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35
235
47. 시즌 개막 (2)
“걱정 마세요. 제 몸 상태는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지금처럼 좋았던 때가 없어요.”
“···.”
헬퍼에서도 딱히 몸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없었다. 일단 믿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경기장에서 확인해야겠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리버풀의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들으며 입장하는 크리스를 내려다 봤다.
장내 방송에 따라 관중은 선수들이 이름을 경기장이 떠나갈 것 같을 정도로 쩌렁쩌렁 외쳤다.
유로 이후 상승한 크리스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모하메드 살라보다 크리스를 향한 외침이 더 컸다.
카메라조차도 크리스를 자주 잡고 있었다. 카메라에 확대된 크리스의 얼굴은 여유로워 보였다. 살라나 피르미누와 농담을 나누는 모습이 몹시 자연스러웠다.
양 팀 선수들은 악수하고, 제 진영으로 들어갔다.
리버풀 대 사우스햄튼.
베니시오는 벤치에 앉았고, 크리스는 늘 그렇듯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섰다.
삑, 삐이이익-!
힘찬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2020-2021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의 시작이었다.
나는 오직 크리스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봐요.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요? 난 이럴 줄 알았어.”
자기도 불안해 했으면서.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에린을 보자 에린이 살짝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픽 웃고 다시 경기장의 분위기를 느끼며, 이 분위기를 만든 주인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흥분한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5만여 관중들이 따라 환호했다.
크리스는 데뷔 때부터 보여줬던 특유의 낚시성 무브먼트와 개인 돌파로 한 골을 넣었다.
마침 전광판에서 골 장면을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뒤에서 어슬렁거리던 크리스가 왼쪽 측면으로 질주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당황해서 쫓았다. 그렇게 생긴 빈 곳으로 살라가 공을 몰고 들어왔고, 위기를 느낀 사우스햄튼의 수비진은 일자로 나란히 서서 간격을 좁히며 살라의 슈팅과 중앙에 있던 피르미누의 침투를 막아내려고 했다.
크리스를 쫓아갔던 수비형 미드필더도 크리스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어가자 크리스의 움직임이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재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 지역 방어태세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크리스의 움직임은 끝난 게 아니었다.
크리스는 뒤로 몇 걸음 움직여 다시 오프사이드라인에 자신의 몸을 맞췄고, 살라의 로빙 패스를 건네받았다.
슈팅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그렇기에 크리스는 또 한번 움직였다.
페널티박스 밖에서 공을 잡은 크리스는 제 자리에 서서 나오지 않으려는 수비수를 향해 달려 스텝 오버 후 왼발 슈팅 각도를 만들어 강력한 슈팅을 날렸고, 예상치 못한 슈팅 타이밍에 사우스햄튼 골키퍼는 각이 별로 없었음에도 선제골을 허용했다.
오프더볼과 온더볼의 완벽한 조화였다.
경기장의 모든 관중이 크리스의 이름을 열심히 외치고 있었다.
점점 완성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미 완성된 걸까.
발롱도르까지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다른 세상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에린의 감상 어린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는 전반전에 또 한 번의 골을 넣었다.
페널티박스 밖에서 느닷없는 대지 가르기 슛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강력한 슈팅은 아니었지만, 워낙 각도가 좋아서 골키퍼도 막아낼 수 없었다.
리버풀은 개막전에서 3-0으로 승리했고,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깎아내리면서 크리스를 치켜 올려주는 응원가는 안필드를 쩌렁쩌렁 울렸다.
크리스는 개막전에서 MVP를 받았다.
[크리스 앨런]-현재 능력 : ★★★★★★★
-오늘의 능력(8/15) : ★★★★★★★
헬퍼를 봐도 이상 없고.
“최고의 폼이에요.”
본인도 그렇게 말하고.
크리스에 대한 걱정은 한 시름 덜어놔도 될 것 같았다. 큰 압박을 받을 줄 알았는데 스스로 잘 헤쳐나가고 있었다.
