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30
230
46. 놀라운 꼬마 (5)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첸웬의 집에 들렀다. 첸웬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편하게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어제처럼 첸웬의 부모님과 마주 앉았다.
“인터넷에 치니 뭐가 잔뜩 나오덥니다.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는데요.”
거친 말투였지만, 상관없었다. 나에 관해 찾아보셨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었다.
“축구, 좋지요. 좋아요. 인기도 많고. 돈도 많이 벌고.”
“예.”
“그런데 실패하면? 외국까지 나갔다가 실패하면, 누가 웬이 인생을 책임집니까?”
예상했던 질문이었기에 나는 여유 있게 답할 수 있었다.
“제가 책임집니다. 계약서에 구체적인 금액으로 명시도 할 수 있습니다.”
막힘없는 대답에 첸웬의 아버지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첸웬의 어머니가 묻는다.
“꼭 유럽으로 나가야 하는 거예요? 괜히 적응도 못 하고 그러면···.”
“적응 문제는 제가 자주 돌봐 줄 생각이고, 유럽으로 갔을 때 장점도 있습니다.”
“장점이요?”
“지금 첸웬은 평범한 학교에 다니고 있죠?”
첸웬의 부모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고.”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팩트였기에 둘은 고개를 끄덕 끄덕였다.
“제가 맡으면 그럴 확률은 1%도 되지 않지만, 만약 첸웬이 축구에서 실패했을 때도 유럽으로 나갔다 오는 게 첸웬의 인생에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뭡니까?”
“도움이라니 뭐예요?”
“유럽은 오직 축구 하나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유소년은 무조건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말하자면 유학도 겸할 수 있는 거죠. 영어도 배울 수 있고, 수업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다 온 경험은 중국에서 어중간한 성적으로 남는 것보다 첸웬의 인생에 훨씬 더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줄 겁니다.”
자식에게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은 게 부모님의 마음이다.
첸웬의 부모님도 그런 모양이었다. 첸웬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얘길 하니 고민되는 듯 서로의 얼굴을 보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어머님, 아버님이 정착하는 데도 도움을 드릴 겁니다. 만약 실패하고 돌아온다면, 다시 중국에 정착할 수 있는 비용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 얘기도 모두 계약서에 명시할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첸웬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싱긋 웃어주었다.
고민하던 부모님 중 아버지 쪽이 말을 건넸다.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진 말투다.
“그··· 말입니다.”
“예. 말씀해주세요.”
귀 쪽이 살짝 붉어진 게 보인다.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게 왠지 부끄러워하는 사람 같았다.
“돈 말입니다··· 학비나··· 체류비나···.”
아아. 나는 또 한 번 짙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구단이랑 협력해서 다 지원할 거니까요. 만약에 구단의 협력을 못 얻어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비행경비부터 학비, 집, 식비, 운동센터이용비, 의류비, 그리고 용돈도요.”
“그렇게나 말입니까?”
“또, 저는 서드 파티 오너십 같이 첸웬의 소유권을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 순수한 투자입니다. 그냥 장기 계약을 하고, 계약 기간 동안 수입의 10%를 떼 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수준의 계약이죠.”
“서드 파티요? 그게 뭡니까?”
어릴 때 금전적으로 부족한 선수를 지원해주고, 선수 자체의 소유권을 사는 일이다. 소유권 퍼센티지가 높을수록 선수를 막 부리고 구단까지 휘두를 수 있었기에 FIFA 등 여러 단체에서 이걸 없애려고 난리였다.
지금도 남미에서는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아아···.”
“저는 첸웬의 의사를 반드시 존중할 겁니다. 궁금하신 게 있다면 뭐든 물어봐 주세요. 앞으로 매일 이 시간에 찾아올 테니까요.”
두 분은 축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었다.
축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축구가 얼마나 거대한 산업인지 이야기해줘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직접 느끼게 해야 한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네, 저도 급하게 진행할 생각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들이 진짜라는 걸 차근차근 보여드리겠습니다. 혹시 사흘 후에 시간 되시나요? 잠깐 가게 닫고 저랑 시에 좀 나가시죠. 가게를 닫아서 생기는 손해는 제가 다 보상하겠습니다.”
홀린 듯 내 말을 듣던 두 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약속 시각을 정하고, 차로 데리러 오겠다고 말한 후에 꾸벅 인사하고 자리를 나섰다.
