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49
249
51. 3분 (3)
“니콜라스? 무릎을 조금만 더 높여서 팍팍!”
“아, 예···.”
“아니, 그게 아니라. 자 봐요.”
“옙···.”
니콜라스는 어울리지 않게 무척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도와달라는 듯 날 바라봤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니콜라스를 외면했다. 또 카메라 앞에 나서긴 싫다고.
이곳은 뉴캐슬 훈련장 안에 있는 피트니스 룸.
니콜라스는 처음에는 벤치 프레스를 했고, 다음으로는 사이클을 탔으며 맨바닥에서 코어 운동을 하기도 했고, 어마어마한 무게를 달아 레그프레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는 당연한 거고.
지금은 제자리 뛰기 장면 촬영 중이었다.
곤란해하는 니콜라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 있으니,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 저흴 선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남자는 아디다스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스포츠 기업, 나이키의 마케팅 디렉터.
나와 디렉터는 얼마 전 니콜라스를 주인공으로 협동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나는 니콜라스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많은 방법을 고민해봤다.
크리스나 데이비드의 경우처럼 다큐멘터리를 편성하는 방법도 있었고, 자서전을 내는 방법이나 인터뷰를 하는 방법도 있었다. 아니면 방송 출연을 하는 방법도 있었고.
하지만 니콜라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게 보여질수록 니콜라스의 부정적인 측면이 대두될 가능성이 커질 것 같았고, 이미지가 좋지 않은 작금의 상황에서는 악효과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택한 게 바로 광고였다.
요즘은 예전처럼 30초 이하의 짧은 광고보다는 1분 이상의 스토리가 있는 광고들이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는 시대였다. 유튜브라는 전 세계적 매체가 있었고, 가장 빠른 시간에 구성만 좋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전 세계의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마약중독자가 스포츠를 통해 마약을 극복해냈다.’
나는 위와 같은 컨셉으로 니콜라스를 주인공으로 광고를 찍고 싶다고, 니콜라스의 과거 이야기를 다 담은 계획서를 만들어 세계 5대 스포츠 기업에 전달했다.
모두가 탐낼만한 아이템이라고 자신했다.
이 이야기는 진짜였고, 이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득점랭킹 1위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걱정해야 할 것은 이 선수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이 사실 때문에 기업들의 제안이 소극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여기서 나이키는 혼자 ‘50개 이상 언어로 자막 제작.’ ‘가장 많은 지역 계정에 게시.’ ‘타임스퀘어 같은 랜드마크 홍보 약속.’ ‘가장 높은 광고료.’ 등으로 날 꼬드겼고, 나는 홀라당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내 계획을 들은 니콜라스는 ‘그게 될까?’ 하면서도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며 해 보자고 날 믿고 사인했다.
“뭘요. 조건이 좋았는걸요.”
“당연히 좋게 해야죠. 스포츠가 이 세상에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직접 증명한 선수고, 그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저희 제품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기회인데요. 그리고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태가 작년에 그랬죠. 니콜라스도 크리스 앨런만큼의 선수가 될 거라고.”
“그랬죠.”
“불과 2년 전에 데뷔한 니콜라스는 벌써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니콜라스가 열심히 해준 덕이죠.”
디렉터는 미소를 지으며 PD의 요구에 곤란해하고 있는 니콜라스를 바라보았다.
나는 디렉터에게 물었다.
“그런데 니콜라스의 나쁜 이미지가 꺼려지진 않으셨나요? 계약 조건이 다른 회사들과는 달라서요.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디렉터는 니콜라스를 보물 보듯이 보고 있었다. 디렉터가 말한다.
“미스터 태가 맡은 선수 중 문제를 일으킨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고작 그걸로···.”
“득점랭킹 2위 역시 미스터 태가 발굴한 크리스 앨런입니다. 이번 시즌 최다 태클과 인터셉트 기록을 가진 데이비드 워커 또한 미스터 태가 발굴했고, 브라이튼의 석대호도 이번 시즌 열다섯 골이나 넣었죠. 또, 모두가 찾아 헤맸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던 중국의 꼬마 괴물을 발굴한 것도 바로 미스터 태 아닙니까.”
