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9
209
43. 두 번째 도전 (1)
“재계약, 합시다.”
“···네?”
“기본 주급은 15만 파운드(약 2억 1천 5백만 원)로 하죠.”
“예?”
“계약 기간은 3년.”
“어···.”
“초상권도 양보하겠습니다. 이 정도 퍼센티지면 어떨까요.”
“좋은데, 아주 좋은데요···.”
내가 할 말을 왜 이 남자가 하고 있는 것일까.
내 앞에 앉아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남자의 이름은 에드 우드워드.
줄리우와 데이비드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회장이자 디렉터도 겸하고 있는 남자였다.
“그걸 왜 오늘···.”
“급해서요! 미스터 태 요즘 다른 구단 사람들 만나느라 바쁘다고 소문이 파다합니다. 얼마나 바쁜 건지 데이비드 훈련에도 안 나오고!”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못 나오는 건데요···.”
데이비드의 한계돌파가 일단락되고 일주일 동안, 나는 이번 이적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연례행사처럼 들어오는 크리스에 대한 제안을 들어봐야 했고, 스벤이 데리고 있는 선수 중 다섯 정도가 이적 요청을 해 여러 구단의 사람들과 만나야 했다. 내 스케쥴표는 빈틈 하나 없이 빼곡했다.
참고로 데이비드의 일정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시즌 초, 후보급으로 맨유에 이적한 데이비드는 계약 당시 신경 써서 넣어 둔 낮은 바이아웃이 존재했고, 덕분에 화제가 된 지금은 별의별 구단들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일정들은 아직 스케쥴표에 적어두지도 않았다. 이들을 하나하나 만날 생각만 하면 눈앞이 깜깜했다.
우드워드는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데이비드가 이적할 팀을 알아보러 다니는 걸지도 모른다고.
나는 슬며시 웃었다.
먼저 얘기를 꺼내주다니.
위의 일정들을 스케쥴표에 적어두지 않은 이유는, 재계약 한방으로 다 지워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드는 지금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에 있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감독 아래 있었다. 선수들과 신뢰도 많이 쌓았다.
그러니까, 굳이 이적할 필요가 없는 거다.
우드워드가 저녁을 먼저 먹자고 했지만, 속단하지는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자리는 늘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재계약 얘기를 언제 꺼내야 하는지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드워드가 먼저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고 정리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우드워드의 제안을 들었다.
“무리뉴 감독이 재계약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유형의 선수라고, 데이비드의 끝이 어딜지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좋은 소식이네요.”
“그리고 우리 보드진에서도 워커의 가치를 높게 잡고 있습니다. 미스터 태도 아실 겁니다. 최근 아디다스와도 새 계약을 체결했다지요?”
맞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데이비드에 관한 관심은 사그라들질 않았다. 뛰어난 외모의 크리스처럼 여성 팬까지 끌어들이지는 못했지만, 데이비드는 지난주의 극적인 경기로 축구 팬들과 남성 팬들의 마음을 대번에 사로잡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을 상대로 역전극을 이끈 게 평소에 주목받던 선수가 아니라, 꾸준히 밑바닥부터 노력해 온 선수였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었다.
유니폼 판매 수는 이번 주 한정으로 1위였고(전 세계 기준이다), 앞으로도 이 기세가 유지되면 유지됐지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난주, 아침부터 찾아온 아디다스의 마케팅 디렉터는 데이비드에게 한 제품의 광고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제품은 축구화였다. 전 세계에 내놓을 것이라며 직접 들고 온 심플한 디자인의 축구화를 자랑하던 그는
‘슬로건은 로 준비 중입니다.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축구화입니다. 10년 전 데이비드처럼, 꿈을 좇지만 돈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축구화죠.”
라는 말로 데이비드와 나를 대번에 사로잡았다.
광고 촬영을 위해 딱 하루만, 팀 훈련 이후 오후만 내어달라는 말에 데이비드는 고민하다가 결국 수락했다. 나도 혹하긴 했지만, 훈련 때문에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5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일 년 치 계약금은 덤이었다. 어제 입금됐지.
아무튼, 그 정도로 데이비드는 화제였다.
