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20
220
45. 유로 2020 (6)
“네, 네.”
“세바도 늘 식단을 지키는 건 아니에요. 얘도 사람이다 보니 가끔 막 나갈 때가 있거든요.”
“막 나갈 때요?”
존이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날 봤다. 저런 표정을 보면 얘기를 안 하고는 못 배긴다. 나름 방송인으로서의 스킬이겠지.
나와 존, 데니스는 또 한 번 스페인의 공격을 해설한 후에 세바스티앙의 썰로 돌아왔다.
“2월쯤인가, 한창 데이비드를 신경 쓸 때, 세바가 잘하고 있나 확인차 스페인에 간 적이 있었거든요. 통보 안 하고 방문했는데, 그날따라 세바가 제 눈치를 유난히 보는 게 좀 수상해 보이더라고요.”
“오, 네네.”
그래서 나는 바로 헬퍼를 확인했다. 헬퍼는 세바스티앙에게 야속하게도 세바스티앙이 숨기고 있는 사실을 내게 알려줬었다.
-한 시간 전에 초코케이크를 세 조각 먹었다.
‘아, 저는 거실에서 휴대폰 좀 봐야겠어요.’
집에 세바스티앙의 부모님은 없었다. 나는 세바스티앙의 어색하고 뻣뻣한 걸음을 보며 거실에 증거물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세바스티앙이 거실에서 자기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화장실도 안 가고 기다려 증거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는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나는 마이크에다가 헬퍼 얘기를 빼고, 수상해 보여서 기다렸고, 그 결과 얻은 증거물에 관해 이야기했다.
“초코 케이크 상자가 있더라고요. 묻어 있는 크림도 안 마른 상자가.”
“아아.”
존은 리액션을 하고 데니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세바 놀려먹으려고 사진으로 찍어뒀었는데, 여기서 말하네요. 세바는 제가 이걸 알고 있다는 걸 모르거든요. 이거 말고도···.”
두 석 달에 한 번, 시즌 중 세네 번 정도 세바스티앙이 몰래 뭘 먹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헬퍼는 꼬박꼬박 세바스티앙의 외도를 일러바쳤었다.
나는 그 얘기를 하며 즐거운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세바스티앙은 경기 모니터링 겸 내 해설을 듣고 기겁하겠지만.
“귀엽네요.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요.”
중계 화면에는 ‘El lloron(울보)’라는 세바스티앙의 별명을 적어두고, 세바스티앙의 유니폼을 들고 있는 소녀가 잡혀 있었다.
“저 울보라는 별명을 로드리게스 선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아, 하하하··· 좋아하죠. 많이들 그렇게 불러주세요.”
거짓말이었지만, 여기서 싫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미안하다 세바.
“실제로도 눈물이 많은 선수예요. 국가대표에도 얼마나 들어가고 싶어 했는지 몰라요. 정말 좋아하는 팀을 옮길 정도로요. 그래도 스페인에도 잘 적응하고, 국가대표에도 잘 적응해서 다행입니다.”
슬슬 세바스티앙 이야기는 그만둬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존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다시 과열되기 시작한 경기 중계를 시작했다.
“너무 한 선수 이야기만 했네요. 오, 아센시오의 긴 패스가 반대 사이드의 로드리게스에게로 향합니다.”
“로드리게스 스텝 오버. 아, 블린트 속지 않아요.”
“어엇?”
데니스의 외침과 동시에 세바스티앙이 바디페인팅에 이은 치고 달리기로 크로스 각을 잡았다.
후반전 32분. 또 한 번 세바스티앙의 크로스가 올라갔다.
그 크로스는 디에고 코스타의 머리를 지나 왼쪽 윙으로 나온 루카스 바스케스의 발로 향했다. 루카스 바스케스는 멋진 하프발리로 세바스티앙의 크로스를 골까지 연결했다.
“골골골골골골골골골골!”
“멋진 크로스에 멋진 마무리!”
“어시스트를 한 선수가 제 선수입니다!”
방금 말 전부 나 혼자 한 말이었다.
신난 나머지 막 소리를 지르자 존과 데니스의 목소리가 잠깐 파묻혔다. 데니스가 마이크를 잠깐 떼고 ‘신났구만.’이라고 말했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1-0 스코어는 끝까지 지켜졌고, 세바스티앙의 1어시스트라는 결과를 남기고 유로의 첫 번째이자 세바스티앙의 유로 데뷔전이 끝났다.
