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57
257
53. 대관식 (3)
5일 전, 플레이오프 1차전은 올해의 선수이자 축구계의 전설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독무대였다.
호날두는 프리킥, 헤딩, 오른발로 골을 넣으며 자기가 왜 36살이라는 나이에도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는지 증명했고, 그의 대활약으로 포르투갈은 홈에서 웨일즈에게 3-1로 완승했다.
웨일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크리스 앨런은 한 골로 체면치레하긴 했지만, 가레스 베일이 있을 때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해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다.
(중략)
(웨일즈와 포르투갈 선수들의 소속팀 성적, 국가대표팀 성적)
위와 같이 웨일즈와 포르투갈의 전체적인 전력은 비슷하다.
2018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도 아일랜드를 넘지 못하고 60년 만의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업에 실패했던 웨일즈.
64년 만에 또 한 번 찾아온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크리스 앨런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6 유로 4강을 이끌었던 가레스 베일의 시기적절한 골처럼, 2014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처럼, 2018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리오넬 메시의 원맨쇼처럼, 크리스 앨런은 자기가 왜 에이스이고 주장인지 증명해내야만 한다. 2020 유로 때의 활약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한다. 중요한 경기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늘 스타플레이어였으니까.
하지만 웨일즈 국가대표팀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앨런이 호텔에서 잠을 못 이루고 있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중략)
본 기자는 1차전의 결과로 2점 차로 앞서고 있는 포르투갈의 우세를 점친다. 변수는 크리스 앨런의 퍼포먼스뿐이다. 과연, 크리스 앨런이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사 댓글 창]-제 실력을 보여주기는 무슨, 제발 앨런 좀 빼라 망할 긱스 새끼야. 혹시 교체로 넣으면 잘할지도 모르잖아. (웨일즈, 19세, 남)
-이제는 안 속는다. 저놈은 베일이나 살라 없으면 안 돼. 반쪽짜리 선수라고. (웨일즈, 39세, 남)
-클럽에서만큼 열심히 안 뛰어요. 애국심이 없는 거 같네요. (웨일즈, 46, 여)
-신사가 아닌 겁쟁이, 크리스 앨런. (웨일즈, 35, 남)
-그래도 크리스만큼 믿을만한 월드클래스가 있나요? 유로 때는 크리스 덕분에 행복하시지 않았나요? 응원해도 바쁠 판에 이런 비난이라니… (잉글랜드, 22세, 여)
└월드클래스는 무슨 월드클래스. 국가대표에서도 잘해야 월드클래스지. (웨일즈, 23세, 남)
└한 번 잘했다고 계속 응원해야 하냐? 너 콥이지? (웨일즈, 15세, 남)
(중략)
어제 올라온 매치 프리뷰기사와 댓글을 확인하고는 휴대폰을 껐다.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고 페달을 세게 밟았다. 차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세지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밀레니엄 스타디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7만여 명을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에 있는 거대 경기장이고 오늘 경기가 열릴 경기장이기도 했다.
경기장이 보이는 도로에 진입했는데도 아직 차가 많이 보이질 않았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원래도 직접 경기를 보러 올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이르게 도착할 계획은 없었다. 크리스는 집중하기 위해 휴대폰까지 집에 두고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경기 전에 크리스와 이야기를 조금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웨일즈의 감독 긱스의 요청이 있었다.
-감독이나 동료보다 가족이나 친지가 더 도움이 될 때가 있거든요.
차를 주차하고 긱스가 알려준 경기장 내 라운지로 향했다.
라운지에는 크리스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손에 든 태블릿을 뚫어지라 보고 있었다.
나는 크리스의 뒤에 가서 녀석이 뭘 보고 있는지 훔쳐보고, 어깨를 툭 쳤다.
“나 왔어.”
크리스가 움찔하더니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나인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 같아 보이는 걸 내쉬었다.
“놀랐잖아요. 태.”
“집중하고 있는 사람 보면 그러고 싶지 않나?”