크리스는 땀에 젖은 채로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 시즌을 제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 거예요.”
“믿음직스럽네.”
나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고, 크리스는 씩 웃었다. 나는 그런 크리스를 보며 염려 한마디를 던졌다.
“너무 무리만 하지 마.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개인적인 일이라도 다 상관없으니까.”
“고마워요. 태.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클럽도, 국가대표도 전부.”
*
개막전을 관람한 이후에는 바로 브라이튼으로 이동해 로이와 석대호의 경기를 지켜봤다. 석대호는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폼은 괜찮아 보였다. 지난 시즌처럼 리그 15골 정도는 넣어줄 것 같았다.
그다음은 스토크였다.
레온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보여줬던 원활한 볼 배급을 보여줬고, 스토크시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다음 경기들은 일정이 겹쳐 한쪽 경기를 선택해야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와 뉴캐슬 대 풀햄의 경기.
나는 우리 에이전시 선수가 많은 맨체스터 더비를 직관하고, 뉴캐슬 경기는 영상으로 확인한 후 다음 주에 직관한다고 리찌와 닉에게 말해뒀다.
“진짜 대단하네요. 관중이 이렇게 많다니.”
첸웬의 어머니가 감탄하며 경기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첸웬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첸웬은 경기장의 분위기에 취했는지 살짝 몽롱한 눈으로 필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난 시즌 2위, 3위의 대결. 지역 더비. 감독들간의 라이벌 관계.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더비 중 하나가 된 맨체스터 더비는 언론과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 경기에서 조던도 선발이고 줄리우도 선발이고 데이비드도 선발이라 몹시 기분이 좋았다.
경기는 치열하게 흘러갔다.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하고, 맨유가 수비한 후 역습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그렇기에 가끔 조던과 데이비드나 줄리우가 충돌할 때는 심장이 쿵쿵 뛰곤 했다. 다행히 이들은 부딪혀서 넘어진 후에도 서로 일으켜주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얼마 전에 같이 밥 먹은 사람들이 수만 관중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뛰고 있었다. 첸웬은 몸이 근질거리는지 제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첸웬을 보며 이 기회에 기름이나 더 끼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웬이 네가 유소년 팀에서 잘하면 당장 다음 주부터라도 저기서 뛸 수 있는 거야.”
첸웬이 입술로 오 모양을 만들며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열의가 헬퍼를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경기를 보는 틈틈이 문자중계를 통해 뉴캐슬의 상황도 확인했다.
「38분. 마카키스 헤딩 선제골. 뉴캐슬 1-0으로 앞서감.」
니콜라스도 한 골 넣었다. 데이비드와 줄리우는 호흡을 맞춰 맨시티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조던은 두 선수보단 활약이 적었지만, 피지컬을 이용한 기회창출에 열심이었다.
좋다. 아주 좋다.
어제 경기를 치른 세바스티앙도 그렇고 신형욱도 그렇고. 정말 완벽한 시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2분. 마카키스 페널티박스 안에서 강슛, 멀티 골. 뉴캐슬 2-0으로 달아남.」
“또 넣었네.”
나는 휴대폰을 확인하며 웃었다.
니콜라스도 곧 일곱 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집어넣으려는데, 문자중계 한 줄이 더 올라왔다.
「73분. 마카키스 경고, 경기 내내 부딪히던 상대 수비수 로비의 멱살을 잡음.」
“뭐야?”
마지막 줄에서 깜짝 놀란 나는 바로 현장에 있을 던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에 전화를 받지 않아 계속 전화를 걸었다.
세 번째에 던컨이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을 통해 먼저 들린 건 분노한 서포터들의 외침이었다.
-심판 개자식아! 70분 동안 시비 건 저 새끼한테는 카드 한 장 안 주고, 화 한 번 낸 닉한테는 다이렉트 경고냐! 나가 죽어라!
