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1
201
40. 오류 (4)
“데이비드!”
돌발 행동을 보이는 데이비드의 등을 향해 줄리우가 소리쳤다.
맨유의 수비는 셋이고, 상대 공격진은 넷이다. 뒤로 물러나기만 해도 불리한 상황에 앞으로 튀어 나간다니, 자신도 컨디션이 최상일 때가 아니면 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당연히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데이비드의 움직임을 깨달은 엘 샤라위가 이미 방향을 틀고 있었다. 이제 패스까지 한다면 맨유는 두 명의 수비수로 네 명의 공격진을 상대해야 할 거다.
줄리우는 뒤로 물러나며 가장 효율적으로 중앙을 틀어막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줄리우의 행동은 의미가 없어졌다.
데이비드의 움직임이 엘 샤라위보다 한 수 위였기에.
“와우.”
줄리우는 작게 감탄하며 공격 진영을 만들기 위해 다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또···.”
이상했다. 이 워커라는 선수는 정말로 이상했다.
워커가 튀어나오는 순간에는 당혹스러움과 동시에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틀어, 왼쪽에서 달리고 있는 팀 동료 콜라로프에게 패스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달려온 워커를 보며 그의 관성을 이용하기 위해 반대쪽 측면으로 몸을 틀었다. 이제 워커는 달려오던 방향 그대로 자신의 옆으로 비켜 나갈 것이고, 자신의 패스는 콜라로프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공을 찬 순간, 워커의 발이 갑자기 튀어나와 패스 길을 막았다.
워커는 튕겨 나가는 공을 잡더니 자신을 뒤로한 채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순간 등번호 30번, Walker 라고 적힌 그의 평범한 크기의 등이 무척 크게 느껴졌다.
‘어떻게?’
자신의 눈에 들어왔던 워커의 움직임이 뒤늦게 이해됐다. 워커는 또 한 번 물 흐르듯이 움직였다.
자신이 당연히 왼쪽으로 패스할 거라 예상한 듯, 자신이 방향을 트는 동시에 워커는 관성을 버티며 자신이 움직일 방향으로 미리 움직여 발을 뻗었다.
엘 샤라위의 입장에서는 허탈한 인터셉트였다.
자신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읽혔다.
‘대체 어떻게?’
욕심을 부렸고, 성공했다.
상대 공격진 전체의 움직임이 보였고, 엘 샤라위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머릿속에서 미리 재생됐다.
자신은 엘 샤라위의 플레이를 예상하고 훈련한 대로 몸을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플레이로 맨유는 역습 상황을 역습한다는 축구에서 가장 득점 확률이 높은 찬스를 잡았다.
데이비드는 가슴 어딘가에서 밀려오는 강한 환희를 억지로 누르며 침착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한 번이라면 우연이겠지만, 두 번 연속으로 같은 감각이 찾아왔다.
뭔가 다른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AS로마의 미드필더들은 당황했는지 한 템포 늦게 데이비드를 막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고, 그 시간은 데이비드가 공을 멈춰 세운 후 반대편 사이드에 홀로 있는 네이마르에게 패스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호나우지뉴에게 배운 롱 킥은 최적의 궤적을 그리며 네이마르의 발에 도착했다.
네이마르는 패스를 길게 트래핑해 빈 공간을 향해 전력 질주했고, 한 템포 늦게 쫓아온 포그바에게 컷백 패스를 건넸다.
포그바는 인사이드로 가볍게 볼을 밀어 차, 선제골을 넣었다.
맨유 선수들은 일제히 골을 넣은 포그바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제자리에 서서 방금 자신이 했던 플레이를 복기했다. 그리고 세레머니에 참가하지 않고, 공을 빼앗긴 후 제 자리에 서 있던 엘 샤라위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턱을 들어 네 진영으로 돌아가라고 몸짓했다.
