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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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선수와 에이전트 (2)
“마무리하고 오느라 늦었어요. 바람 쐬러 나온 거예요?”
“응.”
에린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표정 관리가 잘 될까. 말짱해 보여야 할 텐데.
나는 휴대폰을 확인하는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
또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에린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베니시오는요? 마리벨은요? 아드리아나는 괜찮아요?”
“베니시오 수술은 잘 끝났어. 마리벨이랑 아드리아나는 잠들었고.”
“다행이네요.”
또각.
에린이 내 앞에 멈췄다. 에린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자연스럽게 에린에게 인사하려 했으나,
“오빠, 얼굴이 왜 그래요?”
당연하게도 들통났다. 옅은 화장기가 있는 에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물들었고, 에린은 하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왜 이렇게 홀쭉해졌어요.”
“그냥, 뭐. 오늘 일이 참 많았거든.”
“크리스랑 뭐 문제라도 있었어요? 베니시오 상태가 심각하대요?”
얘는··· 무당인가.
“저기요. 오빠?”
내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에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얼굴과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나는 한 발자국 더 다가가서 에린을 끌어안았다.
“어, 어? 오빠? 갑자기 뭐 하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밀어내지 않는다. 잠깐 버둥거리던 에린은 오히려 내 등을 감싸 안아왔다. 포근하고 따뜻했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밀려 나갈 정도로.
“힐링하는데.”
에린이 혀를 차더니 팔에 힘을 줘 더 세게 안아줬다. 몽글몽글한 감촉이 기분 좋았다.
“이러면 더 힐링되죠?”
“쿡.”
선수의 삶을 책임지고 있기에 선수와 선수들 가족들 앞에서 늘 꼿꼿하고 자신감 있게 서 있어야 했다.
베니시오의 일은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지만, 마리벨 앞에서도 차분하게 행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에린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사실이 내게는 너무나도 포근하고 안락하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말이야···.”
“네, 네. 얼마든지 말해봐요.”
나는 에린을 끌어안은 채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크리스의 부진, 그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긱스를 찾아가 감독 권한을 침범하려 했던 나. 나보다 크리스를 더 믿고 있는 것 같은 긱스 감독. 내 조언을 듣기도 전에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 크리스, 그로 인해 생긴 혼란. 그 와중에 느닷없이 찾아온 베니시오의 큰 부상. 한 선수의 은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그 선수의 가족에게 말해야 했던 상황···.
나는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저 편안하게 나열하듯이 말했고 에린은 내 말이 끝날 때마다 고개를 꿈틀거리며 내 말을 잘 듣고 있다고 표시해줬다.
하나하나 토해낼 때마다 속이 점점 편해졌다.
마리벨의 반응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는 이야기까지 한 나는 에린을 꼭 끌어안고 살포시 떨어졌다.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핀 에린이 환하게 웃었다.
“이제 훨씬 낫네요.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 됐어요.”
에린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접혀있었다. 에린의 눈은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웠고, 반짝였다. 나는 진심을 양껏 담아 말했다.
“고마워,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아, 아니. 음.”
삽시간에 새빨개진 에린은 내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마리벨이랑 아드리아나는 내일 만나는 게 좋을 거야. 다 잠들었거든. 베니시오는 간호사분께서 계속 봐 주고 계시고.”
“그, 그래요?”
“호텔 잡아뒀어. 혼자 잘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그렇구나···.”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같은 잠자리에서 아까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언제 잠든 줄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대화였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복잡했던 머릿속이 많이 정리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에린과 함께 다시 병원에 갔다.
베니시오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베니시오의 몸 상태가 좋다며 더 일찍 깨어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의사의 말을 들은 후, 에린은 마리벨과 아드리아나와 함께 병원에 남았고, 나는 사우스햄튼으로 떠났다.
단장과 감독을 만났다.
의사의 소견서를 전달하고, 베니시오의 몸 상태가 어떤지 솔직하게 말해줬다. 감독과 단장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나는 베니시오가 깨어나면 의사를 물어보고 전달하겠다고 말했고, 은퇴를 결심했을 때와 재활을 결심했을 때, 구단에서 어떤 조처를 해줄 수 있는지 듣고 협상했다. 그리고 아드리아나의 학교에 다녀왔다.
다음 날, 나는 다시 런던의 병원으로 돌아왔다. 베니시오가 깨어나 있었다.
“아, 미스터 태.”
환자복을 입은 베니시오가 웃고 있었다. 나는 제 자리에 멈춰 베니시오에게 물었다.
“좀··· 어때요?”
“조금 멍하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왜 가만히 서 계십니까. 어서 여기 앉아요. 태.”
나는 베니시오의 옆자리에 앉았다. 베니시오가 잡담을 걸어왔다. 답지 않게 평소보다 높은 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람 기억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종아리에 스터드가 닿았던 감촉은 기억나는데, 그 이후가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는 거 아니겠습니까? 참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베니시오의 말에 나는 마리벨에게서 받아 목구멍으로 밀어 넣던 커피를 뱉을 뻔했다.
“그 정도로 심한 부상이니, 의사가 은퇴를 권유할 만도 하죠.”
입안의 커피를 수습한 후, 나는 반대쪽에 앉아있는 에린과 마리벨을 순서대로 바라봤다.