-닉! 그냥 뭉개버려!
통로로 나간 건지 과격해진 서포터들의 목소리가 점점 작게 들렸다. 던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태, 봤어요?
“아뇨. 문자 중계로만 확인했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닉 많이 흥분했어요? 퇴장이라도 당할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이 화나 보이거든요.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갑자기···.
“갑자기요?”
-그게 그러니까···.
로비라는 이름의 수비수가 경기 내내 닉한테 털렸단다. 서포터석은 생각보다 가깝다. 그렇기에 로비가 닉에게 계속 욕도 하고 시비도 거는 걸 서포터들은 알고 있었다. 닉도 마찬가지로 욕설을 퍼붓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었단다.
그런데 방금은 달랐다고 했다.
로비라는 자식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닉이 갑자기 잔뜩 화가 나서 녀석의 멱살을 잡았단다. 경기는 정지됐고, 닉이 옐로카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고 했다.
“뭐라고 했는지는 안 들렸죠?”
-그렇죠. 워낙 시끄럽다 보니.
“경기 끝나면 닉한테 바로 전화 달라고 해 주세요.”
-알겠어요. 태.
던컨의 시무룩한 목소리를 들으며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한숨을 쉬자, 옆에 앉아있던 첸웬이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야. 경기나 보자.”
첸웬이 고개를 갸웃했다.
니콜라스에 관한 걱정으로 꽉 차서 맨유와 맨시티의 경기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니콜라스는 과거에 있었던 일 때문에 이미지가 쉽게 나빠질 수 있어 이미지를 깎아 먹는 일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더 그랬다. 왜냐면 이미지가 필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마카키스가 실력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선발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잉글랜드는 유로 우승까지 한 팀입니다. 최강의 전력은 아니지만, 충분히 강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팀이죠. 우리에겐 월드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도 있습니다. 위험요소를 감수할 만큼 마카키스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팬들이 싫어하는 선수를 팀에 넣으면 선수단 분위기를 망칠 수 있거든요.
바로 ‘국가대표’ 선발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말미 활약으로 소말리아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지만, 니콜라스는 소말리아에서 뛰기 싫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왜냐면 자신을 받아준 던컨과 뉴캐슬 팬들이 응원하는 국가대표팀이 ‘잉글랜드’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개인 전화로 잉글랜드의 감독 사우스게이트에게 이 말을 전했고, 사우스게이트는 위의 말을 하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좋은 이미지가 필요했다.
지난 시즌 말부터 보여준 모습에 더해 이번 프리시즌 때 보여준 모습을 합치면, 니콜라스의 이미지는 결코 좋지 않았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뉴캐슬에만 좋고 나머지 팀에는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니콜라스의 이미지는 ‘뉴캐슬 팬들에게는 내 새끼 그 외 팀에게는 저, 저··· 새끼.’ 였다.
피지컬을 이용한 플레이 때문에 수비수들과의 충돌이 잦은 니콜라스는 상대 팀 팬들에게는 비호감 덩어리였다.
충돌 후 신사적인 플레이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밖에 안 돼?’ ‘쉽네.’ ‘아이고, 실수.’ 같은 도발을 즐기고 비웃는 게 니콜라스였다. 지난 시즌 말미 크리스랑 부딪힌 다음 저 소리를 해서 경기장에서 싸울 뻔한 적도 있었다.
참고로 이 말들은 본인에게 직접 들었다. 이래야 상대 선수가 흥분해서 실수한다나 뭐라나.
니콜라스의 현 이미지는 스페인의 골칫덩이이자 전 첼시의 골칫덩이였던 애증의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가 패악질을 부릴 때와 몹시 흡사했다.
그래서 좀 조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멱살잡이를 하다니.
한숨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삑, 삐익-!
나는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첸웬 가족을 태워 집에 데려다 줬다. 그리고 뉴캐슬로 향하는 차 안에서 경기 영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일단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