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4
204
41. 윈터브레이크 (3)
선수들이 윈터브레이크를 보내는 동안 나는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뉴캐슬에 입단할 만한 새 스트라이커를 찾았다.
두 선수 정도로 가닥을 잡아 그의 에이전트들과 한창 이야기를 나눠보던 어느 날, 마가렛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끝났어요.
나는 영입 목전에 와 있다는 선수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뉴캐슬로 돌아와야 했다.
“수완 하나는 진짜 대단하네요. 대체 어떻게 꼬셨어요.”
“간단해요. 비전, 그리고 돈이죠.”
티모 베르너.
그는 1996년생의 젊은 공격수로 독일 국가대표의 주전 공격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월드컵 때는 많이 주춤했으나 경험이 쌓이며 국가대표 주전 자리를 다시 노리는 선수였다.
분데스리가에서는 매 시즌 리그 득점 순위 탑 5안에 들어가는 훌륭한 공격수였다.
별 개수로 치면 여섯 개 정도일까.
“그리고 그쪽에서 먼저 접촉해 왔어요.”
티모 베르너의 에이전트이자 아내인 완다가 접근해 왔다고 했다.
베르너는 순위가 많이 떨어져 유럽대항전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라이프치히에서 떠나고 싶어 했고, 완다는 베르너가 이적할 만한 여러 팀을 찾으러 다녔다.
그녀는 뉴캐슬의 단장 월시와 오래 대화를 나눴고, 구단주인 마가렛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승격 후 5~7위를 오가며 승승장구 중인 뉴캐슬이었기에 마가렛이 내놓은 비전에 혹한 완다는 티모를 설득해 뉴캐슬로 데려오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했다.
“벨리노는 어떻게 되나요? 아직 팀에 남아있잖아요.”
“바르셀로나와 이적료 협상은 끝났어요. 곧 바르셀로나로 떠날 거예요.”
“그렇군··· 예? 말해줘도 돼요?”
뜬금없는 특급 정보에 혀가 꼬여버렸다.
마가렛은 태연했다.
“우린 동업자잖아요? 태가 이런 거 이용해서 자기 잇속 챙기는 사람도 아니고.”
마가렛의 신뢰에 멋쩍게 웃었다.
마가렛은 구체적인 이적료가 4,000만 파운드라고 말했다.
기존에 4,300만 파운드(5,000만 유로)로 영입했으니 큰 손해는 아니었다.
최근 축구 시장에서 유망주들에게는 과할 정도로 높은 몸값이 매겨진다.
앙토니 마샬, 킬리얀 음바페, 우스망 뎀벨레 같은 선수들의 이적이 그 예다.
열아홉 살 주제에 프리미어리그 득점 탑 5안에 들어있는 벨리노는 평소였다면 부르는 게 값이었겠지만, 사고뭉치라는 리스크 때문에 빠르게 처리한 것 같았다.
몸값으로 이득은 못 봤지만, 팀의 승격을 이끌고 다른 수준급 플레이어들의 영입을 수월하게 해 줬기에 벨리노의 영입은 먼 미래에는 분명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후반기에도 걱정 없겠네요.”
“네, 술술 풀려서 너무 좋네요.”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실제로 티모 베르너는 실제로 윈터브레이크 후 경기에서 한 골을 넣었고, 그다음 경기에서는 한 개의 어시스트를 하며 순조롭게 적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적시장 종료를 이틀 남기고, 뉴캐슬에게 최악의 소식이 닥쳐왔다.
뉴캐슬 구단 기자나 다름없는 기자의 SNS게시글이었다.
후보 공격수만으로 남은 시즌을 꾸려야 하다니, 리찌는 괜찮을까 생각하며 전화를 걸어볼까 했는데,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리찌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물었다.
“정말 수술해요?”
-하아··· 맞아요.
리찌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렇게 바로 전화를 한 이유라면 뻔하지.
“선수 영입이 필요하다는 거죠? 전에 찾아놓은 선수들이 몇 있으니까 임대라도···.”
-아뇨, 아뇨. 그 건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네? 그럼···.”
-월시 단장이 지금 독일로 떠났어요. 다른 선수를 임대해오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태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다른 거예요.
다른 거? 잠깐 멈칫한 틈에 리찌가 다급하게 물어왔다.
