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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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오류 (2)
“재미있는 선수라···.”
무리뉴 또한 퍼거슨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필드를 내려다봤다.
“몇몇 선수가 데이비드를 왜 영입한 거냐고 은근히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프리킥을 뺀다면 모든 능력이 딱 1부 리그 하위권 급이었으니까요. 전 세계의 축구 선수 중에서는 재능 있는 선수일지 모르겠지만, 1부 최상위권 팀에는 맞지 않는 선수죠. 저런 선수는 널리고 널린 선수이니 다른 선수들이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선수를 왜 데려온 건가?”
“경기장에서 전력을 다하는 선수였으니까요. 이적료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알렉스가 박(park)이나 플레쳐, 오셔 같은 선수들을 썼던 것처럼 저도 사냥개가 필요했거든요.”
무리뉴가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고, 퍼거슨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고 그 선수들은 다시 찾아와 제 뜻을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훈련 때나 연습경기나 한결같이 헌신을 다 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을 본 거죠. 그리고 데이비드는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의 태도에 감화된 건지 경쟁심을 느낀 건지, 선수 대다수가 자발적으로 더 훈련하고, 훈련 때 열심이기도 하거든요.”
데이비드는 자신이 뒤떨어지는 와중에도 훈련을 가장 열심히 해내는 선수였다. 다른 선수들은 데이비드라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고, 지금은 데이비드를 좋게 보고 있었다.
“무슨 토템인가?”
“하하하, 토템은 움직이지 않죠. 데이비드는 움직이고.”
시답잖은 농으로 받은 무리뉴는 한창 필드 위에서 에린의 공을 받고 있는 데이비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알렉스, 저는 말입니다.”
“말하게.”
“선수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눈은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한계에 부딪힌 선수는 100% 알아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선수들은 훈련 때나, 필드 위나 반드시 태가 나거든요.”
수십 수백의 떨어져 나가는 선수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길러진 안목이었다. 세계 탑클래스 감독의 자리는 고독하다. 자신과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재능 넘쳐 보이던 선수도 벽에 부딪혀 반 시즌 만에 사라지는 게 이 세계였으니까.
무리뉴의 말에 퍼거슨은 느릿하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하네.”
“데이비드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것도 꽤 오래전에.”
무리뉴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아는 퍼거슨은 그저 흥미로운 눈으로 무리뉴와 데이비드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데이비드를 보면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어린 시절 모습이 겹쳐집니다. 한계에 부딪혔는데도 한창 성장하고 있는 선수처럼 끊임없이 훈련합니다.”
퍼거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리뉴에게서 완전히 시선을 떼고 데이비드를 지켜볼 뿐.
“프리시즌부터 계속 저러더군요. 옆에서 보기 답답해 전 구단들의 사람들에게 수소문도 해 봤습니다.”
“뭐라던가?”
“원래 그런 사람이랍니다. 아마추어 팀에서도 세미프로 팀에서도, 늦은 나이에 들어온 프로팀에서도 늘 저랬답니다. 마치 자기는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처럼 말이죠.”
무리뉴는 들고 있던 와인을 단번에 반 이상 마셨다.
“통역 시절까지 합치면 축구계에만 이십 년이 넘게 있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선수를 봐 왔지만, 저런 선수는 처음입니다.”
무리뉴는 그동안 답답했던 걸 쏟아내듯 대답 없는 퍼거슨에게 계속 말했다.
“데이비드는 여기가 끝입니다. 분명합니다. 그런데···.”
“자네의 상식을 깨고 있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예, 모르는 게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합니다. 제가 아는 한계에 부딪힌 선수들은 아무리 근성 있는 선수라 해도 부딪히고, 부딪히다 결국 포기했거든요. 그렇게 되면 축구 외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죠. 좋은 쪽이라면 가족이나 팬, 동료와의 친분 나쁜 쪽이라면 술, 마약 같은 유흥 쪽으로. 약물을 시도하다 스탭에게 들킨 선수도 있었습니다.”
