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29
229
46. 놀라운 꼬마 (4)
“웬! 어디 가? 오늘 놀자고 했잖아.”
“미안. 약속 생겨서. 내일 봐!”
첸웬은 책가방을 등에 멘 채로 교실을 나와 달렸다. 종례가 길어지는 바람에 잘못하면 버스를 놓치게 생겼다.
학교 앞 정류장에 막 버스가 정차하는 게 보인다.
“으아아아! 기사 아저씨! 잠시만요!”
첸웬은 비명을 지르며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첸웬은 간신히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첸웬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품 안에 안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저씨를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할까? 나 축구 하고 싶어요? 으···. 이건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밤새 태현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에 관해 알아낸 첸웬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수만 관중의 환호성을 받는 꿈을 꿨었다.
수업 중 졸았을 때는 슈퍼리그의 팀에서 뛰는 자신을 꿈꾸기도 했다.
이제 그 꿈들은 잠들 때만 보이는 게 아니라 깨어 있을 때도 보였다.
지금도 유리창을 보면 유니폼을 입고 뛰는 자신이 보였다.
해외 축구를 본 적은 없지만, 호날두나 메시 정도는 알고 있다.
처음 들어보는 크리스 앨런도 그렇게 굉장했는데 일반인들도 알 정도로 유명한 선수들은 얼마나 대단할지, 경기장에서 맞붙으면 얼마나 재밌을지, 상상할수록 행복했다.
“어? 아저씨! 아저씨! 멈춰주세요!”
상상에 빠져있던 첸웬은 내려야 할 정류장을 막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기사 아저씨는 첸웬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첸웬이 옆에 선 채로 눈물까지 글썽거리자 어쩔 수 없이 차를 멈추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한 후에 문을 열어줬다.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절대 안 이럴 게요!”
*
버스가 그냥 정류장을 지나쳐서 다음 버스로 오나보다 했는데, 200m 정도 더 간 후 멈춘 버스에서 첸웬이 뛰어내리더니 열심히 달려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허, 허헉. 멍하니 있다가 못 내렸었어요.”
“괜찮아. 일단 앉아. 숨 좀 고르자. 이것도 마시고. 안 뜨거우니까 한 번에 마셔도 돼.”
“헉, 허헉, 넵.”
정말 놀랐는지 얼굴도 창백했던 첸웬의 얼굴에는 다시 피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첸웬에게 준비해온 백을 세 개 내밀며 말했다.
“자, 하나는 선물.”
“아저씨 한국인이더라고요.”
동시에 첸웬이 내게 말하는 바람에 말이 겹쳤다.
“맞아.”
쇼핑백에 시선을 빼앗긴 첸웬, 첸웬은 백들을 받아 품에 안으며 말을 이었다.
“엄청 대단한 사람이고.”
“조금 부끄럽지만··· 맞아.”
“진짜 나 재능있어요?”
눈동자가 아래로 갔다가 내 얼굴로 왔다가,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첸웬은 신발을 확인하고 싶은 것과 어제 확인한 걸 내게 묻는 것 중간에서 방황하는 것 같았다.
나는 피식 웃고 말했다.
“하나만 하자. 내가 다 어지럽다. 일단 신발부터 확인해.”
“죄송해요!”
첸웬은 백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하나씩 열어보았다.
먼저 K 머시기 하는 신발을 보자마자 우와 라는 감탄사 한 방, 그리고 신발 두 개를 들어 자신의 볼에 부비적대면서 행복한 미소 한 방.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두 번째 신발까지 확인한 첸 웬이 세 번째 백을 집어 들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만난 형이 주는 선물이야. 그 형이 모델로 나오는 축구화. HG(하드 그라운드) 스터드라 모랫바닥이랑 아스팔트에서 쓰면 돼.”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던 첸웬은 신발을 확인하고는 샐쭉 웃었다.
“참고로 아직 안 파는 거야. 내가 점원한테 말해서 빼 왔어.”
