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8
208
42. 챔피언스리그 16강 (4)
누 캄프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원정팀의 프리키커가 공을 찰 때는 늘 야유와 갖가지 방해가 날아든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모든 관중은 경건한 종교의식에 참석한 것처럼 숨을 죽이고 데이비드의 몸짓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이 10만 명 중 가장 긴장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헬퍼를 통해 데이비드에게 프리킥 연습을 권유한 후로, 데이비드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프리킥을 연습했다.
맨유에 와서는 찰 기회가 아예 없었지만, 데이비드는 훈련을 거르지 않았었다.
맨유의 선수들도 그걸 알기에 저렇게 양보해 줄 수 있는 걸 거다.
하필 왜 이 순간일까. 컵대회나 하위 팀과 경기에서 한 번이라도 차 봤다면 모르겠는데, 왜 하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전, 그것도 바르셀로나 전에서 처음으로···.
대략 25m 정도의 거리.
대역전의 발판이 될지도 모르는 결정적인 찬스.
팬들로서는 환상적인 기회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선수로서는 막대한 중압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 메시조차도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필드 위의 데이비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강직한 눈으로 공과 골대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미들즈브러전에서도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었지.
데이비드는 강심장이다. 그 강심장이 지금의 중압감도 견뎌주길 바랐다.
삐익!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선수들은 각자 마크하는 선수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바르셀로나의 벽을 이룬 선수들은 데이비드의 움직임을 빤히 주시했다.
전광판에 확대된 데이비드의 얼굴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
데이비드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장면일 텐데도 내 눈에는 느리게 보였다.
단 두 걸음의 짧은 도움닫기에 이은 킥.
수없이 연습하는 걸 지켜봤기에 알고 있었다.
완벽한 디딤발에 완벽한 임팩트였다.
데이비드의 발을 떠난 공은 붕 떠서 바르셀로나의 벽을 넘었고, 곧장 골대 구석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테어 슈테겐은 벌써 몸을 날리고 있었다.
탱.
공은 골대에 맞았고,
테어 슈테겐의 손 뒤로 떨어졌다. 공은 골라인 너머의 잔디에 세게 튕기고, 뒤의 골망을 흔들었다.
원정 팬들이 환호가 일시에 터져 나왔다.
바르셀로나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30분 만에 맞이한 제대로 된 찬스.
데이비드 워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첫 번째 추격 골을 만들어냈다.
데이비드는 별다른 세레머니 없이 공을 줍기 위해 골대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맨유의 선수들이 얼마나 흥분한 건지 제 자리에서 뛰기도 하고, 발을 구르며 데이비드에게 모여들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세레머니를 하러 다가오는 선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크게 외쳤다. 관중들의 환성 때문에 목소리가 묻힐까 봐 소리를 키운 모양이었다.
갑자기 데이비드의 목소리가 전광판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골대 근처에 있던 마이크에 목소리가 잡힌 모양이었다.
데이비드도 놀랐는지 고개를 잠깐 들었다가, 이내 공을 팔에 끼고 센터서클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맨유의 원정 팬들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는 기대감이 잔뜩 서리기 시작했다.
데이비드에게서 드디어 눈을 뗄 수 있었다. 잠깐 혼을 빼앗겼던 기분이다.
나는 보다 말았던, 한참을 깜빡였던 데이비드의 오늘의 능력을 확인했다.
-오늘의 능력(3/5) : ★★★★★★★
“···일곱 개.”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돌아 전신에 퍼졌다.
찌릿찌릿한 게 정말 최고의 기분이었다.
삐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재개됐다.
이 필드에 본격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한 명의 축구팬으로 돌아가 이 명경기를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
“헉, 허억···.”
토할 것 같다. 무릎도 뜨겁고 발목도 뜨겁고, 발바닥마저도 뜨겁다. 온몸이 뜨겁다.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계속 뛸 수 있는 건, 머릿속에서 계속 퍼지고 있는 환희 덕분이었다.
AS로마전에서 느꼈던 그 감각이다. 그동안 반쪽짜리만 가지고 플레이하느라 얼마나 답답했던가. 이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이 단숨에 해소됐다.
드디어, 이 세계에 돌아왔다.
