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97
197
39. A매치 (3)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 오늘 정말 많이 뜁니다. 또 한 번 잉글랜드의 패스를 끊어냅니다. 중앙에 이스코가 다가오는데요. 아, 그대로 뛰나요? 바로 대니 로즈와 맞섭니다. 스텝오버 한 번, 두 번. 아아··· 빼앗기네요. 무모한 시도였습니다.] [이스코가 왜 공을 자기에게 주지 않았냐며 아쉬워하고 있어요. 로드리게스, 양손을 모아 사과하네요.] [데뷔전이라 욕심이 많은 걸까요?] [또 한 번 로드리게스입니다. 여전히 활기찹니다. 컨디션이 아주 좋은 것 같아 보여요. 스페인의 점유율은 70%. 잉글랜드는 웅크린 채 역습만 노리고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이번에는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돌파해 들어갑니다.] [사이드라인을 타고 카르바할이 올라옵니다. 패스해야죠! 그렇죠! 로드리게스가 카르바할에게 패스합니다. 깔끔한 패스였습니다. 카르바할, 침투하는 선수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크로스··· 아아, 잉글랜드의 픽포드,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공을 붙잡습니다.] [방금 로드리게스가 아주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안쪽으로 공을 몰고 들어가 카르바할이 오버래핑을 할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카르바할이 크로스하기 편하도록 자신에게 붙은 수비수들을 몰고 다시 측면으로 공을 받는 척 들어가는 페이크를 보여줬습니다.] [점점 몸이 풀리는 걸까요?] [로드리게스! 이번에는 개인기가 아닙니다. 그냥 차고 달리는데 대니 로즈가 따라오지 못합니다.] [더! 더! 들어가요! 더 들어가야죠!] [엔드라인에서 크로스!] [아아아아··· 맥과이어가 끊어내네요.] [속도에는 일가견이 있는 대니 로즈인데 로드리게스를 못 따라왔어요. 그동안 스페인에서 보기 어려웠던 직선적인 돌파가 아주 좋았습니다. 왜 이에로 감독이 세바스티앙을 선발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느린 템포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런 1:1이나 역습 상황에서는 자기 장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오늘 일 하나 터뜨리면 좋겠네요. 오래오래 보고 싶어요.] [후반전이 30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0대 0입니다. 스페인 선수들은 분발해야 합니다. 오늘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로드리게스, 이스코에게 패스를 받았습니다.] [로드리게스는 오늘 분명 괜찮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로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로드리게스, 다시 이스코에게 패스했습니다. 이스코, 뒤에서 오버래핑한 카르바할에게 열어줍니다.] [수비까지 가담한 래시포드가 카르바할을 막아서는데요. 카르바할, 보지도 않고 옆에 다가온 로드리게스에게 패스합니다.] [로드리게스, 오늘 경기에서 수차례 맞부딪혔던 로즈와 다시 한 번 1:1입니다. 돌파해야죠! 아, 타이밍이 늦은 건가요 래시포드까지 붙어 2:1이··· 어어?!] [제가 뭘 본 거죠? 환상적인 라 크로케타(팬텀드리블)였습니다! 공이 발에 붙은 것 같았어요!] [대니 로즈가 헛발질을 하고 주저앉습니다! 로드리게스 침착하게 페널티박스 안을 봅··· 크로스 올립니다!] [아센시오? 코스타? 코케? 코스타!!! 골! 골! 고오오오오오올!] [코스타의 머리에 정확히 배달된 아름다운 크로스였습니다. 스페인의 No.9 디에고 코스타, 해리 맥과이어와의 몸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픽포드가 손도 못 뻗을 완벽한 슈팅이었습니다. 코스타! 스페인 관중들에게 포효하고는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에게 헤드락을 거네요!] [로드리게스 선수의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방금 골은 로드리게스 선수도 함께 기뻐해도 돼요! 두 명의 수비수를 멋진 개인기로 따돌리고, 아름다운 궤적의 크로스를 선보였습니다!] [제가 아까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에로 감독도 보고 있을 겁니다! 로드리게스는 대표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정말 멋진 플레이었습니다!]라 크로케타로 농락당한 후 멘탈이 터진 건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왼쪽 수비수인 대니 로즈는 정신을 못 차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세바스티앙에게 드리블 돌파를 세 번 더 허용했다. 그 중 한 번의 돌파는 세바스티앙의 두 번째 어시스트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스페인의 가장 큰 신문 중 하나인 마르카에서는 이번 잉글랜드전의 MOM으로 세바스티앙을 지목했으며, 9점이라는 어마어마한 평점을 주었다.
코멘트는 다음과 같았다.
「오늘 두 개의 어시스트를 올린 El lloron(울보)은 반드시 2020유로까지 함께해야 하는 유니크한 선수다.」
몇 번을 봐도 좋다.
하지만 이런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세바스티앙의 볼은 빵빵하게 불어나 있었다.
“아니! 대체 울보가 뭐에요! 때! 처음 그 말 썼던 기자 고소해버리면 안 돼요?”
