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52
252
52. 매치 에이전트 (1)
나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고, 중국축구협회의 구장, 훈련장 총괄 관리자 진밍은 당장에라도 땀을 뻘뻘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앞에 앉아 있었다.
“가능하겠죠?”
내가 부탁한 내용은 11월 A매치 기간 내에 원하는 경기장을 임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훈련장도 원하는 곳으로 사전개방이 가능한지.
곤란해하는 걸 보아하니 예상대로 진밍이 많이 무리해야 하는 사항이었나 보다.
그렇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한국축구협회에서 정당한 사용료도 낸다고 했고, 무엇보다 진밍이 내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첸웬 덕분에.
프레(Pre : 사전)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각 대륙대항전 우승팀들의 대결, 2021 컨페더레이션스컵이 개막했고, 중국은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중국이 포함된 A조에 속한 팀은 아르헨티나(남미 우승팀), 한국(아시아 우승팀), 미국(북중미 우승팀) 이었다.
대회전까지만 해도 자부심 하나만은 세계 최고인 중국인들은 미국이랑 한국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미국에 3-0으로 개 박살이 나고서는 자신들의 처지를 자각하고 좌절했었다.
이어서 찾아온 조별예선 2차전, 아르헨티나전.
남미 챔피언이자 피파랭킹 1위 팀을 맞이한 중국인들은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입장했고, 이 경기에서 첸웬의 데뷔전을 목격했다. 첸웬은 선발로, 에이스의 상징인 등 번호 10번을 달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결과만 말해보자면 중국은 졌다. 3-1. 완패라고 할 수 있는 스코어였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열여섯 살짜리 소년, 첸웬의 등장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웬, 공을 잡았습니다. 어어?! 빨라요. 너무 빨라요 웬! 아름다운 턴으로 코레아를 제쳐내고 달립니다. 로메로가 달라붙는 데··· 이야! 완벽한 마르세유 턴이었습니다. 대표팀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세밀하고 아름다운 플레이입니다! 굉장합니다! 이게 바로 유럽을 뒤흔드는 슈퍼크랙인 걸까요! 웬! 아··· 수비수 두 명이 막아섭니다. 역시 아르헨티나네요. 대처가 빨라요. 측면으로 내줘야 할 것 같습··· 어어?! 골, 골! 골입니다! 말도 안 돼요! 이게 무슨 열여섯 살입니까! 중국 축구를 구원해 줄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한 해설을 했던 이 중국 해설자는 이 골 이후로 경기 내내 첸웬, 첸웬 하고 노래를 불렀다. 첸웬은 오타멘디와 루카스라는 아르헨티나의 두 수비수 사이로 냅다 슛을 때렸고, 공은 잔디 위에 살짝 뜬 채로 제비처럼 나아가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갈랐다.
A매치 데뷔전 데뷔골, 심지어 상대는 피파랭킹 1위인 아르헨티나.
이후 세 골을 연달아 먹혔지만, 경기장에 모인 중국 팬들은 즉석에서 첸웬의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며 즐거워했다.
동아시아권 축구팬들을 며칠간 뜨겁게 달궜던 사건도 있었다.
바로 경기를 직접 보러 온 중국의 주석이 첸웬의 원더골을 보고 많이 감동했는지 살짝 눈물을 훔친 거다.
나는 중국축구협회의 초청을 받아 주석의 바로 옆에 앉아서 경기를 봤고, 그 충격적인 장면도 옆에서 봤다.
주석은 눈물을 훔친 후 나한테 포옹까지 제안했다. 거절할 수 없기도 하고, 나도 첸웬의 골로 흥분하던 참이었기에 끌어안고 방방 뛰었다.
주석은 경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실점해도 그저 싱글벙글. 첸웬이 뛰는 모습을 보며 아이처럼 웃었다. 그리고 계속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모든 장면이 사진이 되어 기사로 나왔기에, 날 만나는 중국축구협회 사람들은 전부 내 눈치를 봤다.
덧붙여 말하자면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나보고 이제 본색을 드러냈다고 하면서 각종 매국노 드립을 치고 있었다.
“예, 해드려야죠. 암요. 해드려야죠.”
진밍의 대답에 회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답했다. 이만큼 쉬웠던 협상이 또 있을까.
“감사합니다.”
“세부 협상은 한국축구협회 관계자랑 진행해야 하는 거죠?”
“예, 저한테 거기까지 권한이 있는 건 아니라서요. 다음 경기 직후 시간 괜찮으신가요?”
이틀 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한국 대 중국전이 있었다.