“뭐··· 그렇긴 한데···.”
디렉터는 웃고 있었다.
“CEO가 말했습니다. 어떻게든 미스터 태를 잡으라고. 이번 광고에서 손해 봐도 된다고. 아디다스에게 계속 뺏길 수는 없다고···.”
“하하···.”
“뭐, 그런 이유가 있긴 하지만, 저는 니콜라스의 광고 자체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 시대에 실제 이야기만큼 좋은 게 없죠. 그동안 힘들게 살았고, 지금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고맙네요.”
그때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미스터 태! 촬영 들어가야죠.”
PD였다. 니콜라스가 구원자를 발견한듯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나는 말 없이 니콜라스의 훈련을 지켜보는 역할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찍는 동지가 있다는 게 안심인가 보다.
“하아···.”
내 한숨 소리를 들은 디렉터가 작게 웃었다.
나는 볼을 짝짝 두드리며 촬영장으로 다가갔다.
광고를 찍는 동시에 에이전시 일도 꾸준히 했지만, 어떻게든 매일같이 들르는 곳이 있었다.
런던에 위치한 언론사 ‘데이브레이크’의 본사였다.
“또 오셨네.”
들어오자마자 보인 건 여유가 철철 넘쳐흐르는 얼굴이었다.
가장 빠르게 그 사진을 퍼다 기사를 낸 기자, 롬멜 포터. 그동안 내 이름이나 선수로 안 좋은 기사를 몇 번 쓴 적도 있어 아주 잘 아는 이름이었다.
“사과는 진작 했잖아요. 정정기사도 냈고. 그 사진을 저희가 찍은 것도 아니고, 찍으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저희는 아무 관련이 없다니까요. 그냥 다른 신문사보다 빨리 기사를 내려고 했다가 실수한 거지.”
나는 롬멜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롬멜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당당했다.
“지나가는 길에 차나 한잔하러 온 거예요. 저랑 친해져서 나쁠 거 없잖아요?”
나는 털썩 소파에 주저앉으며, 휴대폰의 진동을 즐겼다.
처음 여기 왔던 날 모든 사람과 악수했고, 헬퍼에는 정보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내 뻔뻔한 태도에 사무직원은 나를 흘겨보듯 바라봤고, 기자들은 익숙하다는 듯 자기 할 일에 열중이었다.
나는 천천히 차를 즐기고 기자들을 하나하나 관찰한 후, 롬멜 포터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나왔다.
*
“롬멜, 괜찮겠어?”
“괜찮아요.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요?”
롬멜은 동료 기자 비다의 말에 살짝 짜증을 부렸다.
하지만 비다는 걱정이 쉬이 가시지 않는지 계속 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더 선, 데일리메일 같은 곳도 갔었는데 며칠 전부터는 여기에만 오고 있고, 너한테만 말을 걸고 있잖아. 지금.”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닐까요. 가장 빨리 기사를 퍼온 게 우리 언론사고, 그걸 쓴 기자가 나니까.”
“그것만으로 어떻게 여기로 좁혔냐 이거지. 너 미스터 태 연줄이 어디까지 닿아있는지 몰라?”
“중국 주석이요? 마가렛 할로웨이요? 아니면 카타르의 국왕? 에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일에 덤빌까.”
롬멜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비다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롬멜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괜찮다니까요. 냄새라도 조금 맡은 모양인데, 우리가 이런 일 한 두 번 해 봐요? 상대도 찔리는 건 그대로 게시, 이번처럼 그냥 자극적인 이야기는 외부 기자를 통해 세탁.”
아무리 생각해봐도 걸릴 게 없었다.
그 프리랜서 기자가 잡히더라도 말이다.
돈은 장갑을 끼고 현금으로 줬다. 접선 장소에는 카메라 같은 건 없었고, 그 거렁뱅이 기자가 아무리 증언하더라도 물질적인 건 안 남아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혹시 하며 살포시 고개를 들던 의심이 사라졌다.
