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60
크리스에게 레알 마드리드 이적 선언을 듣고 한 달,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의 여러 관계자를 헬퍼와 여러 방식으로 파헤쳐 이적료로 3억 파운드 이상을 융통할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만남 중에 이적료로 얼마나 낼 수 있냐고 찔러봤을 때, 이들이 낼 수 있다고 했던 상한선은 2억 5천만 파운드. 이들은 실제로 이 금액을 얼마 전에 비드하기도 했다.
이 또한 어마어마한 돈이고 어지간한 구단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를 외쳤을 금액이지만, 리버풀은 단호하게 NFS(Not for sale : 판매 불가)를 외쳤다.
능력이 안 된다면 모를까, 돈이 충분히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그 돈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했다.
여러 가지의 방법이 있지만, 내가 택한 건 이것이었다.
“태! 레알 마드리드의 수뇌부들과 접촉한 게 사실입니까?”
오늘을 위해 일부러 밤을 새웠다. 이들의 눈에는 내 얼굴이 피로에 찌든 것처럼 보일 것이다. 에린의 도움을 받아 퀭하게 보이는 화장까지 했으니 더 완벽할 것이다.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면, 크리스 앨런의 드림 클럽이 레알 마드리드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번 겨울이나 월드컵 후에 이적을 노리고 계신 건가요?”
“저 지금 바빠요.”
“한 말씀만! 앨런이 레알 마드리드로 가는 건가요?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요?”
열댓 명 가량의 기자들이 공항 출구에 모여 먹이를 보채는 아기 새들처럼 녹음기능을 켠 스마트폰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어제 레알 마드리드의 수뇌진들과 만났고, 그동안처럼 5천만 파운드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크리스 개인과의 협상 내용만 다뤘다.
하지만 이날 나는 일부러 나를 몰래 쫓아오는 기자를 따돌리지 않았고, 그 기자에게 찍힌 사진과 함께 SNS상에 짤막한 기사가 어제저녁에 올라왔다. 내가 레알 마드리드의 수뇌진들과 만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그 덕에 오늘 아침 공항에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몰려오게 된 것이었다.
다 계획대로였다.
“적당히 좀···.”
나는 피곤에 찌든, 평소답지 않은 날카로운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다.
“미스터 태! 부탁해요.”
“어제 기사도 나왔습니다.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만났다고.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하신 건가요.”
기자들은 늘 하던 대로 질문을 받는 사람의 입장보다는 자기들의 질문만 하는 데 열중했다. 기자들이 유명인들에게서 답을 얻어내는 방법 중 하나였다. 유명인들도 사람인 만큼 짜증이 치솟아 오르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이들이 바라는 대로 짜증이 난 일반적인 셀럽의 모습을 연기했다.
“자꾸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시끄러워요! 크리스가 꼭 거기로 가야 하나요?”
반응이 왔다고 생각했는지 기자들이 질문을 더 치고 들어왔다.
“그럼 다른 팀이라도?”
이때는 아차, 하면서 실수했다는 표정을 보여줘야지.
내 얼굴을 보던 기자들이 눈을 희번득하게 뜨는 게 보였다. 낚았다, 이 생각이겠지. 하지만 낚이고, 이용당하는 건 너희들이다.
나는 입술을 살짝 씹은 후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좋은 대우를 해 주고, 좋은 팬들이 있고, 제 선수가 활약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상관없죠.”
내가 선택한 건 경쟁에 불을 붙이는 거였다.
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이자 스타성 충만한 선수가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는 소재는 최고 구단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이어지는 질문들이 많았지만, 나는 기다리던 한 질문에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이적료는 얼마나?”
“리버풀은 크리스를 팔 생각이 없으니, 바이아웃을 내야겠지요. 그럼 이만하겠습니다.”
나는 끝까지 실수했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걸 잊지 않았다.
봉 잡았다는 기자들의 얼굴을 지나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통로로 이동했다.
그리고 기자들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나는 한쪽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나는 차로 향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
“엘리자베스. 좋은 아침이에요.”
-현석!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인터뷰 한지 불과 몇 분도 되지 않았는데, 엘리자베스는 내 공항 인터뷰를 들은 모양이었다. 실수한 거 아니냐고 먼저 걱정부터 해 주는 모습에 말없이 웃기만 하던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입을 열었다.
