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10
210
43. 두 번째 도전 (2)
데이비드는 창문 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재촉하자 머뭇머뭇 가방을 챙겨 내 쪽으로 왔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와아아아아아!”
“워커다!”
어마어마한 함성과 마주했다.
데이비드는 다시 한번 걸음을 멈췄고, 나는 데이비드의 소매를 잡아 질질 끌었다.
경찰분들이 수고해준 바리케이트의 끝에는 경찰차가 한 대 서 있었다.
“빨리 가십시오!”
데이비드가 꾸물거리자 사람들을 막기 벅차 보이는 경찰이 소리쳤다. 경찰들 사이로 데이비드의 팬들은 데이비드를 향해 손을 뻗으며 이말 저말 외치고 있었다.
“사진, 사진 좀 같이 찍어줘요!”
“데이브! 사인해줘요! 제발!”
이런 열성 팬들도 있었고.
“정말 멋졌습니다!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경찰들에게 들이대지 않고, 뒤에서 데이비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팬들도 있었으며,
“···.”
말할 정신도 없이 사진만 찍어대는 팬들도 있었다.
“데이비드, 정신 차려요.”
“사, 사인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기서 멈추면 사람들이 몰려서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런 건 공식 석상이나 사람들 적을 때.”
크리스로 단련된 나는 이런 상황에도 크게 가슴 쫄리지 않았다.
데이비는 계속 어쩔 줄 몰라하는 패닉에 빠져 있었고, 나는 데이비드의 소매를 쥔 손을 더 꽉 쥐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그 팬들 속에서는 날 향한 외침도 있었다.
“미스터 태! 앞으로도 워커 잘 부탁해요!”
“최고의 에이전트!”
“어제 다시 봤어요!”
“워커가 안 된다면 당신이라도 사인해줘요!”
다큐멘터리에서는 나도 꽤 많이 출연했다.
데이비드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에 관해, 프리킥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호나우지뉴에게 코칭을 부탁했던 일 정도를 인터뷰했었다.
이 정도면 적당하다 생각했는데, 데이비드가 불에 기름을 끼얹어 버렸다.
데이비드는 개인 인터뷰로 내가 해 준 조언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짚으며 구체적으로 인터뷰했다.
더불어 방송분에서 데이비드가 훈련할 때마다 내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훈련을 돕는 게 수시로 나와서··· 누나가 한국 집에 기자들이 엄청나게 찾아온다고 방금 전화까지 했었다.
“다음에요!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요!”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 손을 흔들며 차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멀뚱히 서 있던 데이비드는 내 재촉에 손을 흔들고는 끌려들어 오다시피 해 차 안으로 들어왔다.
차는 바로 출발했고, 벽을 뚫고 나온 팬들이 경찰차를 두드리는 소동이 있었다.
팬들과 어느 정도 멀어지자 앞에 타고 계신 경찰 두 분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런 일로 출동해본 적이 언제인지···.”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아니에요. 우리 서장님도 워커 선수의 팬이라서 흔쾌히 보내주신 거니까요.”
“예?”
데이비드가 고개를 내밀며 되물었다.
푸른 눈의 후덕한 얼굴을 가진 경찰 아저씨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이래 봬도 40년째 맨유 팬이라 이겁니다. 당연히 올해 시즌권도 샀고요. 지난 경기는 아쉽게도 펍에서 봤지만··· 오랜만에 맘껏 소리지를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워커.”
후덕한 경찰 아저씨는 정말로 좋은지 툭하면 백미러로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실실대며 웃었다.
“정말 영광이에요. 지난 경기의 영웅을 뒷자리에 태우다니. 가족들한테 다 자랑할 겁니다.”
“어···.”
“유니폼은 다 매진이라서 구할 수가 없었고··· 뒤에 축구공 하나 있는데 사인 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유니폼은 정말 재고까지 싹 말라서 나도 지금 몇 벌밖에 없었다.
얼 타고 있는 데이비드를 대신해서 말했다.
“당장은 무리지만 나중에 경찰서에 사인 유니폼으로 요청하시는 만큼 보내드릴게요. 연락처 주시겠어요?”
“와우! 정말입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새벽이나 다름없는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출동해주셨는데.
“예, 축구공에 사인도 해 줄 거예요. 그렇죠. 데이비드?”
멍하니 있던 데이비드의 어깨를 툭 쳐 정신이 들게 했다.
“아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데이비드는 쭈그러든 채로 한 알파벳씩 살살 떨면서 자기 이름을 축구공에 적어나갔다.
데이비드가 사인을 다 마치고 한숨을 쉬자, 보조석에 앉아있는 삐쩍 마른 얼굴의 경찰 아저씨가 수첩을 내밀어오며 말했다.
“저도 사인 좀··· 어제 방송 보고 경기까지 챙겨봤습니다. 정말 멋졌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데이비드는 슬슬 현실을 깨닫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사인 요청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으하하하하.”
후덕한 경찰 아저씨가 갑자기 웃었다. 동시에 삐쩍 마른 경찰 아저씨의 얼굴이 붉어졌다.
왜 웃느냐고 쳐다보니까 후덕한 경찰 아저씨가 비쩍 마른 경찰 아저씨를 슬쩍 보고는 더 큰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의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자식 맨시티 팬이거든요! 워커! 정말 굉장하네요!”
최대 라이벌 팀의 팬마저 사로잡은 데이비드의 위상에 나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진짜 문제인데요.”
“예. 공감합니다.”
데이비드는 훈련장에 돌아와서도 살짝 얼이 나가 있었으나, 늘 그렇듯이 훈련에 금세 녹아들었다.
오전에 못 한 훈련까지 몰아서 오후에 하고 알렉시스 산체스가 모는 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 앞에 잔뜩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우··· 심한데요. 데이브, 우리 집에 가서 쉴래? 미스터 태도 어때요?”
