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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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매치 에이전트 (2)
경기가 끝난 후, 박지석을 비롯한 한국축구협회의 관계자들과 진밍을 비롯한 중국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을 안내해 예약해둔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 시간 내내 양측은 몹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했다.
방금 치러졌던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고, 양 측 모두 상대 국가의 선수들을 띄워주느라 바빴다.
특히 첸웬에 관한 칭찬과 석대호에 관한 칭찬이 많았는데, 카메라에서 벗어난 나는 씰룩이는 입가를 굳이 주체하지 않았다.
그리고 식사 후 이어진 본격적인 협상 자리, 나는 시작과 동시에 진밍과 협상했던 내용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알렸고, 그 이후로는 입을 다물고 협상을 지켜봤다.
조금이라도 깎으려는 이들과 조금이라도 많이 받으려는 자들.
언제 화기애애했냐는 듯 두 집단은 치열하게 맞붙었고, 추는 한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있었는데, 중국 협회 분들이 값을 올리려고 말할 때마다 내 눈치를 보며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귀빈급이 되어버린 영향일까. 속으로 허허하고 웃으며 무표정을 유지했다.
박지석을 비롯한 한국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은 기세를 몰아 값을 70%까지 낮췄고, 결국 공식적으로 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었다.
중국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먼저 식당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마자, 한국축구협회의 사람들은 서로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나는 들뜬 그들에게 차후 일정을 얘기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회장님은 중국에 계시니 약속 잡고 만나면 될 것 같고요··· 프랑스 축구협회 사무총장님은 유럽에 계시니 아르헨티나 협상 끝나고 함께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내 입이 열리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대표해 박지석이 입을 열었다.
“현석 씨가 아니었더라면 이 자리는 없었을 거예요. 처음 연락받았을 때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니까요?”
“맞아요, 맞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와의 친선경기라니···.”
다른 축구협회 직원이 말을 받았다. 모두 감동한 얼굴이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았기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뭘요. 운이 좋았던 건데요. 중국이 다른 팀이랑 A매치를 잡았더라면 그 팀이랑 주선했겠죠.”
“아니에요. 이 정도 매치업이라니. 국내 축구팬들이 정말 좋아할 거예요. 선수들도 마찬가지고 감독님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직원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이들의 반응을 보다 보니 문득 내 마음 한구석에 찝찝하게 남아있던 문제를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말이죠. 부탁이 있는데···.”
“부탁이요?”
“일단 수수료 좀 더 빵빵하게 주시고요···.”
“하하, 당연하죠.”
박지석이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 말은 끝난 게 아녔다.
“이번 A매치 성사에 제 역할이 컸다고 기사 좀 많이 내주시면 안 될까요? 이름 많이 강조해서요. 제가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지금은 꼭 필요할 것 같아서요.”
박지석이 갸웃했다.
“왜요?”
나는 주머니를 뒤적여 업무용 휴대폰을 꺼내 들어 인터넷 앱을 켰다. 식사 전까지 보던 게시물이 딱 하고 나왔다.
“이러다가 저 진짜로 한국 못 들어가게 생겼어요.”
동영상1 (첸웬의 득점)
사진1 (중국의 주석과 어깨동무를 한 채 첸웬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태현석)
동영상2 (석대호의 득점)
사진2 (박지석과 하이파이브하는 태현석)
동영상3 (첸웬의 어시스트)
사진3 (주석과 아이컨택&흐뭇한 미소를 교환하는 태현석)
-태현석ㅋㅋㅋㅋㅋㅋ 왜이렇게 기회주의자처럼 찍혔어
-ㅋㅋㅋㅋㅋ이쯤되면 합리적 의심이다. 중국 이민 각 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주석이랑 어깨동무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마치 이완용을 보는 것 같구나···.
┖뭔 이완용이야. 갖다 댈 사람을 갖다대라
┖┖오버 ㄴㄴ 과몰입 ㄴㄴ
-외교인 것인가 매국인 것인가···.
-첸웬 진짜배기 미친놈이었잖아. 저게 무슨 열여섯이야.