‘이제는 안 잃어버린다.’
데이비드는 굳게 결의하며 다시 한번 메시를 쫓았다. 메시는 아까부터 데이비드를 신기한 사람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메시가 막 공을 잡았다. 데이비드는 자세를 낮추고, 메시와 거리를 유지하며 다가가지 않았다.
메시는 공을 굴리며 천천히 데이비드의 눈치를 봤다.
공을 굴리던 발이 필드를 밟았을 때, 메시는 느닷없이 공을 왼쪽으로 몰았다. 데이비드는 급히 움직여 메시를 쫓았다.
하지만 메시는 그 짧은 틈새에도 벌써 패스를 마친 뒤였다.
메시는 데이비드를 보며 씩 웃었다. 이제는 어떻게 할 거냐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데이비드는 메시가 바라본 곳을 봤다. 벨리노가 막 공을 잡고 줄리우와 대치하고 있었다.
데이비드의 머릿속에는 실시간으로 필드 위가 그려지고 있었다.
‘지금은 메시를 막을 때가 아니다.’
데이비드는 40여 분 동안 붙어있었던 메시에게 과감하게 떨어지며 공을 막 잡은 벨리노의 옆으로 달려갔다.
정확히 말하면 중앙으로 침투하고 있는 쿠티뉴에게였다.
벨리노가 공을 잡고 있는 동안 중앙에 있던 수아레스가 공을 받는 척하며 측면으로 빠질 것이고, 바이는 마크하러 쫓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생기는 텅 빈 공간으로 필리페 쿠티뉴가 침투하는 것이 바르셀로나의 세부 전술일 것이다.
벨리노는 줄리우를 앞에 둔 채 헛다리를 짚다가 보지도 않고 아웃프런트로 패스했다.
그곳에는 틀림없이 쿠티뉴가 있다. 그리고 맨유의 선수들은 지난 경기처럼, 방금의 우연일게 틀림없는 플레이 전까지처럼 쉽게 슈팅을 허용할 것이다.
“어?”
이상했다. 쿠티뉴만 있어야 하는 공간에 메시를 마크하고 있어야 할 데이비드가 와 있었다. 쿠티뉴가 공을 잡긴 했지만, 데이비드의 마크에 막혀 다시 벨리노에게 공을 넘겨야만 했다.
벨리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메시를 한 번 막는 건 웬만한 수비수라면 할 수 있는 플레이다. 그 플레이 이후 나온 프리킥 골, 벨리노는 데이비드가 프리킥 하나는 괜찮게 찬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억지로나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플레이는 뭘까.
그리고 프리킥 골 이후 10분간 계속됐던, 메시에게 패스할 공간이 많이 사라진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뉴캐슬에서 본 데이비드는 그저 평범한 선수일 뿐이었다.
그의 에이전트가 기분 나쁜 태현석이 아니었더라면,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을 선수였다.
지난 경기나 이번 경기나, 태클 기술이나 패스 폼, 개인 테크닉을 봤을 때는 절대 빅클럽에 있을 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툭.
쿠티뉴를 막고 있던 데이비드가 어느새 다가와 자신이 밟고 있던 공을 빼냈다. 저항감이 없어 빼앗긴 것도 평소보다 뒤늦게 깨달았다. 빠진 공은 자신을 마크하던 줄리우에게 향했고, 패스가 좋은 줄리우는 곧장 루카쿠에게 긴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공을 빼낸 데이비드는, 방금의 플레이가 별것도 아니라는 듯 다시 메시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프 타임의 드레싱 룸에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한 선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감독님의 전술을 기본으로, 가능한 한 다 나한테 패스해.”
메시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메시의 눈동자가 활활 불타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대체로 기가 죽어 있었다. 벨리노가 빼앗기고, 루카쿠에게 향한 공은 네이마르에게 전해져 결국 두 번째 실점으로 이어졌다.
현재 총 스코어는 3-3, 원정 다득점 규칙으로 바르셀로나가 앞서고 있긴 했지만, 그들은 궁지에 몰린 기분이었다.
두 번째 실점의 원흉이었던 벨리노가 작게 투덜거렸다. 이 중압감을 떨쳐내려는 듯이.