나는 크리스의 앞자리에 앉으며 크리스에게 물었다.
“네 스페셜 영상은 왜 보고 있어? 나도 오랜만에 보네.”
크리스가 보고 있던 건 오늘 상대 팀 포르투갈의 영상이 아닌, 나와 만나고 채 일 년도 안 됐을 무렵, 그러니까 풀햄에서 뛰었을 때의 영상이었다.
“포르투갈 선수들 영상은 다 외울 정도로 봤거든요. 그리고···.”
“그리고?”
“예전에 제가 어떻게 뛰었는지 되새겨 보고 싶어서요. 이때는 자주 웃었더라고요.”
“···.”
크리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지만, 나는 이어서 하려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얘기를 해 줘야 할까.
주어진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크리스는 드레싱룸으로 돌아가야 했고, 웨일즈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노란 완장을 찬 채로 또 한 번 필드에 올라야 했다.
“감독님한테 태를 불러 달라고 한 건 저예요.”
“응? 그래? 왜?”
“그냥, 경기 전에 태랑 옛날얘기를 좀 하고 싶었거든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크리스가 들고 있던 태블릿을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 그리고 되감기를 해서 처음으로 돌렸다.
“구단 홍보팀에 부탁해서 얼마 전에 만들었어요.”
“오···.”
태블릿 화면을 통해 처음으로 나온 장면은, 크리스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상대 팀과 크리스가 입은 유니폼, 그리고 경기장 형태를 보니 기억이 되살아났다.
크리스의 승부 조작을 막았던 바로 그 날의 경기였다.
반쯤은 크리스의 행동에 어울려주기 위해서, 나머지 반은 정말로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나는 영상과 함께 크리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진짜 그때는 황당했었다니까요. 미친 사람인가 했었어요.”
“미친 사람한테 넘어온 게 누군데.”
“에이전시에 막 입사했다는 통역이 5만 파운드(약 7천만 원)를 턱, 하고 넘기는데 누가 안 넘어가요?”
다음 영상은 레알 마드리드가 주관했던 프로 선수들의 재기 프로그램 영상. 크리스는 포지션을 바꾸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몸을 만들어 풀햄 입단이라는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솔직히 네가 그 정도로 유명해질 줄은 몰랐거든.”
“태가 포지션 바꾸라고 한 거였잖아요.”
“아니, 괜찮아질 건 알았는데, 그렇게까지 빨리 두각을 보일 줄은 몰랐어.”
내 실수로 밀월로 이적할 뻔하다가, 풀햄에 입단한 크리스는 라이언 세세뇽과 함께 자기가 월드클래스의 자질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냈었다.
“세세뇽한테 승부욕 터져서 아이스 체임버 사달라 그러질 않나··· 훈련을 과하게 해서 다쳤다는 어이없는 기사가 나올 뻔하게 하질 않나···.”
“태···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너무 열 받았었단 말이에요.”
“그래, 그 승부욕 덕분에 지금의 네가 있는 거지···.”
이후 리버풀의 제안을 미루고, 풀햄에 끝까지 헌신해 플레이메이커 상을 받았고, 리버풀에 이적해 본격적으로 날아다니고, 웨일즈 국가대표에 데뷔해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도 해 봤고, FA컵 우승도 해 봤고, 유로도 4강까지 해 봤고, 어린 나이에 득점왕까지 해 봤다.
3부 리그 골키퍼로서 시작한 크리스는 어느새 한 국가대표팀의 주장, 한 빅클럽의 에이스라는 위치에까지 올라서 있었다.
영상이 끝나면서 이야기도 끝났다. 크리스는 말 한마디 없이 멈춰있는 영상의 마지막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나는 크리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번 경기 망쳐도 돼. 나는 네가 부담 없이 경기했으면 좋겠어. 방금까지 봐 온걸 생각해 봐. 오늘 못하더라도 너는 충분히 대단한 선수야.”
크리스는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크리스의 눈은 맑으면서도 굳세 보였다. 크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부른 게 아니에요. 내가 태를 너무 걱정시켰나 보네요.”