┖맞어 전반전에는 지거나 비기는 줄 알았음 ㅅㅂ
┖축구 안보는 우리 엄마도 저 꼬마 잘한다고 하더라
-현대에 펠레가 나오면 저정도 활약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나는 맞다고 본다. 월드컵때 어떤 활약 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중략)
“박쥐라잖아요. 이게 뭐예요. 지금은 장난 같아 보여도 제가 말실수라도 하면 진짜 한국 못 들어갈 수도 있다니까요?”
나는 진지하게 말했는데, 축협 직원들과 박지석은 단체로 낄낄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아니 저 심각하다니까요. 웃지만 말고 기사 내주겠다고 말해줘요.”
박지석도 한참이나 웃더니 당연히 그렇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
미리 얘기해둔 게 있었기에, 아르헨티나와의 협상은 무난하게 끝났다.
조건은 아르헨티나와 한국 모두 조별예선을 한 번에 통과하는 것. 만약 월드컵 플레이오프까지 가게 된다면 A매치는 결렬되고, 상대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계약이었다.
이후, 원래 일정대로라면 바로 프랑스 축구협회의 사무총장을 만나러 가야 했으나, 그의 갑작스러운 유럽 일정으로 인해 우리는 시간이 붕 떠버렸다.
나는 미리 접선해둔 국가대표팀들에 연락했고, 머뭇거리는 한국협회의 사람들에게 바로 움직이자고 말했다.
박지석은 나를 걱정했다.
“갑작스러운 일정인데 괜찮겠어요?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오라고 하셨는걸요.”
“어느 팀이···.”
“일단 유럽 두 팀이요.”
“유럽 어느 팀···.”
나는 검지와 중지를 차례로 펴며 말했다.
“지금 유럽 챔피언 자격으로 여기 온 잉글랜드와 스페인이요. 두 대표팀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어요. 조건은 자기들 조에 아시아 팀이 배정됐을 때였지만요.”
내 말을 듣던 관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박지석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혹시 아프리카도···.”
사전에 들었던 내용이었다. 유럽, 아프리카, 남미. 이렇게 세 팀을 주선해달라는 게 한국축구협회의 부탁이었다.
“이쪽도 두 팀이랑 사전에 얘기해뒀어요. 컨페드컵에 아프리카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이집트와 전통적인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이요. 이집트는 바로 만날 수 있고, 세네갈은 약속을 따로 잡아야겠죠?”
“어··· 그럼 남미는···.”
“일단 브라질 협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두긴 했어요. 내년에 일본 대표팀이랑 경기하러 오기로 예정돼 있으니까, 편하게 협상할 수 있을 거예요. 중국은 다른 남미팀을 노리고 있거든요.”
아르헨티나에 대패한 중국은 또 한 번 참패를 당할 수는 없다며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수준의 브라질을 포기했다. 그나마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우루과이와 친선경기를 잡는 데 총력을 다 하겠다고 들었다.
간만에 정보와 인맥을 쭉 써봤다. 시즌 종료 즈음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인 덕이었다.
박지석과 한국협회의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나는 한국이 아시안컵을 우승한 덕이에요. 아시아 챔피언이라고 어필하니까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우리가 봤을 때 일본과 한국은 스타일이 극명하지만, 그쪽에서는 비슷해 보이거든요. 월드컵에 아시아팀이 들어가는 조가 절반 이상이고, 아시아팀이랑 친선경기는 해야 하긴 하는데 기왕이면 챔피언이랑 하는 게 낫잖아요?”
“협회들과는 어떻게 접촉했습니까? 우리는 식사 약속 한 번 잡는데도 한·두 달씩 걸리는데···.”
그동안 쌓아놓은 인맥 덕이었다.
“잉글랜드나 스페인은 제 선수가 뛰고 있고, 여러 가지 사건으로 엮이는 바람에 감독님과 협회 쪽 사람들이랑 꽤 친해서 그냥 직접 물어봤고요. 이집트나 세네갈 같은 경우는 크리스의 팀 동료인 마네와 살라의 에이전트를 통해서 협회에 연락했어요. 브라질도 줄리우가 있는 덕에 협회에 말 붙이기가 쉬웠어요.”