그리고 가게를 나가기 전 익숙한 옷을 입은 처음 보는 아저씨와 마주쳤다.
“여이~ 쥔! 앞에 차는 뭐야? 샀어···? 누구세요? 어?”
동네 아저씨인 모양이었다.
특이사항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
그리고 유리문에 비치는 등 번호와 이름을 봤을 때, 데이비드의 팬이라는 것.
당연한 순서로 잠깐 정지가 왔던 아저씨는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혹시 태현석···? 아, 영어로 해야 하나?”
“괜찮습니다. 맞아요. 우리 데이비드 팬이신가 보네요.”
“어어어어? 여기 왜 있어요?”
“볼일이 있어서요.”
나는 뒤를 슬쩍 보고는 부드럽게 미소지어줬다. 첸웬의 부모님이 나와 이 아저씨의 대화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훌륭하게도 나와 만난 걸 기뻐하며 사진까지 부탁했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주세요. 술집 가서 자랑하게.”
“얼마든지요.”
*
유명 에이전트이자 자기 아들에게 관심을 보인 태현석은 동네 친구인 왕징춘과 함께 사진도 찍고 심지어는 사인까지 하고 떠났다.
왕징춘은 얼마나 들뜬 건지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부터 첸웬의 아버지, 첸쥔에게 물어왔다.
“저 사람이랑 무슨 얘기 했어? 이야, 술집 가서 자랑해야겠다.”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같이 축구 좀 보자니까.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얼마나 재밌는데!”
“음···.”
첸쥔은 격투기 말고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동네 친구들이 술집에서 다 축구를 볼 때도 혼자 휴대폰으로 격투기 스페셜을 보곤 했었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흥미를 못 느껴서였다.
“동양인 에이전트 중에서는 최고라고.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주인 있잖아. 데이비드 워커라고 하는데.”
“네가 지겹게 말했던?”
왕징춘은 술에 취하면 데이비드 워커 얘기를 하면서 자기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얘기를 수십 번은 더 했다.
처음에는 흥미 있게 들었었으나 계속 반복돼서 지겨워졌었는데, 오늘만큼은 주의 깊게 듣게 됐다.
왕징춘은 신나서 계속 말했다.
“이 선수가 공장 판에서 일하던 평범한 선수였거든? 근데 저 에이전트 만나서 유럽에서 1위 했어 1위! 방송도 있는데 한 번 볼래? 유튜브에 찾아보면 나오는데.”
첸웬의 아버지, 첸쥔과 첸웬의 어머니는 왕징춘에게 태현석에 관해 계속 들었다. 얼마나 빠져들었는지 점심을 먹는 것도 까먹을 정도였다.
첸웬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팬티차림으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태현석에 관해 찾아보고 있는데, 불청객의 급습을 받았다.
“웬!”
“어, 어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둘 다 자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성큼성큼 들어온다.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했잖아요!”
“야한 것 좀 볼 수 있지. 아빠는 다 이해해.”
“엄마도 이해한다.”
“안 보고 있었거든요!”
첸웬은 당당하게 모니터를 내밀었다. 혈기왕성한 나이였기에 사실 5분만 더 있었으면 봤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안 보고 있었다.
화면에 떠 있는 축구 페이지.
첸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살짝 멈칫했다가, 방에 들어온 용건을 얘기했다.
“저기, 웬아. 그 태현석이라는 사람 있잖아. 그 사람에 관해 좀 보여줄래? 그··· 징춘이가 뭐라고 했지? 데이비드 워커 다큐멘터리?”
“맞아요. 다큐멘터리.”
“그것도 좀 보여주라.”
첸웬의 부모님들은 기사를 보며 첸웬처럼 오오, 하다가 다큐멘터리를 보고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나 밥은요?”
“···.”
“···.”
첸웬은 결국 저녁밥을 직접 해서 자기 방으로 가져와야 했다.
*
첸웬 부모님의 불편한 기색이 사흘 전 이후로 완전히 사라졌다.
첸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줬고, 나는 신이 나서 유럽 각국의 유스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학교 교육을 받을지도 얘기했다.
중국어와 영어는 같은 어순을 가지기에 중국인들은 영어를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어를 금방 배우는 것처럼.
그렇기에 6개월은 영어를 배우는 데 집중하고, 그 이후로는 학교에 다니게 할 거라는 게 내 계획이었다.
