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2
202
41. 윈터브레이크 (1)
데이비드의 정보에 이상이 생긴 그날 이후 새로 얻는 정보들마저 오류로 뒤덮였다.
기존에 얻었던 정보들은 늘 따로 적어두었기에 괜찮았지만,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헬퍼를 얻은 곳으로 추정되는 를 다시 한번 찾았지만, 역시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아낌없이 좋은 정보를 보여주던 녀석이 지금 가장 궁금한 데이비드의 정보만 가려버리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헬퍼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도 시간은 야속하게 계속 흘렀고, 나는 데이비드를 계속 도와야 했다.
늘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공부하고 정보를 따로 적어두지 않았던가.
이럴 때를 위해서였다.
퍼거슨은 앱 같은 것의 도움 없이도 데이비드에게 늘 결정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결국에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는 그동안 얻은 정보들과 정보들을 이용해 쌓은 노하우들, 퍼거슨과 맨유 코치진들의 도움을 받아 12월까지 계속 데이비드의 훈련과 식단을 주 단위로 조정했다.
헬퍼에 관해 더 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꽤 바빴기 때문에.
십여 년 전, 프로 데뷔에 실패하고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청년은 지난 시즌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당당한 주전이 되었다.
아마추어, 세미프로, 3부 리그, 2부 리그까지 차례차례 올라온 그는 T에이전시의 태현석을 만나 날개를 폈다.
이번 기사는 [특집③ : 밀월에서의 워커.] 이후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비드의 인생이 급격하게 변하게 된 계기인 태현석과의 만남부터 맨유로 이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중략)
또다.
데이비드가 맨유의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데이비드는 정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구단이었고, 이 팀의 주전 선수는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전까지 볼일 없었던 평범한 선수였던 데이비드였던 만큼, 데이비드는 베일에 싸여 있는 선수였다.
그런 데이비드의 우직한 노력의 흔적들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마다 축구팬들은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선수라며 열광했다.
팬들의 반응은 마음에 들었지만, 기사는 참 마음에 안 들었다.
특히 데이비드가 맨유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한 해석이 별로였다.
에이전트 태현석 덕이다. 전 감독 리찌를 만난 덕이다. 현 감독 무리뉴를 만난 덕이다. 좋은 동료를 만난 덕이다.
기자들은 데이비드의 노력을 주로 기사로 다루는 게 아니라, 데이비드의 잠자고 있던 재능이 왜 깨어났는지를 입증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이번 기사도 다를 게 없었다.
촉망받는 젊은 에이전트인 날 만난 덕에 데이비드가 성과를 이뤄냈단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주체가 어긋났다는 생각에 쓴웃음만 나왔다.
데이비드가 진짜 목표를 이뤘을 때, 목표 중 한 개라도 이뤘을 때는 내 덕이라는 말보다 데이비드가 그동안 해 왔던 것들에 초점이 맞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지.
“태, 아직도 다 안 봤어요? 내가 인터뷰 제대로 해 놨다니까?”
“잠깐만요.”
기사의 뒤에는 데이비드를 주변에서 봐 온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있었다.
데이비드를 띄우는 여러 인터뷰 사이에서 익숙한 이름과 작은 사진이 보였다.
포마드로 빗어 넘긴 금발머리에 기름이 살짝 끼긴 했지만, 꽤 잘생긴 얼굴, 바로 뉴캐슬의 감독 리찌였다. 내 눈앞에서 보드카에 쩔어 실실거리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미스터 태는 굉장하다. 축구의 신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데이비드가 맨유로 간다고 했을 때 10경기나 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데이비드는 전반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열다섯 경기나 뛰었다. 미스터 태가 옳았고, 난 멍청했다.’ – 뉴캐슬 현 감독이자 워커의 전 감독, 리찌.
“음··· 저기, 리찌··· 이 정도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요.”
“내가 틀렸으니까, 반성하는 의미에서 말해 봤어요. 재능 어쩌고, 노력 어쩌고 할 때는 설마 했는데, 진짜 데이비드를 맨유의 주전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진심으로 감탄했다니까요?”
“···데이비드가 열심히 한 덕이죠.”
“에이, 미스터 태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내가 잘 아는데! 아무튼 말이에요. 나 은퇴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1부 리그 팀 감독이란 놈이 안목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은퇴는 무슨, 위약금 잔뜩 낼 자신 있으면 해보시던가요.”
리찌는 낄낄대며 잔에 독한 보드카를 반 정도 따르고, 단숨에 입안으로 털어 넘겼다.
“들어온 거 많죠? 우리 데이비드 돈 좀 만지겠네.”
“당연하죠.”
요 몇 달간은 크리스가 처음 리버풀에 갔을 때보다 더 많은 제안이 들어오고 있었다.
가장 많이 들어오는 제안은 스포츠 업체들의 스폰서십 제안.
나이키, 퓨마 등 메이저 스포츠사들이 수십억 단위의 스폰서 제안을 해 왔다.
