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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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놀라운 꼬마 (3)
첸웬이 환한 얼굴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잠깐만요! 제가 직접 고를게요. 스마트폰 좀 빌려주세요.”
나는 업무용 휴대폰을 건네줬다.
첸웬은 화면을 빠른 손놀림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는 크리스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사라졌다.
“여기요!”
첸웬이 보여준 건 대략 500달러짜리 운동화였다.
K 어쩌고 하는 신발과 이 신발을 합쳐 1,000달러 정도다.
이 천재 꼬마의 환심을 사는 대가로는 아주 싼 값이다.
“오케이, 주소는 어디야?”
“진짜 가져다주시려고요?”
“응.”
그래야 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으니까. 어떻게 사는지,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등.
“음··· 주문하면 되지 않아요?”
“매장에서 사 오면 빠르잖아. 아니면 같이 갈래? 내가 차로 집에 데려다줄게.”
내 제안에 혹한 것 같은 첸웬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집에 가야 해요. 통금 시간 어기면 엄마한테 혼나거든요. 어쩌지···.”
심각한 내적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지금 내가 데려다줄까?”
내 제안에 첸웬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동네 사람들 다 아는 사람들이라서 버스 타고 안 가면 들켜요. 알바한 거 들키면 혼난단 말이에요. 도서관 갔다 온다고 하고 한 거라···.”
아쉽지만 오늘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첸웬이 자기 머리통을 치며 신음성을 냈다.
“아, 생각해보니까 내일 신발을 어떻게 받아야 하죠? 학교로 오셔도 애들이 보면 다 들킬 텐데. 저 거짓말 못 한단 말이에요.”
고민에 빠져있는 첸웬에게 깔끔한 해결책을 제시해줬다.
“그러면 밖에서 만나면 되지. 학교 끝나고 도시 쪽으로 나올 수 있지?”
“아하, 네네. 좋아요.”
집이 아니더라도 얘랑 자주 만나야 한다. 친해져야 한다.
헬퍼로도 대화로도 이 꼬마에 대해 많이 알아내야 한다. 시간은 충분하다. 내 선수들은 지금 대부분 중국에 있고, 연관 업무들도 다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었으니까.
“어디서 만날···.”
“근데요 아저씨.”
“응.”
“아까 얘기하다 말았잖아요. 나한테 축구 해 볼 생각 없냐고.”
“아, 그랬지.”
고개까지 끄덕여주며 첸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첸웬과 크리스의 격돌에 빠져서 잊고 있었다.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인데 그런 걸 물어봐요?”
···자기소개도 안 했구나.
나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첸웬에게 내밀었다. 새하얀 명함에는 T자가 배경으로 새겨져 있고, 축구공이 심플하게 그려져 있다.
“에이전트, 축구선수들을 관리해주는 사람이야.”
“우와. 그런 직업도 있구나.”
정말 신기해하는 것 같은 순수한 반응에 미소가 지어졌다.
“네가 아까 볼 보이들이랑 공 차는 거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고. 그래서 제안한 거야. 제대로만 배우면 진짜 대단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거든.”
“진짜요?”
잠깐 환한 얼굴을 했던 첸웬은 금세 얼굴을 굳혔다. 처음 보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나는 첸웬이 말할 때까지 기다려싸.
“예전에는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왜?”
“엄마랑 아빠가 싫어할 거예요··· 축구 하려면 돈 엄청 많이 들잖아요···.”
“축구 학교에 입학하려고 했었다고 말했었지?”
“5년 정도 됐어요.”
축구 학교.
중국의 유소년 시스템 중 하나인 이 축구 학교는 수백 명의 코치를 보유하고, 수천 명의 유망주를 키우는 곳이다.
예전부터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이 왜 축구를 못 하는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논의했었다.
그중 가장 공통된 의견은 ‘유소년 인프라’문제였다.
재능 있는 선수가 나와도 키우지를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십여 년 전부터 대안으로 나온 게 이 축구 학교들이다. 중국의 거부들이 여러 목적으로 세운 이 학교들은 시설도 좋고, 전문가도 많은, 겉으로는 정말 좋아 보이는 장소다.
