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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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시즌 개막 (3)
-로비, 또 한 번 튕겨 나가네요. 마카키스의 피지컬은 정말 굉장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거칠긴 하지만요. 그래도 뉴캐슬 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고 있네요.
니콜라스는 경기 내내 실력과 똘끼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상대 수비 두 명이 바짝 달라붙은 상태에서 두 선수를 튕겨내며 헤딩 골을 넣은 니콜라스는 상대 서포터석에다가 크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는 세레머니를 선보이려 해 주장 셸비의 제지를 받았다.
뉴캐슬 팬들은 그 모습이 좋은 건지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었다.
상대 수비수들은 탈 인간급인 니콜라스의 피지컬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렇기에 유니폼을 잡아당기고 과격할 정도로 센 반칙을 하기도 하고, 알아보기 힘든 어중간한 입 모양으로 니콜라스에게 뭐라 뭐라 하는 것도 화면에 잡혔다.
물론 니콜라스는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가 유니폼을 잡아당기면 얼굴에 대고 마구 소리지르고, 트래시 토크를 건네면 비웃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과격한 플레이는 과격한 플레이로 답했다. 팔로 배를 맞았으면 비슷한 상황에서 몸통으로 일부러 명치 부근을 때리는 게 보였다. 참 교묘해서 심판이 잡기도 애매하게 말이다.
“저 정도는 괜찮지···.”
나는 애써 자위하며 영상을 후반전으로 넘겼다.
두 번째 골도 멋졌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선수 하나가 자기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는데도 무시하고 강슛.
골키퍼가 손을 대긴 했지만, 슛이 워낙 세서 궤도만 조금 틀어지고 공은 골망을 갈랐다.
니콜라스의 유니폼이 많이 늘어나서 옷을 갈아입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니콜라스는 화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화면에 집중했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가고 1분 후에 사건이 터졌으니, 곧 멱살잡이가 일어날 것이다.
풀햄이 공을 잡고 경기를 시작했지만, 니콜라스는 적극적인 전방압박으로 공을 빼앗았고, 홀로 몸싸움을 버텨내며 중거리 슛을 하려다 거친 태클을 당했다.
누워서 빌빌대도 될 텐데 니콜라스는 벌떡 일어나 풀햄의 중앙수비수에게 화를 냈다.
“여긴가?”
그 선수가 옐로카드를 받는 모습을 보자마자 니콜라스는 평소 표정으로 돌아왔다. 연기였던 모양이다.
“아닌데? 어?”
그때 니콜라스의 뒤를 로비라는 선수가 졸졸 따라가며 길게 뭐라고 지껄였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니콜라스가 정색하며 몸을 홱 돌려 수비수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린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로비의 입 모양이 뭘 말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더 당혹스러웠다.
“헉···.”
또 하나 당혹스러운 건 185cm 정도 되는 로비가 순간이지만 공중으로 살짝 뜬 것이다.
힘이 얼마나 센 거야.
니콜라스의 패기에 쪼그라들었는지 멱살 잡힌 로비는 맞서 화내기보다는 눈을 푹 숙였다.
풀햄의 선수들도 뉴캐슬의 선수들도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니콜라스는 흉흉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심판이 억지로 끼어들어 말렸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절대로 끼어들기 싫었던 모양이다. 존경스러울 정도의 프로의식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니콜라스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드는 용기까지 보여줬다.
저렇게까지 화가 났는데 주먹질을 안 하다니. 니콜라스의 인내심에 잠깐 경의를 표하며 생각했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저렇게 화를 낸 걸까.
수비수와 공격수 간의 트래시 토크는 흔한 일이었다.
니콜라스 본인도 하고, 많이 듣기도 해서 어지간한 이야기로는 흥분도 안 할 텐데.
오늘 모습은 자칫하면 2006년 월드컵 결승전의 지단처럼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먹이라도 날렸으면 100% 3경기 이상 출전 정지였다.
왜 그랬을까. 왜 전화가 안 오나 생각하는데 마침 전화가 왔다.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의 스피커에서 니콜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
“왜 그랬어?”
-···.
“무슨 말을 들었길래 그래.”
-···.
계속된 물음에도 닉은 대답하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났다.
지난 시즌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마약도 극복한 정신력을 믿고 있었는데 시즌 시작부터 이렇게 감정 통제 못 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내 목소리에 그 감정이 묻어나는 걸 막지 않았다.
“조심해야 한다고 했잖아.”
무슨 말을 들었는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흥분하면 본인만 손해다. 나는 그 아쉬움을 니콜라스에게 털어놓았다.
“영상 다 봤어. 70분 동안 잘 버티다가 왜 그랬어? 국가대표도 하고 싶다며. 이탈리아 놈들 만나면 더 심하단 말이야.”
-음···.