“그리고 우리도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이번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고, 유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데이비드가 수비수로서 파비오 칸나바로 이후 발롱도르와 FIFA올해의 선수 최종후보에 들어가는 첫 선수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우드워드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거짓말을 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 개인기록과 팀 성적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모든 사람은 압니다. 스네이더와 리베리만 보면 알 수 있죠.”
“예.”
스네이더와 리베리는 트레블의 주역이었음에도 메시와 호날두에게 밀려 상을 받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임팩트죠. 임팩트가 있어야 기자단과 주장, 감독들이 투표합니다. 데이비드는 지난 경기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데이비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략이나마 압니다. 그게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 정말 굉장할 겁니다.”
“유로는요? 데이비드는 단 한 번도 대표팀에 들어간 적이···.”
“제가 감독이라면 데이비드는 당연히 뽑을 것 같은데요. 같은 자리에 카일 워커와 키어런 트리피어가 버티고 있다고는 하나, 데이비드는 완벽히 다른 유형의 선수니까요.”
우드워드의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차출 공문이 들어왔나요?”
우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논의되고 있다는 것만 압니다. 아마 다음 주 내로 결과가 나올 겁니다.”
대표팀이라.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이미 조던과 레온이 뛰고 있었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젊은 팀으로도 좋은 성적을 냈었고, 우승은 아니더라도 8강, 4강 정도는 충분히 노릴 수 있는 팀이었다.
가면 좋겠지, 아니 가야만 한다.
데이비드의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대표팀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건 그렇고···.
“누가 보면 에드가 데이비드의 에이전트인 줄 알겠어요. 제가 구단 사람이고.”
우드워드가 머쓱하게 웃는다.
본래 협상 자리에서 구단 사람은 선수를 깎아내리고, 에이전트는 선수를 치켜세워주는 게 정석이다.
나는 우드워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띄워주세요? 데이비드 몸값 올라가서 좋을 게 없을 텐데.”
뭐 다른 속셈이라도 있는 걸까. 사이좋은 편이었기에 솔직하게 물었다.
“빨리 계약하고 싶어서요. 이만큼이나 좋게 보고 있고 그만큼 원하니까, 밀고 당기기 그만하자 이겁니다.”
밀고 당긴 적은 없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구단 직원들마저도 난리입니다. 매일 몇 개씩 제안이 들어온다고, 빨리 재계약 해 오라고.”
“그래요?”
“예, 그러니까 아까 조건 그대로 해서 빨리 계약합시다.”
지난번 협상에는 팔짱만 끼고 있었던 남자다.
보통 때라면 협상팀에 맡길 일을 직접 갖고 와 내게 먼저 제안하고 있었다.
협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고, 데이비드도 돈을 바라는 게 아니니 이대로 사인을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 얘기를 들어봐야죠. 여기서 나온 얘기는 데이비드에게 그대로 전할게요. 그럼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에드.”
우드워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악수했다. 데이비드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한 나는 곧장 차를 타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얼마요?”
“주급 15만 파운드. 연봉으로 치면 780만 파운드(약 112억)요. 세금이 좀 많이 떼이겠지만, 아무튼 구단에서 제안한 급여는 그래요.”
데이비드는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충격 하나를 더 더했다.
“그리고 엊그제 광고 촬영한 거 계약금 들어왔어요. 500만 파운드(약 71억)요.”
이제는 인상까지 찌푸린다.
나는 데이비드의 반응에 신이 나서 계속 말했다.
“구단에서 급료만 주는 게 아니죠. 보너스도 많이 따올 테고, 계약금도 많이 가져올 거예요. 이번에는 출장시간 보장 조항도 최대한 넣어 볼게요. 어때요? 대번에 부자가 된 기분은?”
“부담스럽습니다만···.”
필드 위와는 다른 데이비드의 어리숙하고 소박한 반응에 큭큭 하고 웃음이 나왔다.
“맨유랑 재계약, 해요 말아요? 이것부터 물어본다는 걸 계약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네. 천천히 고민해 봐도 돼요.”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하겠습니다. 저는 여기가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당장 연락해볼게요. 그리고 광고 계약금도 바로 입금해 둘게요. 원래 계좌면 되죠? 금액이 꽤 커서 다른 계좌를 만들어야 하나···.”
데이비드는 따로 돈 관리를 부탁하지 않았다. 먹고살 돈만 있으면 된다고 하며 그저 가지고만 있다.
