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44
244
50. 13억분의 1 (2)
아들이 대활약했는데도 첸웬의 부모님은 기뻐하지 못했다.
“우리 웬이··· 괜찮을까요?”
첸웬의 어머니가 걱정이 묻어난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 관심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첸웬의 아버지도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저도 이 정도로 해줄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먼저 솔직히 말했다. 두 분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을 때, 나는 두 분을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한 말을 꺼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웬이가 마음 편하게 축구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나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려 보였다.
두 분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는 많이 걱정됐지만, 구단과 언론, 경찰과 시의 협조까지 준비해 뒀으니 일상생활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오늘의 성과를 기뻐할 때다.
“오늘 웬이는 정말 대단했어요. 에버니저라는 분이 축구 규칙을 만들고 160년이 조금 지났는데, 그동안 열다섯 살에 데뷔해서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는 딱 한 명밖에 없어요. 역대 최고의 선수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펠레뿐이죠. 웬이는 그만큼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자랑스러워하셔도 돼요.”
내가 호들갑스럽게 말하자 첸웬의 어머니가 점차 입꼬리를 올렸다.
“맞아요···. 자랑스러워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웬! 웬! 하고 웬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걸 볼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아, 맞다. 이이도 같이 웬! 웬! 하고 소리질렀어요.”
“나만 그랬어? 당신도 그랬지.”
첸웬의 아버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져서 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인터뷰할 시간이네요. 웬이 대신 제가 하기로 해서요. 라운지에 먼저 가 계시겠어요?”
“그럴게요. 태. 잘 부탁드려요.”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씩 웃어주고는 복도를 지나 믹스트존으로 향했다.
믹스트존에서는 오늘의 MOM인 케빈 데 브라이너가 인터뷰 중이었다. 나는 기자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어두컴컴한 구석에 서서 인터뷰를 지켜봤다.
MOM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감독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에 개인적인 인터뷰들을 진행하기로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가 자리에 앉자마자 우선 질문권을 가진 유력지의 기자 중 하나가 인터뷰의 물꼬를 텄다.
“승리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선수들이 잘 해줬습니다. 모처럼 완벽한 경기였어요. 기쁩니다.”
펩이 부드럽게 말했고, 펩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가 물었다.
“질문을 시작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기자가 싱긋 웃고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오늘 프리미어리그의 기록이 두 개나 갱신됐어요. 그 주인공인 원더보이, 첸웬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어요.”
기자들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온 관심이 첸웬에 쏠려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스날을 3-0으로 이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결승 골을 넣고 MOM까지 따낸 케빈 데 브라이너에게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열다섯 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데뷔골까지 넣은 신성이 있다. 이 신성의 국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이다.
모든 축구팬과 스폰서들이 이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기자들은 첸웬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다.
특히 중국에서 온 것 같은 몇몇 기자들은 몸이 근질거리는지 제 자리에 제대로 앉아있질 못하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저도 오늘은 정말 많이 놀랐거든요.”
나는 다시 펩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정도 활약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는 건가요?”
“훈련장과 2군 경기에서 보여준 실력이 있으니 투입한 겁니다. 하지만 데뷔전이고, 첸웬은 불과 열다섯 살이었으니까요. 긴장할지 모른다고 걱정했습니다만··· 기우였던 거죠. 기쁩니다.”
기자들이 바쁘게 적는 와중에 두 번째로 손을 드는 기자가 있었다.
“첸웬이 축구를 정식으로 배운 지 6개월도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웅성웅성, 기자들 사이에서 소요가 일었다.
첸웬의 과거를 언론에 얘기한 적이 없었다. 중국의 기자들이 캐고 다니긴 했지만, 주변인들을 통한 파편화된 내용뿐이었다.
“T에이전시의 태현석 대표를 통해 첸웬 선수를 영입했다고 들었습니다. 감독님 말씀대로라면 첸웬 선수는 그 당시 평범한 소년이었다는 얘긴데 무슨 이유로 영입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습니까?”
“저도 속았습니다.”
“네?”
펩은 그때를 떠올리는 건지 웃고 있었다.
“중국에서 프리시즌 훈련을 하고 있는데, 미스터 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메시 같은 선수가 있다. 관심 없냐?’ 라는 말이었습니다. 기자분들도 아시다시피 미스터 태의 안목은 정확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런 사람에게서 메시 같은 선수라는 얘길 들었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연히 본다고 해야죠.”
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벽에 바짝 붙으며 주머니에 넣어놨던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처음 본 첸웬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발기술은 좋은데 경기를 보는 눈이 없었죠.”