한 직원이 급히 물었다.
“혹시 다른 팀도 가능한가요?”
“네, 다른 에이전트들을 통한다면 각 국가대표팀의 회장이나 사무총장들과의 자리는 어지간하면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멍해 보이는 직원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쉽게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 거겠지. 유능해 보일 거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걸 뻐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이것도 한국 축구팬들에게 어필 좀 해 주세요.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애국심 투철하다고, 한국 사랑한다고.”
놀람을 추스른 직원들이 하나둘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 덧붙였다.
“아, 수수료도 좀 많이 챙겨주시고요.”
“오, 태. 무슨 일이에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팀, 이집트의 에이스이자 크리스의 팀 동료인 모하메드 살라가 훈련장에서 나를 반겼다.
나는 벤치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던 살라의 에이전트와 인사하고, 살라에게 박지석을 비롯한 한국 관계자들을 소개해주며 말했다.
“친선경기 협상하러 왔어요.”
“아아, 한국이라고 했죠? A조에서 꽤 잘하던데.”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패, 미국을 상대로 승을 거둬 2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한 상태였다. 컨페드컵의 참가팀은 여덟 개 팀. 조별리그가 끝나면 바로 준결승전 시작이다. 이집트 또한 2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한 상태로 A조 1위 아르헨티나를 맞상대하게 되었다.
살라는 이 평가전 성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역시 뭘 해도 잘하고 봐야 한다.
약속 시각 보다 일찍 왔기에 이집트의 협상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스탭의 전언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이집트의 훈련 전 세팅을 구경했고, 나는 살라와 잡담을 나눴다.
“크리스는 잘 지내요?”
“그렇죠. 어머니랑 릴리랑 같이 휴양지 갔어요.”
“걔는 좀 더 쉬어야 하는데. 가끔 보면 불쌍하다니까요.”
살라의 말에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크리스와 살라의 리버풀은 작년 리그 3위, 챔피언스리그 8강, FA컵 4강이라는 성적을 냈다.
무관이었지만, 크리스만큼은 유난히 빛난 시즌이었다.
니콜라스에게 밀렸지만, 득점랭킹 2위를 달성했고, 도움 3위라는 경이로운 기록까지 더했다.
리버풀이 우승만 했더라면 올해의 선수상은 크리스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훌륭한 시즌 퍼포먼스였다.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증명하듯,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도 드디어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승점 3점을 획득하는 데 공헌했다. 리그에서처럼 슈퍼크랙으로서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분명 크리스는 묵묵히 한 발자국씩 올라가고 있었다. 기존에 쌓아온 국대 부진의 이미지가 남아있어 아쉽다는 평이 많았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걔 요즘도 고민 많아요?”
크리스는 비슷한 처지의 살라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살라는 자신 빼면 중하위권인 이집트를 이끌고 네이션스컵을 우승시킨, 크리스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부담감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많죠. 끝이 없죠. 그냥 요즘 보면··· 부담감이 사라진 건 아닌데요. 제가 봤을 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내 말을 들은 살라가 웃었다.
“나쁘지 않네요.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선수마다 다른 법이니까요.”
“모하메드가 그렇게 말하니 안심이네요.”
“그래도 괜찮다는 건 아니에요. 잘 걷는 것 같아 보여도, 틀림없이 위태위태한 상태일 거예요. 태가 많이 도와줘야 해요. 수천만의 관심을 받는다는 게 정말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안겨 주거든요.”
“늘 신경 쓰고 있어요.”
살라가 진심으로 크리스를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흐뭇하게 살라를 바라보자 살라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팀 동료라서 그런 거예요. 그렇게 보지 마요.”
“네네, 그렇다고 해 두죠.”
“태!”
살라가 목소리를 높였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머쓱해진 살라는 고개를 숙였고, 나는 웃었다.
나는 살라에게 말했다.
“걱정해주고, 크리스를 도와줘서 늘 고마워요, 모하메드. 그리고 저는 크리스를 신뢰해요. 크리스는 분명 잘 해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