희소성이 있다는 말에 첸웬은 더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조화된 클래식한 디자인에 끈이 없고 엄청나게 가벼운 최신형 소재를 때려 박은 축구화다.
신발 세 개를 돌려 보면서 행복해하는 첸웬을 5분 정도 감상해 준 후, 슬슬 본론을 얘기해도 되겠다 싶어 말을 건넸다.
“재능이 있냐고 물어봤었지?”
“아, 네네. 맞아요. 진짜예요? 아저씨 눈 정말 정확하다면서요.”
기사를 제대로 보고 온 모양이었다. 나는 신뢰를 주기 위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중국 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거야. 아니, 중국이 뭐냐. 세계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어. 지금 축구를 안 하고 있다는 게 미칠 정도로 아깝다니까?”
“세계 최고요? 그러면 슈퍼리그에서도 뛰고··· 그, 그러니까 국가대표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소박하다. 너무 소박하다.
첸웬이 숨을 고르는 동안 헬퍼를 확인했었다.
오늘 얻은 정보는 현재 능력이고, 첸웬의 별 개수는 무려 네 개였다.
당장 유럽 5대 리그의 2부 리그에서 후보-로테이션으로 뛸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얘는 2005년생. 축구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열다섯 살짜리가 프로에서 뛸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나 니콜라스는 애초부터 유스 팀에서 뛰기라도 했지, 이 꼬마는 진짜배기 천재다.
좋은 훈련을 받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아시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지금 당장 뛸 수 있다. 국가대표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가대표는 당연한 거고, 네 실력만 증명하면 슈퍼리그의 모든 팀이 너 모셔가겠다고 난리일 거다.”
“예에? 정말요?”
이 순수해 보이는 꼬마가 말이다.
“와, 나한테 초능력 생겼다는 말 들은 것 같아요. 영화 주인공 된 거 같아요.”
천진난만하게 웃는 첸웬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나는 솔직하게 답해줬다.
“5년 정도만 있으면 정말 네 영화가 나올 수도 있을 걸?”
그냥 해 본 말이 진짜가 돼서 돌아오자 첸웬은 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요. 어제 그 형처럼 대단한 선수들이랑도 붙어볼 수 있어요? 나 그, 데이비드 워커? 형이랑도 꼭 붙어보고 싶은데.”
“데이비드? 당연하지. 근데 그 둘만큼 대단한 선수가 엄청 많지는 않아. 좋은 팀, 좋은 리그로 가야 그런 선수들이랑 많이, 자주 만날 수 있어.”
첸웬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그리고 그 끝에 첸웬은 말했다.
“해 보고 싶어요! 대단한 선수들이랑 많이많이 붙어보고 싶어요.”
그 순수한 말에 나는 또 한번 미소를 지었다.
빌려둔 차를 타고 첸웬의 집으로 이동했다.
미성년자 선수를 영입할 때 가장 중요한 절차,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미성년자는 에이전시 계약을 할 수 없다. 부모님이 동의한다는 서류가 필요하다.
또한, 나는 첸웬이 유럽에서 축구 인생을 시작하길 바랐기 때문에, 부모님의 거대한 결단 또한 받을 수 있다면 받아내고 싶었다.
18세 미만의 선수가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FIFA 유소년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 조항 때문에 우리나라의 바르샤 3인방이 어마어마하게 고생했었다. 아무튼, 이 조항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부모님의 타국 이주’ 뿐이었다.
좋은 팀에 가고 싶다고 날뛰던 첸웬은 부모님까지 같이 가야 한다는 말에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첸웬은 부모님이 반대할 거라고 말했다.
내가 설득한다고 하니 믿는다고는 했지만,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지 아까부터 울상이다.
뭐, 플랜은 여러 개 짜 뒀으니까.
일단 승낙받았을 때 두 개.
부모님이 이민을 갈 수 있다면 해외의 빅클럽에 데려가 줄 생각이었다. 첸웬을 보자마자 떠오른 감독이 하나 있어서, 그분에게 연락을 해 볼 것이고, 안 된다면 뉴캐슬이나 브라이튼에 맡길 계획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직업상의 문제로 이민을 못 간다면, 아쉽지만 중국 내 클럽에서 만 18세를 채우고 유럽으로 이적하는 두 번째 플랜을 택해야 한다.
