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92
192
38. 2019-20 프리 시즌 (3)
마가렛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단, 조건이 두 개 있어요.”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마가렛이 검지를 펴며 또박또박 말했다.
“하나는 위험 대비 조항. 약물 재복용 시 방출 또는 손해배상 조항이 필요해요.”
“예, 약물 외의 다른 조항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수용하겠습니다. 이건 원래부터 저희가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요.”
“좋아요.”
마가렛이 빙긋 웃고는 검지에 이어 중지를 폈다.
“두 번째는 우리 팀이 아닌 타 팀에서 임대 생활을 하는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 이해했다는 표시를 했고, 마가렛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태의 얘기를 들어보니 골수 서포터들은 니콜라스를 기억하고 있을 것 같고, 니콜라스의 잠재력은 당장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네, 맞아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한데 굳이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알맞은 타이밍에 팀에 돌아오게 하는 식으로 데려오고 싶어요. 임대 팀에서 사고 안 치는 모습이 누적되면 서포터들이 받아들이기도 더 쉬울 거고요.”
“장기적으로 보고 있군요.”
“네. 급료는 2~3부 리그 급 정도면 되잖아요?”
“정확해요.”
“그 정도 투자로 월드클래스 선수를 선점해 둘 수 있다는 건 놓치기 힘든 기회죠. 빅클럽들이 몇백억씩 쓰는 일을 벨리노 일주일 치 주급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건데요. 약에 다시 손댄다면 미스터 태가 다른 방식으로 보장해 줄 거고··· 그렇죠?”
은근히 말해오는 마가렛에게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만약, 정말 만약 약을 극복한 상태로 크리스 만큼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니콜라스는 크리스와는 다른 종류의 스포츠 스타가 될 거예요. 늘 의심을 받고 논란을 끌고 다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인 희망이 되겠죠.그에 따라오는 찬사와 마케팅 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될 거예요.”
만약이라.
“백 퍼센트 믿는 건 아니었군요.”
“당연하죠.”
나와 마가렛은 눈을 맞춘 채로 말없이 웃었다.
다행이었다.
왜냐면 나도 마가렛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니콜라스에 대해 알리느라 지금까지 말하지 못한 내 조건을 얘기하기 위해 서류를 꺼냈다.
니콜라스가 임대 갈 만한 팀을 축약한 보고서였다. 어젯밤까지 열심히 준비했는데 허사가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마가렛은 내 서류를 흘긋 보고는 씩 웃었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예, 마가렛은 역시 훌륭한 동업자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어요.”
“어머, 과찬이에요.”
내가 보고서를 내밀자 마가렛은 바로 받아서 들어 한 장씩 넘겨보았다.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데 마가렛이 물어온다.
“이 구단 중에 정해놓은 구단은 있어요? 다 팩트만 적어놔서 미스터 태의 의견이 안 보이는데.”
“알아봐야죠. 2부 리그 구단들이 절 이용하려는 모양새를 보여서 급히 온 거거든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마가렛은 보고서를 탁 내려놓았다. 보고서는 중간 정도까지 넘겨진 상태로 한 팀의 이름과 엠블럼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제안해도 될까요?”
“볼턴이요?”
“네.”
한국의 블루 드래곤, 진청용의 소속팀으로 유명했던 클럽.
최초의 잉글랜드 리그 클럽 중 하나로 전통만큼은 확실하나 요즘은 2부 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으로 아슬아슬하게 강등되지 않은 하위팀이다.
“그쪽 구단주랑 친분이 좀 있는데, 이번 시즌에 이적 자금이 없다고 빌려줄 선수 없냐고 부탁받았었거든요. 어떻게 생각해요? 선수 하나 빌려주고 생색 좀 내도 되겠어요?”
2부 리그 하위팀이라. 별 네 개의 니콜라스로서는 완벽한 팀이다.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내 입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나도 신중해야지.
“괜찮네요. 대신 저도 볼턴에 대해 좀 알아보고요.”
“좋아요.”
볼턴에 대해 알아보는 것에 앞서 나는 뉴캐슬의 감독 리찌를 먼저 찾았다.
“니콜라스를 영입한다고요?”
“리찌가 괜찮다고만 한다면 바로 영입하겠대요. 대신 바로 쓸 수는 없을 거예요. 조건이 있거든요.”
나는 리찌에게 니콜라스가 바로 임대를 갈 것이라는 얘기를 해 줬다.
리찌는 수긍하면서도 묘하게 아쉬워했다.
