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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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roject revival (2)
말릴 틈도 없없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디렉터들과 웃으며 얘기하는 걸 구경해야 했다.
디렉터들이 내 눈치를 보며 작게 속삭였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못 들었다.
잠시 후, 한여름이 돌아왔다.
“가면서 얘기해줄게.”
한여름은 사무실에 들어서며 디렉터들의 눈치를 슬쩍 본 후, 내게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 코치진과 아디다스에서 섭외한 코치진들이 휴가-프리시즌 기간 동안 팀 없는 선수들을 훈련시켜주는 프로젝트래. 기존 아마추어들을 모아서 팀을 만드는 프로젝트랑은 다르다고 그러는데 자세한 얘기는 해주지를 않네.”
아하.
“프로그램명은 ‘Project revival’내가 들은 건 이게 다야.”
“고마워.”
한여름이 능글맞게 웃는다.
“그럼 디저트나 쏴. 커피도 좋고.”
“얼마든지. 한 10분만 있다가 나가자.”
“오케이.”
한여름은 제자리로 돌아가 기지개를 켜더니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휴대폰으로 ‘Project revival’에 대해 검색했다. 아디다스를 붙여보거나 레알 마드리드를 붙여보는 등 여러 단어와 조합해봤지만,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 앱을 끄고 전화를 걸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한여름이 ‘지금 나가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날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나는 손을 저으며 다시 오겠다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엘리자베스, 잘 지냈어요?”
-당연히 잘 지내죠. 무슨 일이에요? 혹시 특종?
“하하. 궁금한 게 있어서요.”
-궁금한 거요?
엘리자베스가 호기심을 비쳤다. 혹여나 정보 유출이 될 수 있었기에, 나는 엘리자베스를 적당히만 떠보기로 했다.
“프리 시즌 기간에 선수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 같은 거 안 열리나요?”
-크리스 앨런 때문에요?
“네.”
엘리자베스가 지레짐작하는 바람에 얘기하기가 더 편해졌다.
-작은 방송국이나 구단 단위로 하는 건 몇 개 있네요. 알려 드릴까요? 아직 공고 안 뜬 것들인데.
“구단 단위요?”
-네, 바이에른 뮌헨이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추진하는 게 있어요.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다. 아디다스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그렇게 쉽게 알려줘도 되는 거예요?”
-우리 사이에 뭐 어때요? 현석이 어디 말할 사람도 아니고.
“우리 사이요?”
-후훗.
엘리자베스가 기묘한 웃음을 흘렸고, 나는 어색한 웃음을 되돌려주며 나중에 필요하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엘리자베스도 모르는구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오전에는 바빠서 못 했지만, 해리가 나간 덕에 여유가 좀 있었다.
크리스의 새 팀을 찾아주기 위해 에이전시 내의 정보란 정보는 다 모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시작해야겠다.
나는 자리에서 가방을 챙긴 뒤, 한여름에게 손짓했다.
디저트 사러 가자고.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에이전시를 돌며 직원 하나하나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첫날 사수가 알아서 소개해주고 그랬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내가 다른 데 있다 중간에 와서 그런 건지 원래 안 하는 건지.
아무튼, 달콤한 과자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었기에 대부분의 직원은 웃으며 내 인사를 받았다. 악수도 더해서.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저는 단 거 별로···.”
“그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영국은 차 마시는 문화가 발달했기에, 맛없는 음식과는 다르게 디저트는 맛있는 게 많았다. 종류도 엄청 많아 가방에 잔뜩 채워올 수 있었다.
달콤한 걸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담백한 스콘류도 준비했고, 그것까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과일 디저트까지 들이밀었다.
내 준비성에 과자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았던 빨간 머리의 운영팀 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웃음을 보였다.
“고마워요. 현썩? 이라고 하면 되나요? 미스 큐빗이 그렇게 부르던데.”
“아뇨. 현‘석’이요. 현석.”