당장 내일 있을 크리스의 해설을 준비하기 위해, 웨일즈와 크로아티아의 선수에 관해 찾아보고 있던 중이었다.
-때! 해설 다 들었어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세바스티앙이였다.
별의별 말을 해 놓은 죄가 있기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만 줬다.
“하하하···.”
-내가 몰래 먹고 있던 거 다 알았던 거예요? 그거 들었을 때 얼마나 기겁했는지 알아요? 지금 마르코가 얼마나 놀리는지 알아요?
마르코는 마르코 아센시오의 이름이다.
-그리고 청탁이라니요! 그걸 말하면 어떡해요! 정말······.
세바스티앙의 불평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나는 허허 웃으며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해 주며 성심성의껏 들어줬다.
“불평하는 것 치곤 목소리가 좋네. 이겨서 그런가?”
-당연하죠! 그것도 그렇고, 때한테 할 말은 참 많은데 어시스트 했을 때, 반응이 아주 만족스러워서요. 그러니까 반쯤 용서한 상태에요.
목소리를 통해 가슴을 쭉 펴고 있을 세바스티앙이 연상돼 웃음이 나왔다.
세바스티앙은 의지에 찬 목소리로 내게 선언했다.
-경기 복습하는데 때 목소리가 나와서 되게 신기하더라요.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적당히 해. 나 니들 경기 다 계약돼 있는데, 니들 중 하나라도 결승 가면 유로 끝날 때까지 해설만 해야 돼.”
-어차피 안 바쁘잖아요. 놀면 뭐해요.
“내가 좋겠죠?”
-헉.
침대에 누워서 세바스티앙의 생기발랄한 목소리를 엿듣던 에린이 내 등에 매달리며 어깨에 작은 머리통을 올려놓고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농담이에요. 열심히 해 봐요. 어차피 웨일즈한테 지겠지만.”
-뭐?
에린의 도발에 세바스티앙은 발끈하더니, 빨리 자서 회복해야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있는지 내게 물었다.
-훈련 두 배 농담이었죠?
아, 그런 말도 했었지. 나는 씩 웃으며 답했다.
“농담 아닌데.”
*
“오늘은 어제처럼 비판 안 하시네요.”
“오늘의 크리스는 정말 완벽하니까요.”
경기장의 크리스는 가레스 베일과 원투를 주고받으며 크로아티아의 주전 수비수이자 팀 동료인 로브렌을 가볍게 뚫어냈다.
그리고 골대 구석을 노리는 날카로운 슈팅.
비록 수바시치 골키퍼가 선방했지만, 정말 효율적이면서도 깔끔한 플레이였다.
“그리고 크리스가 정말 자신 있다고 했거든요.”
오늘 아침 크리스의 호텔에 찾아가 크리스를 만났었다.
“잘하던데요? 이쪽이 더 적성 아니에요?”
크리스는 나를 만나자마자 이런 농담을 던졌다. 얼굴에서 애티는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고, 능글맞고 속이 시꺼먼 남자 놈만 남은 것 같아 조금 슬펐다.
나는 가슴팍에 매달린 스카이스포츠 해설자라는 이름표를 슬쩍 보고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적성인 것 같아.”
“그렇죠?”
나는 진지한 얼굴을 만들어내서 크리스에게 말했다.
“진짜 그만둬버릴까? 돈은 벌 만큼 벌었는데···.”
“안 돼요! 나 발롱도르 받는 건 봐야죠!”
완벽한 표정연기로 크리스를 속였다. 내가 씩 웃자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는 크리스는 올해 프리미어리그 득점, 도움랭킹 3위에 오른 괴물이다.
팀도 우승해서 올해의 선수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살짝 설렜는데, 같은 팀의 모하메드 살라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그런 선수의 나이가 1999년생. 스물한 살이다.
원숙해진 기량에 한 리그를 호령하는 선수.
굳이 월드클래스가 됐다는 말을 해 주지 않아도 본인이 알 것이다.
자신은 이미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꽤 좋은 개인기록을 보여준 크리스는 유로에서까지 자신을 증명한다면, 더 많은 팬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잉글랜드 한정 여포라는 마음에 안 드는 별명이 붙어 있어서 말이다.
“아무튼, 잘해라.”
크리스에게는 요즘 조언을 건넬 필요도 없고, 멘탈 관리를 해 줄 필요도 없었다.