에린은 고개를 저었고, 마리벨은 고개를 끄덕여 줬다. 직접 얘기하려고 했더니 마리벨이 선수를 친 모양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차피 말해야만 하는 거였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급하게 정하실 필욘 없어요. 단장님과 얘기하고 왔는데, 천천히 결정해도 좋다고 해주셨어요. 아, 그리고 주급은 현재의 80%를 받는 거로 합의 봤어요.”
“늘 감사합니다. 태.”
“뭘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베니시오는 소리 없이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몇 분가량 그런 행동을 계속하는 걸 본 나는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은 안 들을게요. 언제든지 얘기해도 좋으니까 생각 다 정리하고 말해주세요. 어떤 선택을 해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릴 테니까 제대로 상의하고 결정해줘요. 알았죠?”
애써 밝은 척하던 베니시오는 어느새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입술을 살짝 깨문 베니시오가 내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
A매치 두 번째 경기들이 치러졌다.
나는 에린과 함께 호텔의 TV로 웨일즈의 경기를 지켜봤다. 크리스는 여전히 주장 완장을 달고 있었고, 아직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크리스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건 화면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한 몸을 움직이기 위해 평소보다 더 크게 호흡했고, 더 과장되게 움직였다. 늘어난 팬들의 야유 속에도, 크리스는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분명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크리스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뒤로한 채, 나는 A매치 6연승째를 달리고 있는 잉글랜드 수비의 핵, 데이비드를 런던에서 만났다.
나와 에린, 데이비드는 비행기를 타고 곧장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했다.
유럽클럽연맹과 유럽에이전트협회에서 주관하는 글로브사커어워드 때문이었다.
에이전트의 가치는 얼마나 훌륭한 선수를 얼마나 많이 데리고 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나는 데이비드 덕에 올해의 에이전트 상 후보에 올랐고, 데이비드 또한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마찬가지로 글로브사커어워드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 올랐다.
우리는 밤에 호텔에 도착했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호텔에 머무른 후 저녁에 시상식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몇 시간에 달하는 비행을 마친 후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호텔 내부의 운동시설에 도착하니 공을 통통 튀기고 있는 데이비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말 없이 앉아서 데이비드의 훈련을 지켜봤다.
데이비드의 훈련은 마치 ASMR 같았다. 지켜 보고 있으면 어느새 릴랙스 상태가 되곤 했다. 일 년 전, 아니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늘 보여주니 그런 것 같았다.
오전부터 낮까지는 노트북과 휴대폰을 이용해 기자들에게 연락도 하고 기사도 점검했다.
크리스의 부진에 대해 덜 자극적으로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었다.
기사 내용을 확인하고 이 기자가 우리 에이전시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지, 아니면 신경도 쓰지 않는지 구별할 좋은 기회였다.
나는 우리 에이전시에 호의적인 기자들의 이름과 신문사를 적어두고, 나중에 꼭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녁이 되었다.
에린은 캐리어에 담아 온 붉은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갈아입는 걸 도와줬는데, 워낙 당당하게 갈아입어서 괜히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자크를 잠가주며 에린에게 물었다.
“이렇게 나 따라다녀도 괜찮아?”
에린은 에이전시에 들어온 후 외부에 맡기던 회계 관련 업무를 다 떠맡았다. 하는 일이 몹시 많은데도 괜찮을까 싶었다.
에린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유능하니까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자신만만한 모습이 귀여웠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에린은 에이전시의 식구가 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완벽한 업무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에린은 내가 넥타이를 매는 걸 도와줬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손을 맞잡고 호텔 방을 나섰다.
“글로브사커 올해의 선수상은 리오넬 메시입니다!”
혹시나 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올해의 에이전트 상은 조르제 멘데스입니다!”
이건 사실 조금 기대했는데, 수준 높은 여러 선수를 데리고 있고,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계약을 달성한 조르제 멘데스가 상을 받는 것도 전혀 이상한 건 아니었다.
뭐, 딱히 상을 바라고 온 건 아니니까.
나는 회장을 둘러보았다.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파티가 시작되었다. 유럽에이전트협회에 소속된 에이전트들이 잔뜩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선배 에이전트들과의 대화였다.
나는 에린과 팔짱을 낀 채로 회장을 쭉 가로질렀다. 평범한 에이전트들에게는 관심 없었다. 이들은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었다.
데이비드가 클럽에 복귀해야 했기에 얼마 안 있으면 맨체스터행 비행기를 타러 떠나야 했다.
나는 목표로 정한 테이블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잘 나가는 친구 왔구만.”
심술궂은 얼굴에 미소가 서린다.
“미노, 오랜만이에요.”
미노 라이올라가 내 손을 맞잡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에이전트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엔리코 안녕하세요. 폴커! 오, 정말 오랜만이죠···.”
폴커 스트루스, 엔리코 밀라노, 조나단 바넷··· 이 테이블에는 전 세계에서 최고라 불리는 에이전트들만이 모여있었다.
이들이라면 틀림없이 크리스에 관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쭉 인사를 이어가며 마지막으로 테이블의 중앙에 앉아있는 멘데스와 눈을 마주쳤다.
“조르제, 정말 축하해요.”
멘데스는 테이블 위에 놓인 올해의 에이전트 상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고마워요. 태.”
별 것 아닌 대화로 물꼬를 텄다. 에이전트들끼리 얘기하는 소재는 늘 비슷비슷하다. 구단주들이나 단장들에 관한 이야기, 각종 협회의 쓸데없는 규정에 대한 한탄 등 같은 소재에서도 끊임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슬슬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자 누구는 포도주를 홀짝이고, 둘 셋이 짝지어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이들에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