기자들은 어느새 펩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첸웬을 영입하는 과정에 말이다. 물론 키보드가 타닥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미스터 태는 예상했다는 듯 첸웬을 데리고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오전 테스트는 받지 않아도 좋다는 얘길 하고서요. 저는 그때 태가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습니다.
”타닥타닥, 타자기 소리만 기자회견장을 울렸다.
“다음 날 오후, 태와 첸웬이 돌아왔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이는 첸웬은 연습 경기에서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단 하루 만에 경기를 읽고 풀어내는 방법을 배워온 겁니다. 태가 절 속인 줄 알고 따지려고 했는데, 태가 아무렇지도 않게 놀라운 얘길 꺼냈습니다. ‘첸웬은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 적이 없다.’ 라고요.”
기자 하나가 다급하게 손을 들었다.
“그럼 단 하루 만에 경기를 읽는 방법을 배워왔다는 건가요?”
“네, 태는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첸웬은 배우는 게 정말 빠른 아이라고.”
기자들은 타자를 치는 걸 멈출 정도로 놀란 얼굴들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펩은 짝, 소리를 내 기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바보죠. 연습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태에게 바로 계약하자고 말했습니다. 첸웬은 그렇게 우리 품 안으로 들어왔고 이 꼬마는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출전 신기록, 최연소 득점 신기록을 다시 쓴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첸웬에게 한 계약제의는 메시를 처음 펄스 나인으로 기용했을 때만큼, 제 인생에서 가장 훌륭했던 선택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중국인 기자 몇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펩의 진솔한 인터뷰에 중뽕이 치사량을 넘은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될까요?”
“저기, 그럼 첸웬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으음··· 글쎄요.”
펩은 잠깐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세계 최고다 뭐다 해서 큰 이슈가 되면 골치 아파진다. 선수 본인이 거만해질 수도 있고(상상이 잘 안 가지만, 그런 이유로 성장이 멈춘 선수들이 아주 많다.), 주변도 극성으로 변할 우려가 있다.
다행히도 펩은 냉정한 모양이었다.
“첸웬은 분명 훌륭한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망주의 앞날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앞으로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다른 기자들도 하나둘 손을 들어 질문을 계속했다.
그리고 중국 기자들도 질문권을 얻었다. 나름대로 호감이 있는 기자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중국 기자들이 무례하게 행동할 때 맨시티의 언론담당관이 내린 규칙을 지킨 기자들이었다. 규칙을 지키지 못한 기자들은 출입금지 처분을 받고 다 쫓겨났으니까.
이들은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답받으려는 듯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질문했다.
펩은 중국 기자들의 중요성을 생각했는지, 적당한 선에서 립서비스를 몇 개 던져줬다.
그리고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며 펩이 나갔고, 나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막 씻고 나오거나 아직 씻지 않은 선수들이 기자들 몇몇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시작하고 있었다.
중국인 기자들은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마 나를 찾는 거겠지.
펩이 거하게 터뜨려준 바람에 인터뷰만 잔뜩 하게 생겼다.
나는 선글라스를 벗고 어두운 공간에서 나가 중국인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기자들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뛰다시피 다가왔다.
“으하, 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뭐가요.”
“감독 얘길 들어보니 태가 아니었더라면 첸웬은 그냥 묻혀버렸을 것 같은데요. 다 태 덕분이었네요.”
다른 기자가 이어 말했다.
“태는 중국 축구의 은인입니다!”
“하하···.”
묘한 기분이었다. 국내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실시간으로 내 매국짤이 양성되고 있겠지. 이제 모르겠다.
“오늘 인터뷰는 몇 분이나···.”
나는 시계를 슬쩍 보고 손가락 한 개를 폈다.
“한 시간이요?”
“10분이요.”
중국 기자들의 얼굴에 차올랐던 설렘이 순식간에 다급함으로 바뀌었다. 기자들은 각기 다른 신문사 소속이었기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각자 2 분 정도씩 할애해도 좋고, 공동으로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기자들은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는 삼십 초도 채 되지 않아 몰려 들어왔다. 그냥 순번을 정해 막 물으려는 모양이었다.
첸웬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친한 선수는 누구인지 같은 자잘한 질문들을 받았다.
“태가 생각할 때, 웬의 가장 큰 강점은 뭔가요?”
깊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드리블 능력이나 발목 힘도 좋지만··· 마음가짐이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요?”