내가 지금 A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먼저 움직이고 있다지만, 나는 중개인일 뿐 직접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건 한국축구협회다. 그렇기에 박지석을 비롯한 한국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이 협상 겸해서 중국에 방문하기로 했다.
나는 그들 옆에서 함께 경기를 보기로 했고.
“예, 좋습니다.”
진밍의 대답에 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젓가락으로 샤오룽바오 하나를 집어 숟가락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샤오룽바오의 피를 터뜨린 후 육수와 함께 입에 넣어 음미했다.
진밍도 이야기는 다 끝났다는 듯 다시 식탁에 펼쳐진 산해진미로 눈과 젓가락을 돌렸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진밍이 구장과 훈련장을 배려해줌으로써 거물 두 팀을 잡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한국과 두 팀이 월드컵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굴욕을 당하지 않는다면,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와 친선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 거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가 전 세계의 최상위권 팀들과 평가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강팀들이 월드컵 현지의 경기장과 훈련장을 체험해보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월드컵 예선을 치를 필요가 없는 개최국은 강팀들이 사전에 A매치 계약을 체결하기 좋은 상대다.
나는 이 점을 생각해서 중국축구협회에 물었다.
중국과 친선경기를 잡은 팀이 없냐고.
유로 준우승의 프랑스와 코파아메리카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는 조별예선에서 무난하게 1위 중이었고, 두 팀은 월드컵 조별예선 통과 시 중국과 친선경기를 치르기로 조건부 계약을 확정한 상태였다.
A매치 기간 중 A매치를 치를 수 있는 횟수는 2회.
먼 동아시아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었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나머지 한 경기를 치를 상대 팀을 찾았고, 대진료를 많이 줄 수 있는 일본에 그 기회가 돌아가려 하던 참이었다.
나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참가로 중국에 찾아온 아르헨티나 축협 사람들과 유럽에 남아있는 프랑스 축협 사람들을 오가며 그들에게 제안했다.
일본만큼의 대진료는 지급해줄 수 없으나, 대신 중국축구협회와의 연계성을 기반으로 원하는 훈련시설, 원하는 구장에서 훈련과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무엇보다 현 아시아 1위는 한국이라며, 수준 높은 경기도 치를 수 있을 거라고 꼬드겼다.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두 팀은 많은 돈보다는 적당한 돈+월드컵 대비라는 조건에 넘어왔고, 나에게 중국축구협회의 확언을 받아오라고 부탁했다.
오늘 진밍에게 답을 얻었으니 한국축구협회 분들이 계약만 잘 마무리한다면 우리나라는 월드컵 스파링 상대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라는 최고의 팀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지석이 요청한 건 내년 평가전이었지만, 조던의 이적과 선수들의 스폰서 계약 말고는 스케쥴이 조금 붕 떴기에, 나름 열심히 해 본 거다.
돈도 받고 내가 좋아하는 한국 대표팀에 공헌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진밍에게 전화가 왔다. 진밍은 내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예!”
마치 군인같은 자세와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진밍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볼만했다.
바쁜 일이 생긴 모양이다. 원하는 건 다 얻었고, 슬슬 일어나 봐야겠지.
진밍의 통화가 끝나고, 내가 가 보겠다는 말을 꺼내려 했는데 진밍이 먼저 말했다.
“태, 한국전에 VIP석에서 경기 보실 거죠? 한국축구협회 사람들이랑.”
“네, 그런데요.”
“음··· 그럼 말입니다. 부탁드릴 게 있는데···.”
“부탁이요?”
진밍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석 님께서 또···.”
*
젠장, 빌어먹을. 왜. 어째서.
“현석씨, 정말 고마워요. 전화로 들었을 때는 설마 했는데, 진짜 프랑스랑 아르헨티나랑 진행이 되고 있다니···.”
“뭘요.”
왼쪽에는 한국축구협회의 국가대표 본부장 박지석이.
“첸이 오늘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지?”
“당연하지요···.”
오른쪽에는 13억분의 1, 중국의 수장 주석이 있었다.
왜 내 자리가 여기인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첸웬 때문이다.
‘아저씨, 나 한 경기만 더 뛰고 가면 안 돼요?’
‘이겼으면 모르겠는데, 졌잖아요. 이대로라면 답답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할 거 같은데요···.’
‘구단도 중국에서 프리 시즌 할 거라고 하고, 딱 한 경기잖아요. 네?’
이 말을 왜 들어줬을까.
‘한 경기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러라고 하세요.’
펩도 왜 괜찮다고 했을까. 말려주지.