“우리가 가장 빨리 기사를 냈다고, 그게 증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비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끌면 바쁘고 인기 많은 태현석에게는 그 기사가 어떻게 해서 나온 건지 찾고 신경 쓸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유명인들의 숙명이니까.
“한두 달 저러다 말겠죠. 곧 이적시장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잊혀질 것이다.
*
“감사해요. 에버니저.”
당연하게도 헬퍼에서는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다.
그럼 그저 우연이라는 것일까.
[롬멜 포터]-파파라치 브라이언 윌슨과의 관계를 태현석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뭘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적혀 있진 않았지만, 추론은 어렵지 않았다. 저 브라이언 윌슨인가 뭔가를 잡으면 틀림없이 핵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헬퍼는 나에게 단 열흘 만에 정보를 가져다 줬다.
원래는 1년이고 2년이고 황색 언론사들을 질릴 정도로 방문해서 헬퍼로 정보를 모을 생각이었으나, 며칠 전에는
[비다 케네디]-롬멜 포터가 기사를 기획했다는 사실이 태현석에게 들킬까 두려워하고 있다.
라는 선물 같은 정보를 가져다주더니, 오늘은 핵심 정보까지 가져다 줬다.
이 일을 시작할 때 나를 지켜보고 있을 헬퍼의 주인에게 진심으로 부탁했다.
저런 기자들이 최소한 겁이라도 먹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자들은 자신들이 처벌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실감 못 하니까, 정보만 준다면 내가 이걸로 본보기를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에버니저가 응답했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이런 정보를 얻었는데 멈춰있는 건 직무유기다.
나는 스카이스포츠의 기자 엘리자베스와 또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록에 있네요. 프리랜서 기자예요.”
동그란 안경을 쓴 엘리자베스가 내게 프리랜서 기자 목록을 넘겼다. 목록에는 연락처까지도 적혀 있었다.
“말만 그렇지 파파라치죠. 아, 태. 나 그렇게 보지 마요. 파파라치 통해서 기사 쓴 적 한 번도 없으니까. 혹시나 해서 갖고있는 거예요. 혹시나.”
“네네, 믿어요. 엘리자베스.”
“믿는 거 맞아요···?”
“그럼요.”
엘리자베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했다.
“벌써 가려고요?”
“네, 또 약속이 있거든요.”
아쉬워하는 엘리자베스에게는 다음에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하며 나는 스카이스포츠 사무실을 나왔다.
“하하하, 드디어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됐네요.”
“은혜라니요. 공생이었죠.”
“덕분에 승부 조작 관여한 갱들 싹 잡아냈고, 이렇게 승진까지 한걸요.”
자신의 어깨를 자랑하고 있는 전 NCA(영국국가범죄수사국) 소속 로버트 윌슨이 말했다. 로버트와는 크리스 사건 이후로 거의 처음 보는 거나 다름없었다.
“너무 거물이 된 것 아닙니까? 크리스랑 미스터 태 소식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요. 선물해준 크리스 유니폼도 잘 갖고 있고요.”
나는 말 없이 웃었다. 마가렛 등을 통해 경찰 인맥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나와 교감이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아, 왔네요.”
멀리서 제복을 입은 흑인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원래는 공보실에 있던 친구에요. 기자들을 늘 상대한 만큼 진심으로···.”
“기자들을 싫어한다는 거죠?”
“네. 태가 부탁한 대로 이 런던에서 기자를 가장 싫어하는 경찰입니다. 분야도 맞고요. 기자들 다 때려잡겠다고 혈안이 된 놈입니다.”
“딱이네요.”
나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흑인 경찰에게 악수를 건넸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3월 말이 되었다. 리그는 막바지에 다달았고, 촬영을 끝낸 니콜라스는 꿋꿋이 야유를 견뎌내며 여전히 득점포를 올리고 있었다.
나는 로버트가 소개해준 형사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브라이언 윌슨을 꾸준히 만나며 정보를 캐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키 디렉터의 연락과 함께 광고 한 편이 유튜브와 각종 SNS에 게시됐다.
3분가량의 짧으면서도 긴 광고.
Get over something, 극복해라라는 제목의 광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