“네, 첸웬은 축구를 즐겨요. 상대 선수를 돌파하는 것도 즐겁고, 패스를 건네주는 것도 즐겁고, 골을 넣는 것도 즐겁다고 해요. 오늘 경기 돌려보시면 알 거예요. 첸웬은 경기 중에 툭하면 실실대고 있었어요.”
얘기하다 보니 이들과 중국인들에게 전할 말이 생각났다.
“중국 팬분들과 기자분들에게 당부할 게 있는데요.”
“예, 예에. 말씀하세요.”
“첸웬이 즐겁게 축구 할 수 있도록, 첸웬의 사생활을 지켜주셨으면 해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웬은 중국 팬들에게 멋진 퍼포먼스로 보답할 거예요. 만약 사생활을 침범한다면··· 법적으로 처벌받게 될 거예요.”
이 말로 다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리고 절차를 지키지 않는 취재를 한 신문사가 있다면 인터뷰 거절은 물론 수위에 따라 고소까지 할 생각이에요. 개인이라고 해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예요. 이 내용은 기사에도 넣고, 아는 기자분들에게도 꼭 전해주세요.”
이 말을 할 때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았다. 엄포를 놓듯이 말했다.
중국 기자들은 내 눈치를 살피며 하나둘, 그리고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진짜 재밌었어요!”
라운지에 가니 첸웬이 벌써 씻고 나와 있었다. 첸웬은 오늘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웠는지 설명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나는 첸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동안은 많아봤자 몇백 명 앞에서 뛰어본 게 다인 소년이 자그마치 5만여 명의 환호를 한 몸에 받은 것이다.
아드레날린이 봇물 터진 온 몸을 흐르고 있겠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어촌의 평범한 소년이었던 첸웬에게는 특별한 경험일 거다.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일 거예요.”
“뭐가 좋았는데?”
“그러니까요···.”
“입에 문 건 넣고 말하자.”
첸웬은 슬슬 걸레짝이 되어가는 바나나를 꾸역꾸역 입에 넣은 후 꿀꺽 삼키자마자 다시 재잘거렸다.
“내가 뛸 때마다 사람들이 막 소리질러줘서 좋았고요.”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졌는지 스스로 정리하게 해주는 과정은 중요하다. 습관이 들면 흥분을 조절하는데 큰 도움을 주니까.
“상대가요. 연습 경기 때처럼 쉽게 안 속아요. 막, 막 힘내서 속여도 얼마 안 있으면 다시 쫓아오고 또 쫓아와요.”
그런 업무적인 이유도 있고, 첸웬이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첸웬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인지 흐뭇한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열심히 덤비니까 가지고 노는 맛도 있고요.”
응?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말에 나는 멈칫했다. 그리고 싱글대고 있는 첸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너 아까 상대 선수한테 막아보라고 도발했었잖아?”
“네네. 맞아요.”
“왜 그랬어?”
첸웬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재밌잖아요. 제치기 더 쉬워지기도 하고요. 나 쪼만하다고 우습게 보는 애들은 이 말만 하면 다짜고짜 달려들거든요.”
위험을 즐기는 플레이 스타일. 규제가 필요할까 방목이 필요할까. 나는 빠르게 고민을 끝내고 말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 해.”
“네?”
“뒤에서 직접 들어보니까··· 그 말 듣는 상대방은 정말로 열 받겠더라.”
첸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한계를 넘어가면, 상대는 규칙같은거 상관 안 하고 공을 뺏는게 아니라 널 다치게 하려고 덤빌 거야.”
“아···.”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라는 건 아니야.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상을 예방할 수 있거든.”
“그렇구나···.”
“다치면 경기에 못 나가잖아. 그러기는 싫잖아?”
“네, 싫어요. 꼭 신경 쓸게요.”
“좋아. 아니면 네이마르의 플레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아! 알아요. 우리 라이벌 팀 에이스!”
“맞아 맞아. 이따 집에 가서 보여줄게. 태클 당했을 때 오버 액션으로 넘어지면 드리블하기 더 편해질거야.”
“네!”
새로운 걸 배운다는게 즐거운 모양인지 첸웬은 싱글생글거렸다.
충격적인 데뷔를 이뤄낸 첸웬은 평소와 똑같은 순수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순수한 소년이 행한 일은 큰 폭풍을 몰고 왔다.
일단, 불과 일주일 만에 맨체스터시는 어딜 가도 중국인 관광객을 볼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 그 중국인들은 모두 맨체스터 시티의 하늘색 옷을 입고 맨체스터시티의 스토어 마크가 새겨진 쇼핑백을 들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