데이비드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석이 알아서 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에는 수수료로 많이 챙겨 가십시오. 절반 이상 챙기셔도 상관없습니다.”
“네?”
오늘은 되묻는 하루인가.
우드워드도 그렇고 데이비드도 평소답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공을 들고 필드로 돌아갔다. 어느새 쉬는 시간이 끝나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헬퍼를 확인했다.
오늘 얻은 정보에 데이비드의 이상행동 이유가 적혀있지 않을까 해서.
“아.”
있었다.
-태현석에게 보답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훈련까지 빼먹고···.
“나 참···.”
괜히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
어제는 데이비드의 재계약을 마쳤다. 그리고 나는 데이비드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함께 봐야 할 방송도 있었기에.
그리고 오늘 아침, 우리는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이거 당장 나가기는 글렀는데요?”
“훈련은 어떡하죠.”
“경찰에 연락해 뒀으니 금방 올 거예요. 구단 장비관리사에게도 얘기해 뒀으니, 너무 걱정하진 않을 거고요.”
창문 밖은 데이비드를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대부분 데이비드가 마킹 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스마트폰들이 들려 있었다.
옆에는 기자들로 보이는 무리까지 있다.
어제 방송 때문일 거다. 밤새 SNS와 레딧 등에서 화제가 된 건 알고 있었지만, 집까지 이렇게 무리 지어 찾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방금 막 통화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거의 다 왔습니다. 저희 차를 타고 나가는 게 안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해야겠네요.”
-예, 곧 뵙죠.
어제 다큐멘터리 1부가 방영됐다.
‘1999년, 어린 데이비드는 누 캄프에서 기적을 보았다.’라는 낡은 자막으로 시작된 다큐멘터리는 데이비드의 삶을 차례로 담았다.
어린 시절 프로 데뷔에 실패.
공사장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아마추어팀 노스 그린 포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고, 인부 일로 번 돈으로 6부 세미 프로팀에서 버티며 삼 년 만에 3부 리그의 프로팀으로 진출.
스물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2부 리그 팀 밀월에 입단.
그리고 리찌를 만나고, 나를 만나 뉴캐슬에 입단.
맨유에 후보로 입단해서 주전 경쟁을 이겨내고 결국 주전으로 도약하는 과정까지.
이 과정들을 데이비드의 부모님이 제공한 낡은 사진과 영상, 그리고 주변인들의 인터뷰 등으로 데이비드라는 선수에 관해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했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는 지난주에 열렸던 경기가 나왔다.
다큐멘터리는 데이비드가 경기 초반 헤매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각성 후 메시와의 대결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그리고 놀랄 만한 인터뷰가 경기 중간에 삽입됐다.
[데이비드는 축구가 무엇인지 아는 훌륭한 선수입니다. 다음 시즌이나 국가대항전에서 꼭 다시 대결해 보고 싶습니다.]리오넬 메시의 개인 인터뷰였다. 메시는 그 경기에서 자신이 느낀 데이비드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2분가량의 꽤 긴 인터뷰.
데이비드는 메시의 칭찬에 많이 놀란 기색이었다.
나도 사전 검수 때 꽤 놀랐었다.
PD도 메시가 수락해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저 메시가 아디다스의 메인 모델이었기에 한 번 찔러나 봤을 뿐이었다고.
처음에는 인터뷰를 꺼렸던 메시는 데이비드의 과거를 듣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했다.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이나 맨유 선수들의 인터뷰까지 끝나고, 3-0스코어를 보여주며 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경기 후 메시가 데이비드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장면이 나오고, 시작과 비슷한 방식으로 다큐멘터리가 끝났다.
‘2020년, 데이비드는 누 캄프에서 직접 기적을 만들어냈다.’라는 깔끔한 폰트의 현대적인 자막으로 말이다.
밖이 시끌벅적했다.
경찰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경찰들은 사람들을 물리며 인간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었다. 사고가 날지 모른다고 말하니 바로 달려왔다.
“슬슬 나가봐야겠는데요.”
옆에서 창문 밖을 함께 보던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데이비드가 대답이 없다.
“데이비드?”
요즘 들어 데이비드의 새로운 얼굴을 많이 보는 것 같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스포트라이트다. 처음 보는 광경일 테니 이해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훈련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