“별것도 아닌 선수였는데, 운이 좋아서 그런 건지···.”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별것도 아니라고?”
메시가 벨리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워커는 경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 기술은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축구가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그런 선수가 별것도 아닐 리가 없잖아?”
메시의 눈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았다. 그의 눈은 허공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이 뭘 보고 있는지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주장 피케가 작게 중얼거렸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요?”
피케의 옆에 앉아 있던 우스망 뎀벨레의 물음이었다.
“응. 20년 전 레오를 보는 것 같아.”
레오는 리오넬 메시의 애칭이었다. 피케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이자, 메시와 유소년 시절을 함께 보낸 선수 중 하나였다. 피케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자신의 친구, 리오넬 메시 위에 어린 그를 겹치며 추억을 되새김질했다.
“뚫기 힘든 선수를 발견했을 때, 레오는 저렇게 활활 타오르곤 했거든.”
*
후반전 20분까지.
데이비드는 한 마디로 미친개였다.
메시를 마크하는 건 기본이고, 팀에 무언가 균열이 생길 것 같으면 어느새 메시를 버리고 뛰어가 그 공백을 메꿨다.
부딪혀도 비틀거리면서 계속 뛰는 것도, 바닥에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는 것도 여전해 바르셀로나의 어린 선수들은 데이비드를 볼 때마다 위축된 플레이를 보였다. 소리까지 지를 때는 기가 질린 표정을 짓곤 했다.
하지만 메시나 부스케츠 같은 기존의 월드클래스들은 달랐다.
그들은 데이비드가 얼마나 괴물 같은 모습을 보이든 태연하게 할 일을 했다.
특히 전반전 막바지에 데이비드에게 묶였던 메시는 벌써 해법을 찾은 건지 데이비드에게 계속 일대일 드리블을 시도하려고 했다.
지금처럼.
“와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메시는 간결함의 상징 같은 선수였고, 어린 시절 플레이를 제외하고는 화려한 드리블이라고는 손에 꼽을 만큼 선보였다.
그런 메시가 지금 헛다리에 이은 플립플랩으로 데이비드를 한쪽으로 몰아넣고 곧장 공을 밟아 옆으로 당기는 마르세유 턴으로 데이비드를 완벽하게 제쳐내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뱅글 도는 메시의 등에 막혀 속도를 잃어버렸다.
“역시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구나··· 헉!”
메시는 화려한 개인기의 여운을 즐길 틈도 주지 않고 곧장 감아차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패널티박스 밖이었지만,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대 구석으로 향했다.
“하아···.”
다행히도 맨유의 수호신 데 헤아가 긴 팔로 막아냈다.
메시는 한숨을 내쉬더니 터덜터덜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당한 데이비드는 눈에 더 힘을 준 채로 메시를 쫓았다.
또 한 번 메시에게 공이 왔다.
데이비드는 화려한 개인기를 의식한 건지 간단한 상체 페인팅에 넘어갔다.
메시는 데이비드를 완벽하게 제쳐냈다고 생각했는지 빠르게 전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두 번 연속으로 당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메시의 짧은 다리가 교차하는 틈으로 발을 집어넣어 공을 빼냈다.
메시가 동시에 쓰러졌지만, 옆에서 보고 있던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으며 계속 플레이할 걸 요구했다. 완벽한 태클이었다.
메시의 공격이 성공할 때도 있었고, 데이비드의 수비가 성공할 때도 있었다.
메시는 데이비드를 상대할 때 철저하게 일대일을 고집했다.
그 모습이 데이비드를 인정하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둘의 차이는 팀원들에서 나왔다.
틈이 조금이라도 날 때마다 나오는 수아레스와 메시의 날카로운 슈팅은 맨유의 월드클래스 데 헤아 골키퍼에게 막혔고, 역전당하는 분위기와 데이비드의 기세에 눌린 벨리노와 뎀벨레 같은 어린 선수들은 슈팅 찬스를 허망하게 날리곤 했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분전으로 힘을 얻은 맨유의 선수들은 또 한 번 득점하며 3-0을 만들어냈다.
역전 골을 넣었을 때, 데이비드는 드디어 환하게 웃으며 세레머니에 함께 했다.