“엘리자베스, 지금 기사 하나 내줄 수 있어요? T에이전시의 한 직원에게 들었는데, 크리스가 이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라는 내용으로요.”
-···뭐요?
세바스티앙 때부터 계속된 인연으로 스카이스포츠의 엘리자베스 러셀은 브라이튼과 T에이전시 관련 소스라면 공신력 최고를 달리는 기자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접촉해 왔다는 말도 더해주시고요.”
-아, 아니. 그러면 나는 좋은데 태랑 크리스가··· 아, 설마···.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엘리자베스는 드디어 내 의도를 깨달은 것 같았다.
-진짜 이적하는구나? 대체 어느 팀을 노리길래 이래요? 아, 바르셀로나 얘기를 꺼내 달라는 거 보니까···.
“레알 마드리드죠.”
-역시나네요. 다른 기자들한테는 아닌 척했으면서.
“엘리자베스는 믿을 수 있으니까요. 나도 비밀 털어놓을 친구 정도는 있어야죠.”
-참나, 능구렁이 다 됐다니까. 첫 만남 때의 순진했던 현석은 어디 가고, 구단들한테 장난치는 음흉한 에이전트만 남았네요.
“그래서 안 해 줄 거예요?”
-당연히 해 줘야죠. 사실이라는데.
*
“미스터 로지. 명심하세요. 조항 어겼을 때, 손해배상 장난 아니게 먹일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태. 주는 돈이 얼마인데. 이걸로 몇 년은 놀고먹어도 되겠는데요. 저 욕심 그렇게 안 많습니다.”
“비밀유지비니까요.”
몇 번에 걸친 내 말에 나와 비슷한 또래의 스페인어 회화 강사, 로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적만 준비해선 안 된다. 크리스가 스페인에 원활하게 적응 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한 언어 쪽 강사를 구했다. 영국에서 손꼽히는 명강사다.
“알았다니까요. 내가 크리스 앨런과 릴리 앨런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비밀로. 기한은 올해 여름이적시장 종료일까지.”
“정확해요.”
“아무튼 말이에요. 정말 크리스가 떠나는 거 맞아요? 레알 마드리드에요 바르셀로나에요··· 아니면 세바스티앙이 있는 AT마드리드? 저한테 슬쩍 알려주면 안 돼요?”
“아직 확정된 건 없어요. 그저 대비하는 거죠.”
“그렇군요··· 아무튼, 크리스만 떠나면 우리 팀이 우승할 확률도 조금 늘어나겠네요.”
로지는 희망에 찬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눈이 반짝이는 게 정말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이 가정교사는 맨체스터 시티의 팬.
같은 1위 경쟁자이면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큼 치열한 라이벌이 아닌 팀의 팬으로 골랐다.
이 팬심이라는 게 정말 무서워서, 괜히 리버풀 팬으로 골랐다가 뒷감당 안 하고 폭로할 것 같아서 심사숙고해 결정했다.
예전이었다면 내가 직접 가르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른 선수들 일정 때문에 크리스에게만 시간을 쏟을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
화상으로 이 분과 주 5회 이상 수업하고,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직접 회화연습을 시켜줄 생각이었다.
“믿고 맡겨 주세요. 확실하게 가르칠 테니까.”
“실력 있는 분이라고 들었으니까 믿겠습니다.”
“네, 걱정 마십시오. 미스터 태.”
조금 푼수 끼가 있는 사람이라 불안한 감이 있긴 한데, 헬퍼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하니까 괜찮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로지와 악수했다.
“그 선생님 조금 이상한 거 같아요.”
“이상하다니?”
크리스와 스페인어 회화를 연습하던 중이었다. 크리스의 말에 나는 조금 긴장하며 되물었다.
“자꾸 맨시티랑 할 때 왜 그랬냐고··· 혹시, 그분 맨시티 팬이에요?”
크리스는 지난주 맨시티전에 홀로 두 골을 넣어 리버풀의 승리를 이끌었다.
나는 속으로 헛웃음치고 크리스에게 말했다.
“응. 맞아.”
“역시나··· 왠지 자꾸 첸 사인 받아달라고 그러고···.”
“나중에 내가 챙겨드린다고 그래.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
잠깐의 잡담이 끝나고, 나는 미숙한 스페인어를 하는 크리스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끝, 끝! 아으, 진짜 어렵네요.”