크리스가 말을 이었다.
“저는 오늘 또 발버둥 칠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하냐?”
크리스가 싱긋 웃으며 뜸을 들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착각했던 게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태랑 영상 보면서 쭉 얘기해본 덕에 이제는 확실하게 알겠어요.”
“착각?”
“저는요. 주변이 너무 빨리 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크리스는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면서 계속 말했다. 영상이 끝났고, 멈춰있었음에도 크리스는 영상의 마지막 장면, 작년 3월 A매치 때 골을 넣고 포효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저는 3부 리그 골키퍼 출신이고, 운 좋게 태를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그냥 평범한 소년이었어요. 최고가 된다는 게 어떤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이기고 올라가는 게 좋아서, 축구가 좋아서 그냥 열심히 하는 어디에나 있는 선수라고 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정신없이 해 나가고 있었는데요.”
“응.”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한테 지나칠 정도로 기대하는 팬들이 생긴 거예요. 하나 실수하면 욕하고, 하나 잘하면 그 정도는 해야지 말하고···. 나도 늘 완벽할 수는 없는데, 왜 사람들은 내게 완벽을 기대할까··· 매일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말로는 이해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갔어요. 대체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부담스러워서 경기장만 나가면 몸이 뻣뻣하게 굳었었어요.”
나는 잠자코 크리스의 말을 들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았어요. 분명하게 와닿았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팬들은 저를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해주고 있어요. 영상을 돌아보고, 기억을 돌아볼수록, 저··· 많이 대단한 선수더라고요.”
크리스는 자기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쭉 열거했다.
십 대에 리버풀이라는 역사 깊은 클럽으로 이적했고, 리그에서는 늘 최상위의 실력을 보여주며 웨일즈 최초의 유로 득점왕이자 최연소로 유로 최다 득점 타이틀을 따냈던, 천재라고 불리기 아깝지 않았던 자신을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최고였죠. 대단했죠. 기대할 수밖에 없는 성과를 냈죠. 제가 팬이었더라도 저만한 선수가 있다면, 모든 희망을 저에게 걸었을 거예요.”
크리스는 또렷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이만큼 기대받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제가 꿈꾸던 최고라는 자리는 바로 이런 거였어요. 그런데 저는 그 무게를 못 이기고, 비틀거리는 모습만 보여줬으니 기대가 분노로 변한 거예요.”
“지나칠 정도로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 사람들의 말까지 영광이라고 하는 거야?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할까···?”
말끝을 늘여 묻자 크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네, 그것조차도 영광이에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팬들은 너무나도 많고, 그만큼이나 다양해요. 그중에서는 저를 끝까지 지지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작은 실수에도 화내시는 분이 있어요. 질투해서 욕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다 신경 쓰고, 반응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제가 해야 하는 건 딱 하나, 그분들이 저에게 이렇게까지 감정을 쏟아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뿐이에요.”
“그게 뭔데.”
“내가 위대한 선수라는 걸 증명하는 것, 그러니까 오늘 웨일즈의 승리를 이끌고, 웨일즈에 월드컵 진출을 안겨주는 거요.”
분명 똑같은 모습인데, 평소와 다르지 않은 차림이었는데, 갑자기 크리스가 커진 것 같았다.
“나를 위대한 선수로 봐주는 그들에게, 나를 스타플레이어라고 생각해주는 그들에게 오늘 경기에서 보여줄 생각이에요. 그들은 그동안 저한테 이렇게 얘기했었던 거거든요. ‘왜 기대하는 만큼 못 해주냐, 우린 널 믿었는데 대체 왜.’”
크리스의 말에는 무게가 느껴졌고, 내 마음에 깊게 와닿았다. 크리스는 자신의 결심을 덤덤하게 내게 털어놓고 있었다.
“저는 많은 사람에게 응원받고 싶고,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웨일즈를 대표해서 뛰고 싶어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서 계속 뛰고 싶다면, 그들이 바라는 위대한 선수의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렇게 해야죠. 나를 욕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찬양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러면 모든 게 변하겠죠.”
