섭외해서 자선경기를 진행해야 더 이목을 끌 수 있다고 호나우지뉴가 말했다. 이목을 끌어야 하는 이유는··· 프리 시즌 직전에 열리는 이벤트성 매치라는 특수성으로 방송사와 계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사와의 협약에 따라 시청률이 높아질수록 기부액이 커진다고 했다.
빈민촌의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경기가 미국의 큰 도시에서 열린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선수들의 일정을 맞추고 광고 효과를 누리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었다.
호나우지뉴는 공동 개최자인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팀원들을 구해오는 데 앞장섰다.
컨셉은 데이비드 베컴 팀 vs 호나우지뉴 팀.
호나우지뉴가 라리가에서 뛰는 현역 선수들을 주로 데려왔고, 데이비드 베컴은 EPL에서 뛰는 현역 선수들을 주로 데려왔다.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은 인기 많은 선수를 위주로.
두 주최자는 각 팀의 주장으로 경기를 뛰게 된다고 했다.
훈련장에 도착해서 여러 선수가 섞여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사이좋게 있는 모습이나, EPL의 라이벌 맨유의 에이스인 폴 포그바와 리버풀의 신성 크리스가 잡담하는 모습은 몹시 신선했다.
좀 애매한 선수들이 섞여 있긴 했지만, EPL올스타 vs 라리가올스타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라인업이었다.
나중에 이런 무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호날두와 메시는 아쉽게도 둘 다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들었지만, 만약 그 둘이, 이벤트성 경기라도 한 팀에서 뛴다면 분명 대박이 터질 텐데.
“왔어요? 오늘도 애인이랑 함께네.”
어느새 유니폼을 차려입은 호나우지뉴가 다가와 있었다.
데이비드의 일로 호나우지뉴의 자선경기를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는 아예 처음부터 호나우지뉴와 함께하며 자선경기를 어떻게 여는 지를 배워보려고 했다.
하지만 에이전시 일로 바쁜 현실은 어쩔 수가 없었고, 호나우지뉴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밖에 못 들어줬다.
결국 자선경기를 여는 과정은 호나우지뉴에게 직접 듣는 수밖에 없었다.
100만 파운드를 기부한 후원자이고, 오늘 경기에 출전할 크리스와 줄리우의 에이전트라는 위치 덕분인지 호나우지뉴는 내게 어떤 식으로 자선경기가 열렸는지 열심히 설명해줬다.
후원금을 모으고, 구장을 대여하고,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필요하다면 구단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후원금을 제대로 써 줄 믿을만한 단체를 찾는다. 이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자선경기를 주최하기 위한 기본 틀이라고 했다.
이 내용을 자세히 풀어 설명해주며, 나중에 도움을 요청하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녹음까지 해 뒀다. 크리스가 자선 사업에 몹시 관심을 보였기에 잘 기억해 둬야 했다.
호나우지뉴는 나와 에린과 인사를 나눈 후 훈련장으로 돌아갔다.
훈련장 위에서는 호나우지뉴가 초청한 빈민촌의 아이들을 EPL, 라리가의 스타들이 개인 강습을 해 주고 있었다.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저는 아직도 많이 신기해요. 원래였다면 크리스는 저기서 가르치고 있는 선수가 아니라 배우고 있는 아이여야 할 텐데.”
사실 이제는 가난했던 크리스는 잘 기억나질 않았다.
EPL의 새로운 슈퍼스타, 웨일즈의 왕자 같은 모습이 더 익숙할 뿐이었다.
“저도 저기 있었어야 했을 텐데···.”
에린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게 착 달라붙어 왔다.
“됐어, 이제 그런 말 좀 하지 마. 아부해도 아무 것도 안 나온다?”
“그래요?”
활짝 웃는 에린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경기만 보고 한 이틀 동안은 이것저것 먹으러 다니자.”
“정말요? 막 중간에 도망가고 그러는 거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이렇게 말해도 사실 좀 불안하긴 했다. 사고가 터지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그럼 나 디즈니랜드 가보고 싶어요.”
디즈니랜드라.
“나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재밌겠네. 그러자.”
“헤헤. 그럼 오늘 경기 끝나자마자 바로 가요. 알았죠?”
“응.”
에린과 함께 2박 3일을 보냈다.
경기가 끝난 후 LA로 이동해서 뻗었고, 다음 날은 디즈니랜드에서 온종일 놀고 뻗었다.
그리고 오늘은 맛집 탐방을 다니자고 해 아침, 아점, 점심, 점저, 저녁 이렇게 다섯 끼나 먹었다. 먹으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내일 오전이면 비행기를 타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방에 들어와서도 에린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빨리 자격증 따서 T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싶어요.”
회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상의 실무경험이 필요하다. 에린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였다.
“내년이면 따니까 그때까지 눈 돌리면 안 돼요. 알았어요?”
“나한테 눈 돌릴 틈이 있어 보여?”
내 말에 에린이 배시시 웃었다.
“50점 짜리에요.”
헬퍼를 보지 않아도 여기서 할 대답 정도는 알고 있다.
부끄럽지만 안 말해주면 혼나겠지.
“너 때문에 아무도 눈에 안 들어올 것 같은데?”
“···100점.”
에린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더니 내게 천천히 다가온다. 맨발이라서 그런지 조금 두근거렸다.
“그리고··· 어제는 졸려서 나도 뻗었지만, 오늘은 아니에요.”
“···응?”
“내일 아침 비행기긴 하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요?”
“···그렇지?”
에린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얼굴에 있는 작은 솜털까지 보일 지경이었다.
슬슬 눈을 감아야겠다 싶었는데,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끊임없이 진동이 울렸다.
나는 반쯤 감았던 눈을 떴고, 에린도 움직임을 멈췄다.
진동 느낌이 헬퍼는 아니고··· 업무용 휴대폰인데.
“되는 게 없네요. 에휴.”
에린이 한숨을 푹 쉬었다.
“빨리 받아요. 급한 거 아니면 치워버리고.”
“미안.”
나는 재빨리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정성만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정성만이 다급히 말했다.
-대표님, 거긴 밤일 텐데 죄송합니다. 접촉해왔던 구단들 전부 니콜라스의 과거를 듣고 계약을 꺼리고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