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62
첸웬은 웃고 있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상상 이상으로 환상적이었다.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수억, 수십억의 중국인들이 자신을 응원해준다는 건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첸웬은 볼을 굴리며 걷다가 왼발로 공을 잡았다가 오른발로 보내고, 다시 오른발로 공을 튕겨내는 몹시 복잡한 과정을 단 한 번에 해내며 한국의 수비수 하나를 제쳐냈다.
거친 숨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뒤처진 한국의 수비수가 급히 자신을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그래 이래야지. 이렇게 치열해야 재미있지.
월드컵에서 뛰는 모든 선수는 영혼을 바쳐 뛰었다. 분명 클럽 경기보다 수준이 떨어졌지만, 선수들의 투혼으로 이뤄진 무대라는 건 첸웬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재밌다. 진짜 재밌다.
첸웬은 일부러 속도를 죽이며 자신을 막기 위해 다가오는 한국의 다른 수비수와 뒤에서 쫓아오는 수비수가 같은 간격으로 자신을 압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둘 모두가 두 걸음 정도의 간격으로 가까이 왔을 때, 첸웬은 마크 없이 자신을 보고 있는 동료에게 패스했다.
“하···.”
“시바···.”
시바가 뭘까. 욕이겠지? 첸웬은 그들을 완벽하게 속였다는 기분에 씩 웃어 보였다.
놀림당했다는 걸 깨달은 한국의 두 수비수는 첸웬을 노려보고는 공을 잡은 중국 선수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움직였다. 그때 그 중국 선수는 첸웬의 입 모양을 보고는 다시 첸웬에게 공을 돌려주었다.
“이게!”
소리를 질러봤지만 늦었다. 이미 압박이 헐거워진 후였다.
첸웬은 동료의 패스를 길게 차 놓고는 마치 세바스티앙처럼 수비수의 손을 피해 사이드라인을 타고 달렸다.
‘기왕이면 골을 넣고 싶은데.’
네 번의 특별한 세레머니는 중독적이었다. 본래 목적을 잊을 정도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을 정도로. 오늘은 그 세레머니의 당사자인 태현석도 VIP석에서 보고 있을 터였다.
‘혹시 축구 배워본 적 있어요?’
‘궁금한 게 있는데, 너 혹시 축구 해 볼 생각 없니?’
‘응, 너 정말 재능있어 보이거든. 그래서 프로 선수가 돼 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려고 불렀어. 테스트해 볼 것도 있고.’
아마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 자신은 경기장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TV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평범한 팬에 지나지 않았을 거다.
주변 사람들과 똑같이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직하고. 그런 삶을 살았을 거다.
‘중국 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거야. 아니, 중국이 뭐냐. 세계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어. 지금 축구를 안 하고 있다는 게 미칠 정도로 아깝다니까?’
자신의 가능성을 봐 주었고, 자신감을 주고, 기회를 만들어줬다.
걱정이 많던 부모님을 설득해 줬고, 복잡해 보이는 서류들을 잔뜩 처리해 맨시티에서도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무려 주석님까지 직접 만나서 관광객이 우리 가족을 괴롭히지 않도록 도와줬다.
첸웬은 흘긋 고개를 돌려 VIP석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흥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태현석과 눈이 마주쳤다. 한국 팀에게는 살살 하라고 해 놓고, 이렇게 멋진 장면을 보여줄 때마다 저런 표정이다. 정말 축구 자체를 좋아하는 아저씨라니까.
세바의 세레머니를 보고 곤란해하는 사진이 찍혔던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런 게 더 재미있는 거 아니겠는가.
첸웬의 장난기 본능은 축구장에서도 여전했다. 첸웬은 골을 넣기로 마음먹었다.
크로스를 올릴지,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갈지. 두 개의 선택지에서 첸웬이 택한 건 자신을 막고 있는 풀백을 마르세유 턴으로 제치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거였다.
경기장 밖에서도 들려오는 중국인들의 함성을 뒤에 업은 첸웬은 박스 안에서 플립플랩으로 한 명을 더 제쳐내고 나중에 사과해야지 생각하며 신형욱에게 중거리 슛을 쏠 때처럼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뻐엉 소리와 함께 신형욱이 급히 손을 뻗었으나 공은 손에 맞고도 궤도가 거의 틀어지지 않았고, 이내 골망을 갈랐다.
