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63
나를 계속 놀려 대려던 리찌는 내가 재미없는 반응만 보여주자 흥미를 잃고 경기장을 보고 있었다.
“정말 많이 컸네요. 둘 다.”
리찌는 감상에 빠져 있었다.
리찌는 두 선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데이비드 워커와 니콜라스 마카키스. 두 선수는 리찌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저 감자 머리가 국가대표의 노란 완장까지 팔에 달 줄은 몰랐는데···.”
데이비드는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 날부터 정식 주장으로 선임됐다. 잉글랜드의 팬들, 선수단, 스탭진들은 감독의 이 결정을 지지하며 데이비드가 주장 완장을 달 자격이 있다는 걸 뒷받침해줬다.
나도 데이비드를 보며 입을 열었다.
“밀월로 막 데려왔을 때랑 많이 달라졌나요?”
“그렇죠. 그냥 적당한 선수로 살다가 은퇴나 하겠거니 생각했었고··· 무엇보다 지금보다 피부가 탱탱했죠. 저거 봐요. 이마에 주름 선 생긴 거. 데이비드도 나이 들었어요.”
나는 실소를 흘렸고, 리찌는 그때를 떠올리는 건지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뉴캐슬로 데려올 때까지만 해도 스쿼드 플레이어로 쓸 생각이었는데··· 정말 말도 안 돼요. 데이비드는 한계가 명확한 선수였는데. 3년 동안 발전도 없었고.”
나는 말없이 웃었다. 반대편에 있던 로이가 말한다.
“태의 개인코칭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인 선수라고 들었는데···.”
“맞아요. 데이비드의 코칭은 태가 거의 다 했죠. 근데 그때 태도 확신 못 했었어요.”
리찌가 로이의 말을 받았고, 로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확신을 못 했다고요?”
“태가 데이비드에게 꽂힌 날, 저한테 이렇게 물었었어요. 로이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리츠 아두리츠, 루카 토니, 제이미 바디 같은 뒤늦게 포텐이 터진 선수들은 원래부터 재능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재능 자체가 성장한 걸까요?’”
“으음··· 너무 어려운데요.”
리찌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재능의 한계가 정해져 있을 거라고 답했고, 적절한 훈련은 재능을 효율적으로 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답했어요. 그런데 태는 말이죠.”
‘그 선수에게 맞는 최고의 훈련과 완벽한 케미를 갖춘 팀, 그리고 선수의 노력과 굳건한 의지가 더해지고 마지막으로 완벽한 무대까지 마련된다면, 잠깐이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건 어려울까요?’
리찌는 단어 하나 잊지 않고 내 말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저 말은 내 기억에도 생생했다. 재능과 양립하지 않는 데이비드의 간절한 목표를 보고 진지하게 고민해서 나온 질문이었고,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던 명제였으니까.
“그때가 시작이었군요.”
이번에는 내가 답했다.
“맞아요. 바로 다음 날 데이비드한테 다짜고짜 찾아가서 이 명제를 증명할 수 있게 협력해보자고 했어요. 이 명제는 데이비드 같은 선수밖에 증명해줄 수밖에 없었으니까.”
나는 그날 데이비드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봤다.
「이 화두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재능 같은 건 없다고, 노력으로 뚫을 수 있다고 믿는 멍청이가 도와줘야 하거든요.」
데이비드는 파트너로서 멋지게 이 명제를 증명해줬다. 그 결과로 지금 리찌의 끊임없는 자랑의 소재가 되었고, 잉글랜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선수가 된 거였다.
리찌는 끊임없이 데이비드가 어땠냐느니 내가 어떻게 훈련을 시켰느니 하며 로이에게 자랑을 퍼부었고, 이게 로이의 승부욕을 자극한 모양인지 로이의 입에서 한 선수의 이름을 꺼내게 만들었다.
“미스터 석도 처음에 비하면 엄청나게 완숙해졌어요. 태, 석도 한국에서 인기 많지 않나요?”
“그렇죠. 다 로이 덕이죠.”
석대호는 로이의 브라이튼으로 이적해 더 많은 전술을 배우고, 더 많고 수준 높은 선수들과 부대끼며 완숙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저돌적이고 과감한 스트라이커. 석대호는 이번 월드컵에서만 네 골을 넣으며 한국의 월드컵 득점 신기록을 갱신한 상태였다.