“월드클래스 급 재능의 선수를 가능한 한 개화하기 전부터 키워보고 싶었는데··· 아쉬운데요.”
감독으로서의 욕심이었다. 자신의 전술을 완성해 줄 뮤즈를 직접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그런 본능.
“그래도 다행이네요. 벨리노를 이번 시즌까지만 쓸 생각이었는데.”
“벨리노를요?”
리찌는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지난 시즌 우승 후 단체촬영 사진을 바라봤다.
그곳의 중앙에는 맥주 범벅이 된 벨리노 데 루카, 현 뉴캐슬의 에이스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십 득점왕을 달성한 괴물 유망주가 있었다.
몸 관리를 안 한다. 훈련에 지각한다. 밤에 파티를 열질 않나 마약류를 했다는 의혹을 받지 않나.
벨리노는 그렇게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30경기에서 총 41골을 집어넣는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아마 부지런하게 나왔으면 50골은 넣었겠지. 볼 때마다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실력이 확실해서 좋긴 한데··· 팀 분위기를 자꾸 흐리니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요.”
나는 동의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마가렛에게 벨리노를 지금 팔고 다른 공격수를 사 달라고 부탁했었거든요.”
“그런데 왜 일 년이에요?”
리찌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가렛이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될 수 있으면 한 시즌 더 써줄 수 없냐고 부탁해서요. 다음 시즌에는 꼭 팔아 주겠지만, 지금은 벨리노의 이름을 팔아 괜찮은 선수들을 데려와야 할 시기라고 그러더라고요.”
마가렛이 예전에 말했던 계획이었다. 벨리노라는 이탈리아 최고의 유망주를 이용해 승격하고, 그의 이름을 이용해 괜찮은 네임밸류의 선수들을 영입할 거라고 했던 그것.
“괜찮겠어요?”
그래도 선수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은 리찌이니.
리찌는 미간에 주름을 살짝 만든 채로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대신 나머지 포지션에서 1억 파운드를 투자해 준다고 원하는 선수를 말해보라고 하더군요. 스트라이커도 로테이션급으로는 하나 데려와 준다고 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원하는 선수를 사주지 않는 구단주도 흔한데 마가렛이면 천사나 다름없었다.
벨리노를 팔지 않는 이유도 명확하니, 더 할 말이 없을 테고.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도 아니었으니까.
“지금 보면 제 운이 참··· 애매한 것 같아요. 좋을 거면 확 좋을 것이지, 대부분 좋은 선수들과 스탭을 만나는데 뭔가 하나씩 핀트가 어긋나 있네요. 밀월에서는 구단주가 문제였고, 여기서는 선수가 문제잖아요. 하하.”
우리는 실없는 얘기를 몇 분을 더 떠들었다.
그리고 슬슬 일어나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리찌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태, 벨리노의 빈자리를 니콜라스가 메꿀 수 있을까요?”
내 눈이라고 믿는다고는 했지만, 내심 불안한 감도 있는 모양이었다. 더 흔들리지 않도록, 나는 또렷한 목소리로 리찌에게 장담했다.
“당연하죠. 저도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이 안 되는 선수라고요. 리찌의 전술이 필요 없는 감독 위의 선수가 될지도 몰라요.”
내 말에 리찌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건 안 되는 데요? 일자리 잃으면 어떡해요?”
리찌와의 만남은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
소식을 전하자마자 던컨은 큰 소리를 내며 니콜라스의 등을 퍽퍽 소리 나게 두들겼다.
“정말입니까? 닉! 진짜 잘 됐다! 수고했어!”
하지만 니콜라스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뉴캐슬이 저를 받아준다고 했다고요? 정말로?”
“응, 구단주랑 감독이랑 얘기 다 끝났어. 리찌랑도 한 번 만난 적 있잖아.”
니콜라스는 말이 없었다. 복잡한 마음인 것 같았다. 무단이탈 후 약물 중독이라는 문제를 일으켰던 구단으로 돌아가게 되다니.
“대신 소속은 뉴캐슬이지만 다른 팀에서 뛰게 될 거야.”
“임대인가요?”
“응. 볼턴 원더러스 알지?”
니콜라스가 고개를 살짝 앞으로 기울여 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아직 1부 리그에서 뛰기에는 실력도 부족하고, 논란이 많이 될 거야. 볼턴에서 한 시즌 정도 보내면 이미지나 실력도 많이 차오를 테니까, 지난 3개월처럼 열심히 해 보자고.”
