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43
243
50. 13억분의 1 (1)
겨울 이적시장의 업무에서 슬슬 해방되고 있던 나는 후반기 첫 경기로 리버풀과 에버튼의 경기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 후반기 첫 경기에서 첸웬을 데뷔시킬 생각입니다. 경기 후 너무 들뜰 수도 있으니 태가 좀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문자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핸들을 돌려 맨체스터로 향했고 훈련장에서 첸웬을 발견했다. 당장 내일이 데뷔인데도 첸웬은 그저 해맑게 볼을 가지고 놀 뿐이었다.
맨체스터시티의 주전 수비수이자 190cm에 달하는 거한의 멘디조차도 첸웬의 좌우 드리블에 맥을 못 추고 자빠지고 있었다.
“헐···.”
맨체스터시티의 이번 경기 상대는 아스날. 이번 시즌 4위~7위권을 왔다 갔다 하는 강팀이었다.
그래서 첸웬을 걱정하면서 왔는데··· 기우였나보다. 방금의 장면과 훈련장에 들어오자마자 갱신된 헬퍼의 정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첸 웬]-현재 능력 : ★★★★★★
“미친···.”
크리스마스 경에 한 번 보고 후반기 훈련 이후 처음 보는 거니 대충 3주 만에 보는 거다. 그때만 해도 첸 웬은 다섯 개였다.
우리 에이전시의 6성급 선수들은 1부 중하위권 팀의 에이스거나 1부 최상위권 팀의 주전, 로테이션을 오가는 선수들이었다. 유로를 우승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일원이기도 했다.
빅클럽에서도 에이스급 활약을 꾸준히 펼칠 수 있는 일곱 개는 크리스와 데이비드뿐이었고.
첸웬은 불과 열다섯 살이었다.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 지는 6개월도 채 안 된다.
잠깐 회의감이 들어찰 뻔해서 억지로 눌렀다. 뭐, 선수마다 성장은 다른 거니까. 펠레도 첸웬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으니까.
“아저씨! 저 내일 교체명단에 들어갈 거래요!”
연습경기가 끝나자마자 첸웬이 쪼르르 달려와서 재잘거렸다.
“저 내일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요? 저번에도 못 뛰었고, 또 저번에도 못 뛰었고···.”
펩이 교체명단에 첸웬을 집어넣은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교체명단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무슨 일을 하든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면서 데뷔하나? 오늘은 아니네··· 하며 시무룩했던 나날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펩의 밀당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펩은 대략 다섯 번 정도 첸웬을 교체명단에 넣었고, 그때마다 나와 대륙의 축구팬들은 어쩔 수 없이 맨시티의 경기를 봐야만 했었다.
나는 답답한 나머지 펩에게 전화해서 조심스럽게 투입 시기를 물어봤고, 펩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곧 투입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팀플레이가 부족해서요.’
유망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펩조차 첸웬의 투입을 망설일 정도로 이번 리그가 치열한 탓이었다. 리버풀, 맨유, 맨시티는 각 승점 1점 차로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다투고 있었다.
나는 첸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이번에는 되지 않을까? 준비 열심히 했어?”
“네네,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러면 나갈 수 있을 거야.”
“저, 진짜 진짜 뛰어보고 싶어요. 벤치에서 직접 보니까요. 연습경기에서보다 훨씬 열심히 뛰더라고요. 막, 제치기 힘들어 보이는 사람도 엄청 많고요.”
“2군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도 열심히 뛰지 않아?”
“거긴 좀 재미없어지고 있어요···.”
나는 주변 선수들의 눈치를 봤다. 설마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없겠지.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예의가 아니야.”
“아.”
첸웬이 양손으로 자기의 입을 막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웃음을 흘리며 첸웬의 등을 쳤다.
“일단 씻고 와. 오늘 네 부모님 집에서 저녁 먹기로 했어.”
“앗, 그러면 오늘 연습 봐주는 거예요?”