데이비드는 훈련에 몰두, 아니 집착이라는 단어가 더 정확할 정도로 늘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얼마 전에 데이비드가 구석에 몰린 얼굴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퍼거슨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정말인가?”
“예, 휴가에서 막 돌아왔을 때였죠. 데이비드는 A매치데이 주간에 준 휴가도 반납한 채 훈련 중이었습니다.”
무리뉴가 돌아오자마자 본 데이비드의 등은 잔뜩 위축돼 있었다. 드디어 한계를 깨닫고 포기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 그 뒷모습이 조금 슬퍼서.
“음료수를 건네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줬습니다. 한계에 부딪힌 선수라면 꼭 겪는 단계이니까요.”
이제 한계를 받아들이고 불가능한 성장을 포기한다. 다른 선수들처럼 팀 훈련만 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긴 했지만, 그게 무리뉴의 상식에 맞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리뉴의 시선은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는 미스터 태, 태현석에게로 향했다.
“다음 날에 바로 기운을 차리더군요. 그리고 저 이상한 에이전트, 태현석까지 함께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강도는 더 강해졌고, 데이비드의 몸놀림은 더 가벼워졌습니다.”
“보기 좋은 풍경 아닌가?”
“아니, 이해가 안 가지 않습니까? 미스터 태는 차근차근 슈퍼 에이전트의 길을 밟고 있는 전도유망한 에이전트입니다. 그런 에이전트가 더 성장할 가망이 없는 선수 옆에 바짝 붙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니요.”
“찌든 어른이 다 됐구만. 조세.”
“알렉스···.”
퍼거슨의 말에 무리뉴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인상을 팍 찌푸렸다.
퍼거슨이 껄껄 웃었다.
“그래서, 자네가 그걸 그대로 보고 있을 리는 없을 것 같고. 어떻게 했나?”
“저를 아주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며칠 전에 데이비드가 씻으러 들어간 틈에 미스터 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물었죠.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 당신도 알지 않나. 지금의 데이비드는 끝에 도착했다는 걸.’ 이라고요. 미스터 태의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퍼거슨은 데이비드가 아닌 태현석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에 비하면 정말 젊은 청년이다. 우드워드에게 서른도 안 된 청년이라는 얘길 들었었는데···.
저 청년은 무리뉴에게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조세는 열심히 하면 재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부족한 선수들도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을까요?
“뭐라고 대답했나?”
“안될 것 같다고 대답했죠. 저는 데쿠, 램파드, 존 테리, 드로그바, 스네이더, 에투, 호날두, 벤제마, 베일, 모드리치 등 별의별 재능을 지닌 선수들을 지도해봤고, 몇십 배의 무너지는 선수들을 봐 왔으니까요. 데이비드 같은 그저 그런 선수가 혼자 빛날 수 있는 저런 선수들의 위치까지 올라간다는 게 도저히 상상이 안 가더군요. 그런데 미스터 태의 대답이 참 가관이었습니다.”
-저도 부정적이었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해보지도 않았는데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멍청한 일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데이비드와 협력해서 실험하는 중이에요.
“실험?”
무리뉴는 정말 어이없지 않냐는 듯 양어깨를 으쓱했고, 퍼거슨은 한껏 미소를 지은 채 태현석을 빤히 내려다봤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퍼거슨은 눈물까지 찔끔 흘릴 정도로 웃어댔다.
“으하하하핫핫. 정말 재미있는 청년이구만. 정말 젊은이다워.”
소리가 워낙 우렁차서 무리뉴는 필드 위의 저들에게 목소리가 들릴까 잠깐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퍼거슨에게 말했다.
“심장 놀라요. 병원에서 나온 지 일 년밖에 안 됐는데, 조심해서 웃어요.”