크리스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 태블릿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고개를 들어 크리스를 올려다 봤다.
“그러니까, 오늘은 꼭 증명할 거예요. 오늘 이 경기장에서 내가 최고라는 걸. 그렇게 해서 이 영상의 뒷부분을 만들어 올게요. 태한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크리스는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었다. 조금은 억지로 웃는 것 같았지만, 결과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가 조금이라도 편안할 수 있도록,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기대해도 된다는 거지?”
“네, 마음껏 기대해 주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크리스가 말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크리스는 몸을 돌려 드레싱룸으로 향했다.
나는 크리스가 사라진 후에도 그 자리에 한참 동안 남아 있었다.
*
웨일즈의 선수들 가장 앞에서, 크리스는 주심의 등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경기장에서는 벌써 웨일즈의 응원가와 함께 관중들의 함성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각종 야유와 환호가 뒤섞여 무거운 공기로 변해 경기장을 짓눌렀고, 크리스가 서 있는 터널까지 침범해 들어오는 것 같았다.
크리스의 옆에는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은근한 미소를 머금은 채 터널 끝에 보이는 필드를 보고 있었다. 그 또한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 텐데도, 마치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 같은 태도였다.
“나가죠.”
크리스는 주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웨일즈의 선수들에게 외쳤다.
“가자!”
웨일즈의 선수들은 제각기 대답하며 발을 굴렀다. 크리스는 다시 필드 쪽으로 몸을 돌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걸음을 맞춰 걸었다.
터널이 끝나고, 필드가 펼쳐졌다.
“믿어요!”
“쟤는 또 왜 쓰는 거야?”
터널 인근에 모여있는 팬들의 목소리가 크리스의 귓가에 박혀왔다.
제멋대로 떨리려는 다리에 힘을 주고, 귓가로 들려오는 야유와 환호성을 다 받아들였다.
크리스는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나는 최고다. 나는 이곳의 제왕이다. 나는 위대한 선수다.’
오직 경기에만 몰입해야 했다. 이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신경 써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주심과 부심 둘이 가운데에 서고, 크리스는 부심 바로 옆에 섰다. 다른 선수들이 크리스의 옆에 일렬로 늘어섰다.
웨일즈와 포르투갈의 국가가 차례로 경기장을 채웠고, 그 후에는 크리스와 호날두가 주심 옆에서 선공권과 진영을 정했다.
웨일즈가 공을 가졌고, 포르투갈이 진영을 정했다.
호날두가 씩 웃으며 다가왔다.
“무소속 선수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저도 그래요. 크리스티아누.”
“오늘 최선을 다해보자고.”
크리스는 호날두와 손을 맞잡으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이런 역경을 얼마나 헤쳐왔던 것일까. 나는 아직 이 사람처럼 미소를 보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니, 할 수 있는 만큼 해내야 한다.
아니, 그 이상을 짜내야 한다.
이 필드에서 죽을 각오로 모든 걸 쏟아내야 한다.
크리스는 그렇게 다짐하며 악수를 끝냈고, 제 진영으로 돌아가 대표팀원들을 독려했다.
“빨리 교체해버려!”
“진짜 앨런은 아니라니까?”
“앨런! 힘내요! 믿고 있어요!”
여전히 섞여서 들린다. 안티팬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크리스가 이 소리를 들은 걸 알았는지, 웨일즈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아론 램지가 크리스의 어깨를 두르며 말했다.
“부담 가지지 마. 우리도 열심히 할 테니까···.”
“오늘 여기서 죽는다고 생각할게요. 아론도 최선을 다해주세요.”
램지는 크리스의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가, 어깨를 두드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크리스는 심호흡했다.
지금 해야 할 건 오직 하나, 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 모든 걸 보여주는 것.
크리스는 심판에게서 공을 넘겨받아 센터서클 중앙에 세웠고, 심판의 휘슬과 함께 공을 아론 램지에게 찼다.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