“그래도 진짜 많이 늘었는데?”
“그런가요?”
크리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경기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해 보자고.”
“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싶다면, 나도 열심히 하겠지만 너도 계속 훌륭한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나는 그날 크리스에게 그렇게 말했고, 거대한 슬럼프를 넘어선 크리스는 기복 하나 없이 매일같이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부상도 조심해야 하고.”
“당연하죠. 늘 스트레칭 열심히 하고 있어요.”
“좋아. 좋아. 그리고 말야. 크리스, 물어볼 게 있었는데···.”
“뭔데요?”
“만약 레알 마드리드에서 3억 파운드를 내는 걸 꺼린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음···.”
나는 크리스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일 있을 레알 마드리드의 이적 실세와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서.
*
여전히 외부적으로는 레알 마드리드의 재무담당자 딱지를 달고, 이번 시즌에도 실제로 이적을 진행하고 있는 이반 로마니와의 만남이었다.
그는 지겨울 정도로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3억 파운드는 너무 많아요.”
“···.”
“태, 우리 스탠스는 똑같아요. 2억 5천만 파운드 이상으로는 내놓기가 힘들어요.”
“···.”
“까놓고 얘기해보죠. 2억 5천만 파운드라고 해도 축구사 역대 최고 이적료에요. 이게 얼만 줄 알아요?”
나는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잘 알죠. 빅클럽들의 몇 시즌 이적료죠. 그것도 최상위권 클럽들의.”
“잘 아시네요.”
“그런데 이반은 이걸 아나요. 이적시장에서의 갑은 ‘실력 좋고 스타성 넘치는 선수’라는 거요. 크리스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나는 어제 크리스와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3억 파운드를 내는 걸 꺼려서, 리버풀 보드진과 신경전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었어요.”
보드진과 신경전에는 대표적으로 이적요청서 제출을 공론화해 여론을 끌어들이던가, 훈련을 불참하는 등의 방법이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구단에서 ‘쟤는 안 팔면 안 되겠다.’ 싶은 선수가 되면 된다.
“그래서요? 앨런이 뭐라고 대답했죠?”
“깔끔한 이적이 될 게 아니면, 계약 기간 다 채우고 자유 계약으로 나가는 게 편하다. 라고 했어요. 크리스는 리버풀에도 큰 애정을 품고 있으니까요.”
이반이 눈썹을 찡그렸다.
“이적에 관심이 있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꼭 그게 레알 마드리드만을 가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크리스는 지금 새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반드시 레알 마드리드만 고집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 말에 이반의 표정이 나빠졌다.
“레알 마드리드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 크리스의 어린 시절 꿈이 레알 마드리드여서, 그래서 이 팀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니라 이거죠. 알아들으시겠어요?”
“예, 아주 잘.”
이것저것 생각하는지 얼굴에 걱정이 순간 드러났다.
“그리고 제가 굳이 리버풀을 설득하지 않고, 3억 파운드를 내 달라고 고집하는 이유는··· 크리스가 그 정도 가치는 된다고 생각하는 게 첫 번째고, 무엇보다···.”
얼마 전 스물셋이 됐는데, 벌써 완성된 호날두와 비슷한 상업적 위상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월드컵에서 부진하지만 않는다면, 크리스는 유력한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 후보도 될 것이었다.
“당신들은, 그 돈을 지급할 여유가 있으니까요.”
이반은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당황한 기색이 여력 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미스터 태? 저희 재정은···.”
그의 목소리는 다급함이 느껴졌으며 딱딱하기도 했다. 나는 양손을 깍지껴 모으며 양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단호하게 말했다.
“알아보는 방법이 있어요. 거짓말은 안 돼요. 이반. 당신이 뭐라고 말하든 나는 방금 한 말을 확신하고 있고, 계속 이 스탠스를 유지할 거예요. 3억 파운드를 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크리스를 살 수 없다고.”
레알 마드리드는 몇 년 전부터 크리스에게 적극 오퍼 했고, 최근 정식 협상에 들어와서도 그 태도를 유지했다. 협상이 계속 평행선을 달림에도 내 만남 요청에 늘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먼저 연락해올 때도 많았다.
“당신들이 크리스를 원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적어도 2억 5천만 파운드 이상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으니 그렇게 나오는 거겠죠.”
