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18
218
45. 유로 2020 (4)
“후반전이 되면 파리 생제르망이 우위를 점할 것 같은데요.”
마음만은 우리 선수들의 맨유를 응원하지만, 경기 양상이 그랬다.
“왜?”
“파리는 몇 선수를 제외하면 잔뜩 웅크리고 나오질 않아요. 아마 후반전을 노리는 거겠죠. 골만 안 먹힌다면 파리가 유리해질 건데···.”
“맨유가 한 골 넣으면 다 물거품이잖나?”
맞다.
맨유의 감독 무리뉴가 파리의 속셈을 모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웅크리며 기회를 노린다는 건 당장 공격할 기회가 많다는 것과 같다. 이때 골을 넣는다면 주도권을 쉽게 가져갈 수 있다. 무리뉴는 그걸 노리고 있는 걸 거다.
실제로 맨유는 산드루-바이-줄리우-데이비드라는 철벽 수비를 통해 파리의 역습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든든한 수비를 바탕으로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시도하며 좋은 기회들을 많이 만들고 있었다.
파리의 수비라인은 네이마르에게 농락당하고, 루카쿠와 산체스에게 슈팅을 계속 허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맨유는 마무리를 못 하고 있었다.
또 한 번 탄식과 안도가 경기장에 섞여 퍼진다.
네이마르가 파리의 중앙수비수인 마르퀴뇨스를 플립플랩으로 제쳐낸 후 완벽한 궤적의 감아 차기를 선보였는데, 파리의 골키퍼가 어마어마한 탄력으로 멋지게 선방했다.
“라퐁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가능할 것 같아 보여요.”
알반 라퐁, 이번 시즌 파리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찬 1999년생의 젊은 선수였다.
이탈리아의 돈나룸마와 함께 세계 최고의 골키퍼가 될 거라고 기대받고 있고, 그만큼의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도 위고 요리스를 몰아내고 주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그 또한 음바페, 뎀벨레, 아센시오, 벨리노, 크리스, 세세뇽처럼 축구계의 새 왕좌에 오를 후보 중 하나였다.
“좋은 견해야. 그리고 그렇게 의견을 낼 거면, 애매하게 내면 안 돼. 해설이 흔들리면 관객도 지금 무슨 얘길 듣는지 혼란스러워하니까.”
“조언 감사해요. 데니스.”
“뭘. 미스터 태의 예측이 맞는지나 지켜보자고.”
잘 마무리하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려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예측했는데, 틀리면 어떡해요?”
“틀리면?”
진지하게 조언해주던 데니스가 어느새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재밌는 거지 뭐.”
“놀리지 마시고요.”
“나도 몰라. 이게 해설자마다 대응방식이 천차만별이라 시청자 반응도 마찬가지거든. 자기 말이 끝까지 맞다고 우겨서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고, 빠르게 수정하긴 하는데 너무 진지해서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고, 농담으로 가볍게 넘기는 사람은 책임감이 없어 보이지.”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럼 어떡해요?”
“중간을 잘 잡아야지. 오류를 정확히 잡고, 위트 있게 사과하고.”
“···더럽게 어렵네요.”
내가 투덜거리며 의자에 등을 기대자 데니스와 엘리자베스가 킥킥대며 웃었다.
삑!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네이마르가 개인기를 부리다가 티아고 실바의 발에 걸려 넘어져 프리킥 찬스를 얻어내고 있었다.
유효 슈팅을 여럿 날리고도 라퐁에 계속 막힌 네이마르는 승부욕이 타오르는 건지 자기가 프리킥을 차려고 하는 것 같았다.
데이비드가 와서 공을 달라고 하자 고개를 저으며 공을 뒤로 뺀 것이다.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저 자식 가끔 애 같을 때가 있어요. 당연히 데이비드가 차야지.”
“왜? 네이마르도 잘 차잖나.”