워낙 거친 리그라 걱정이라 J리그 쪽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승낙받지 못했을 때는··· 이유를 찾아 꾸준히 설득해 볼 생각이나.
이러나저러나 구질구질하게 달라붙을 생각이었다. 돈 문제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니, 너무 아까웠다.
“너 정말 애들이랑 모여서 공 차고 논 게 다야? 혹시 다른 운동 한 건 없고?”
“그냥 모래사장에서 공 차고 논 거 말고는 딱히 없어요.”
“어릴 때는 어떻게 살았는데?”
가정환경도 좀 파악해 두자.
“아빠는 물고기 잡느라 며칠 안 돌아올 때도 많았고요, 엄마는 시장에서 물고기 파느라 집에 잘 안 들어 왔어요. 심심해서 애들이랑 매일 놀러 다녔는데 공 차는 게 제일 재밌어서 그것만 했어요.”
어부라니. 이민을 가기 조금 애매한 직업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는 지금도 어부셔?”
“아뇨. 몇 년 전에 그만두시고 잡화점 하세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자영업이라면 이민에 가장 자유롭다. 경제적인 지원만 해 준다면 충분히 설득해 볼 만 할 것 같았다.
“그럼 괜찮겠다.”
월드클래스 축구선수.
중국이 수십 년간 목말라했던 단어다.
최근 10년 동안은 축구 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라는 정책으로 외국 선수도 마구 데려오고, 유소년을 키우기 위해 중국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여러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한 국가 축구 성장의 증표가 되는 중국 유소년들은 매번 한국과 일본, 심지어는 태국 같은 동남아의 유스팀에게도 쉽게 당하곤 해서 조 단위의 금액만 투자하고 망한 정책이 아니냐는 말이 슬슬 나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빅클럽으로 이적한 15세 선수가 나온다? 심지어 나와 계약했다?
중국에 거대한 폭풍이 몰아칠 거다.
나와 첸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스폰서를 몇백억 이상 끌어올 자신이 있었다.
첸웬의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이것 또한 대화에 좋은 카드가 될 것이다.
첸웬의 집 겸 가게는 동네 슈퍼마켓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잡화점이었다.
카운터 바로 옆에는 미닫이문이 있었는데, 저기로 들어가면 가정집이라고 첸웬이 설명해줬다.
첸웬의 아버지는 카운터에 앉아있는 채로 첸웬과 함께 가게에 들어온 나를 떨떠름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공손히 인사하며 나를 에이전트라고 소개했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해 지금 식탁에 앉아있었다.
차분하게 용건을 말했고, 용건을 다 들은 첸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맞은편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었다.
나를 위아래로 몇 번을 훑어보는 모습을 통해 나를 얼마나 의심하고 있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웬이는 공부시켜서 평범하게 살게 할 거예요.”
머리가 아팠다.
두 분과 어설프게나마 악수를 했는데, 헬퍼가 작동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축구랑은 아예 담쌓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아들이 이렇게 실력이 있고 학교까지 보내주려 했다고 해서 축구에 관해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명함과 함께 나에 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려고 했었던 계획과 헬퍼의 정보를 통해 대화를 편하게 이어가려 했던 계획이 동시에 물거품이 됐다.
설명을 해 드려도 뚱한 반응뿐이었다.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돈 얘기를 꺼냈다가 더 사기꾼으로 몰릴까 봐 할 말을 머릿속에서 고르고 있었다.
부모님의 싸늘한 반응에 첸웬은 죄지은 것처럼 양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의 말을 종합해보면 첸웬이 엄청나게 재능이 있어서 꼭 축구를 시켰으면 한다, 이거 아니요?”
생각을 멈추고 일단 말부터 했다.
“예. 맞습니다. 첸웬의 재능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힙니다.”