동시에 걱정도 들고 있었다.
“얼마나 심한 말이었기에 그래? 나한테 얘기해 봐. 자료 준비해서 FA에 제소해 줄 테니까.”
-으음···.
“닉?”
-나도 그러고 싶었던 게 아니고··· 미안.
“대체 뭐라고 했길래 그래?”
미안이라는 말이 반복되자 울컥하고 짜증이 올라왔다. 니콜라스가 잠깐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 진짜··· 그 새끼가 태 욕을 하잖아. 그것도 존나 더러운 말을···.
“더러운 말?”
-···동양인 에이전트 있으면 밤에 좋겠다고 ···아이씨.
응?
-다른 에이전시 선수들까지 끌어들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태랑 나랑 밤에···.
니콜라스는 내가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로비 녀석이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자세한 설명을 하려 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아 나는 녀석을 다급히 말렸다.
“그만, 이해했어. 그만 말해도 돼.”
-후··· 아무튼 미안해. 순간 머리가 하얘지더니 정신 차려보니까 멱살을 잡고 있더라고.
뭐라 말하기 난감했다.
멱살을 잡은 건 분명 잘못한 거긴 한데, 그게 날 위해서였다니. 괜히 짜증을 부린 게 미안해졌다.
“가는 중이야. 이따 자세히 얘기하자.”
-그래.
통화가 끊기자마자 헛웃음 소리를 마음껏 냈다.
통화 내내 니콜라스는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건지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랑 정이 많이 들긴 든 모양이었다.
내 욕을 듣고 헤까닥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리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
“고마워. 그래도 다음에는 경기장에서는 참고, 나와서 공론화시키자. 그게 더 상대를 엿 먹일 수 있으니까.”
지은 죄가 있는 니콜라스는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나는 니콜라스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 있었는지 들었고, 그걸 일단 문서화 한 후 로비의 입 모양이 잡힌 영상을 저장해 성문을 분석해주는 업체에 의뢰했다.
동시에 스카이스포츠의 인맥을 이용해 내일 아침 이 얘기를 기사로 내달라고 했다.
엘리자베스가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별 상관없었다. 닉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보다는 내가 농담거리가 되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영상을 보고 오면서 오늘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시작했다.
“오늘 일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다시는 언급 안할게.”
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당장 오늘부터 고쳐야 할 것들이 잔뜩 있어.”
“뭔데?”
나는 닉과 내게 동시에 보이도록 노트북을 놓았다.
그리고 니콜라스 마카키스라고 적힌 폴더를 열었다.
“너, 플레이 자체가 너무 거칠어. 교정이 좀 필요할 것 같아.”
“교정?”
“응 교정.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거친 플레이를 한다는 이미지가 박히면 심판들이 불이익을 많이 주거든.”
요즘은 디지털 시대.
예전과는 다르게 영상으로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볼 수 있다. 그래서 심판은 잘못 판정하면 어마어마한 비판을 받게 된다.
니콜라스는 거칠다. 아까 내가 본 것만 해도 휘슬을 불 만한 반칙이 정말 많았다. 심판 눈에 걸리지 않더라도 팬 눈에는 걸린다. 심판도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본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 때문에 비판받는 걸 싫어한다. 그리고 자길 속여서 욕을 먹게 만든 선수를 좋지 않게 보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하다.
지난 시즌 말미에는 혜성같은 등장에 니콜라스의 실력에만 모든 포커스가 잡혔지만, 이번 시즌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단 봐봐. 어떻게 생각하는지.”
니콜라스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말보다는 직접 보여주고 깨닫게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 프리시즌 첫 경기 영상을 틀었다.
내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빠른 감기로 넘겼다.
“여기.”
영상 속 니콜라스는 심판이 고개를 돌린 틈에 팔로 상대 수비수를 거칠게 밀어냈다.
“공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잖아. 저거 위험한 플레이야.”
“음···.”
“부심이나 대기심한테 걸렸으면 경고 받았을 수도 있어. 요즘에는 추가 징계도 가능하고. 저런 쓸데없는 플레이는 지양해.”
두 번째 영상 속 니콜라스는 헤딩 경합 후 떨어지며 교묘하게 상대 발등을 밟았다.
“···일부러 한 거지?”
끄덕이는 니콜라스를 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일단 다음 영상도 보자.”
세 번째는 공을 차기 위해 다리를 세게 휘둘러 상대 정강이를 걷어차는 니콜라스였다.
“···어때? 과격하지?”
“그건···.”
차마 말로 대답하지 못하고 니콜라스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니콜라스는 할 말이 있는지 우물쭈물 거렸다. 일단 할 말은 다 하고 들어줘야지.