또한, 어떤 식으로 돈을 받는지 축구 산업이 얼마나 거대한지, 중국인으로서 해외에서 뛴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틀을 그렇게 보내고, 오늘은 차를 끌어 첸웬의 가족 모두를 경기장에 데려왔다.
VIP석. 경기장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이 좌석에서 첸웬은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우아아아아아···.”
리버풀과 레알마드리드의 프리시즌 개막 경기이자 ICC 1차전.
나는 첸웬의 어깨에 한 손을 얹어 관심을 끌고, 손가락으로 경기장 중앙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형이 너랑 공 차던 형이야.”
리버풀의 공은 전부 크리스를 통하고 있었다. 크리스가 움직이는 대로 리버풀이 움직이고 있었다.
클롭이 크리스 위주로 이번 시즌을 풀어나갈 거라고 말했는데, 그 초안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다.
크리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큰 함성이 뒤따른다.
수만의 중국인들이 크리스의 이름을 외쳐대고, 심지어는 현지 응원가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와아···.”
첸웬이 흥분되는 몸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관중석 앞 난간에 매달려서 경기장과 경기장 주변을 끊임없이 돌아봤다.
나는 웃으며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네요.”
첸웬의 어머니가 더듬거리며 사람의 산을 둘러봤다.
“중국 슈퍼리그만 해도 매번 만원 관중이에요. 전 세계 시청자 수 1위는 늘 월드컵이었고요.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에요.”
첸웬의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분 모두 축구장에 오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얘기했다.
“저기 중앙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제 선수예요. 첸웬도 저 정도로 응원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어요.”
수만의 관중이 한 선수의 이름을 외친다.
“아니다. 중국인 전체의 응원을 받는 선수가 되겠네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겠고요.”
첸웬의 아버지는 놀란 기색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
“이걸 보여주려고 데려온 겁니까?”
“네,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알고, 직접 느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제가 장난이나 사기를 치려고 웬이에게 접근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요.”
첸웬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날 때보다 훨씬 더 나를 신뢰하는 눈으로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첸웬의 아버지는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씁쓸한 어투로 말했다.
“저희는 돈이 없어서 웬이를 축구학교에 못 보냈습니다.”
“그럴 수 있죠.”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웬이는 천재라고, 당연히 장학금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일단 테스트를 받게 했었는데···.”
장학금을 타는 데 실패하고, 큰 학비 부담에 첸웬에게 안 된다는 얘기를 해야 했겠지.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지는 상상도 가질 않는다.
첸웬의 아버지가 숨을 내쉬었다.
“후, 장학금을 못 받고, 돈이 없으니 학교에는 못 보내고. 그 얘길 했을 때 웬이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때의 미안함이 아마 평생 가슴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고, 이일 저일 다 했었습니다. 빚은 어떻게든 없앴지만, 큰돈은 못 벌었네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으니, 첸웬의 어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웬이가 유명해질 수 있을 거라고 했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했죠? 근데요, 저는 사실 웬이가 스타가 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네?”
“그냥 무난하게, 굴곡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 그런 모습을 꼭 보고 싶었어요.”
첸웬의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가니 난간에서 떨어질 듯 말 듯 매달려 있는 첸웬이 보였다.
“그런데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어쩔 수 없겠네요.”
“그렇습니까.”
녀석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계속 보였다. 정말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저 웃음을 지켜주실 수 있나요?”
대답은 하나뿐이다.
“네,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
첸웬의 부모님은 구체적인 제안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팀에 가게 될지, 어떤 나라에 가게 될지.
나는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과 공을 차고 있는 첸웬을 보며 ICC에 참가한 한 팀의 감독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천재는 천재를 만나게 해 줘야 한다.
리찌나 로이가 아무리 내 감독이라지만 첸웬을 위해서라면 가장 완벽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감독과 연결해줘야 했다.
보면 볼수록 메시가 떠오르는 첸웬에게 맞는 감독이라면 딱 한 사람밖에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신호음이 끝나고, 뚝 소리와 함께 전화가 연결됐다.
“안녕하세요. 펩.”
-아, 미스터 태.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본격적으로 전성기에 올려놓은 현세대 최고의 전술가이자 최고의 감독 중 하나, 바로 펩 과르디올라였다.
“메시 같은 유망주 하나 있는데, 관심 없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