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11
211
44. 방구석의 닉 (1)
데이비드는 챔피언스리그 8강 준비를 하고 있고, 크리스는 잠깐 리그 득점 랭킹 1위에 올랐다가 네이마르에게 밀려 다시 2위로 내려왔다.
크리스의 리버풀과 데이비드의 맨유는 치열한 1위 다툼 중이었다.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 아깝게 떨어졌다. 체력 보존이 더 쉬운 리버풀이 아이러니하게도 리그 우승 경쟁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고, 언론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리버풀의 첫 우승을 유력하게 보고 있었다.
크리스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다섯 골을 넣었다. 떨어진 후 우울해하긴 했지만, 남은 경기만 생각하겠다고 하며 마음을 잘 다잡았다.
미들라이커 포지션도 완벽하게 적응했고, 멘탈 부분에서도 손댈 게 없었다.
최상위 리그 득점 2위를 누가 터치할 수 있단 말인가. 꾸준함까지 얻은 크리스는 정말 잘하고 있었다. 요즈음에는 두 경기에 한 번은 월드클래스 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였다.
A매치에서도 세 경기 연속 골을 기록 중이라 웨일즈 팬들에게 가레스 베일만큼이나 인기가 많은 게 크리스였다.
세바스티앙은 3월 A매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유로 명단에 들어갈 게 99% 확정으로 보였다.
레온, 조던, 줄리우 같은 꾸준한 선수들도 팀에서도 제 몫을 다하고 있었고,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출장하고 있었다.
다들 이번 시즌이 끝나자마자 시작될 대회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기분 좋아 보이십니다.”
새까만 두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녀석까지 잘 나가면 정말 좋을 텐데. 아니,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 거다. 애초에 별 다섯 개 기량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대활약하길 바라는 게 무리였다.
니콜라스 마카키스.
그는 난민 출신으로 내전 중인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영국에 홀로 넘어와 뉴캐슬의 유소년 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고 뉴캐슬에서 무단으로 빠져 나와 마약에 빠졌다가···.
“기분 좋으면 맥주나 한잔?”
이 2m에 달하는 던컨 커닝햄이라는 은인을 만나 마약 중독에서 빠져나오고, 이어서 나를 만나 축구계로 돌아온 선수였다.
그는 크리스에 버금가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190cm가 훌쩍 넘는 키와 갑옷 같은 근육을 지닌 자질로만 따지면 최고의 선수였다.
“그럴까요?”
“좋죠. 태. 잠깐만 기다려봐요. 닉, 너는 생과일 주스다.”
“알아요.”
던컨이 부엌으로 사라졌고, 니콜라스는 던컨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 니콜라스를 바라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니콜라스 사이에는 순간 침묵이 자리 잡았다.
니콜라스와는 어색한 관계였다.
그에게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이미 던컨이라는 친지가 있었고, 그로 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거리가 있었다.
돌봐 주는 사람이 있다 보니 직접 만나는 건 이렇게 한 달에 한 번뿐. 그것도 던컨이 늘 있었기에 둘만 같은 공간에 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니콜라스는 날 뚱한 눈으로 보다가 검지를 들어 TV 쪽을 가리켰다.
“네?”
“피파나 한 판 하실래요? 던컨은 너무 못해서.”
“좋죠.”
어색함을 풀기에는 게임만한 게 없다. 4-4-2 역습 전술이 당겨 AT 마드리드를 선택했다.
세바스티앙의 능력치는 84. 아주 준수하다.
니콜라스는 자신이 뛰고 있는 팀인 뉴캐슬을 선택하고 있었다. 공격수로 자신을 넣는지 궁금해서 지켜봤는데, 지금 주전인 바그너를 집어넣는다.
“요즘 할 만해요?”
“나쁘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뉴캐슬의 감독 리찌의 말과 똑같았다.
나쁘지 않다. 괜찮다.
지금의 니콜라스는 딱 그 정도였다.
리찌는 니콜라스에게 조금 실망한 것 같았다.
니콜라스는 전반기에 2부 리그 볼턴에서 열 골을 넘게 집어넣을 정도로 폼이 좋았고, 내가 크리스 만큼이나 재능있다고 말한 선수였기에 특히 많이 기대했던 모양이었다.
야심 차게 영입한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티모 베르너가 부상으로 빠지고, 뉴캐슬이 위기에 빠졌다고 하니 바로 임대 복귀를 결정한 니콜라스였다.
충성심도 빠지지 않고, 재능 또한 뛰어나니 풀럼에서 날뛰던 크리스 같은 모습을 기대했을 것 같았다.
리찌는 니콜라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몸을 사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터질 듯 말 듯 한 그런 느낌?’
올해 들어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은 유일한 일이기도 했다.
뉴캐슬에 돌아오면 더 절치부심할 줄 알았다. 재능도 있는 선수가 열심히 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크리스를 통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니콜라스가 다섯 골 정도는 넣을 줄 알았다. 그렇게만 한다면 뉴캐슬 팬들은 니콜라스를 더 순순히 받아들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뉴캐슬에 돌아와서 아직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었다. 수비나 등지는 플레이로 팀에 기여하고 있긴 하지만, 공격수는 결국 골이다. 골로 말해야 한다.
꼭 니콜라스의 활약이 없어서라고 말하기도 뭐하지만, 뉴캐슬 또한 내림세를 타고 있어 구단주 마가렛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임대로 데려온 바그너도 네 골에 그치고 있었고, 미드필더들이 꾸역꾸역 골을 집어넣으며 이기고 지고, 비기고를 반복하고 있는 뉴캐슬이었다.
