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5
205
42. 챔피언스리그 16강 (1)
데이비드의 다큐멘터리 담당 PD와 나는 데이비드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메라맨은 데이비드가 몸을 푸는 장면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찍든 말든 친우인 알렉시스 산체스와 함께 몸풀기에만 열중이었다.
“미스터 태 덕에 훨씬 수월했습니다.”
나는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촬영에서 가장 힘든 과정이라는 섭외에 큰 도움을 줬다. 데이비드의 과거를 알아보기 위해 만났던 사람들을 다 소개해 줬다.
방송은 좋은 퀄리티로 뽑혀야 한다. 그로 인해 데이비드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열심히 해 온 선수인지 알리고, 데이비드에게 ‘운이 좋았다.’라는 시선까지 말끔하게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그 목표를 위해 혹여나 PD가 제 입맛대로 편집 못 하게 계약서에도 명시해 뒀는데···.
“반할 것 같네요. 데이비드는 정말 멋진 선수입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데이비드의 과거를 촬영한 이 PD는 데이비드라는 사내에게 흠뻑 빠져 있었다. 저기 있는 카메라맨도 데이비드의 유니폼을 사 와서 데이비드에게 친필 사인을 받았다.
“오늘은 얼마나 찍으시나요?”
“다 찍어야죠. 많을수록 편집하기 좋아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필드 위를 바라봤다.
데이비드는 몸풀기 훈련을 마치고, 산체스와 일대일 대결을 시작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만 슈팅을 할 수 있고, 산체스가 공격, 데이비드는 수비 역할로 산체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대인 마크 훈련이었다.
데이비드는 모범스러운 자세로 자세를 낮추고 있었고, 산체스는 데이비드를 뚫기 위해 여러 개인기를 펼치고 있었다.
둘은 늘 그렇듯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중이었다.
“계약할 때는 데이비드가 이렇게 멋진 선수인 줄 몰라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16강 이상은 어렵겠죠?”
다큐멘터리 촬영을 챔피언스리그 탈락까지만 하겠다고 PD가 제안한 이유가 있었다.
작년 12월,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추첨에서 맨유는 최악의 상대를 뽑았다. 추첨자로 나왔던 맨유의 레전드이자 현 웨일즈 국가대표 감독인 라이언 긱스는 추첨 후 맨유 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맨유의 상대는 바로 작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르셀로나.
지난 시즌에 이어 바르셀로나는 신구가 완벽하게 조화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최악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타이틀을 빼앗고 싶어 하고 있었다. 회장과 단장, 그리고 주장 피케가 인터뷰로 말했다.
거기에··· 바르셀로나의 로컬 보이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는 조별리그 6경기에서만 열두 골을 넣었다. 기존 호날두의 열한 골 기록을 깬, 경기당 2득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였다. 기존 기록이나 기록 갱신이나 생각할수록 미친놈들이다.
올해 유로와 함께 열리는 코파 2020을 위해 컨디션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한 경기 한 경기 사생결단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인터뷰도 했었다.
나는 PD의 말에 솔직한 의견을 내비쳤다.
“저도 7대 3 정도로 어렵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스쿼드는 비슷하지만, 에이스가 너무 차이나요. 이번 시즌 메시는 펩 바르샤 시절을 떠오르게 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메시는 펩 바르샤 시절처럼 제로톱 공격수로 뛰는 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와 섀도우 스트라이커 자리를 오가고 있었다.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신체 능력은 조금도 줄지 않았고, 오히려 더 발전한 게 보이는 미친 선수였다. 둘 다 진작에 30살이 넘었는데, 대체 언제까지 해 먹을 건지···.
둘 말고 다른 선수가 발롱도르를 탄 지가 벌써 13년이나 지났다.
“그러고 보니 전 팀 동료를 만나는 거기도 하네요?”
“누가요? 데이비드가요?”
“네.”
나는 잠깐 하늘을 보며 데이비드의 전 동료가 누구지 생각해보다가, 금세 떠올릴 수 있었다.
“벨리노?”
“네, folletto(악동) 벨리노 데 루카요. 벌써 다섯 골이나 넣은 천재 공격수.”
벨리노는 수아레스와 공존하기도 대체하기도 하며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이적 초반이라 그런지 사고도 안 치고 있어서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지금 그를 무척이나 좋게 보고 있었다.
“루카와 데이비드는 서로 친했나요?”
“그냥 그랬어요. 따로 연락하지 않는 동료 사이?”
“아.”
PD가 시무룩해졌다. 괜찮은 스토리라인이 나올 수 있었는데 허망하게 날아가 버려서겠지.
사이가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뉴캐슬에서 둘은 직장 동료 느낌이었다.
아, 벨리노가 나에게 자기를 데려가 달라며 데이비드에 관한 뒷담화를 한 적 있으니, 벨리노는 데이비드를 미련한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지금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요.”
*
“그렇게 잘한다고?”
-네,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오던데요? 데이브 좀 바꿔줄래요. 내가 직접 얘기해 줄게요. 때.
“알았어. 고마워.”
포지션은 조금 다르지만, 데이비드와 마찬가지로 우측면에서 뛰는 세바스티앙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바스티앙은 전반기, 후반기 총 두 번 바르셀로나를 직접 상대해봤다.
세바스티앙의 첫 말은
-답이 없어요. 그 좁은 공간에서 드리블해 치고 나가는데 어떻게 막아요? 메시는 사람이 아니에요. 신이죠.
이었다.
실제로 AT마드리드는 원정에서 3-1 패, 홈에서는 2-0 완패를 당했다.
데이비드는 진지한 얼굴로 세바스티앙의 조언을 듣고 있었다.