하지만 이 축구 학교에는 큰 결점이 있었다.
“장학금을 못 받았다고 했었고.”
첸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벅머리에 평범한 옷, 살짝 때가 낀 신발이 보인다.
장학금을 받는 건 소수뿐. 그리고 장학금을 받을 선수를 평가하는 건 내가 가진 헬퍼가 아닌 코치였다. 애초에 재능 같은 건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수많은 선수를 평가해야 하니 첸웬처럼 누락되는 선수가 생기는 것이다.
돈을 내면 다닐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연간 약 1,000만 원에 달하는 학비는 부유층이 아니라면 엄청나게 부담되는 금액이다.
프로 유스팀에 들어가는 것 또한 기존에 축구를 해 온 게 아니라면 인맥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고··· 참 어려웠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돈도 있고, 내 손은 중국뿐만이 아니라 유럽까지 뻗어있었으니까.
“돈 같은 건 문제가 안 돼. 네가 하겠다고만 하면 내가 다 도와줄 수 있어.”
첸웬은 나를 의심스러워 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아저씨 돈 많아요? 그러고 보니까 비싼 것도 막 사준다고 하고··· 혹시 사기꾼?”
헛웃음이 나왔다.
“너 집에 컴퓨터는 있지? 인터넷 되니?”
“저 거지 아니거든요? 당연히 있죠. 아, 나 진짜 가봐야 해요. 버스 끊기겠다.”
첸웬이 제자리에서 총총 뛰었다. 아직 약속 시각도 안 잡았는데 가면 안 되지.
“명함에 적힌 내 이름 한번 검색해보면 대충 알 거야. 그리고 내일 약속장소랑 시간 잡고 가. 신발 안 받을 거야?”
“아. 맞다.”
*
띠링.
문에 달린 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올린다. 좌측에는 그릇이 종류별로 쌓여있었고, 우측에는 술이 진열돼 있었다. 중앙에는 공구도 있고 말린 물고기들도 있다.
작지만 안 파는 게 없는 만물상 같은 부모님의 가게이자 자신의 집에 들어선 첸웬이 크게 외쳤다.
“다녀왔습니다!”
활기찬 첸웬의 인사에 잔소리부터 날아들었다. 가게와 연결된 집의 주방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다.
“웬!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너 오늘 숙제는 다 한 거야?”
“당연하죠. 학교에서 공부하다 왔다고요. 숙제도 다 했어요.”
공부도 안 했고, 숙제도 안 했다.
“저녁은!”
“씻고 나와서 먹을게요.”
“아빠 씻고 있으니까 일단 가방이나 놓고 와!”
“네에.”
첸웬은 자기 방에 들어왔다.
엄마가 청소한 건지 지저분했던 옷걸이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첸웬은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는 각 잡혀 접혀있는 이불 위에 누웠다.
“축구선수라···.”
방에 축구랑 관계된 거라고는 낡은 공 하나뿐이었다. 가끔 애들이랑 놀 때 쓰는 공이다.
5년 전에는 진짜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학교에 입학 못 시켜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엉엉 울었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곳의 학비가 더럽게 비싸고, 우리 집은 그걸 낼 돈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돈 같은 건 문제가 안 돼. 내가 다 도와줄 수 있어.’
정말일까?
“에이, 설마.”
일 년은 모아야 살 수 있는 신발을 선뜻 사주는 사람이니 혹시라는 마음이 들고 있긴 했다. 근데 그걸 믿고 축구선수 하겠다고 했다가 부모님께 돈 달라고 하면?
얼마 전에 선생님이 사기꾼에게 당한 얘기를 해 준 적이 있는데, 좋은 물건을 미끼로 더 큰 돈을 냈었다고 했다. 동네에도 사기당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 맞다.
“이름을 검색해보라고 했었지.”
확인해 보면 될 문제다.
“웬! 밥 먹어!”
일단 밥부터 먹고.
첸웬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다.
땀 냄새 난다고, 혹시 딴 짓 하다 온 거 아니냐는 엄마의 의심 때문이었다. 더워서 그런 거라고 적당히 둘러대고 샤워까지 마친 첸웬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 앞에는 아까 놓고 나간 명함이 있었다.