멀리서 한여름이 큭큭대며 웃는 게 보인다. 나는 한여름을 살짝 째려봤다.
운영팀 직원과 악수를 나눈 후에, 심호흡을 크게 했다. 왜냐하면, 다음 사람이 꽤 많이 불편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미스터 태? 무슨 일이죠?”
“디저트 좀 드시겠어요?”
“···.”
내가 돌아다니든 말든 조용히 업무에 빠져있던 케이티 큐빗은 의외라는 눈으로 날 빤히 바라봤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웃었고.
케이티 큐빗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답했다.
“고마워요. 스콘 있나요?”
“네. 있죠.”
나는 스콘을 건네준 후, 다시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려요.”
에이전시에서 가장 궁금한 정보였다. 세바스티앙 사건 때, 내 요청을 망설임 없이 거절한 여자. 다른 사정이 있는 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접촉 한 번만 한다면 시간을 들여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케이티 큐빗은 다시 일에 집중하는 건지 아니면 날 무시하는 건지, 내가 내민 손을 보지 않았다. 나는 머쓱해져 손을 빼고,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저기 보이는 커머셜 팀의 디렉터들의 정보니까.
커머셜 팀 쪽으로 가면서 디저트 가게에서부터 특별히 준비해 온 스콘을 꺼내 들었다. 아까 차 마실 때 관찰했었는데, 두 분 다 홍차를 즐기시는 것 같았다. 두 잔씩 마셨으니까 틀림없이 그럴 거다.
예상대로 디렉터 두 분은 내 선물을 기뻐하며 받아들었다.
“잘 먹을게요.”
대표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두 분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먼저 악수를 건넸다. 나는 악수를 받으며 답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까 보니 홍차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특별히 준비해왔습니다.”
“그래요?”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앞으로 친해질 기회는 많다. 일단 헬퍼가 물어온 정보부터 확인해야 한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휴대폰을 켰다.
헬퍼에는 새로운 정보들이 잔뜩 추가돼 있었고, 나는 미리 확인해 둔 커머셜 디렉터의 이름을 찾아 터치했다.
“젠장.”
첫 번째 디렉터의 정보는 스콘 좋아함, 홍차 좋아함, 42세. 라는 어중간한 정보들뿐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두 번째 디렉터의 정보를 눌렀다.
[로버트 캐년]-EW에이전시의 커머셜 디렉터(Commercial director)
-아디다스의 커머셜 디렉터와 친분이 깊음
-Project revival에 적합한 선수가 없어 아쉬워하고 있음.
아디다스와 친분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소식이나 저분이 아쉬워하는 건 직접 들은 얘긴데. 후··· 이거 참···. 오늘의 헬퍼 가챠(Gacha: 무작위 뽑기 시스템, 랜덤박스 뽑기)는 실패다.
아무래도 며칠 말을 걸면서 친해진 후에, 더 자세한 걸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화면을 끄려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두 번 진동했다.
‘-Project revival에 적합한 선수가 없어 아쉬워하고 있음.’ 정보가 막 흔들리더니, 이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화면이 흐려졌다. 노이즈가 시각화된 것처럼 일그러진 뒤의 화면은 여러 인물의 이름을 순식간에 지나쳐간 후, [크리스 앨런]의 항목을 열었다.
그러자 다시 화면이 선명해지며 [크리스 앨런]의 정보들 몇 개가 두 개로 분리돼 하나는 그대로 남고 나머지 하나는 ‘-Project revival에 적합한 선수가 없어 아쉬워하고 있음.’에 합쳐졌다.
중앙에 머물러 있던 디렉터의 정보에는 어느새 내용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정보의 색이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메시지가 아래에 완전히 자리 잡자, 메시지의 가운데에 차근차근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Project revival은 크리스 앨런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뭐해?”
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뭐가 그렇게 반짝거려? 게임해?”
“아뇨, 아뇨. 동생이 장난 메시지를 보내서요.”
“아아.”