“너는 실력만 놓고 봐도 충분히 국가대표에 들 수 있어. 내 생각이긴 하지만 이건 불필요한 플레이 같아. 너한테 필요한 건 좋은 이미지야. 이렇게 영상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게 거친 플레이기도 하고. 나중에 안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어. 플레이 스타일을 좀 수정하는 건 어떨까?”
“···.”
닉은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말 없이 닉을 계속 쳐다봤고, 닉은 엉뚱한 질문을 건네왔다.
“태는 큰 잘못을 해본 적 있어?”
“응?”
닉은 진지한 얼굴이었고, 나는 진지하게 답해주기로 했다.
“어릴 때 하나 있어.”
“뭔데?”
“내가 어릴 때 우리 집 형편이 그렇게 좋지 못했어. 그래서 맛있는 거 많이 못 먹고 살았거든?”
닉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누나는 아이스크림을 특히 좋아했었어. 꼭 먹어보고 싶었던 게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었고.”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닉. 나는 말을 계속 이었다.
“어느 날 아빠가 큰맘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셨어. 나랑 누나랑 동생이 나눠 먹으라고 사 오신 건데, 나는 먼저 먹고 싶어서 밤에 몰래 아이스크림통을 열었고, 너무 맛있어서 혼자 다 먹어치웠었지.”
“걸렸어?”
“응. 아침에 바로. 누나가 정말 서럽게 울었었거든. 아빠가 억지로 화해시켜줘서 살았나 했었는데 누나 눈을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누나의 싸늘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내가 엄청나게 잘못했다는 게 확 와닿았었지. 며칠동안 누나는 나한테 말 한 마디도 안 걸었었어.”
닉은 픽 웃고는 또 하나의 질문을 건네왔다.
“그때 어떻게 잘못을 빌었어?”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용돈으로는 그 아이스크림을 살 수도 없었거든. 나이가 어려서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도 몰랐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했어. 누나 당번일 때 요리도 대신 해 보고, 청소도 내가 하고, 빨래도 내가 하고.”
정말 누나한테 용서받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었다. 누나가 가끔 그때를 얘기할 때마다 가슴이 쿡쿡 찔릴 정도로 그때 누나의 눈빛은 싸늘했다.
“쉽게 안 풀리더라. 몇 주나 걸렸었어.”
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야.”
“응?”
“뉴캐슬 팬들이 날 받아들여 주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야. 난 아직 용서받지 못했어.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하는 거야.”
니콜라스의 표정은 진지했다.
나는 니콜라스의 말을 계속 들었다.
“아직도 싸늘한 눈빛으로 날 보는 사람들이 많아. 그 사람들의 눈빛만 보면 심장이 옥죄는 것 같아. 잘못을 비는 건 끝이 없더라고.”
골수팬들과 팬 대부분은 니콜라스를 지지하는 것 같았지만, 니콜라스가 보는 팬들은 모두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람들의 눈빛이 변할 때가 있어. 바로 골이 들어갔을 때야. 그러니까 나는, 골을 넣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거야. 퇴장만 안 당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러면 날 받아들여 준 사람들도 기뻐하고, 날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의 눈빛도 하나하나 변하고. 그렇게 모든 사람이 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 그 광경을 꼭 보고 싶어.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의 경험은 정말 달콤했거든. 그렇게 뉴캐슬의 팬들에게 인정받으면, 그다음에는 잉글랜드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그게 내 새로운 목표이자 꿈이야. 그래서 국가대표 얘기도 꺼낸 거고.”
“음···.”
닉의 의견은 확고했다.
“이 죄책감이 사라질 때까지,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기는 힘들 것 같은데··· 태, 어떻게 안 될까?”
“···.”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았다.
*
잉글랜드의 감독, 사우스게이트는 사무실에 앉아 A4용지 한 장을 뚫어지라 보고 있었다.
종이의 맨 위에는 펜으로 9월 A매치 차출명단이라고 적혀 있었고, 가장 아래에는 니콜라스 마카키스라고 적혀 있었다.
“흠···.”
사우스게이트는 데이비드의 목소리를 떠올려봤다.
‘좀 거친 녀석이긴 하지만 문제를 일으킬 리가 없습니다.’
데이비드는 니콜라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주장 해리 케인과 비슷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는 말 한 마디 허투루 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래서 사우스게이트는 니콜라스의 이름을 여기에 적었었다. 논란이 좀 일더라도 일단 뽑아보고 생각해 보려고.
하지만 오늘 아침 신문 1면 기사 사진을 보자마자 깊은 갈등에 빠졌다.
니콜라스가 상대 수비수의 멱살을 잡아 올리고 있었다. 험악한 얼굴에 겁을 집어먹은 수비수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선수를 분위기가 좋은 선수단에 끌어오는 게 맞는 걸까?
한참 후에야 사우스게이트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는 니콜라스의 이름 위에 X표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