세레머니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환희에 몸을 맡겨 지금의 감각을 잃을까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엘 샤라위는 지금의 행동을 뭔가 다르게 받아들인 듯, 눈동자가 마구 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세레머니 후 줄리우와 포그바 등 선수들의 칭찬을 받았다. 사실 그들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도 무슨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질 않았다. 무리뉴가 어깨를 두드렸다는 사실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데이비드의 머릿속에는 지금의 경기 외,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젠장!”
AS로마의 왼쪽 풀백 알렉산다르 콜라로프도,
“뭐야?”
프란체스코 토티의 후계자이자 AS로마와 이탈리아의 상징 다니엘레 데로시도,
“···하.”
AS로마의 스트라이커 에딘 제코도 데이비드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몸싸움 하나 없이, 마치 공에 낚싯바늘이라도 건 것처럼 데이비드는 가볍게 공을 빼앗아 갔다.
뛰고, 뛰고, 또 뛴다.
데이비드의 머릿속에는 같은 팀 선수들과 적 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도 순식간에 깨닫고 있었다. 진영이 바뀐다면 그때마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방법이 떠올랐다.
오버클럭이다. 무리하고 있다. 뇌에 문제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아주 잠깐 걱정했지만, 이 환희에 비하면 싼 값일 뿐이다.
이게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보는 풍경인 것일까.
아니면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더 멋진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일까.
엘 샤라위는 아까부터 돌파를 전혀 시도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엘 샤라위가 공을 잡았다.
엘 샤라위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움직일지 데이비드에게 훤히 보였다.
에릭 바이가 엘 샤라위에게 달라붙는다.
엘 샤라위는 안쪽으로 드리블해 치고 들어올 것이다. 뒤의 데로시에게 패스할 걸 의식해 살짝 뒤쪽으로.
그렇다면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아무런 텀이 없었다.
데이비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걸음 걸어 발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내민 발 앞에 엘 샤라위가 공을 몰고 와 스스로 걸렸다.
데이비드는 작살을 빼듯 발바닥으로 공을 뒤로 빼며 몸도 함께 돌렸다.
모든 플레이가 샅샅이 읽히고 있었다. 불만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태클이다.
공을 빼앗긴 엘 샤라위는 양손을 허리에 짚으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하늘을 바라봤다.
맨유의 동료는 아까부터 계속된 데이비드의 원더 플레이에 데이비드를 각기의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주변 시선이 어떻든, 공격 전개를 위해 선수들의 배치를 떠올리고 있었다.
보이는 패스 루트는 두 개.
오른쪽의 산체스와 중앙의 포그바.
포그바에게는 마크가 붙어 있고, 산체스에게는 마크가 없었다.
그렇지만 산체스에게는 수비수가 다가오고 있고, 전체적인 진영으로 봤을 때 산체스에게 패스하는 건 공격에 이득이 안 된다는 미래가 보였다.
그렇기에 위험이 있더라도 포그바에게 패스한다. 포그바에게 패스하면 산체스에게도 활로가 생긴다.
포그바가 제 역할을 해 줘야겠지만, 월드클래스 선수라면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다.
데이비드가 해 줄 수 있는 건 포그바를 마크하는 선수가 어려움을 겪도록 강한 패스를 내는 것.
포그바라면 받아낼 것이다. 받아내야만 한다. 그렇게 믿고 데이비드는 발등으로 강하게 패스를 깔아 찼다.
포그바는 오, 라고 입을 벌리더니 살짝 뒤로 물러났다가 논스톱으로 중앙의 루카쿠를 향해 공을 띄웠다. 경합을 준비하기에는 빠른 속도로 공이 날아간다. 상대 수비수는 루카쿠와 포그바의 준비된 합을 예측하지 못했고, 루카쿠에게 헤딩을 허용했다.
루카쿠의 머리에 맞고 떨어진 공은 어느새 옆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온 산체스의 발에 도착했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 산체스는 가볍게 공을 깔아 찼다.
공은 로마의 골키퍼 올센의 옆을 데굴데굴 굴러가 또 한 번 골망을 흔들고 있었다.
두 번째 골이다. 로마의 모든 선수는 침울한 얼굴들로 고개를 떨궜다.
데이비드는 그 광경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골을 넣은 산체스가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받고 있다.