아마 십 년 쯤 뒤에는 ‘석대호 만한 공격수 없나···.’ 라며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석대호는 그만큼 좋은 선수가 되었다.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는 닉이 가장 활약할 겁니다. 한국 수비수 정도라면 닉이 두 골 정도는 쉽게 넣겠죠.”
두 명대 한 명. 리찌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리찌는 또 야성적인 공격수였던 니콜라스를 어떻게 자기 전술에 길들이고, 지금의 클래스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마치 꼬마가 비싼 장난감을 들어 보이며 너는 이런 거 없지? 라고 자랑하는 것 같았다.
시무룩해진 꼬마, 로이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투덜거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차별당하는 것 같네요, 태. 나도 월드클래스 좋아한단 말입니다. 첸웬만 저한테 데려다 줬어도···.”
“하하.”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경기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로이의 시선을 피하려고 한 거였는데, 마침 경기장에 서서 살짝 위를 바라보고 있던 니콜라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닉이 고개를 더 들어 VIP석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내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왜 VIP석이 아닌 그런 곳에 있느냐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닉은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다가 국가가 끝나자 고개를 휙 돌렸다.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됐다.
한국은 강팀들을 상대할 때처럼 두 줄 수비를 내세워 완전히 웅크렸다.
그렇기에 잉글랜드의 후방에서 묵묵히 공을 연결해주는 레온과 최전방과 최후방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조던이 필연적으로 공을 많이 만지게 되었다.
경기 양상을 지켜보던 로이가 물었다.
“레온과 조던은 태가 일하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만난 선수들 아녜요?”
“맞아요. 크리스, 세바, 베니시오랑 함께 첫해에 전 에이전시 소속으로 만난 선수들이죠.”
에이전시의 두 문제아 조던 킹과 레온 캐머런.
조던은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부상을 입고 마음이 꺾여 있었고, 레온은 스토크에 남고 싶으면서 아버지랑 비교당하기 싫어서 자꾸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싶다고 땡깡을 부리고 있었다.
그게 대체 몇 년이나 지난 걸까. 나는 입가에 미소가 생긴 걸 느끼며 말했다.
“둘 다 복잡하게 꼬여있던 선수였는데.”
조던의 치료를 위해 학회까지 찾아가 치료제를 개발한 의사를 찾아냈고, 기껏 회복할 수 있다고 했더니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나와 심슨의 속을 뒤집어놨었다.
조던이 은퇴하려는 이유는 재활에 대한 두려움, 팀에 돌아가도 자신의 자리가 없을 것 같은 걱정 때문.
나는 그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재활에 성공한 선수들의 사례들을 내밀며 펩에게 직접 격려해달라고 부탁했고, 원 소속 팀이었던 에버튼 골수팬들의 격려가 들어간 영상까지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나를 고생시킨 선수가 지금은 잉글랜드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되게 보람 있네요. 흐뭇하고.”
내 중얼거림에 리찌와 로이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레온은 다른 문제로 엮여 있었다.
축구계의 전설, 아버지 데니스 캐머런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적을 원했던 레온은 데니스와 함께 친선경기에 출전시켜서 직접 데니스에게서 ‘너는 나와 다른 선수다.’라는 말을 해 주게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었다.
레온은 아버지를 선수로서도 동경하고, 아버지로서도 동경했었다.
레온이 지금 입은 국가대표 유니폼의 등번호 6번은 아버지 데니스 캐머런이 달았던 번호였다.
“태, 이제 기분 좋아 보이네요. 경기 전에는 죽으려고 하더니.”
“두 분 덕에 선수들이랑 만났을 때가 떠올랐거든요.”
양쪽에 내 선수들이 다 있다는 건 축복이지.
그래, 한국도 이제 8강까지 올라왔고, 혹여나 니콜라스가 골을 넣어서 패하더라도 그렇게 까이지는 않을 거다.
그렇겠지?
나는 그렇게 합리화를 마치고 코너킥 찬스에서 한창 얘기 중인 니콜라스와 레온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둘의 표정이 참 진지해 보였다.