-니콜라스 마카키스, 이제 뉴캐슬에서 뛰어도 됩니까? 볼턴에서 벌써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넘겼는데, 1부 리그에서 뛰기에는 모자랍니까?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니콜라스가 지금 뉴캐슬에 돌아온다면?
-한 선수 임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적 자금도 제한에 걸려서 더 많은 선수를 데려오는 건 어렵고요.
[니콜라스 마카키스]-현재 능력 : ★★★★★
니콜라스는 순조로운 2부 리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이 사건이 니콜라스에게 기회가 될 지 위기가 될지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져 왔다.
-니콜라스의 의사를 확인해 줄 수 있나요? 지금 당장. 부탁할게요.
“얼마든지요.”
*
“태?”
리버풀의 회사에서 차를 몰아 곧장 니콜라스와 던컨이 머무는 볼턴에 방문했다.
니콜라스는 연락도 없이 무슨 일로?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니콜라스에게 차를 몰고 오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결론부터 들이밀었다.
“닉, 뉴캐슬로 복귀해야 할 것 같아요.”
“예?”
이어서 뉴캐슬이 공격수를 잃었다는 설명을 해 줬다.
순항 중인 뉴캐슬이었지만, 이번 프리미어리그는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전체적인 수준 상승인지, 전체적인 수준 하락인지. 중위권 팀들은 상위권 팀을 곧잘 잡아냈고, 하위권 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7위인 뉴캐슬은 4위권까지 6점 차, 강등권까지 승점 10점 차를 유지하고 있었다.
10점 차는 네 경기 정도만 삐끗해도 뒤집힐 수 있는 수치다.
“리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벨리노라는 팀 내 득점 1위를 잃고, 대체자로 영입해 온 선수마저 잃어버렸어요. 그런 상황에서 전반기와 같은 성적을 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이 될 거예요.”
나는 니콜라스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 봤다.
“뉴캐슬의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었죠?”
니콜라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뉴캐슬을 도울 기회가 찾아왔어요.”
폭포수 같이 쏟아진 내 말에 니콜라스는 입을 몇 번 뻐끔거리고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니콜라스가 처음 내뱉은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이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닉의 현 기량은 맨유에 막 갔을 때의 데이비드와 동등한 수준이에요. 빅클럽에서는 후보-로테이션을 오갈 기량이고, 뉴캐슬에서라면 로테이션 정도는 충분하겠죠.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아요.”
뉴캐슬의 단장이 임대로 데려올 선수에 관해서도 들었다.
산드로 바그너.
바이에른 뮌헨의 3 옵션 공격수로 한때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인 레반도프스키를 위협할 정도로 좋은 기량을 보인 선수다.
다만 이번 시즌은 펄스 나인으로 완벽하게 기량을 회복한 토마스 뮐러에게 밀려 리그에서 3경기 나온 게 전부였다.
나이도 87년생으로 보통 선수라면 기량이 떨어지고 있을 시기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데이비드의 영향인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기존의 후보 공격수까지 포함해서 해 볼 만한 주전 경쟁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본 월드클래스 급의 재능을 지닌 선수들은 더 상위의 환경일수록 빠르게 성장했으니까.
“내일 자정까지 결정해야 해요. 어떻게 할래요?”
*
“마가렛이랑 보드진이 일을 잘하긴 잘해.”
뉴캐슬의 골수팬 스콧 코너의 말에 펍 안의 다른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벨리노의 이적설이 나자마자 티모 베르너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데려왔다.
그리고 티모 베르너가 6개월 이상의 장기부상을 당하자마자 빠른 움직임으로 쓸만한 임대 공격수, 산드로 바그너까지 데려왔다.
“그런데 말이야··· 쟤, 어떻게 생각하냐?”
알렉의 말에 스콧이 TV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는 오늘 오전 있었던 뉴캐슬의 인터뷰가 재상영되고 있었다.
산드로 바그너가 아니다.
저 선수는 이 펍의 모두가 알고 있는 선수였다.
여름이적시장 당시 뉴캐슬 팬들, 툰에게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선수다.
[큰 사고를 친 저를 다시 받아준 뉴캐슬에 목숨을 바치겠습니다.]실제로 보면 야수가 연상된다는 거대한 덩치와 험악한 인상.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공손하기 그지없었다.