데이비드는 이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한 번 제자리로 돌아가려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리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된 거지.
그 경련마저도 기분 좋게 느껴져 데이비드는 대자로 누워버렸다. 올드 트래포트의 지붕이 액자처럼 하늘을 감싸고 있었다. 하늘은 평소답지 않게 정말 푸르렀다.
맑다. 정말 맑다.
잠시 후 발소리가 여러 개가 들리더니 맨유의 수비진들의 얼굴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짜 최고야! 데이봇!”
“말도 안 돼. 그동안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데이비드, 정말 잘했어! 태도 기뻐할 거야!”
오늘 조금이나마 이들에게 다가갔던 걸까. 아니면 이들보다 더 위에 올라갔던 것일까.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기들만 보고 있었다니, 정말 불공평한 일이다.
데이비드는 뒤늦게 느껴져 오는 심각한 근육통에 감상을 버리고, 이들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만 말하고 쥐 난 거나 좀 풀어줘···.”
*
경기에 이만큼이나 빠져 있던 때가 언제일까.
나는 데이비드가 쥐가 나 쓰러지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도저히 별 다섯 개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플레이였다.
최소 별 여섯 개로 추측되는 엘 샤라위를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고, 다른 로마 선수들마저도 완벽하게 봉쇄한 데이비드다.
태클은 최후 수단일 뿐이었고, 그 외의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맨유의 무실점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맨유가 넣은 두 골의 기점 전부 데이비드의 발끝에서 나왔다.
상대는 2부 리그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이탈리아 3위의 AS로마. 절대 우연으로 가능한 플레이가 아니었다.
설마 벽을 뚫은 것일까.
나는 흥분으로 덜덜 떨리는 손을 억지로 주머니에 쑤셔 넣고, 이제는 한 몸과도 다름없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헬퍼, 헬퍼라면 이게 무슨 일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키기 위해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때.
지이, 지이이, 지이이이잉.
기이하게 진동하는 휴대폰.
검은 화면 중앙에 헬퍼의 앱 아이콘이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붉게 변했다.
“뭐야?”
그 상태로 화면은 멈췄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콘을 터치했다.
헬퍼 내의 인터페이스는 달라진 게 없었다.
선수들이 이름이 쭉 나열돼 있고, 이름 옆에는 정보가 몇 개 있는지 숫자로 표시돼 있었다. 선수를 누르면 정보가 차례로 쭉 나올 것이다.
전체적으로 평소와 달라진 건 없었다.
딱 하나, 데이비드의 정보만 제외하고 말이다.
데이비드의 항목은 원래 중간쯤에 있었으나 어느새 맨 위로 올라와 있었고, 데이비드의 이름 옆에는 숫자 외에 경고 표시 같은 느낌표가 새겨져 있었다.
심호흡하고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화면에 가져다 댔다.
[데이비드 워커]-오늘의 능력(10/5) : Error!
-현재 능력 : Error!
-잠재 능력 : Error!
-Error!
-Error!
-Err···.
···.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데이비드의 모든 정보에는 Error만 적혀 있었다.
나는 다급히 메인화면으로 돌아가 다른 선수들의 정보를 일일이 확인했다.
[크리스 앨런]-잠재 능력 : ☆☆☆☆☆☆☆
-현재 능력 : ★★★★★★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미신을 좋아한다.
-현재 능력 : ★★★★★★
다 정상인데?
다시 데이비드의 정보에 들어가니 Error 라는 단어만 보였다.
헬퍼는 나만 가진 앱이다.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답을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경기가 종료된 후에도 데이비드의 정보에 발생한 오류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데이비드는 이번 경기에서 MOM을 받았다.
그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이자 맨유 입단 후 첫 선발출장에서 얻어낸 쾌거였다.
다음 경기에서도, 그다음 경기에서도 데이비드의 정보를 뒤덮은 Error 표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기존 주전이었던 발렌시아를 밀어내고 맨유의 주전으로 도약했다.
헬퍼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지만, 짐작만은 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던 헬퍼에 오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라는 짐작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