다음 주면 바르셀로나와 홈에서 1차전을 치른다. 데이비드의 경쟁자 발렌시아도 드문드문 출전하고 있지만, 빅팀들과의 경기에서 무리뉴는 늘 데이비드를 선택했기에 이번에도 데이비드가 출전할 것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보다 실제 경험자의 한 마디가 값질 때가 많다. 세바스티앙의 조언이 데이비드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 했어요?”
“예, 안부 전해달라고 합니다.”
데이비드는 세바스티앙과 통화하며 열심히 필기하던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집중에 방해가 될까 봐 나는 데이비드가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봤다.
데이비드가 쓴 걸 한번 다시 읽고 노트를 내려놓았을 때, 나는 데이비드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 경기 상대는 아마 벨리노가 될 거예요. 그리고 스위칭을 한다면··· 데이비드는 메시와도 붙어야 할 거예요. 어때요? 자신 있어요?”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벨리노는 왼쪽 윙 자리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메시는 중앙에서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공격수 자리든 가리지 않고 움직였고.
“시작부터 최종보스네요. 그래도 잘 됐죠. 뭐. 어차피 우승하려면 꺾어야 하는 선수잖아요?”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말이었다. 데이비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오히려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렇죠?”
데이비드가 느릿하게 말했다.
“그리고··· 당장은 벨리노만 생각하겠습니다. 뉴캐슬에서 일 년 동안 봐 왔던 동료이니 제가 정말로 벽을 넘은 것인지 확인할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았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트에서 바르셀로나에게 완패했다.
메시는 슈팅 단 세 번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예전 레알 마드리드의 호나우두가 3 슈팅 3 골을 했던 걸 재현했고, 데이비드의 상대 벨리노는 2어시스트를 올렸다.
데이비드는 늘 그렇듯이 최선을 다했다.
분명 뉴캐슬 시절보다 기량이 올라간 건 틀림없었다. 벨리노는 1대 1에서 단 한 번도 데이비드를 뚫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벨리노는 뉴캐슬에서와 다르게 메시와 쿠티뉴, 수아레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브라질 국가대표 알렉스 산드루가 지키고 있는 왼쪽 측면보다는 데이비드가 지키고 있는 우측면을 노렸고, 데이비드는 말 그대로 걸레짝이 되었다.
포그바가 90분에 간신히 한 골을 만회했지만, 최종 스코어는 3-1, 맨유에게는 최악의 결과였다.
맨유는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누 캄프에서 3-0으로 승리해야만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 골이라도 실점한다면 4점 차로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많은 비난이 있었다.
축구 팬들은 수비수들에게 가혹하다. 공격수들의 실수는 잊히지만, 수비수들의 부진은 영원히 남는다.
기자들과 팬들은 저런 기량 미달의 선수를 왜 선발한 거냐고, 무리뉴 감독의 판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거센 반응 속에서도, 데이비드는 묵묵히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뛸 때 좌우 밸런스가 좀 틀어진 것 같아 보이는데 검사 한 번 받아볼래요?”
“알겠습니다.”
16강 1, 2차전은 간격이 상당히 길었다. 거의 한 달가량이었다.
데이비드를 돕고 싶었다.
혹여나 데이비드의 몸 상태가 망가지지 않을까 늘 관찰하고 있었다.
부상이란 사소한 징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최대한 세심하게 데이비드를 살폈다.
요즘 들어 헬퍼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졌다.
데이비드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게 아닐까?
몸 상태는?
그렇게 무리하고 있는데 어디 하나 고장나고 있는 건 아닐까?
늘 알던 걸 알 수 없게 되니 너무나도 답답했다.
세세한 관찰 없이도 문장 하나로 데이비드의 모든 걸 알려주던 헬퍼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여전히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고, 헬퍼라는 도우미 없이 그런 데이비드를 지켜보기에는 너무나도 불안했다.
“그렇게 불안해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어느새 데이비드가 다가와 있었다.
“불안해하다니요? 전혀요.”
“얼굴에 다 드러납니다. 태답지 않습니다.”
데이비드는 내 옆에 곱게 개어진 수건으로 땀을 닦고, 음료수로 목을 적셨다.
그리고 내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2차전에서도 선발입니다. 감독님께서 따로 말씀해주셨습니다.”
“네?”
“감독님은 여전히 절 신뢰하고 계십니다. 감독님은 1차전 동안 메시를 지켜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1차전 전에 아마 이번 경기는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고, 데이비드에게 각오하라고 말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메시의 플레이를 최대한 눈에 담아놓으라고 말했다고 했다.
바르셀로나는 현 시즌 전 세계 최강 팀 중 하나라고, 그런 팀을 상대하고, 메시나 호날두 같은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할 때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수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게 저라고 합니다. 2차전에서 저는 메시를 전담 마크하게 될 겁니다.”
“아니··· 그건 잘 됐는데··· 경기 출장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왜 그러십니까?”
나는 솔직한 내 심경을 말했다.
“더 잘, 많이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 수가 없어서요.”
“지금도 잘 도와주고 계십니다만···.”
“작년처럼 못 도와주고 있잖아요. 원래는···.”
나는 말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헬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데이비드에게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앱이다. 누군가에게 말해도 되는 건지 본능적으로 꺼려졌다.
내 머뭇거림이 뭘 의미하는 것도 모르는 데이비드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평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지켜봐 주시는 거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에이전트와 선수는 파트너 관계입니다. 태는 제 최고의 파트너고요. 파트너가 뭡니까.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태에게 일방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절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태가 저에게 투자해준 만큼, 최고의 결과를 가져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