“네이마르는 데이비드한테 안 되죠. 데이비드가 후반기에 프리킥으로 넣은 골이 몇 갠데.”
데이비드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합쳐 후반기에 프리킥으로 네 골을 넣었다.
이건 절대 내 선수라 아끼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서 데이비드가 우위다 이거다.
그런 나를 보며 데니스는 웃고 있었다.
“왜 웃어요.”
“자기 새끼는 늘 예쁜 법이지. 해설할 때는 순화해서만 말해줘.”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경기장을 내려다 봤다.
그래, 전반기 때 네이마르도 프리킥으로 세 골을 넣었고, 후반기에도 한 골인가 넣었다.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이 여덟 골인데, 둘이 네 골씩 넣었으니, 둘 다 최상위 클래스다.
둘의 기록이 똑같으니 내 마음이 데이비드 쪽으로 기우는 건 당연했다.
다행히 주변 선수들의 중재로 데이비드가 공을 받았다. 데이비드는 한 손으로 공을 잡고 삐진 것 같은 네이마르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
데이비드의 입 모양을 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나한테도 가끔 했던 말이었다.
“믿어달라고 하네요.”
“오? 입 모양만 봐도 아나?”
“네.”
“재밌겠네. 만약에 여기서 데이비드가 득점하면 미스터 태의 예상이 틀리게 되는 거 아닌가?”
“어? 그러고 보니···.”
순간 데이비드가 이번 프리킥에 실패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리고 후반전에 파리가 우위를 보이는 모습을 보고, 그다음에 데이비드가 골을 넣어 역전하는 그런 그림은 어떨까도 싶었다.
“찬다.”
상상은 상상일 뿐이고, 데이비드는 늘 그렇듯이 연습했던 자세 그대로 프리킥을 찼다.
도움닫기 완벽하고, 임팩트도 완벽한 효율 그 자체인 데이비드의 깔끔한 프리킥이 벽을 넘어 골대 구석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무리뉴 감독도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고, 맨유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도 다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골을 넣은 데이비드는 환하게 웃으며 네이마르에게 달려가서 포옹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데이비드의 등을 치기도 하고 등에 매달리기도, 잘했다고 말해주기도 하며 득점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틀렸네?”
“그런 게 중요해요?”
데니스의 농담을 가볍게 받아친 나는 맘껏 기뻐하며 데니스와 크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데이비드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이 사실이 너무나도 좋았다.
진정할 수 있을 정도로 기쁨이 가셨을 때 나는 나를 주목하고 있는 시선과 렌즈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아, 여기 하이에나들의 소굴이었지.
“하하···.”
민망함의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나를 보고 있던 렌즈 중에는 엘리자베스의 렌즈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까 글썽거렸던 것도 찍혔던 걸까.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물었다.
“엘리자베스, 혹시 챔피언스리그 주제곡 나올 때···.”
“당연히 찍었죠. 홍보 자료로 쓸 거예요. 다른 기자들도 찍던데, 함부로 못 사용하게 말해둘게요. 아까 말했다시피 현석은 우리의 소중한 해설자니까요.”
“하하···.”
어차피 팔릴 얼굴 아는 곳을 통해 팔리는 게 속 편하지.
내 선수들이 유명해진 이후로 내 사진이 찍혀서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일도 흔한 일이었기에 나는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며 공격하러 올라오기 시작한 파리의 모습이나 지켜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반전이 끝나는 휘슬이 울렸다.
“허.”
나는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동시에 감탄도 하고 있었다.
킬리얀 음바페.
그는 괜히 자신에게 차기 발롱도르 수상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불과 10분 만에 증명했다.
그는 파리의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가 보낸 엇박자 타이밍의 스루패스를 맨유의 수비수들인 알렉스 산드루와 에릭 바이 사이로 침투하여 가볍게 동점 골을 넣었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폭발적인 속도만으로 포그바, 마티치, 줄리우를 차례로 제치며 역전 골까지 넣었다.