에이전트는 조언자다. 첸웬의 의지가 워낙 강경하기도 했고, 구단에서도 괜찮다고 했고, 내가 봐도 한 경기 정도만 더 뛰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아 나는 첸웬에게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승낙이 좌 한국 우 중국이라는 이 끔찍한 구도를 만들어냈다.
경기장은 첸웬을 부르짖는 목소리로 가득했고, 필드에 막 입장한 첸웬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측에 앉은 주석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고, 박지석을 비롯한 한국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경계 어린 눈을 하고 있었다.
대호와 형욱이 응원하면서 즐겁게 보려고 했는데, 양 팀에 내 선수가 다 있었다. 몹시 곤란했다.
‘0-0으로 끝나라··· 제발···.’
나는 대호나 첸웬이 골을 넣지 않길 간절하게 바라며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소리를 들었다.
“저기 보게나! 첸웬이 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잖나. 자네, 뭐 하나. 손 흔들어 줘야지!”
“아하하··· 그러네요. 나한테 손을 흔들고 있었네.”
나는 박지석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주석은 내 어깨에 손까지 올린 채 첸웬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실점 때문에 순간 무표정해졌던 박지석은 내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첸웬은 방금 한국을 상대로 A매치 통산 두 번째 골을 넣었다.
한국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첸웬의 장기인 강력한 슈팅을 의식해도 너무 의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첸웬은 거의 30m 밖에서부터 찰듯말듯 하면서 드리블, 찰듯말듯 하면서 방향전환을 반복하면서 차근차근 전진했고, 한국 수비수들은 계속 속아서 휘청거렸다.
그리고 페널티박스 바로 앞, 그동안의 반복된 페이크에 지친 한국 수비수들은 잠깐, 아주 잠깐 첸웬의 슈팅을 막는 동작을 취하지 않았고, 첸웬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멋진 감아 차기로 골을 넣었다.
“요즘 불면증이 싹 사라졌어. 첸웬만 생각하면 늘 기분이 좋다니까?”
“다행이네요. 정말···.”
나는 주석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치며 내년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떠올려봤다. 이 정도로 곤란한 기분을 느낄 줄은 몰랐다.
니콜라스, 크리스, 세바스티앙, 데이비드의 프리킥, 첸웬···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너무 많은데···.
나는 이들이 한국 대표팀을 만나지 않길 바랐다. 제발.
“골, 고오오올!”
박지석이 기쁨의 외침을 터뜨렸고, 나도 같이 함성을 지르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강진의 스루패스를 받은 석대호가 일대일 찬스에서 깔끔하게 골을 넣었다. 한국이 골을 넣어 아주 기쁘긴 했는데, 난감하기도 했다.
우측에 앉은 주석이 입을 꾹 다문 채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현석 씨! 석대호 선수가 골을 넣었어요.”
“네, 저도 봤어요.”
나는 오른쪽의 눈치를 보다가, 처음에는 작게 주먹을 쥐었고, 주석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자, 곧 박지석과 얼싸안고 환호했다.
전반전 종료 직전, 첸웬이 한국 우측 수비수를 도발한 후,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낸 후 슈팅하려는 척하면서 엔드라인으로 접고 들어갔고, 마크 없이 골대 앞에 서 있는 공격수에게 패스했다.
음식 다 차려주고 포크로 음식을 집어 입에 직접 넣어주는 수준의 패스였다.
중국 공격수는 당연히 골을 넣었고, 주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두 주먹을 꽉 쥔 채 손을 흔들어댔다.
나는 한국 측의 눈치를 본 후에 주석과 함께 기뻐하며 한편으로 생각했다.
이상한 기분이라고.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손흥진의 중거리 대포알 슛으로 2-2 동점.
한국 공격수와 중국 수비수가 뒤섞여서 우당탕탕 하다가 손흥진 발밑으로 공이 가서 3-2 역전.
첸웬은 키패스를 두 개 더했으나 중국 공격수들이 날려 먹었고, 후반전 중반에 들어가자 체력 저하로 점점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결국, 첸웬은 75분쯤에 교체됐고, 필드를 나가는 동안 서럽게 울었다. 중국의 리피 감독은 터치라인으로 돌아온 첸웬을 쓰다듬어줬다.
첸웬은 눈이 퉁퉁 불은 채로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고, 카메라는 간혹 첸웬을 잡아주며 중국 관중을 끓어오르게 했다.
첸웬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더 성장하겠구나··· 하면서 만족하고 있었는데, 좌측에 앉은 박지석이 중얼거렸다.
“골에 어시스트에 승부욕까지··· 정말 괴물이네요. 앞으로 중국 상대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왠지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