“나랑 와인 마시고 있는 자네는 뭐고? 먼저 술 마시자고 한 게 누구였더라?”
퍼거슨의 말에 무리뉴는 머쓱하게 웃었다.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니까 너무 그러지 말게.”
퍼거슨은 이제 데이비드 하나가 아닌 태현석까지 포함한 둘을 새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 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데이비드는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고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리 팀 선수이기도 하니까, 도울 게 없나 좀 지켜봐야겠는데? 혹시 내가 조언 같은 거 해도 되나?”
퍼거슨의 말에 무리뉴는 머리를 짚었다.
안 될 게 뻔한 일을 붙잡고 있는 선수와 에이전트에 관해 얘기했더니, 이 전설적인 감독님은 오히려 안 될 일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다.
무리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예, 예. 그래 주시면 영광이죠. 알렉스.”
*
“점심은 먹었나?”
“아··· 예.”
다른 날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그렇지만 정장을 입은 노신사의 등장으로 오늘은 전혀 평범한 하루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알렉스 퍼거슨, 세계 최고의 감독이었던 노신사는 나와 데이비드에게 용무가 있는 것 같았다.
“얘기 좀 하고 싶은데, 시간 좀 있나?”
“당연히 있어야죠.”
우리는 홀린 듯 퍼거슨의 뒤를 따라 훈련장의 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예쁜 아가씨는 어디 갔나? 볼을 아주 아름답게 차던데.”
“휴가 중에 잠깐 도와준 거라서요. 직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아깝구만. 스카웃이나 해 보려고 했더니.”
퍼거슨은 분위기를 편하게 해 주려는 건지 푸근하게 웃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딱딱하게 굳었고, 나도 여긴 무슨 일로··· 라는 말은 쉬이 못 하고 있었지만.
축구계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전설적인 감독님이다. 전 세계의 모든 축구 인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원로다. 국방부장관을 만난 이등병들이 된 기분이었다.
새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나서 퍼거슨이 먼저 물어왔다.
“둘 다 조용하구만. 내가 뭘 이야기하려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데이비드가 내게 시선을 보냈고,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청 궁금한데, 먼저 말하기가 좀 그래서···.”
“부담을 주려고 온 건 아니네. 그냥 궁금한 게 있고, 제안할 게 있어서 말이야.”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래?”
내 말에 퍼거슨은 입을 다문 채로 진하게 웃고는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워커 선수의 목표는 뭔가? 왜 그렇게 열심히 훈련하는 건가?”
나와 데이비드는 시선을 교환하며 머뭇거렸고, 빨리 대답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총대를 메고 입을 열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우승, 그리고 발롱도르입니다.”
“···허?”
퍼거슨은 정말 황당하다는 얼굴로 우리 둘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퍼거슨은 표정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며 우리에게 사과했다.
“이거, 실례했구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고맙네. 음, 생각할수록 황당하군. 목표대로라면 지금 훈련량이 이해가 가긴 하는데···.”
퍼거슨은 데이비드를 보며 말을 잇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일단 해 보는···.”
“자네 말고. 선수 본인이 대답해 보게.”
나는 입을 다물고 데이비드를 지켜봤다. 데이비드는 퍼거슨의 눈을 똑바로 보며 답했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하는 겁니다.”
“허?”
퍼거슨은 데이비드가 진심으로 이 말을 하는지 확인하려는 듯 데이비드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늘 그렇듯 흔들림 없는 두 눈으로 퍼거슨을 마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하, 하하하하. 정말 미쳤어! 정신이 나갔구만!”
이어지는 끊임없는 웃음소리.
비웃음이 아닌 정말로 유쾌하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필드 위를 가득 채웠다.
퍼거슨은 한참을 웃은 후 만연한 미소를 지은 채 우리 둘에게 굉장한 제안을 해 왔다.
“그 프로젝트에 나도 끼워주지 않겠나?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몇 번 정도라면 도와줄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