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0
200
40. 오류 (3)
퍼거슨은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한 시간씩 정말로 데이비드를 돕기 시작했다.
“미스터 태가 짜 놓은 훈련은 완벽해. 더 고칠 게 없어.”
“감사합니다.”
“다만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 내가 데이비드와 자네에게 조언 하나 해도 되겠나?”
“당연하죠. 영광입니다.”
“영광까지야.”
보통 그는 벤치에 앉아 우리가 하는 훈련을 지켜보다가, 가끔 이렇게 칭찬이나 조언을 건넸다.
나는 데이비드를 손짓해 불러 퍼거슨의 이야기를 들었다.
“축구는 복잡해 보이지만, 무척 단순한 스포츠야. 지금 미스터 태 자네는 지금 데이비드가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요구를 하고 있어. 옳지만, 데이비드에게 딱 맞는 방향은 아니지.”
“아···.”
데이비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퍼거슨의 말을 이해하고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늘 가지고 다니는 녹음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피와 살이 될 조언이다.
“개인기술은 복잡할 게 없다네. 패스, 한 명에게 버틸 수 있는 키핑 기술, 그리고 크로스와 슈팅 정도면 충분해. 다만 필드 위에서 생각과 행동을 동시에 할 수 있게, 기술의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걸 1순위로 여기면 돼.”
“팀 전술도 마찬가지. 역시 단순하다네. 펩 과르디올라나 조세 무리뉴 같은 명감독들은 말이 많고, 요구하는 게 많지. 하지만 결국 요구하는 것들은 단순한 것들뿐이야. 그 요구사항을 선수가 대번에 이해하지 못하니 말로 길게 풀어 설명하는 것이고.”
“펩의 철학은 ‘주도권을 늘 우리 팀이 갖게 한다.’. 펩은 주도권을 오래 갖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전방압박이나 티키타카 모두 이 전술적 핵심을 토대로 뻗어 나가는 곁가지일 뿐이지. 핵심만 알면 모든 움직임에는 이유가 생기고,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 또한 사라지지.”
“우리 맨유를 이끄는 무리뉴의 철학은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라.’. 무리뉴는 주도권을 내줘서라도 약점을 공략하는 게 승리를 향한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어. 펩의 경우들처럼 세부 전술들도 이 주요 철학을 이루기 위한 곁가지일 뿐이야.”
“둘 중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네. 축구는 변수가 많고, 상성 또한 다양하니까. 다만 감독이 원하는 걸 잘 파악한다면 플레이에 군더더기가 사라질 거야. ‘승리해야 한다’ 같은 추상적인 방향이 아닌 명확한 방향 말이지.”
퍼거슨에게는 배울 게 무척 많았다.
그런 퍼거슨의 말에는 공통된 점이 하나 있었는데, 늘 심플함을 강조한다는 거였다.
가끔가다 데이비드에게 던지는 퍼거슨의 조언은 정말 간단했다.
‘내일 연습경기 상대가 마샬이지? 실수인 척하고 몸으로 세게 부딪혀. 그다음부터 마샬은 네 상대가 안 될 거야.’
이 날 데이비드는 팀 내 연습경기에서 맨유의 미래 중 하나인 마샬을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퍼거슨은 나와 데이비드에게 구체적인 목표로 삼을 만한 선수도 알려줬다.
박지석이나 오셔 같은 선수들을 가리킬 줄 알았는데, 퍼거슨이 가리키는 선수는 의외의 선수들이었다.
“내가 그동안 말한 감독의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선수들이 몇 있네. 그런 선수들 중 탑인 선수를 꼽자면 독일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뛴 ‘필립 람’이 있지. 워커 자네는 ‘필립 람’이 되어야 해.”
독일의 2014 월드컵 우승 당시 주장이자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을 함께 한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 바로 필립 람이었다.
필립 람의 최고 장점은 전술이해도.
펩의 바이에른 뮌헨 시절, 다른 선수들은 ‘저게 무슨 소리야?’하는 펩의 방언 같은 말도 람은 몇 마디만 듣고 단숨에 이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한테는 ‘폴 스콜스’라는 내 철학을 이행해줄 최고의 선수가 있었지. 솔직히 워커 자네는 이들에 비하면 기술이 많이 떨어지네만··· 목표를 이루려면 이들 정도는 돼야겠지?”
퍼거슨은 축구는 팀 게임이라고, 팀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이해하고, 자신의 움직임과 플레이, 외침으로 팀을 그렇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최고의 선수라고 말했다.
나는 어느 날 퍼거슨에게 물었었다.
“왜 이렇게 도와주세요?”
퍼거슨의 한 시간을 수억을 내서라도 갖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퍼거슨이 데이비드와 나에게는 아낌없이 조언하고 있었다.
퍼거슨의 대답은 역시 간단하고 명쾌했다.
“축구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도전하고 노력하는 선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지. 그게 다네.”
퍼거슨은 9월 말까지 약속했던 일주일 세 시간을 넘어 더 많은 시간을 데이비드에게 투자해줬다.