“그, 그 뭐냐. 해외에서 온 코치들이 그랬는데. 잘하기는 하는데 장학금은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그건 그 사람들의 눈이 틀린 겁니다.”
이건 단정할 수 있었다.
첸웬의 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큰돈을 주고 데려온 사람들이라던데?”
“제 몸값이 그 사람들보다 수십 배는 더 비쌉니다.”
빅클럽 출신의 코치들이 많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다.
10초가량 대화가 없었다. 나와 첸웬의 아버지는 눈싸움을 했고, 결국 내가 이겼다.
“무슨 자신감인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 앞에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더 불신받기 쉽다. 나는 또렷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시아에서 저만큼 대단한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에이전트는 단연코 없습니다. 유럽에서도 축구팬이라면 제 이름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정도로 저는 입지가 탄탄한 에이전시의 대표입니다.”
내 말에 첸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명함을 다시 한번 살폈다.
“첸웬은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꼭 계약하고,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
첸웬의 부모님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이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방향을 정했다. 천천히, 하나씩 받아들이도록 시간을 드려야겠다.
“기왕이면 유럽으로 갔으면 합니다. 중국 축구가 아무리 많이 발전하고 있다지만, 유럽보다는 많이 떨어지니까요.”
“유럽?”
“네,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첸웬에게 중국은 너무 좁으니까요. 그리고··· 첸웬이 유럽에 가기 위해서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첸웬의 부모님들의 두 쌍의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부모님 또한 유럽으로 이주하셔야 합니다.”
나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구단과 협의해 영국에서 살 집도 구해드릴 거고, 마침 잡화점을 하신다니 원하는 가게를 열 수 있게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꼭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럽의 큰 도시라면 차이나타운은 꼭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규정 때문이라서요.”
할 말은 다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두 분 모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명함에 제 연락처가 적혀 있습니다. 뭐든 물어보셔도 좋고, 저에 관해 궁금한 게 있다면 인터넷에서 찾아보셔도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하고 가겠습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웬, 내일 보자.”
“크흠···.”
혼란스러워하는 부모님에게 꾸벅 인사하고, 첸웬의 어깨를 두드리며 집에서 나왔다.
첫 날의 대화는 여기에서 끝났다.
*
태현석이 나가자마자 첸웬의 부모님은 눈을 맞췄고, 첸웬의 어머니가 첸웬을 재촉하듯 물었다.
“웬, 이게 무슨 소리니? 축구라니? 정말 하고 싶은 거야?”
첸웬은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석이 차를 타고 오며 말했었다.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하고 싶어요. 저 엄청 재능있다고, 축구만 하면 돈도 걱정 없고 유명한 선수들이랑도 많이 대결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그 아저씨 축구계에서 정말 유명한 사람이에요. 그 아저씨가 선택한 선수들은 전부 성공했다고요. 그리고 필요한 건 다 지원해준다고 했어요.”
“웬! 그 사람이 유명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유럽에서 살려면 얼마나···.”
“여보.”
첸웬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어깨를 잡았다. 어머니가 미간을 짚으며 첸웬에게 일단 올라가 보라고 말했다.
첸웬은 방으로 돌아갔고, 소리나지 않게 방문을 살짝 열어 부모님의 대화를 엿들었다.
어머니가 긴 한숨을 쉬었다.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요.”
“알다마다.”
“그날 이후로 웬이가 하고 싶어 하는 건 다 해 주자고 약속하긴 했었죠. 근데··· 해외로 나간다니··· 거기에 우리까지도···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일이라고요.”
첸웬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비슷한 한숨을 쉬었다.
“진짜, 나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근데 말이야···.”
“말해 봐요.”
“5년 전처럼 웬이가 또 실망하는 건··· 보고 싶지 않은데···.”
“그건··· 저도 그래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Tai xi··· 아, 한국인인가 보네요. 밉네요. 이 사람. 웬이한테 헛바람이나 넣고.”
“내일 또 온다고 했으니까, 일단 얘기는 더 들어보자고, 나도 좀 알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