직장생활 때문에 뒤늦게 펍에 모인 팬들은 오전에 니콜라스가 어떤 인터뷰를 했는지 몰랐다. 그저 바그너를 임대 영입하고, 니콜라스의 임대 복귀 조항을 발동시켰다는 것만 알 뿐.
펍에 모인 팬들은 니콜라스의 인터뷰를 접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방금 말을 꺼냈던 알렉은 의심을 품은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볼턴에서 딱히 사고 친 적은 없긴 하던데···.”
스콧이 이때다 싶어 니콜라스를 변호했다. 그는 마가렛과 태현석의 열렬한 팬이었다.
“영상으로 봤는데, 기량도 좋더라고.”
다른 사내가 스콧에게 물었다.
“어떤 스타일인데?”
“어··· 다 괜찮았는데··· 장점이라···.”
스콧은 골잡이, 타겟 스트라이커, 침투형 스트라이커 같이 정형화된 단어를 꺼내지 못했다.
그가 영상으로 접한 니콜라스는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든,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넣는 선수였다.
스콧이 머뭇거리자 알렉이 투덜거렸다.
“그래도 그런 전력이 있는 선수인데··· 벨리노보다 더 골칫거리 되면 어떡하냐. 난 시즌 동안 맘고생하기 싫다고.”
스콧은 말문이 막혔다.
알렉의 지적은 타당했다.
아무리 괜찮은 활약을 펼친다 한들, 약물 중독자였던 전력은 언제든 니콜라스를 사라지게 만들지도 몰랐다. 펍의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니콜라스의 인터뷰가 끝나고 다른 목소리가 화면에서 울렸다.
[나머지 인터뷰는 제가 대신 하도록 하겠습니다.]예의 바른 목소리, 이제는 뉴캐슬의 유소년 선수들보다도 얼굴이 더 익은 에이전트, 태현석의 말에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TV로 돌아갔다.
기자들은 태현석에게 날 선 질문을 늘어놓았다.
[마카키스 선수는 과거에 약물 중독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또 그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습니까?]지난번에는 바로 임대를 떠났지만, 지금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게 될 니콜라스였다.
그만큼 더 조심스럽게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태현석의 답변을 기다릴 뿐.
[네, 그랬습니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잘 견디고 있습니다. 협회에서 공식으로 복귀를 인정해 줬고, 병원에서도 검사받았고, 뉴캐슬의 메디컬 팀에게도 입증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전반기 동안 볼턴에서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고 훌륭한 활약을 펼쳤죠.] [팬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될 겁니다. 플레이하는 모습, 사생활 모두에서 니콜라스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시간이 약이다라··· 그 대답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까? 부족해 보이는데요.]한 기자의 날 선 물음에 태현석은 바로 답하지 않고, 니콜라스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또박또박 이야기를 시작했다.
[니콜라스의 재능은 호날두나 메시에 뒤지지 않습니다. 저는 니콜라스가 나중에 발롱도르를 다툴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지해 준다면, 그 불안감을 조금만 견뎌 준다면, 뉴캐슬은 앨런 시어러를 뛰어넘는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를 갖게 될 겁니다.]TV 속 기자회견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펍도 실시간으로 조용해졌다.
성과를 낸 사람의 말은 무게감을 가진다.
태현석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에이전트였다.
시즌 초 의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석대호는 이과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고, 뉴캐슬에 있던 데이비드는 이미 영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본 선수가 됐다.
그가 골키퍼에서 포지션을 변경시킨 크리스 앨런은 현 EPL 득점랭킹 2위였다.
스콧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화면 속 니콜라스는 굳은 얼굴로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태현석의 말이 태현석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듯이.
[어, 어떻게 확신하실 수 있죠?]기자가 말을 더듬었고, 태현석은 또박또박 답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걸 수 있습니다. 니콜라스는 약물 중독을 이겨낸 강한 정신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니콜라스가 최고의 선수 중 하나가 되지 못할 거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네요.]실패하지 않는 에이전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있었다.
화면 속 기자들도, 펍의 모두도 다시 한번 찾아온 침묵 속에 태현석이 니콜라스와 함께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모습만 지켜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