*
“아직도 고민해? 그냥 하라니까? 내가 너였으며 했다.”
“그렇게 창피한 짓을 어떻게 해···.”
“다른 애들도 다 했는데? 크리스도 했는데?”
“···.”
니콜라스가 표정을 굳히자 레온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너도 봤잖아. 너 골 넣고 그거 안 하니까 태가 묘하게 실망하는 거.”
“정말 실망한 건가···?”
“당연하지. 다른 선수들 세레머니 할 때 영상이나 신문에 찍힌 거 못 봤어? 좀 삐에로 같긴 해도 분명 웃고 있었잖아. 너 골 넣었을 때는 복잡한 얼굴이었고.”
“그런가?”
실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니콜라스가 진지한 생각에 빠지자, 레온은 니콜라스가 안 보는 틈에 음흉하게 웃었다. 마침 그 웃음을 본 태현석이 불길함에 몸을 떨었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일이었다.
‘그렇게 부끄러운 걸 어떻게 해?’
니콜라스는 레온에게 들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가 태한테 받은 게 얼마나 많은지 알지?’
세레머니를 제안했던 세바스티앙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태현석은 자신에게 평생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것을 해 주었다.
‘뭘 봐?’
후유증에 고통스러워하던 중,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크리스 녀석이 뜬금없이 시비를 걸 때 대신 사과하겠다고 하다가, 느닷없이 자신의 거시기를 찍어버리긴 했지만···.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마약을 손대지 않은지 이 년 쨉니다. 저는 필드 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
전직 마약중독자, 잘 나가고 있는 에이전트라면 학을 뗄 조건을 가진 자신에게 태현석은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당신이 어떤 오해를 받든 당신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당신의 편이 돼 줄 생각이에요.’
태현석은 끝까지 이 말을 지켜주었다.
지금은 가족 같은 뉴캐슬의 팬들과 섞여들 수 있도록 자신을 옆에서 도와주고,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면서까지 지지해 줬으며.
잉글랜드 국가대표에 가고 싶다는 자신을 위해, 자신은 생각지도 못한 광고라는 매체로 자신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꿔버려 지금 입고 있는 붉은 유니폼을 입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수천만, 수억의 시선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꿔주었다.
이 정도나 해 줬는데,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니콜라스는 마음을 굳히며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국 수비수들 사이로 돌진했다. 공을 잡은 데이비드와는 이미 눈을 맞춘 후였다.
수비라인과 겹친 순간, 공이 데이비드의 발에서 떠났다. 공이 떠서 날아오는 순간 니콜라스는 긴 다리와 근육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보폭과 탄력으로 한국의 수비라인을 멀찍이 따돌렸다.
최근 스카이스포츠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의 선수들을 한마디로 정리한 월드컵 프리뷰가 있었다.
그들이 내린 자신에 대한 평가는 간단했다.
「진정한 무결점 스트라이커」
세부적인 설명에는 어떤 훌륭한 공격수라도 느리다든가 몸싸움이 약하다든가 키가 작다든가 발기술이 부족하다든가 머리를 잘 못 쓴다든가 부상을 잘 당한다든가 사생활이 별로라든가 등등의 약점이 존재하는데, 자신에게는 그런 게 없다는 평이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스트라이커라, 니콜라스는 이 평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니콜라스는 데이비드가 보낸 완벽한 롱패스를 부드러운 트래핑으로 받아내고, 자신을 급히 쫓아오는 한국 수비수들 사이에 보이는 조던에게 패스했다.
조던이 공을 받고 수비수 한 명을 제쳐내는 동안 니콜라스는 중앙으로 이동했다. 한국의 중앙수비수가 자기 지역을 지키며 니콜라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니콜라스는 그 수비수를 등지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왔고, 이어서 조던에게 패스를 받았다.
“이익!”
한국의 수비수가 공을 뺏기 위해 니콜라스를 밀쳐봤지만, 니콜라스는 꿈쩍하지 않았다.
니콜라스는 여유 있게 고개를 돌려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해리 케인과 라힘 스털링을 확인했다.
니콜라스는 공을 발바닥으로 굴린 후, 발 뒤꿈치를 이용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해리 케인에게 패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