“그래그래. 그러니까 빨리 씻고 와.”
“네!”
씩씩하게 인사한 첸웬이 터널로 사라졌다. 조던과 잡담까지 나눈 나는, 스탭들과 짧은 회의를 마친 펩을 만날 수 있었다.
“진짜 데뷔하는 거 맞죠?”
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교체 투입부터 시작해서 경기장 분위기를 익히게 하고, 한 달 정도 뒤부터는 제주스는 챔피언스리그에 첸웬은 리그 경기에 주로 출전시킬 생각이에요. 투톱 전술이 필요할 때는 같이 출전시킬 거고요.”
“그래서 아구에로를 보내준 거예요?”
“예. 세르히오 본인도 가고 싶어 했고요.”
기존 맨체스터시티의 레전드 스트라이커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겨울 이적시장에 고향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
은퇴하기 전에 고향 팀에서 꼭 뛰고 싶다는 본인의 의견 때문이라고 들었다.
노쇠화된 아구에로는 팀에서 로테이션 공격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맨체스터시티의 팬들과 전문가들은 팀의 전력 약화를 우려했는데, 펩은 중국인 15세 공격수로 아구에로를 대체한다는 상상도 못 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 거 다 얘기해도 돼요?”
“태가 이런 거 언론에다 퍼뜨리는 에이전트는 아니잖아요. 첸웬이 자리 잡은 뒤에는 막 얘기하고 다녀도 돼요.”
“하하.”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다 되고, 친하게 지내는 선수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첸웬은 착하고 성실한 아이예요. 그리고, 천재이기도 하죠.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의 천재···.”
펩의 목소리가 점점 이상해졌다. 조금 흥분한 것 같은 목소리랄까. 표정도 이상했다. 입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양반이 아니었는데.
“펩?”
“태에게는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요. 덕분에 정말 즐거웠거든요. 몇 살만 더 먹었으면 리베리처럼 습관을 못 고치게 될 뻔했는데, 딱 적당한 나이에 데려와 줬어요.”
아, TV에서 본 적 있다. 펩은 흥분하면 선수가 알아듣든 말든 자기 할 말만 방언처럼 내뱉는다. 딱 그 모습이었다.
“야성이 남아있는 천재를 현대 축구에 적응시키는 과정은 정말 즐거웠어요.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였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제 철학을 다 집어넣었거든요.”
“아아, 네.”
첸웬은 유소년 훈련 이후 매일 몇 시간씩 펩의 일대일 과외나 다름없는 걸 받았다.
“첸웬은 아름다워요. 볼이 자기 발밑에 있다면 무슨 마법이든 부릴 수 있어요. 딱 하나 부족하고 아직도 채우지 못한 게 있다면··· 메시만큼 팀원들을 컨트롤 할 줄 모른다는 건데··· 이건 필드 위에서 완성할 수 있겠죠.”
저게 완성되는 순간 일곱 개가 되겠지. 그리고 난 우리나라에서 매국노가 될 테고. 발렌시아의 이강진이 잘 커 주길 기도할 뿐이다.
“대륙이 얼마나 들끓을까, 전 세계가 얼마나 놀랄까. 그걸 생각하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일단 그날 직관하러 온 팬들이 얼마나 놀랄지가 너무너무 기대돼요.”
나는 첸웬이 씻고 나올 때까지 펩의 첸웬 예찬을 계속 들어야 했다.
내가 중국에서 발굴한 선수였고,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가 인정해준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너무 과장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열렬한 찬양에 조금 질리기도 했다.
내 아들이 아무리 잘났어도 지나칠 정도로 띄워주면 부담스럽고 그러잖아.
하지만 다음 날, 나는 펩이 그저 진실만을 말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맨체스터시티와 아스날의 경기 당일, 나는 간만에 현장감을 느끼고 싶어서 선수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경기장에 딱 붙은 좌석을 구했다.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채 팬들 속에 섞여 있었고, 첸웬의 이름과 59번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내가 2군 경기를 자주 보는데, 웬은 천재예요. 몇 년 안에는 1군 주전 선수가 될 것 같다니까요?”