그리고 미국의 대학 강의 일정이 생긴 그는, 마지막까지도 조언을 해 주고 떠났다.
“다음 단계로 올라서고 싶다면, 적은 출전시간 속에서 자신을 보일 수 있어야 해.”
“적은 출전시간을 가진 선수는 기회를 받으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안달이지. 실수하면 출장시간이 더 떨어질 테니까. 후보 선수들에게 그것만큼 무서운 건 없거든.”
“하지만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만 한다면 평범한 플레이밖에 보여주지 못할 것이고, 그 선수는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나게 되지. 그게 교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수들의 특징이네.”
“워커, 자네 목표는 여기가 아니잖나? 더 위를 보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겠나?”
“욕심을 내. 탐욕을 부려. 불가능 해 보이는 플레이를 해. 지금 플레이에 안주해 있으면 안 돼. 실패하더라도 깨질 각오로 덤비는 선수들만이 트로피를 가질 수 있으니까.”
9월 동안 데이비드의 출전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퍼거슨이 케어까지 해 줘서 혹시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무리뉴는 약팀들과의 경기에서 데이비드를 꺼내지 않았다.
또한 데이비드의 포지션 경쟁자, 이제는 노장 대열에 접어든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컨디션이 좋은 것도 한몫했다.
상위권 팀들과의 일전에서 출전해 총 플레이타임이 57분밖에 안 됐다.
8월 출장시간까지 합치면 시즌을 시작한 후 총 87분이었다. 한 경기 풀타임 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다음 주면 10월 A매치 주간이 돌아온다. 나는 이때까지 데이비드를 적극 도울 생각이었다.
“태!”
다른 선수의 광고 촬영 스케쥴 조정 때문에 먼저 집에 들어와 있었는데, 집에 돌아온 데이비드가 어울리지 않게 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여기까지 뛰어 온 건지 거친 호흡을 보이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무척 기쁜 소식이었다.
“저 다음 경기 선발이라고 합니다.”
“진짜요?”
“예,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절대 이 기회를 날리지 않겠습니다.”
*
데이비드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리그 경기가 앞뒤 3일 간격으로 있어 발렌시아가 체력 안배에 어려움을 겪을 걸 대비한 로테이션 투입이다.
하지만 그런 사정에도, 생애 처음으로 축구선수들의 꿈인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게 된다는 사실과 첫 선발 상대가 세리에의 명문, 현 리그 3위인 AS로마라는 점은 데이비드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데이비드는 라커룸에 먼저 들어와 호흡을 정리하고 있었다.
억지로 두근거림을 가라앉히고, 태가 기억하라고 난리를 쳤던 퍼거슨의 조언을 다시금 새기고 있었다.
‘군더더기를 없애야 한다. 오늘, 감독님이 내게··· 아니 팀에 원하는 건 무엇인가.’
AS로마의 발 빠른 두 윙어 때문에 라인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는 태현석이 정리해 준 오늘 상대, ‘엘 샤라위’라는 선수의 플레이 영상을 눈에 새겼다.
얼마나 몰입해 있었을까, 경기시작 한 시간 전쯤이 되니 오늘 주전 명단에 든 선수들이 라커룸에 도착했다.
네이마르가 농담하며 웃을 때도, 포그바와 바이, 루카쿠가 춤을 출 때도, 줄리우와 산드루, 산체스와 마티치가 그 모습을 보며 웃을 때도, 데이비드는 굳은 얼굴로 오늘 경기에서 해야 할 것만 복기 중이었다.
에이전시 동료이자 맨유의 주전 수비수 자리를 굳힌 줄리우가 데이비드 옆에 앉았다.
“데이비드, 너무 긴장한 거 아냐? 우리 좀 봐봐.”
“아니야. 나 괜찮은데.”
데이비드는 줄리우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데이비드의 입이 열리자 맨유 선수들의 시선이 전부 데이비드에게로 꽂혔다.
“너무 걱정하지 마.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돼. 나머지는 우리만 믿으라고. 데이봇.”
“맞아맞아 데이봇.”
네이마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맨유의 선수들은 과묵하면서도 매일같이 훈련만 하는 데이비드에게 로봇의 봇자를 붙여 데이봇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비웃음이 아닌 친근함의 표현이라는 걸 데이비드는 잘 알고 있었다.
네이마르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데이비드에게 첫 경기에서 긴장 풀기 위해 뭐가 좋은지 하나하나 말해주고 있었다.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이 보였다.
“고마워.”
데이비드는 그런 선수들에게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엘 샤라위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었지?’
계속 엘 샤라위에 관해 생각했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곡, 사진 촬영 같은 보통 선수라면 자지러질 정도의 일이 있었음에도 데이비드는 많이 해 본 선수처럼 감흥 없이 이벤트들을 하나하나 해나갔다.
다른 맨유 선수들이 역시 로봇이라며 농담을 던질 정도로 데이비드는 자연스러웠다.
데이비드는 선수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 오직 오늘 상대인 엘 샤라위만 바라보고 있었다.