이반은 입을 다물었고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호날두를 이을 축구계의 아이콘을 구입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가레스 베일의 기량이 떨어지고 있죠. 둘 중 누가 먼저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크리스는 두 쪽 다 메꿀 수 있는 유능한 선수예요.”
이반은 흠···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겨 들었다.
“크리스는 이적료도 순식간에 메꿔줄 거예요. 레알 마드리드라는 상징적인 팀에 위대한 선수가 이적했을 때의 파급력, 그건 당신들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이반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내가 계속 3억 파운드를 고집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추적해 레알 마드리드가 그만한 돈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으니, 이들은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500억 원 정도가 움직이는 일이었다. 절대로 쉽게 풀리지는 않겠고, 회의도 수도 없이 하겠지.
나는 이들을 흔들만한 무기를 하나 더 선보이며 이번 자리를 마무리 짓기로 마음먹었다.
“참고로 PSG와 맨시티가 이미 바이아웃을 지급하고, 협상 테이블로 절 불렀어요. 너무 늦으면 위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이었다.
“마르티네즈 단장과 만나려면 지금 나가봐야겠네요. 안 자고 기다리시겠다고 해서요.”
마르티네즈 단장은 레알 마드리드의 최악의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단장.
실제로도 3억 파운드를 지급할 용의가 있다며 나를 초대했다. 그와의 만남은 사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었지만.
라이벌 팀에게 원하던 선수를 빼앗긴다는 건 서포터들에게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이다.
이반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확인한 후에 나는 경쾌한 걸음으로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려고 하던 참이었다.
“잠깐만요.”
이반이 나를 잡았다. 나는 선 채로 이반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요.”
“크리스의 활약은 나무랄 데 없죠. 최고고, 꾸준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이반이 계속 말했다.
“상품 가치가 최고라는 것도 인정해요. 우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데리고 있으면서, 스타 선수가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 해낼 수 있는지도 아주 잘 압니다.”
이반이 또 입을 열었다.
“하지만, 3억 파운드는 너무 큰돈이에요. 긴 회의가 필요하고, 조율돼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PSG나 맨시티가 당장 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새 도전이라는 게 같은 리그나 하위 리그로 간다는 건 아니잖습니까?”
속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도 그 정도의 돈을 융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예, 말씀하세요.”
“크리스의 월드컵 활약을 보면 더 확실하게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까지는 개인 협상을 진행하는 거로··· 어떻습니까?”
레알 마드리드에는 유명한 이적 정책이 하나 있었다.
월드컵에서 대활약한 선수를 반드시 데려온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대활약한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거나.
크리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요. 어차피 크리스는 월드컵 후에 이적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
남은 반 시즌 동안 다른 팀의 제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크리스는 바르셀로나의 제안에도 실제로 흥미가 생긴 모양이어서 이쪽과도 개인 협상을 꽤 진행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PSG와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고, 크리스의 가족인 이자벨, 릴리, 에린에게 비밀리에 선물 공세를 하려고도 했다.
구단이 선수를 꼬드기기 위해 가족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건 아주 기본적인 일이었기에 그녀들에게 미리 일러둬서 아무것도 받지 않게 했다. 이 이적을 싫어하는 리버풀에게 꼬투리라도 잡히면 골치 아프고.
슬럼프를 날려버린 크리스에게는 끝까지 거칠 것이 없었다.
크리스는 리버풀의 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이자,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이 상들은 내 진열장에 잘 보관되어 있다.
득점왕은 작년에 이어 또 니콜라스에게 빼앗겼다. 크리스는 옆에서 득점왕을 들고 있는 니콜라스를 보며 심란해 했다.
그리고 크리스는 이어지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고 팀을 승리로 이끌어 자신이 진짜로 위대한 선수가 되었다는 걸 유럽 무대 전체에도 보여줬다.
FA컵을 조기 탈락하는 바람에 더블로 끝났지만, 리버풀에서의 가장 완벽한 시즌이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MOM 인터뷰에서 크리스는 이적설에 불까지 붙였다.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다음 시즌에 제가 어디서 뛸지는 신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은 월드컵에만 집중하겠습니다.’
PSG, 맨시티 같은 부자구단과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라는 스페인의 두 구단까지.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크리스를 대신해 그들을 만나는 동안, 월드컵이 개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