명함에는 한국어, 중국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태현석···.”
한국어는 못 읽으니 중국으로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했다.
“진짜네···.”
아까 만난 아저씨의 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기사도 줄줄이 나왔다.
첸웬은 가장 위에 있는 기사부터 클릭했다.
그 아저씨가 축구 해설을 맡아 아주 잘해서 자기 에이전시의 이미지를 무척 좋게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이랑 똑같다.
“T에이전시···.”
에이전시의 이미지가 좋아짐과 더불어, 그의 선수들 또한 큰 성공을 이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까 대결했던 형이 나오나 했는데, 사진에는 커다란 컵을 들고 있는 아저씨와 그 옆으로 선 갈색 피부의 감자 머리 선수, 백인, 흑인 선수가 함께 찍은 사진뿐이었다.
아저씨의 머리는 막 헝클어져 있었지만, 아까의 차분한 모습과는 다른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기사를 읽어보니 여기 있는 선수들이 유로라는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 같았다. 개인상도 다 휩쓸었다고 한다.
“우와···.”
두 번째 기사는 올해 초 친선경기에서 중국을 상대로 홀로 네 골을 넣은 ‘석대호’와 여섯 번의 유효슈팅을 무실점으로 선방한 ‘신형욱’이라는 선수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과정을 설명하며 에이전트의 중요성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중국 축구계는 열심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모든 건 국내 한정이라고 해외 진출과 그곳에서의 케어까지 할 수 있는 태현석 같은 에이전트를 키워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저 경기는 첸웬도 기억하고 있었다.
5-0 대패. 덩치 큰 선수가 계속 골을 넣는 걸 보긴 했는데 그 선수가 아저씨의 선수였다니.
“아저씨 진짜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기사 댓글 중에 태현석은 주나라 태전의 후예라고, 얘도 중국인이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첸웬은 인상을 찌푸리며 반대 버튼을 누른 후 다음 기사를 누르며 중얼거렸다.
“에휴, 또 개소리하네.”
다음 기사는 해외 기사를 번역했다고 적혀 있었다. 아저씨 선수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기사였다.
첫 번째는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라는 선수가 나왔다.
“아까 경기에서 본 사람이다.”
브라이튼이라는 팀에서 AT 마드리드라는 강팀에 갔다는 내용을 보고 다음 선수로 넘어갔다.
두 번째는 크리스 앨런이라는 선수였다.
사진을 보자마자 스크롤을 내리는 걸 멈췄다.
무척 잘 생긴 남자가 정장을 입은 채 뚱한 얼굴로 신발 모양의 트로피와 사람 모양의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사진 아래 설명으로는 ‘유로 2020 득점왕, 영플레이어상을 동시 수상한 크리스 앨런, 팀이 4강에 그쳐 아쉬워하고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아까 그 형이다.”
첸웬은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에 즐거운 기억을 준 형이었다.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뚫어내는 건 첸웬이 가장 즐거워하는 일 중 하나였다. 동네 애들 다섯 명 정도를 한 번에 뚫는 것보다 이 형을 뚫는 게 더 힘들었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성취감이 커지니까, 이 형은 자신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준 형이었다.
기사는 끝없이 이어졌다.
첸웬은 내일 숙제를 안 해 가면 혼난다는 걸 알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아까 만난 형인 크리스 앨런의 다큐멘터리부터 시작해 데이비드 워커라는 선수의 다큐멘터리까지 찾아 보며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했다.
데이비드 워커는 아까 본 기사에서 대회 최우수선수를 받았다는 수비수.
크리스 형도 뚫기 힘들었는데 데이비드는 얼마나 더 뚫기 힘들지 상상해보니 너무 행복했다.
기사를 보면 볼수록 자신에게 명함을 준 아저씨, 태현석에 관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아저씨는 절대로 사기꾼이 아니었다. 아시아 최고의 에이전트였다.
그가 직접 데리고 있는 선수는 모두 훌륭한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날 선택했다.
“축구 선수라···.”
첸웬은 이날 늦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