화제가 된 데이비드는 다른 사생활은 일절 없고, 일찍 일어나서 개인훈련, 팀 훈련 후에는 혼자 남아 개인훈련이라는 과할 정도로 훈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런 데이비드가 그들에게는 광고판처럼 보인 모양이다.
스포츠사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스폰서십을 체결한다면 수시로 맞춤 축구화를 제작해 줄 것이고, 축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에서도 사용되는 훈련기법과 장비들로 훈련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대신 팀의 스폰서 제품을 제외한 신발, 훈련용품, 심지어는 물통까지 자신들의 물건을 써 달라고 말했다.
요즈음은 기사들이 데이비드가 훈련하고 있는 모습도 찍어가는 만큼, 홍보 효과가 탁월할 거라는 생각에서였겠지.
“데이비드는 어떻게 하겠답니까?”
“스포츠용품사와의 계약만 하고 싶다고 저한테 부탁했고, 나머지는 전부 거절해 달라고 했어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그래서요.”
그 외에 맥주 등 남자들을 주로 저격하는 광고 모델로 데이비드를 원하는 기업이 정말 많았다.
방송국 같은 곳에서도 드라마나 영화화, 다큐멘터리화 하고 싶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수십, 수백억에 달하는 돈을 단 한 시즌 만에 쓸어 담을 기회였지만, 데이비드는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먹고 살고 축구만 할 수 있으면 된다는 철학을 가진 데이비드였다. 처음부터 그런 쪽으로 신경 쓸 생각조차 하지 않는 데이비드였으니까 당연한 태도였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AS로마전이 있고 사흘 후, 무리뉴 감독은 데이비드를 또 교체로 출전시켰다.
두 경기 연속 출전이라니, 기뻤지만 경기장에서나 경기 후나 데이비드는 우울한 기색을 보였다.
‘하루 들떴었다고··· 벌써 많은 감각이 사라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데이비드는 AS로마전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모든 선수의 움직임이 보였으며, 공격 루트와 위치해야 할 곳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머릿속에 입력되는 환상적인 체험을 했다고 했다.
평소에는 머리로 생각하고 움직였다면, 이 날은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몸이 움직였다고 했다.
그리고 AS로마전 다음 날, 데이비드는 전날의 기억 때문인지 훈련에 잘 집중하지 못했다.
훈련 시간은 다 채웠지만, 평소보다 집중력이 부족해 보였다. 데이비드라서 덤덤한 수준인 거지 다른 선수라면 전 경기의 흥분에 몇 주는 고생했을 거다.
다른 선수라면 회복 훈련만 하는 경기 직후 훈련이었기에 그렇게 유념하지 않았었다.
데이비드는 다음 날부터 다시 마인드컨트롤에 성공해 원래대로 집중력 있게 훈련을 이어나가서 걱정도 금세 접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단 하루, 성과에 잠깐 취해있던 그 하루 때문에 데이비드는 감각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그 날부터 더 지독한 훈련을 요구했다.
그리고 입에 감각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다.
맨유의 코치진들과 감독과 상의해서 시즌 중 할 수 있는 훈련의 극한치까지 끌어올렸다.
다행히 다음 경기에서 데이비드는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감각을 되찾았다고 기뻐했다.
아무래도 편안한 마음을 먹을 때마다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자신을 더 채찍질해달라고 말하는 데이비드의 눈이 너무 반짝이고 있어서, 맨유의 의료진들과 함께 수시로 건강상태 및 피로도를 체크하며 꾸준히 몸 관리를 해 주는 식으로 서포팅을 해 주고 있었다.
스포츠사와 계약하면 이런 쪽의 지원을 더 받을 수 있겠지.
계약에 가장 가까운 건 크리스의 주 스폰서여서 안면도 있고, 맨유의 스폰서이기도 한 아디다스였다.
회사의 슬로건, Impossible is Nothing 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데이비드였고, 오래 일한 사이였기에 아마 아디다스와 계약하게 될 것 같았다.
“잘 됐네요. 무너지지 않도록 잘 잡아 주세요.”
“본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죠. 데이비드 하나만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단 시간 나는 대로 최선은 다하고 있어요.”
“왜요? 다 잘 나가잖아요?”
리찌의 입에서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의 현황이 줄줄 흘러나왔다.
“미스터 석은 순조롭게 적응해서 벌써 리그만 여덟 골이고,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는 다섯 골을 넣었잖아요?”
석대호는 축구협회의 배려로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었고, 리그와 유럽대항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11월 A매치에는 다른 유럽파들과 함께 국가대표에 합류해 두 경기 세 골이라는 좋은 결과물도 만들어냈다.
“크리스는 진짜··· 나중에 꼭 써보고 싶어요. 그런 골 감각이 있으면서 어떻게 미드필더 역할에만 머물렀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대체 못 하는 게 뭔지··· 리그에서 만났을 때 정말 어떻게 막아야 하나 막막했었다니까요.”
크리스는 클롭의 요청대로 중앙 미드필더와 최전방을 적극오가며 득점을 노리고 있었고, 이는 리버풀 내 최다득점, 현 프리미어리그 득점랭킹 2위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내고 있었다.