“고마워.”
“그래 주시면 고맙죠.”
이건 정말 큰 문제였다.
데이비드는 저녁을 먹은 후에도 소화 시킨다고 가볍게 공을 차는 훈련 벌레다.
그걸 어디서 했냐면 바로 지금 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공간에서다.
이대로면 오전에 나오는 것도 그렇고, 야간에 하는 훈련도 불가능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알렉시스 산체스의 집에 도착했다.
차를 세 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에 어마어마하게 넓은 잔디정원이 우릴 맞이했다. 나는 산체스의 거대 주택을 보자마자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스타플레이어가 됐다면, 그에 맞는 집을 가져야지.
“알렉시스, 이 집 페르난도가 해 줬죠?”
산체스와 데이비드의 친분 덕에 식사도 몇 번 같이 한 적 있는 알렉시스 산체스의 에이전트 페르난도 펠리세비치를 말하는 거다.
“네, 맞아요.”
그날 나는 페르난도 펠리세비치를 통해 부동산 중개업자를 소개받았고, 산체스 집보다는 소박하지만, 일반인 기준으로는 절대로 소박하지 않은 집을 구했다.
도시가 아닌 교외에 있는 큰 정원을 가진 담 넓은 집이었다. 백만 파운드짜리 저택이었다.
새집을 구하는 동안 데이비드는 구단에서 제공하는 호텔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그리고 새집의 계약이 완전히 마무리되기도 전에 데이비드의 높아진 위상을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
“현석.”
“네.”
“볼 한 번만 꼬집어 주십시오.”
“네···?”
나는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데이비드의 볼을 적당히 잡아당겼다.
“안 아픈데 이거 꿈 아닙니··· 악!”
세게 당겨줬다.
“꿈 아니에요. 답지 않게 무슨 헛소리를 하나 했더니···.”
“그래도···.”
요 며칠 데이비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팬들은 늘 데이비드의 옛집 앞을 서성였고, 훈련이 끝난 후나 공식 행사에서나 데이비드는 팀 내 최고 스타인 네이마르나 포그바만큼 사인을 요청받았다.
이제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트에서 직접 물건을 사기도 어려워졌다.
결정적으로 연령별 대표팀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데이비드는 서른한 살에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데이비드가 겪고 있는 일은 스타플레이어라면 삶이 되어야 할 일들이었다.
이런 일에 익숙해지는 건 내가 어찌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들뜰까 걱정했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에 가만히 지켜봤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신문을 펴면 제 사진이 달린 기사가 있고, 그 옆에는 제 광고가 붙어 있습니다. 길거리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절 알아봅니다. 훈련이 끝나고 나가면 팬들이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워하긴 했지만.
훈련에 평생을 매진했던 데이비드에게는 낯설다 못해 이질적인 광경일 것이다.
“거기에 국가대표에서도 절 불렀습니다. 그리고 기자들과 대중은 제가 국가대표에 뽑힌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잔에 천천히 따르던 물이 넘치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그래도. 제가 이런 걸 감당할 수 있을지. 저는 축구밖에 모르는 놈인데···.”
“괜찮아요. 데이비드는 하던 대로 하면 돼요.”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더라도, 데이비드는 데이비드였으니까.
“그렇다고 축구 그만둘 건 아니잖아요?”
“당연합니다.”
“내가 정리해 줄게요. 복잡할 건 없어요.”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팬서비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에요. 이건 익숙해지세요. 대신 훈련에 방해가 될 정도로 하면 안 돼요. 그리고 광고나 방송 같은 데 나가는 건 데이비드 마음대로 하세요.”
“예.”
데이비드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그것은.
“그리고, 그런 것들보다 지금 데이비드가 봐야 하는 건요. 바로 두 번째 목표에요.”
목표를 다시 가리켜주는 것이다.
첫 번째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두 번째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었다. 국가대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었다.
이 두 가지 목표가 합쳐지는 게 세 번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데이비드는 목표만을 위해 달리는 선수였다.
데이비드의 얼굴이 멍했다.
“대중의 반응은 매 경기마다 변할 거예요. 그런 거에 흔들리면 안 돼요. 데이비드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잖아요? 첫 번째 목표도 이룬 게 아니고요. A매치 끝나고 얼마 안 있어서 8강인데.”
“예, 많이 남았죠.”
“어릴 때처럼 하나씩 차례차례 목표를 이루는 건 불가능해요. 지금 두 번째 목표로 향할 기회까지 찾아왔어요. 어때요? 도전해야죠? 잡아야죠? 그러기 위해서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잘 알죠?”
데이비드가 픽 웃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쉬었다. 데이비드의 땀은 어느새 다 말라버렸다. 하지만, 몇 분 후에는 다시 땀범벅이 될 것이다.
늘 그랬듯이.
“다시 뛰어야겠습니다.”
“국가대표에서도 맨유에서만큼 잘하길 바랄게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데이비드는 식은 몸을 달구기 위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뒷모습에서는 이제 고민 따윈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A매치데이가 다가왔고, 데이비드는 삼사자 군단에 합류했다.
논란 같은 건 당연하게도 없었다.
데이비드의 일생은 축구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됐고, 이번 시즌 실력까지 증명한 데이비드였으니까.
첫 경기, 데이비드는 9만에 달하는 잉글랜드 팬들의 열띤 박수를 받으며 데뷔전을 치렀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오른쪽 풀백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번째 경기, 데이비드는 프리킥 골까지 넣으며 자신이 삼사자 군단의 일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걸 증명했다.
데뷔한 두 경기 모두 승리.
데이비드 워커는 맨유의 주전이자 삼사자 군단의 주전 선수로 전 세계의 축구팬에게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