월드클래스 수준의 선수들을 상대로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저 능력.
월드클래스 위의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데이비드의 골로 기뻤던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축구팬으로서는 기쁜데··· 에이전트로서는 좀 막막하네요.”
“왜?”
“저런 굉장한 선수가 크리스와 데이비드, 닉의 라이벌이 될 거라는 거잖아요.”
데니스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에이, 라이벌이라니. 음바페는 이미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국가대항전에서 실력을 증명한 탑클래스 선수라고. 이번 유로 성적만 좋다면 100% 발롱도르 5위 안에 들어갈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지금 그렇다는 게 아니라 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크리스나 닉은 모르겠지만, 데이비드라면 이번에 우승하고 유로까지 우승하면 충분히 후보에 들 자격이 있다고요.”
“과연···.”
“무조건 됩니다.”
내 단호한 말에 데니스는 말문이 막힌 듯 헛웃음을 짓다가 재밌는 게 생각난 눈을 했다. 불안해진다. 저럴 때마다 날 놀렸는데.
“레온은 음바페와 라이벌이 못 되나? 재능이 없나?”
레온도 충분히 재능이 있지만, 일곱 개는 아니었다. 거기에 데이비드만큼 최고를 갈망하는 선수도 아니었고.
그런데 데니스는 레온의 아버지이고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말문이 막혔다.
“어···.”
“레온한테 말해야겠군.”
“아니, 그러지 마세요. 데니스!”
데니스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또 놀림당했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무리뉴 감독은 교체를 단행했다.
중앙의 프레드를 빼고 펠라이니를 집어넣어 공격수 위치까지 올려 한국 팬들이 흔히 부르는 ‘뚝배기 전술’을 감행한 것이었다.
무리뉴의 전술은 적중했다. 파리는 전반전처럼 웅크린 채 역습을 노리고 있었다. 이기고 있으니 여유 있게 플레이하겠다 이거였다.
진영에서 나오지 않는 그들에게 맨유의 수비수들은 그들의 트윈타워를 향해 롱패스를 뿌려댔고, 맨유는 30분간의 긴 두드림 끝에 결과를 냈다.
맨유의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가 포효하고 있었다.
펠라이니의 헤딩을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어 동점 골을 만들었다.
이후 경기는 치고받는 양상이 되었다.
공격, 공격, 공격, 공격.
끊임없이 공격이 이어졌다.
한쪽이 수비에 성공하는 순간 그들은 전부 공격 측으로 돌변해 망설임 없이 전진했고, 다시 끊기면 상대가 득점을 위해 공격했다.
그런 치고받음이 있었음에도 스코어는 변함없이 2-2였다.
전후반 90분이 다 흐르고, 추가시간이 흐르는데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찬스겠네요.”
해설 연습은 뒷전으로 한 채 나와 데니스는 경기에 빠져들어 있었다.
추가시간 4분. 현재 경기 시간 93분 30초.
불과 30초가 남은 상황에서 맨유는 파리에게 공을 탈취하자마자 중앙수비수 둘을 제외한 전원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몰려 들어가고 있었다.
수비형 풀백인 데이비드도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올라가 있었다.
줄리우가 센터서클에서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길고 높은 패스를 보냈다.
루카쿠가 먼저 자리를 잡았고, 파리의 선수 둘이 달라 붙어봤지만, 루카쿠는 몸싸움으로 버텨내며 점프해 공을 원하는 곳에 떨어뜨렸다.
공이 떨어진 곳에는 펠라이니가 있었다.
펠라이니는 공이 한 번 튕기는 타이밍에 맞춰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했다.
살짝 빗맞았지만, 공은 골대 안으로 향했고, 파리의 골키퍼 라퐁은 역동작이 걸렸다가 어렵사리 손을 뻗어 슛을 막아냈다.
어중간한 폼이었기에 공은 뒤로 흐르는 게 아니라 앞쪽으로 튀었다.