그저 지켜 보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크리스는 씩 웃으며 내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기대하라고요.”
크리스는 자신의 말을 입증했고, 나는 해설 내내 신나있었다.
크리스의 뒷얘기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크리스는 크로아티아를 정신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환상적인 온더볼입니다!”
경기장의 크리스는 수비수 셋 사이에서 볼을 다룬 후, 한 수비수의 다리 사이로 강한 패스를 보냈다.
크리스의 포지션은 가짜 공격수.
그동안 웨일즈라는 팀의 공격을 거의 혼자 지탱하던 가레스 베일은 크리스 덕에 헐거워진 공간에서 날뛰고 있었다.
베일이 크리스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중거리 슛을 했다. 또 한 번 수바시치의 선방이 이어졌다.
“볼 롤에 이은 드래그 백, 그리고 베일의 위치를 찾아 발목 힘으로 보낸 패스까지. 저 개인기와 테크닉을 손에 넣기 위해 크리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시청자분들은 모르실 겁니다!”
“저기, 태. 설명을 해 주셔야죠.”
“아, 죄송합니다.”
흥분한 나머지 혼자 말하고 혼자 기뻐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훈련에 미친 녀석입니다.”
“미쳤다고요?”
“네. 지기 싫어하는 마음도 엄청 강해서, 예전 풀햄 시절에는 세세뇽을 이겨보겠다고 혼자 훈련하다가 다칠 뻔한 적도 있어요.”
“오···.”
“아이스 체임버까지 사달라고 했다니까요? 더 훈련해야 한다고. 그때 몸 관리 해 주느라 정말 바빴었습니다.”
“그랬군요.”
“또, 크리스와 마찬가지인 데이비드와 둘이 만날 때마다 참 가관입니다.”
데이비드의 이름이 나오자 존의 눈이 반짝였다. 데니스도 흥미가 있어 보였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데이비드 워커를 말씀하시는 거죠?”
“네,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끼리는 한 달에 한 두어 번씩 식사하는데요. 이 둘이 만나면 식사 끝나자마자부터가 시작입니다.”
“시작이요?”
“이 둘은 식사하려고 만난 게 아닙니다. 훈련을 조금이라도 쉬면 쥐가 나나 봐요. 소화한다고 공 차고, 소화 다 되면 크리스는 드리블 돌파를, 데이비드는 대인 마크 쪽을 맡아 꽤 거친 훈련까지 들어갑니다. 둘만 만나면 다음 날 영향 갈 정도로 흥분할 때가 있어서 이번 시즌 동안 말리느라 참 많이 고생했습니다. 어. 어어어···!”
푸념하고 있는데, 웨일즈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찾아오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경기장을 내려다 봤다.
가레스 베일이 빠른 스피드로 한 명을 제쳐내고, 깔아서 패스했다. 그리고 크리스는 직선이 아닌 대각선으로 움직여 패스를 중간에 차단하고는 반쯤 몸을 돌려 터닝 슛을 시도했다.
빠른 템포의 슛에 수바시치 골키퍼는 반템포 정도 늦게 반응했고, 공은 수바시치 골키퍼의 손에 스치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 골망을 흔들었다.
“골, 골, 골, 골, 골!”
“크리스 앨런, 웨일즈의 첫 번째 골이자 자신의 유로 데뷔골을 넣었습니다!”
이번에는 존이 지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를 키웠다.
“멋진 균형감각에 침착한 판단, 멋진 슈팅이었어요. 저게 스물한 살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네요.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오지 않은 게 정말 아쉬워요.”
“크리스가 웨일즈를 정말 좋아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건 또 무슨 얘긴가요?”
나는 크리스의 세레머니를 보며 또 한 번 이야기꽃을 피웠다.
웨일즈는 암파두, 벤 우드번, 해리 윌슨, 크리스 앨런이라는 떠오르는 신예들과 가레스 베일, 아론 램지, 조 앨런 같은 전성기에 있는 선수들의 완벽한 조화로 크로아티아를 3-0으로 박살 냈다.
그리고 크리스는 혼자 세 골을 넣었다.
유로 2020의 득점왕 후보에 첫 날부터 세 걸음이나 다가간 크리스였다.
가레스 베일의 3어시스트는 묻혔다. 외모부터 가정사까지. 스타성이란 스타성은 다 갖추고 있는 크리스는 이날부터 지금까지보다 더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