오늘은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이었고, 세바스티앙의 울보라는 별명은 국가가 울릴 때 거의 오열하다시피 한 사진&영상과 함께 언론, 매스컴, SNS를 타고 퍼지고 있었다.
세바스티앙은 만나자마자 부터 고소해달라는 얘기를 다섯 번이나 했다. 지금이 여섯 번째다.
세바스티앙은 맘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입 모양은 미간이랑 반대라 나는 그냥 웃어넘기고만 있었지만.
고소라.
고소한다고 El lloron이라는 별명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세바스티앙은 이미 스페인의 축구팬들에게 울보로 각인됐다.
세바스티앙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계에 있던 녀석이니.
그런 세바스티앙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세바스티앙이 들고 있는 휴대폰 화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연인끼리 싸우는 짤 뒤에 세바스티앙이 우는 짤 합성)
세바스티앙이 구슬프게 우는 모습을 짤로 만들어 별의별 사진들에 다 합성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합성사진들은 전부 세바스티앙에게 포착됐다.
DeRose> 진짜 슬퍼 보인다!
Giovanni Lucchesi> 진짜 솔로라던데 LOL
┖SebaOfficial> 젠장
┖┖Giovanni Lucches> 오 미안, 본인이 올 줄은…
┖┖Liviano> 우리 울보 왔어? 오늘은 얼마나 울었어?? 🙂
┖┖Filomena Li Fonti> 나랑 사귈래요? 너무 귀여워♥
SebaOfficial은 세바스티앙의 아이디다. 세바스티앙은 이런 식으로 계속 정신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아오오오! 때! 나 여자 좀 소개해 줘요. 파르넬라랑 친하지 않아요? 연예인도 좋고 일반인도 좋으니까 뭐든!”
놀릴 때는 리액션이 있어야 즐겁다.
세바스티앙은 실제로도 이렇게 반응하는 놈이었고, SNS에서도 끊임없이 댓글을 다는 녀석이었기에 팬들은 이런 놀림을 하나의 놀이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팬들이 세바스티앙을 놀리기는 했지만, 정말로 비웃는 건 아니었다.
Gabriel Daniels> 감동받았습니다 ㅠㅠ 멋져요
이런 반응이 대다수였다. 놀리는 사람들도 이런 마음을 갖고, 애정에서 하는 행동 같았다. 그리고 이 화제로 여러 국가에서 세바스티앙이라는 선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었다.
T에이전시1호기세바> 요즘 국가대표 선수들은 설렁설렁 뛴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감동받아서 눈물 찔끔했습니다.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도 왔다.
세바스티앙이 묻는다.
“때, 이거 한국어죠. 뭐라고 읽는 거예요?”
“너 우는 거 보고 같이 울었단다.”
“와··· 이거 아이디는 뭐라고 읽는 거예요?”
나는 픽 웃고 뜻을 풀어 말해주었다.
“네가 우리 에이전시 1호기래.”
내 말에 세바스티앙은 몹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좋아요 찍어야지.”
라며 하트를 한 방 찍었다.
세바스티앙의 팔로우 수는 국가대표 경기 이후로 단번에 100만이 늘어났다.
놀리는 팬들에게서는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고, 진지한 댓글도 좋았다.
단, 이럴 때도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악플러들도 있어서 이들은 에이전시 직원들끼리 번갈아가며 사전에 차단하고 있었다.
“진짜 고소할 거야?”
“음···.”
막상 내가 이렇게 물어보니 우물쭈물하는 녀석이었다.
“하려고 해도 못해.”
“왜요?”
“네가 즐거워 보이는데 어떻게 고소하냐?”
내내 불평을 터뜨리고 볼을 부풀렸다 줄였다 해도, 세바스티앙의 양쪽 입꼬리는 평소보다 올라간 채 돌아올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세바스티앙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휴대폰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조금 좋기는 한데···.”
“그런데?”
“참 복잡한 심경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건 좋은데··· 울보라는 별명 자체는 좀···.”
“아이덴티티가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 익숙해지겠지. 가라앉을 수도 있고.”
“그럴까요?”
“그래, 그럴 거야. 그러니까 이제 휴대폰은 다시 스태프들에게 맡기고, 다음 경기 준비해야지. 잉글랜드 전이 끝이 아니잖아? 오래오래 해먹어 보자고.”
내 말에 세바스티앙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A매치데이, 국가대표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며칠 휴가를 받고 느슨한 훈련을 하는 기간이다.
맨유의 감독 조세 무리뉴는 휴가 마지막 날임에도 땀에 흠뻑 젖어있는 한 선수를 발견했다. 정말 한결같은 선수다. 그렇게 생각한 무리뉴는 음료수를 가져와 그 선수에게 건넸다.
“좀 쉬다가 해.”
“아, 감독님.”
“설마 휴가 기간 내내 이러고 있었던 거야?”
“어···.”
“거짓말은 안 통해. 여기 스태프가 몇 명인 줄 알지?”
“예. 했습니다.”
무리뉴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고 데이비드를 빤히 내려다봤다.