“어!”
그곳에는 네이마르가 있었다. 네이마르는 수비수들이 잔뜩 밀집한 지역에서 볼을 정확히 트래핑해 먼 포스트 쪽으로 슈팅을 가져갔다.
“아···.”
라퐁이 기다시피 해 또 한 번 공을 막아냈다. 이번에 공은 반대 측면으로 높게 떴다.
어느새 앞으로 온 루카쿠가 헤딩 경합을 위해 또 뛰었다.
통통통통. 정신이 없었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에 먼저 닿은 건 파리의 중앙수비수 티아고 실바의 머리. 실바는 볼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다.
추가시간이 다 흘렀으니 역습 찬스는 없고, 볼을 내보내면 바로 종료 휘슬이 울릴 것이기에.
실바의 머리에 맞은 볼은 같이 떠 있던 루카쿠의 머리를 맞고는 궤도가 꺾여 급속도로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볼이 엔드라인을 넘어가면 후반전은 끝나고 연장전에 돌입할 것이다.
심판이 휘슬을 입에 막 물었다.
선수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모두 연장전을 가겠다고 생각하며 더 뛸 마음을 접고 있는 그 순간, 포기하지 않은 한 선수가 있었다.
“어어?”
데니스의 놀란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언제부터 질주한 것인지 최고 속도에 다다른 데이비드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앞으로 점프해 공이 엔드라인에 걸쳐 넘어가기 직전, 공에 머리를 갖다 대는 데 성공했다.
멋진 허슬플레이에 눈을 빼앗길 새도 없이, 공은 느릿하게 떠 걷고 있던 네이마르의 복부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공이 나가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파리의 수비수들이 네이마르에게 급히 달려들었다. 반칙이라도 불사할 태도, 한 템포라도 늦으면 볼을 빼앗길 것 같았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네이마르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데이비드가 만들어낸 마지막 찬스를 향해 오른발을 휘둘렀고, 공은 정확하게 임팩트 된 후 순식간에 골망을 흔들었다.
쭉 늘어났던 골망이 돌아오고, 공이 골대 안에 떨어졌다. 라퐁은 뒤늦게 손을 허우적거린 후 심판의 골 인정 휘슬을 듣자마자 앞으로 엎어져서 일어나지 않았다.
데이비드의 어시스트에 이은 네이마르의 골.
맨유의 팬들은 당장이라도 경기장에 쏟아질 것처럼 제 자리에서 날뛰고 있었고, 골을 넣은 네이마르는 얼마나 흥분한 것인지 카메라까지 다가가 키스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곧 네이마르를 잡으러 온 맨유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끌려갔지만.
삑!
세레머니 후, 심판의 경기 재개 휘슬이 울리자마자 음바페가 급히 공을 찼다.
심판은 파리에게 한 번의 공격찬스를 주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맨유의 선수들은 촘촘한 전원 수비로 나왔고, 수비에 막힌 카바니가 백 패스를 하자마자 심판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삑, 삑, 삐이이이익!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데니스가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자네라면 이 경기를 어떻게 정리하겠나?”
“모든 선수가 빛난 경기였지만, 그중에서도 데이비드가 가장 빛난 경기였다고 말할 거예요.”
“마지막 어시스트는 정말 굉장했지.”
“네. 선제골도 데이비드였고요. 정말 자랑스러워요.”
“더 할 말은?”
데니스의 물음에 잠깐 생각해본 나는 금방 좋은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데이비드의 다큐멘터리 후일담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제작PD님은 데이비드가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면 그림이 되겠지만, 어렵지 않겠냐고 그러셨었거든요.”
데니스가 내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나는 흥분에 살살 떨리기 시작한 입술에 힘을 줘서 말을 마무리했다.
“PD님에게 엔딩 크레딧 이걸로 해 달라고 할 거예요.”
“이거?”
“데이비드 워커는 오늘, 첫 번째 목표를 이뤄냈다.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