엘 샤라위가 부담스러운 나머지 시선을 피할 정도로.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후에도 데이비드는 엘 샤라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엘 샤라위가 아무것도 못하게 막아.’
이틀 전, 무리뉴의 주문은 간단했다.
하지만 엘 샤라위는 간단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중앙 커버!”
경기 시작 10분 만에 데이비드는 엘 샤라위에게 제쳐졌다.
엘 샤라위는 이탈리아 최고의 유망주였던 적도 있고, 이탈리아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도 맡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재능 넘치는 엘리트였다.
상대적으로 그때보다 평범해진 지금도 AS로마라는 강팀의 주전으로 뛰는 실력 있는 선수였다.
그는 빠르면서 기술까지 좋았다.
이런 선수에게 공간을 주었다는 것은,
위험한 공격찬스를 제공한다는 것과 같았다.
데이비드를 간단한 개인기로 뚫어낸 엘 샤라위는 줄리우가 붙기도 전에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에딘 제코에게 배달됐고, 에딘 제코의 트래핑 미스 덕에 맨유의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가 공을 낚아챘다.
“다비드! 나이스!”
에딘 제코가 실수하지 않았더라면 실점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줄리우는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데이비드는 씁쓸함을 억누르고 있었다.
자신은 방금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도 않았고, 몸 상태도 좋았다.
하지만 엘 샤라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돌파해 지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두려움이 데이비드를 엄습해 왔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온 다 해도 무너질 수는 없었다.
‘일단 달라붙기라도 해 보자.’
“꺼져 좀!”
“나 이탈리아어 모른다.”
데이비드는 엘 샤라위가 짜증 낼 정도로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심판의 주의를 한 번 받았으니 더 심하게 한다면 경고까지 받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엘 샤라위를 막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데이비드의 생각은 효과가 있었고, 약 10여 분 동안 엘 샤라위는 공을 잡자마자 다시 자신의 선수들에게 패스를 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경기를 치르면서 차츰 템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본인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뭐, 뭐야?”
완벽하게 제쳐냈다고 생각했다.
엘 샤라위는 자신의 발에 있어야 할 공이 저 앞으로 굴러가 상대 골키퍼의 손에 들어가는 모습을 황망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엘 샤라위는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바라봤다. 전광판에는 방금의 플레이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스텝오버로 데이비드의 타이밍을 빼앗고, 가속해서 제쳐냈다.
빠르지도 않고 기술이 좋은 선수도 아니다. 그렇기에 무척 쉬웠다. 맨유라는 팀에 왜 이런 선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화면의 데이비드는 곧장 몸을 돌려 자신이 안쪽으로 들어갈 걸 예측한 듯 최단거리로 움직였다.
그리고 슬라이딩 태클로 자신의 공만 탁 빼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파악했다. 엘 샤라위는 입가를 일그러뜨린 채 데이비드를 노려봤다.
‘태클 하나는 괜찮은 선수인가? 조심해야겠다.’
데이비드는 방금 자신이 해낸 플레이에 잠깐 얼이 나가 있었다.
엘 샤라위에게 또 한 번 제쳐 져서, 이번에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무슨 행동이든 해야겠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때 머릿속에는 엘 샤라위의 경기 영상이 순식간에 재생됐다.
중앙 수비수가 자신이 제친 선수와 비슷한 라인에 있을 때, 엘 샤라위는 안쪽으로 침투해 들어갔었다.
자신은 이 위치에서 페널티박스 쪽으로 쭉 달린다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동선은 곡선이고, 자신의 동선은 직선이니까.
생각과 행동은 동시에 일어났고, 데이비드는 정말로 엘 샤라위를 따라잡아 공을 뺏어낼 수 있었다.
“물러나!”
줄리우의 외침에 상념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포그바에게서 공을 빼앗은 데로시가 자신의 마킹 범위에서 벗어나 하프라인 밑까지 내려가 있던 엘 샤라위에게 패스했다.
엘 샤라위는 공을 몰아 데이비드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AS로마의 다른 공격진들도 일제히 맨유의 페널티박스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상대 공격 숫자는 넷, 우리의 수비 숫자는 셋.
줄리우의 지시대로 뒤로 물러나며 시간을 벌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머릿속에서 퍼거슨이 했던 말이 재생되고 있었다.
‘욕심을 내. 탐욕을 부려. 불가능 해 보이는 플레이를 해. 지금 플레이에 안주해 있으면 안 돼. 실패하더라도 깨질 각오로 덤비는 선수들만이 트로피를 가질 수 있으니까.’
지금 달려드는 건 성공 확률이 지극히 작은, 리스크만 큰 멍청한 행동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지금 태클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만 한다면 역습을 역습하는, 최고의 공격상황이 만들어 질 것이다.
뒤로 물러나던 데이비드의 걸음이 느려졌다. 그의 걸음은 맨유의 수비진에 달려들고 있는 엘 샤라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데이비드와 엘 샤라위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엘 샤라위가 당황하며 급히 방향을 바꾸려고 했고, 데이비드가 공을 향해 발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