데이비드는 무리뉴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무리뉴는 무슨 할 말이 있는 건지 데이비드의 얼굴을 바라본 채로 몇십 초나 가만히 있었다.
결국, 그는 말보다는 행동을 먼저 했다. 무릎을 살짝 굽혀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이어서 웃음기 따위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해. 늘 지켜보고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데이비드는 프리 시즌부터 늘 개인훈련을 해 왔다.
하지만 무리뉴가 이렇게 직접 말을 걸고 격려까지 해 준 건 처음이었다.
무리뉴는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 그런 감독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약간의 용기를 내게 하였다.
“혹시 제 플레이나 훈련에서 고칠 점은 없나요?”
“고칠 점?”
무리뉴는 데이비드를 가만히 보며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없어, 데이브. 네가 늘 전력을 다한다는 건 알고 있으니 지금처럼만 해.”
무리뉴는 그렇게 말하고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
데이비드는 무리뉴의 뒷모습을 보며 음료수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고칠 게 없다는 말은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계라는 말과 같다.
데이비드는 씁쓸해진 기분에 음료수를 다 넘기지 못하고 입 밖으로 뱉어냈다.
데이비드는 시즌 개막 후, 첫 경기에서 교체출전으로 30분가량 데뷔전을 가진 후, 뒤의 두 경기는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해서 U23(2군)리그에서 뛰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클럽 중 한 곳에 입단했다. 대단을 넘어 위대한 감독, 코치,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많은 걸 배우고 있었다.
분명 목표에 한 단계 다가섰을 텐데도, 데이비드는 요즘 하루하루가 답답했다.
특히 리그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괴로웠다.
그동안은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왔기에 선발 명단에 든다는 문제로 고민했던 적이 없었던 데이비드였다.
너무나도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넘어야 할 선수는 많았고, 따라오는 선수들도 무서웠다.
자신은 너무나도 어렵게 익혔던 것들을 포수멘사, 페레이라, 맥토미니 같은 젊은 선수들은 단 몇 분 만에 체득해 버리곤 했다.
다른 선수들은 그런 모습을 당연한 듯이 보고 있었다.
‘이곳의 모두는 천재들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그런 생각이 데이비드를 매일같이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데이비드는 공을 찼다. 공을 차면 그 순간만큼은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고민이 최고조에 달한 어느 날, 태현석이 찾아왔다. A매치 첫 경기까지 스페인에 있을 거라고, 데이비드의 훈련을 점검하러 왔다고 했다.
데이비드는 태현석에게 자신을 좀 더 도와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태현석은 가장 믿을 수 있는 파트너였다. 분명히 이 벽을 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뭐 할 말 있어요?’
태현석은 지금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가 괜히 미안했다.
데이비드는 먼저 다른 선수들의 안부를 묻고, 에이전시의 다음 달 일정이 어떤지를 물어봤다. 간접적으로 스케쥴을 확인한 후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다.
‘아아, 9월에 에이전시 직원들끼리 휴가를 번갈아 가기로 했거든요. 아마 제가 처음으로 갈 것 같아요. 다들 9월 말이 좋다나 뭐라나.’
태현석은 수십 명의 선수를 관리하고 있었고, 워낙 많은 사람과 일을 조율해야 했기에 잠을 설치는 건 흔했고 주말도 평일처럼 일하곤 했다.
그렇기에 데이비드는 휴가를 간다는 그의 말에 자신의 용건을 꺼낼 수가 없었다.
태현석의 도움은 분명 자신에게 플러스가 될 거다.
데이비드는 맨유에 온 이후 태현석의 조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몸소 깨닫고 있었다.
맨유의 코치진은 데이비드가 지금까지 해 온 개인훈련은 완벽하다고, 더 터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맨유의 코치들보다 태현석이 더 정확할 때도 잦았다.
아니, 그의 말은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은인이나 다름없는 태현석에게 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고작 한 달이니까, 휴가 후에 부탁하자.
데이비드는 결국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휴가 잘 다녀오십시오.’
라고.
‘아쉽지만, 혼자 해야겠지.’
태현석을 만나기 전에는 늘 그래 왔으니 별다를 것도 없었다.
이 씁쓸함도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같이 흘러나가 버릴 것이다.
하지만 계속 혼자였던 예전과는 달리,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아버린 지금은 조금 달랐다.
혼자 할 때는 작은 공허감이 찾아온다. 그 감각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아!”
숨을 크게 내뱉고, 맑은 공기를 잔뜩 빨아들였다. 억지로 채워보려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데이비드는 다시 훈련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오래 쉬었는데··· 몸을 다시 풀어야 하나 그냥 예정대로 프리킥 훈련이나 할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이었다.
“왜 그렇게 오래 앉아있어요? 그럴 시간 없을 텐데.”
여기 있을 리가 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데이비드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달 동안 에이전시 일도 널널해서, 데이비드 훈련이나 도와주려고 왔는데요.”
태현석이다. 태현석이 와 있었다.
“몸으로 하는 게 힘들어서 쉬고 있던 거면··· 데이비드가 맨유에 와서 뛴 경기들 분석해 왔는데, 이거나 같이 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