틈틈이 직관할 때도 세 경기에 한 번은 오늘의 능력이 별 일곱 개가 될 정도로 크리스는 순항중이었다.
“세바는 리그에서도 잘하고, 국가대표에서도 잘하고 있고···.”
세바스티앙은 9월에 이어 10월, 11월에도 국가대표에 뽑혔고, 공격포인트를 세 개 올렸다. 스페인 언론들은 세바스티앙이 2020 유로에 무조건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할 정도였다.
“그리고, 니콜라스.”
니콜라스는 10월경에 별 다섯 개를 찍었다.
이제는 2부 리그에서도 드문드문 수준급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그였다.
별 다섯 개라지만 직관하다 보면 수시로 여섯 개가 되는 니콜라스였다. 니콜라스에게서는 다른 선수에게서 보기 힘든 독기가 보였다.
현재 컵대회 포함 시즌 12골, 하위권을 전전하던 볼턴은 플레이오프를 노리고 있었다.
니콜라스는 ‘볼턴의 구세주.’라는 새 별명도 얻었다.
“못하는 선수가 없어요. 이 에이전시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니까요? 나중에 선수들이 늘어나면 태가 택한 선수들을 직접 써 볼 기회가 많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기대되네요. 그 개 같은 자식처럼 스트레스를 줄 일도 없을 거고···.”
개 같은 자식? 아.
리찌는 보드카를 컵이 넘칠 정도로 따랐다. 나는 리찌의 잔을 붙잡으며 눈가를 찌푸렸다.
“적당히 마셔요. 또 벨리노가 뭐 사고 쳤어요?”
나는 지난달 일주일에 한 번씩 타블로이드지를 덮었던 뉴캐슬의 에이스 벨리노 데 루카와 관련된 헤드라인들을 떠올려봤다.
일주일마다 다른 방식으로 리찌를 괴롭혔을 그 기사들을.
(중략)
이와 같은 논란거리를 양산해냄에도, 벨리노는 이번 시즌 득점랭킹 4위를 달리고 있었다.
구설수가 있든 없든 그가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임을 입증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긴 했다.
문제는 그 유망주님을 관리하느라 리찌 멘탈이 자꾸 깨져서, 이렇게 주마다 독한 술을 함께 마셔주는 게 일과처럼 되어버렸다.
술의 맛과 향을 주로 즐겼던 리찌가 알코올 덩어리인 보드카만 마시는 요즘을 보면··· 괜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벨리노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의외로 리찌는 진한 미소를 보여줬다.
“오늘은 기쁨의 술잔이에요. 이번 겨울에 벨리노를 팔기로 했거든요.”
리찌의 목소리가 꽤 큰 바람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사람이 없나 살폈다.
나는 리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목소리 좀 낮춰요. 그런데 벨리노를 판다고요?”
“흐흐, 네. 마침 바르셀로나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왔다고 더 끌면 못 팔 사고를 칠지도 모르겠다면서 마가렛이 팔아준다고 했어요.”
“오, 잘 됐네요.”
리찌는 방긋 웃으며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마가렛이 부탁한 의뢰도 같이 가져왔어요. 태, 새 공격수를 좀 데려와 달래요.”
“새 공격수라··· 찾아볼게요.”
리찌는 내게 어떤 공격수를 원하는지 말했고, 나도 좀 취한 상태라 녹음으로 리찌의 말을 기록했다.
“미스터 석 정도만 있었어도 딱 인데. 미스터 석은 말도 잘 듣는다면서요? 로이가 얼마나 자랑하던지···.”
“벨리노만 없었으면 뉴캐슬에 데려왔을지도 모르는데.”
“하아··· 아쉽네요.”
리찌는 뭔가 생각났는지 엄지와 검지로 딱! 소리를 내고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아까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니콜라스는 어때요? 임대 복귀 조항 넣어놨잖아요.”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덜 여물었어요.”
1부 리그에서 후보와 로테이션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뉴캐슬이 잘 나가고 있는 이 상황에 니콜라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별로 없을 것이다.
니콜라스는 별 여섯 개까지 다른 팀에서 임대 생활을 하게 할 생각이었다. 여섯 개 정도가 돼야 임팩트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아쉽네요··· 그런데 요즘 바쁜 것 같던데,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예요?”
“아아··· 말도 마세요. 리찌. 요즘은 축구 쪽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성당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뭐 그렇게 대관료들이 비싼지. 에린도 이게 마음에 안 든다, 저게 마음에 안 든다 해서 더 머리아팠고요. 내가 봤을 때는 다 괜찮아 보이는데.”
“성당이요? 아.”
“크리스 약혼식이요. 리찌도 초대카드 받았죠?”
리찌가 고개를 끄덕였다.
12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박싱데이도 두 경기면 끝나고, 1월이 되자마자 EPL은 2주간의 휴식기를 가진다.
크리스의 약혼식은 대부분의 구단이 휴가를가지는 휴식기의 첫 날이었다.
“올 수 있어요?”
“네, 네. 당연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