첸웬은 VIP석을 바라보았다.
태현석은 방방 뛰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저렇게 우울하게 앉아있는데··· 저 아저씨도 문제라니까.
여기서 T세레머니까지 하면 정신이 돌아오겠지?
첸웬은 손을 들어 올리다가, 그냥 내렸다.
한번 봐 줬다.
첸웬은 씩 웃으며 VIP석에서 시선을 돌리고는 T세레머니가 아닌 유튜브에서 유행하고 있는 춤을 추며 선제골의 여운을 즐겼다.
대한민국의 스트라이커이자 T에이전시의 일곱 번째 선수, 석대호는 춤을 추는 첸웬을 보고 있었다.
사석에서 만날 때는 평범한 10대 소년인 첸웬은 경기장에만 들어오면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방금 보여준 플레이는 얼굴 가려놓고 메시가 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천재적이고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중국과의 경기 전, 영상분석 시간에 첸웬에 대한 전 세계의 평가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첸웬은 제2의 메시라고 불리지 않았다. 빠른 득점 페이스로 확실하게 다른 별명이 붙었다.
‘펠레의 재림.’
방금 골로 펠레의 열일곱 살 기록이었던 여섯 골에 한 골 차로 다가선 첸웬이었다.
예전이었다면 별세계의 사람으로 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첸웬은 도달할 수 없는 천재가 아니었다. 저 꼬마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었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석대호 선수. 며칠 전에 한 번 봤었죠?’
‘식사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내가 뭘 도와주길 원하세요?’
‘목표가 뭔데요?’
빅리그에서 뛰고 싶었다.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들과 함께 뛰고 싶었다.
‘내가 보내줄게요. 이 년 내로. 그러니까 제 에이전시에 들어오세요.’
하지만 그때의 자신은 팀을 잃고 의욕도 잃은 상태였다.
‘이 년 후면 우리나라를 대표할 선수가 그래도 되겠어요?’
그의 말대로 되었다.
‘석대호 씨, 그동안 엄청 열심히 하셨잖아요.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돼요. 얼마 안 남았어요.’
이것 또한 그의 말대로 되었다.
단 한 시즌 만에 자신은 브라이튼이라는 신흥 강호로 이적했고,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뛸 수 있었다.
리그에서 만난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과 뛰는 건 무척 힘들면서도, 행복한 일이었다.
자신은 태현석을 만난 이후 차근차근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덕분에, 수많은 경험이 자신에게 녹아 있었다.
석대호는 입술을 짓씹고 있는 수비수들을 불렀다.
“얘들아, 첸웬 쟤 어린 애야.”
“그래도 저거 완전···.”
“같은 사람이라고, 경험도 부족하니까, 마크 하나 붙이면 충분할 거야. 감독님도 경기 중에 좋은 생각이 있다면 알아서 해 보라고 하셨잖아. 흥진이한테는 내가 말할 테니까, 영일이 네가 붙어라.”
맨체스터 더비 당시 무리뉴는 첸웬에게 데이비드를 전담 마크시켰고, 첸웬은 정말 완벽하게 지워져 평점 0점을 받은 적도 있었다.
데이비드가 최고 수준의 수비수였기에 가능한 플레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선수들도 어느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석대호는 그렇게 믿었다.
첸웬의 약점은 어린 멘탈, 거친 플레이에 약했고 공이 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괴로워하며 스스로 페이스를 잃곤 했다.
석대호는 첸웬의 약점을 전담 마크할 선수에게 전하고, 주장 손흥진에게 가서 방금 했던 말을 반복했다. 손흥진은 알겠다고 하면서 아직 한 골밖에 안 먹었다고, 우리가 꼭 골을 넣어야 한다며 잘 해보자고 어깨를 두들겨줬다.
석대호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석대호가 다음 목표로 정한 건, 대한민국의 새로운 플레이메이커 이강진이었다. 이강진은 눈에 불이 나서 첸웬을 노려보고 있었다. 언론에서 자주 라이벌로 비교하는 만큼 승부욕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강진아, 중국 수비들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에 비하면 종잇장이니까, 빈공간 생기고 경합할 각이 나오면 무조건 찔러줘. 내가 어떻게든 키핑해낼 테니까.”