어느새 해리가 밥을 다 먹고 온 모양이었다. 해리는 자리에 앉더니 아까 하던 일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고, 나도 다시 일에 매진해야 했다.
처음 보는 황금빛 정보가 머리에 아른거렸긴 했지만.
*
나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황금빛 정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봤고, 결국 이 정보대로 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가장 필요한 건 이 Project revival의 정보였다. 나는 이 정보를 얻어줄 사람으로 해리를 택했다.
“해리,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부탁?”
집을 향해 운전 중인 해리는 시선을 앞에 둔 채 되물었다.
갓 에이전시의 직원이 된 나보다 접근에 용이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무엇보다, 최근 추가된 해리의 정보에는
-크리스 앨런이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하고 있다.
라는 항목이 있었다.
해리의 죄책감도 덜어주며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일거양득이다.
“네, 크리스 기억하시죠?”
“크리스 앨런?”
“네.”
나는 해리에게 크리스와 엮이게 된 사정을 적당히 버무려, 지금은 크리스의 후원자가 되어 줬다고 말했다.
“크리스를? 네가?”
해리는 운전 중인 것도 잊었는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해리 앞 봐요 앞. 우연히 엮이게 됐는데, 꽤 좋은 녀석인 것 같더라고요. 가능성도 많아 보이고요.”
“허···.”
해리는 말없이 운전하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녀석이었네.”
나는 괜히 민망해져 고개를 돌렸다.
다음 날 밤, 해리는 로버트 캐년에게 Project revival에 대한 정보를 얻어왔다.
나는 해리가 건네주는 미공개 프로젝트 계획서를 받으며 해리의 말을 경청했다.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야.”
“그러면요?”
“‘실력있는 스포츠 스타’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이런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들이 빅 팀 같은 곳 가는 경우는 드물잖아. 간다고 해도 홍보용으로 몇 경기 돌리고 마는 거고. 그마저도 2군으로.”
나는 한국에서 인기를 꽤 끌었던 아마추어FC 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부터가 2년 내 ‘프로’로 뛴 경험이 있는 선수야.”
“프로 출신이요?”
“팀이 없는 프로출신 선수를 도와 스타로 만들어내는 게 이 프로젝트의 골자야. 프리시즌 훈련을 책임져 주고, 내부 평가가 좋으면 아디다스에서 스폰서십중인 다양한 팀들에게 연결해준대.”
“네?”
아디다스가 스폰서 하는 팀들의 네이밍은 장난이 아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만 하더라도 두 팀 다 아디다스가 스폰서 하는 팀이 아니던가.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말이다.
“그리고 아디다스가 1년 동안 후원해주면서 다큐멘터리를 분기별로 만드는 거지. 리얼 스포츠 드라마라고 할까? 사람들은 스토리에 약하잖아. 아, 그리고 프리시즌에서 팀을 못 구한 선수들한테는 지원이 끊겨.”
“장기 프로젝트군요···.”
나는 해리가 건네준 계획서를 차례로 읽다가 이상한 항목을 발견했다.
“서류 테스트가 선착순이라고요?”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이런 기회들을 더 찾아다니고 있을 게 분명하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에이전시에서는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럼 공정할 줄 알았어? 깜짝 이벤트라 하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시작한다고. 아디다스에서도 가망 있는 놈들을 많이 모으고 싶을 거 아냐? 거대 에이전시들은 허접한 선수들을 이곳에 보내지는 않을 거고, 윈-윈 이지 뭐. 마음에는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어.”
해리는 냉정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베르바토프, 벤트너, 에시앙 같은 나이는 있지만, 클래스 있는 선수들이 올 수도 있어. 에이전시들도 팀이 없어지는 2~3부 리그 선수들을 보낼 테고. 어쩌면 1부 리그 선수를 보낼지도 모르지. 가급적이면 손 떼는 게 좋지 않겠어? 크리스가 얼굴 하나는 탁월하지만, 실력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