나를 여행 온 중국인으로 생각했는지, 맨시티의 팬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내게 첸웬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등의 립서비스를 해 줬다. 나는 고맙다고 답했고.
측면 좌석은 정말 활기찼다.
“야! 르로이! 드리블이 그게 뭐야!”
“두고 봐요, 다음에는 더 잘할 거니까!”
“그래, 그래 두고 보자고!”
으하하하하 하고 팬들이 웃었다.
워낙 필드와 가까운 좌석이다 보니 팬들이 선수들에게 말을 거는 건 일상다반사지만, 르로이 사네는 대답까지 해줬다.
나는 시티 팬들과 어우러져 모처럼 응원가도 부르고, 선수도 좀 욕하고(조던이 실수하면 실드 쳤다.)··· 하면서 경기를 즐겼다.
그리고 후반전 63분, 첸웬이 제주스 대신 교체 투입됐다.
“오오오오! 축하해요! 축하해!”
“이야, 진짜 오늘 데뷔하네. 자네 복 받았구만!”
주변 팬들이 내 어깨와 등을 마구 두드려줬다. 심지어는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맥주까지 받았다. 맨시티는 아스날을 상대로 2-0으로 무난하게 앞서가고 있었기에 이들은 더 들떠 보였다.
시끌벅적했다. 축제 같았다.
하지만 몇 분 후, 이들은 첸웬의 단 한 번의 볼터치 이후 입을 다물게 됐다.
두 명의 미드필더가 첸웬을 앞뒤로 둘러싸고 있었는데도 맨시티의 에이스 케빈 데브라이너는 첸웬에게 강하게 패스했다.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데브라이너가 첸웬의 기량을 알기에 할 수 있었던 플레이였던 것이다.
첸웬은 중심을 잃은 것처럼 갸우뚱하더니, 빠른 속도의 공이 도착하자마자 접착제를 바른 듯 공을 쓱 끌고 가는 턴을 선보이며 수비수 두 명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빠져나갔다. 입가에 미소까지 달고 있다. 재밌다는 얼굴이다. 팬들은 얼빠진 얼굴로 첸웬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도 못 한 장면을 보게 되면 사람은 멈춘다.
“···뭐여.”
아까부터 내 어깨를 자기 어깨마냥 두드리던 아저씨 팬은 이 말만 하고 첸웬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주변 팬들도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수비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수비수 네 명을 마주한 첸웬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측면으로 달리는 라힘 스털링에게 패스했다.
첸웬이 공을 놓자마자 다시금 시끌벅적해지는 관중석이었다.
“어우, 개인기술이 정말 좋은데? 기대할 만 하겠어.”
여기에는 첸웬을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말로만 듣던 중국인 유망주. 첸웬은 단 한 번의 퍼포먼스로 자신에 관한 관심을 한 번에 끌어올렸다. 관중석은 첸웬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해졌다.
2군 경기를 자주 본다고 말했던 반대쪽의 아줌마는 주변 팬들의 질문을 열심히 받아주고 있었다. 아줌마는 관심에 신이 났는지 첸웬이 재능이 흘러넘친다는 소리를 마구 늘어놓았다.
잠시 후 첸웬이 사네와 스위칭해 왼쪽 측면으로 오자마자 팬들은 정신없이 첸웬에게 말을 걸었다.
“잘해라! 꼬맹이!”
“아까 그거 한 번 또 못하냐?”
“다른 거! 다른 거 해봐!”
첸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마지막 말에 끄덕인 게 아닐까.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첸웬이 실바에게 공을 받았다. 맨시티의 다른 선수들이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였는데, 첸웬은 패스하지 않았다. 아스날의 엘네니가 첸웬을 마크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엘네니가 첸웬의 바로 앞까지 오자마자, 첸웬이 어색한 영어로 말했다.