골을 넣은 산체스는 데이비드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재잘재잘 떠들었다.
흐름을 탄 맨유의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고, 무리뉴 감독은 방언이 터진 것처럼 끊임없이, 벤치에 앉지도 않은 채 선수들에게 위치를 지시했다.
삑, 삐이이이익!
마침내 긴 휘슬이 울리며 경기 종료 사인이 울렸다.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심지어는 바닥에 엎어져 우는 선수도 있었다.
맨유의 원정 팬들은 경기장을 나갈 생각도 안 하고 글로리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의 응원가를 부르며 기적적인 승리를 이끈 선수들을 찬양하고 있었다.
갖가지 선수들의 이름이 불렸는데, 특히 워커라는 이름이 자주 불렸다.
데이비드는 경기가 끝났는데도 굳건히 서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던 AS로마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데이비드에게 메시가 천천히 다가갔다.
자신의 유니폼과 데이비드의 유니폼을 번갈아 가리킨다. 유니폼 교환 요청이었다.
데이비드는 곤란하다는 얼굴을 했다. 진 선수가 유니폼 교환을 하고 있으면 홈 팬들이 별로 좋지 않게 보지. 데이비드는 메시를 배려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손가락으로 터널 쪽을 가리켰다.
메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엄지손가락을 데이비드 쪽에 들어 보이고는 터널로 먼저 들어갔다.
그리고 이 장면은 커다란 사진이 되어 다음 날 모든 신문사의 1면 표지가 되었다.
나는 신문의 제목들을 읽으며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네··· 챔피언스리그 끝나고 방송하신다고 하셨었잖아요.”
-지금 화제성 보세요. 당장 2부로 나눠서 방송부터 하는 게 좋겠다고 난리에요!
“아아··· 네. 조건대로 방영 전에 제가 먼저 보고···.”
-아이고, 당연하지요. 당연히 그렇게 해드려야죠. 그리고 절대 수 쓸 생각은 없습니다. 그대로 써도 완벽할 텐데요! 아, 그리고 마케팅팀에서 데이비드 선수를 새 축구화 광고 모델로 쓰고 싶다고 하는데요.
“광고 모델요?”
-네네, 제발. 꼭 말이라도 들어달라고 지금 출발했다고···.
“예에?”
PD의 전화를 끊으며, 지금 찾아온다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전 세계의 축구팬들을 뒤흔들고 이런 골칫거리를 내게 안겨준 데이비드는···.
퉁, 퉁.
아침부터 몸을 풀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번 같은 실수는 없을 거라며 데이비드는 경기 다음 날 아침부터 훈련을 예고했고, 혹여나 무리하지 않을까 걱정돼 데이비드를 지켜보러 나왔다.
-오늘의 능력(3/6) : ★★★★★★★
나는 방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던 데이비드의 오늘의 능력을 떠올리며 물었다.
“어때요? 한계를 넘은 기분은?”
데이비드는 처음 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되돌아오는 질문도 가관이다.
“···넘었습니까?”
“당연하죠. 안 넘었는데 메시랑 비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슬슬 끄덕이고는 다시 볼을 리프팅하기 시작했다.
황당했다.
“왜 그렇게 덤덤해요? 안 기뻐요?”
데이비드는 계속 공을 튀기며 답했다.
“로마전에서는 이 위에 뭔가가 더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끝이더군요. 로마전과 똑같은 상태가 되자 말로만 듣던 메시와도 겨룰 수 있었습니다.”
무슨 상태를 말하는지는 선수가 아닌 난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뚱한 표정을 짓자 데이비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고··· 이건 과정이었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잠깐 정신이 멍해졌다.
“AS로마전이나 어제의 저처럼, 한 경기에서 대활약하는 선수는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다릅니다. 이 기량을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매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 선수들만이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통통 튀기던 공을 발바닥으로 잡았다.
“현석, 제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우승, 발롱도르입니다.”
그래, 이런 선수였지.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당연하다는 듯 내뱉는.
그리고 이 고집쎈 허풍쟁이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건 그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데이비드가 앞꿈치로 공을 띄워 제 손에 잡았다. 그리고 공을 내 쪽으로 내민다. 데이비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도 도와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