석대호는 공격 활로 또한 짜내고 있었다.
이강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의 특징이었다.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혼자 해결하려는 기질을 보인다.
석대호는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네가 우리나라에서 최고인 건 알지만, 나는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시즌 연속으로 열 골 이상 넣은 스트라이커야. 라리가에도 나 정도 되는 선수는 몇 없잖아? 믿어봐. 첸웬은 자길 받쳐줄 동료가 없고, 넌 있어. 축구는 팀 게임이잖아?”
이강진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형.”
이강진은 침착함을 찾은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손흥진과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석대호는 센터서클로 가서 주심에게 공을 받아들고 있었다.
태현석과 자신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2002년 월드컵의 기적을 보고 축구에 빠져들었다는 것.
8강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석대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공을 놓고, 심판의 휘슬에 맞춰 손흥진에게 공을 찼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중국의 수비진들을 향해 그의 이름, 거대한 호랑이처럼 돌진하기 시작했다.
*
카메라 셔터 소리와 번쩍이는 플래시가 멈추지 않았다.
중앙에서 사진을 찍히고 있는 건 바로 첸웬이었다.
첸웬은 눈이 시뻘게져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훌쩍이며 인터뷰중이었다.
3-2로 한국이 이겼다.
중국은 원맨팀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
전체적인 기량이 우위인 한국인 첸웬에게 개인 마크를 붙인 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하자 팀의 수준차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게 곧 결과로 이어졌다.
빌드업을 거친 공은 플레이메이커 이강진에게 계속 전달됐고, 이강진은 기회가 될 때마다 중앙에 홀로 있는 석대호에게 빠른 패스를 보냈다.
석대호는 왼발로 한 골, 오른발로 한 골을 넣었고, 패스를 받은 후 수비수 둘을 등지다가 손흥진에게 내주는 어시스트까지 추가해 팀의 수훈갑이 되었다.
급해진 첸웬이 경기 종료 직전 중거리 슛으로 만회했으나, 축구는 팀 게임, 시간이 없었다.
열일곱 살의 나이로 월드컵에서 여섯 골. 펠레와 동률의 기록을 만들었으나 월드컵 우승은 하지 못했다.
가린샤라는 또 다른 천재와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함께했던 펠레와는 다르게 첸웬은 중국이라는 약팀에서 만든 기록이었다. 첸웬은 이번 월드컵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전문가들도 틀림없이 그렇게 평가할 것이고, 또 수많은 팀이 달려들 게 훤히 보였다.
하지만 첸웬에게는 당장 경기에서 진 게, 작년에 졌던 팀에게 또 졌다는 사실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흑, 흐윽···. 진, 진짜로··· 복수할 거예요··· 한국한테는 다신 안 져요···.”
중국 기자들은 조별예선 통과, 16강 진출이라는 기적 같은 업적을 이뤄낸 첸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그저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격려하고, 박수치느라 바빴다.
오늘은 넘겼지만 앞으로가 어떨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이따가 수고했다고 꼭 말해줘야겠다.
*
“대진표가 왜 이럴까요···.”
“왜요. 재밌잖아요. 태도 한 번에 두 팀 다 볼 수 있고. 얼마나 편해요?”
“맞아요.”
왼쪽에서는 리찌가 놀리는 투로 말했고, 오른쪽에서는 로이가 리찌의 말에 수긍하고 있었다. 두 프리미어리그 감독님은 동남아로 휴가를 와서 나와 밥을 먹고 함께 경기를 보러 왔다.
오늘은 VIP석에서 탈출했다. 또 무슨 수모를 당할지 걱정돼서.
터널에서는 손흥진과 나란히 데이비드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데이비드의 팔에는 주장 완장이 감겨 있었다. 손흥진의 뒤로는 석대호와 신형욱이 보였고, 데이비드의 뒤로는 조던과 레온, 니콜라스가 보였다.
한국의 8강전 상대는 하필이면 유로 우승팀인 잉글랜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