“뺏어 봐.”
다른 관중석은 여전히 시끌벅적했지만, 첸웬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은 우리는 일시에 조용해졌다.
첸웬은 볼을 굴리며 엘네니 쪽으로 다가갔다. 엘네니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고, 첸웬은 확인사살을 했다.
“뺏어 보라니까?”
엘네니의 눈이 커졌다가, 도끼눈이 되었다.
자기보다 열 살은 더 어린 선수의 도발이다. 자신을 우습게 보는 것 같은 그 말에 엘네니는 흥분해서 달려들었고, 첸웬은 엘네니의 다리 사이로 가볍게 공을 빼내고 엘네니가 뻗은 손을 쳐내며 달렸다.
동시에 내가 앉아있는 관중석이 들끓었다.
“와아아아아아!”
대체로 함성을 질렀고,
“바, 방금 들었어?”
“뭐야!”
당황한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첸웬은 우리가 같은 리액션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다음 희생양인 아스날의 우측 수비수 베예린과 노장 코시엘니가 긴장한 얼굴로 첸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굴욕적으로 제쳐진 엘네니도 마치 하이에나처럼 첸웬을 쫓고 있었다.
우리는 첸웬에게 외쳤다.
“빨리! 빨리!”
둘에게 가까이 다가간 첸웬은 볼을 그대로 놓고 공을 가진 것처럼 몸만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베예린과 코시엘니 모두 첸웬을 따라 움직였다.
노터치 드리블, 메시가 자주 선보이는 페이크였다. 하지만 첸웬의 기교는 끝난 게 아니었다. 첸웬은 우측에 몸을 둔 채로 마치 네이마르처럼 양발로 공을 잡아 살짝 점프하며 공을 왼쪽 측면으로 띄웠다.
레인보우 플릭. 속칭 사포다. 베예린과 코시엘니의 얼굴이 일시에 일그러졌다.
저거저거, 어그로는 다 끄네.
첸웬은 한 발짝 먼저 움직여 베예린을 넘어간 공을 잡았고, 우측으로 몸이 쏠린 베예린과 코시엘니가 뒤늦게 쫓아왔다. 어느새 근처까지 온 엘네니도 함께였다.
첸웬이 왼발을 공에 가져갔다.
크로스를 올릴 거라 생각한 아스날의 세 선수는 본능적으로 크로스 방향을 차단하기 위해 뛰었다.
“와, 와아, 와···.”
첸웬은 왼발로 크로스가 아닌 플립플랩을 선보였다.
계속되는 첸웬의 퍼포먼스에 옆의 아저씨 팬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또 속은 세 명의 선수들이 뒤늦게 쫓아와 봤지만 늦었다. 첸웬은 이미 중앙으로 한 번 공을 치고 나간 후였다.
아직 페널티박스 밖, 그것도 정면이 아닌 대각선 방향.
드리블로 더 치고 나가겠구나 모두가 생각했을 때, 첸웬은 모래밭에서 뛰놀면서 자연스럽게 얻은 강력한 발목을 이용한 중거리 슛을 때리고 있었다.
방금까지 마신 맥주보다 더 시원한 뻥 소리가 들렸고, 공은 총알처럼 쏘아져 아스날의 골키퍼를 지나 골망 구석을 찢을 듯 흔들고 있었다.
15세 259일. 프리미어리그 기존 최연소 데뷔 기록이었던 16세 68일을 150일 이상 당긴 대기록.
데뷔 자체로도 역사로 남을 이 경기에서 첸웬은 16세 271일이었던 기존의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1958 월드컵에서 열일곱 살의 펠레가 해트트릭을 하는 모습을 본 팬들의 심경이 이러할까.
나는 손뼉을 치는 것도 잊고,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데뷔골을 축하받고 있는 첸웬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 저런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