니콜라스는 여전히 시무룩했다.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제가 정말 그 팀으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요?”
끊임없이 흔들리는 눈동자. 뉴캐슬 팬들을 대면하는 게 무서운 것 같았다. 간접적이지만, 소속만큼은 뉴캐슬이 되는 것이니.
나는 니콜라스에게 다가가 그의 높은 어깨에 손을 얹었다. 팔을 많이 들어야 하는 이상한 모양새였지만, 니콜라스는 낯선 촉감에 움찔하더니 나를 내려다봤다.
“그렇게 거부감이 든다면 다른 구단을 찾아볼게.”
“아니에요. 해 볼게요. 뉴캐슬 팬들, 특히 절 응원해주셨던 던컨 같은 팬들에게는 평생을 거쳐서 속죄해도 모자라니까요.”
“좋아.”
던컨은 언제부터인가 전화로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말하는 걸 보니 정성만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니콜라스가 던컨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말해왔다.
“던컨이 저렇게 좋아하니까··· 반드시.”
*
며칠 후 뉴캐슬의 공식 홈페이지와 지역 신문에 자그마한 소식이 올라왔다.
뉴캐슬이 니콜라스 마카키스를 영입했고, 니콜라스는 바로 볼턴으로 임대를 간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날, 뉴캐슬 어폰 타인의 여러 술집에는 뉴캐슬 서포터들 중에서도 특별한 무리들이 모였다.
그들은 뉴캐슬의 서포터들 중에서도 골수 중의 골수팬이었다.
나이가 들며 골격이 더 커지고 생김새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그들은 니콜라스 마카키스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 있었다.
“마가렛이 멍청한 판단을 했을 리가 없잖아. 분명 가능성을 봤으니까 그렇게 한 걸 거라고.”
올해로 뉴캐슬의 41년째 팬이자 새 구단주 마가렛 할로웨이의 광신도인 스콧 코너가 일장연설 중이었다.
“니콜라스는 천재였어. 자네들도 다 알잖아. 새 앨런 시어러가 나타났다고 우리가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그랬었지. 약쟁이가 돼서 우리를 떠났다는 결과만 빼놓고 말하면.”
“약에 빠지면 끝장이야. 답이 없다고. 선수생활을 하면서 사고 한 번 안 칠 거라고 어떻게 장담해?”
두 사내가 차례로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아 스콧 코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는 마가렛을 믿었다. 또 한 사람도 믿었고. 스콧 코너는 그들에게 열심히 마가렛을 변호했다.
“마가렛이 우리 팀에 뭘 해줬는지 잊었어? 세계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라는 벨리노를 데려왔고, 파비안스키까지 데려왔잖아. 알짜배기 선수들 데려오는데도 돈 한 푼 아끼지 않았고. 그런 구단주가 팀에 손해를 끼칠 영입을 무리하게 할까? 응? 이번 시즌에도 돈 많이 푼다던데.”
“그건··· 그렇지.”
마가렛은 뉴캐슬 팬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무척 좋았다. 마가렛을 향한 두둔이 먹혀들자 스콧 코너는 다른 테이블에 들리지 않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관계자한테 들었는데 니콜라스의 에이전트가 미스터 태래. 직접 선택했다고 하더라고.”
“미스터 태? T에이전시의?”
“그래.”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게 변했다.
태현석, 그의 이름으로 여러 언론에서 기사가 났었다.
그가 직접 선택한 선수들은 전부 1부 리그에서 뛰고 있었고, 팀에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들뿐이라고.
특히 태현석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은 절대로 ‘사고’를 치지 않았다.
팬들에게 축구 외의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다.
약쟁이라는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논제와 태현석, 마가렛이 그동안 쌓아올린 신뢰가 뒤섞여 펍에 모인 사내들의 얼굴들이 복잡해졌다.
이 애매함 속에서, 스콧 코너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한테 파비안스키랑 워커를 데려와 줬던 에이전트잖아. 돈 욕심도 안 부린다고 기자들 사이에서 소문도 자자하고. 니콜라스가 바로 우리 팀에서 뛰는 것도 아니고, 임대로 볼턴으로 떠난다니까 일단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
스콧의 말에 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100%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보기는 해도 되겠네.”
나머지 사람들도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날 뉴캐슬의 많은 펍에서는 이와 비슷한 많은 논쟁이 있었고, 다들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니콜라스가 어떻게 시즌을 보내는지 지켜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