6위까지도 올라갔었던 뉴캐슬은 어느새 12위를 달리고 있었고, 이 기세가 계속된다면 강등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최근 언론에서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던컨이 맥주를 가져왔고, 나는 잔을 옆에 둔 채로 니콜라스와 게임 대결을 했다. 그러면서 둘에게 말했다.
“한 일주일 정도 머무르려고요. 니콜라스가 훈련하는 것도 좀 보고, 몸 상태도 점검하고.”
던컨이 활짝 웃었고, 니콜라스도 슬며시 웃었다.
“신세 좀 질게요.”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이상한 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니콜라스는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물론 데이비드 정도는 아니었지만, 팀 훈련 후 따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는 기본기 훈련을 꼭 했다.
이 정도도 대단한 거였다. 팀 훈련만 해도 충분한 게 축구라는 스포츠니까. 팀 훈련만으로도 최상위급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연습경기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재능 있는 선수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경기장에서 못한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조금 이상한 형태로 내게 발견되었다.
“니콜라스, 이 동네 안내 좀 해 줄래요?”
“저는 일이 있어서···.”
“여기 공원 어떻게 가요? 조깅 좀 하려고 하는데.”
“저는 잘···.”
“마트가 어디 있어요?”
“음···.”
머무르는 동안 니콜라스는 훈련장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나가지를 않았다. 훈련장에 갈 때도 던컨의 차로만 이동했다.
밖에 뭐가 있는지 이 동네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곳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헬퍼 정보를 보고 문제점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니콜라스 마카키스]-집과 훈련장 외의 장소를 전부 두려워한다.
*
“니콜라스, 식재료 좀 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요?”
“괜찮습니다.”
나는 재빠르게 니콜라스의 표정을 관찰했다.
순간 얼굴이 확 굳어진 니콜라스는 내 눈을 살살 피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 누워 빈둥대고 있는 던컨을 불렀다.
“던컨, 같이 가요. 맥주 사줄게요.”
꾸물거리려던 던컨은 마지막 문장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나를 따라왔다.
나는 마트로 향하는 길에서 던컨에게 물었다.
“니콜라스 아예 밖에 안 나가죠? 뭐가 무서워서 그런 거예요?”
얼마나 놀란 건지 던컨이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눈은 휘둥그레 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나는 어깨만 으쓱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헬퍼의 정보가 없었더라도 옆에서 봐도 그냥 알겠던데 뭐.
나는 던컨과 함께 장을 보며 니콜라스의 뉴캐슬 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니콜라스는 정말 의욕적이었다고 했다. 니콜라스는 죽을 힘을 다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니콜라스의 성실한 훈련 태도에 리찌는 FA컵에서 니콜라스를 선발 명단에 넣었고, 니콜라스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고 했다.
니콜라스는 타고난 피지컬이 특히 강점인 선수.
그렇기에 몸을 쓰는 플레이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게 필연적으로 거친 플레이로 이어지고, 상대팀의 야유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별의별 말이 다 쏟아졌다고 했다. 약쟁이, 쓰레기 등.
이것까지는 괜찮았다고 했다.
문제는 뉴캐슬의 서포터 중 일부도 니콜라스가 실수하거나 못할 때마다 적 서포터와 비슷한 말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거친 플레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 레드 카드나 받지 말라는 비아냥을 듣고 점점 위축되었다고 했다.
마침 서포터석에 있던 던컨이 화가 나서 싸우다가 보안요원에게 끌려나갔던 적도 있다고 했다.
여기 상처가 그 증거라고 하며 보여줬다. 어색하게 웃는 것 말고는 해 줄 말이 없었다.
볼턴에 있을 때는 임대 선수였고, 결점을 눌러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니 비난보다는 환호가 많았지만, 이곳은 프리미어리그였다.
온갖 수단을 다해서 버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같은 팀 서포터들마저 자신을 비난하니 멘탈이 걸레짝이 된 것이었다.
던컨도 뉴캐슬 서포터 중 하나였기에, 서포터들의 여론을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2/3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고, 남은 1/3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니콜라스를 보고 있다고 했다.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요?”
답답함에 목이 메여와 던컨의 말을 끊었다.
던컨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니콜라스랑 얘기해 봤는데, 이런 건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해서···.”
“하아···.”
나는 이마를 짚으며 정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는 성적 취향 같은 것만 빼고 다 나한테 얘기해 줘요. 이런 것도 같이 고민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요.”
던컨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한 후 돌아가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니콜라스를 뉴캐슬에 데려온 것 자체가 실책일까 생각하며.
집 문을 열고 돌아오니 또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니콜라스와 눈을 마주쳤다.
사정을 알고 니콜라스의 얼굴을 다시 보니, 왠지 모르게 침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저 답답이가.
자기 혼자 어떻게든 일을 다 처리해 버리려고 하는 것. 감당할 수 없는 것까지 다 감당하려 하는 것. 남과 어울리는 게 익숙하지 않고, 자기 안에만 매몰되는 삶을 산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니콜라스가 그런 사람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는데, 내 실책이기도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뉴캐슬이 아니라 다른 팀을 찾아봐야 하는 걸까?
나는 거실 한복판에 걸려있는 니콜라스의 유니폼을 흘긋 바라봤다.
29번, 마카키스.
아직 시즌은 2개월이나 남았다. 열 경기가량이 남아있었다.
실패를 후회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실패가 아니게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 전까지 데이비드를 보며 많이 배우지 않았던가.
포기보다는 도전을 해야 했다. 나도 계속 도전해야 했다.
장바구니를 든 채 한참이나 자길 쳐다보고 있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니콜라스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생각을 마치고, 니콜라스에게 말했다.
“한동안 같이 다녀요.”
“예?”
“훈련에 관해 조언해줄 게 더 있어서요. 그리고.”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닉이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요.”
니콜라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