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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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roject revival (3)
해리는 헬퍼의 정보를 못 봤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게 당연했다.
키가 작은 3부 리그 골키퍼, 얼굴만 잘생긴 게 다인 선수. 그게 바로 크리스의 외부적인 이미지니까.
“괜찮아요. 일단 크리스한테 물어볼게요.”
하지만 크리스가 필드플레이어로 모습을 바꿔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해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해리와 함께한 에이전시 생활의 첫 주가 끝났다.
해리의 일이라는 게 많은 선수를 돌보는 일이라, 며칠 동안 사우스햄튼, 포츠머스, 본머스, 레딩까지 네 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금요일에는 드디어 런던에 돌아왔다! 싶었는데 온종일 서류 지옥에 파묻혀 있어야 했다.
몸이 꽤 피곤했는지, 토요일은 내내 뻗어있었다.
그래서 일요일인 오늘이 돼서야 크리스와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내가 살 테니까 마음껏 먹어.”
“정말요?”
에린이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의 마지막 경기도 어제부로 끝났기에, 시즌 종료 수고회도 겸해 오늘은 펍에서 만났다.
“감사합니다.”
크리스와 에린의 소꿉친구라는 릴리 로즈도 함께였다. 에린와 릴리 로즈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음식을 주문했고, 나는 내 맥주 하나만 추가해달라고 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크리스는 세 번째로 다가온 여자 무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일행이 있어서요.”
“그럼 번호라도 주시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부러웠는데 보면 볼수록 귀찮을 것 같았다. 한 무리를 거절하면 다른 무리가, 그 무리까지 거절하면 또 다른 무리가 크리스에게 찝쩍거렸다. 뭐··· 사실 내가 저런 얼굴이면 그런 귀찮음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얼마 뒤 맥주 세 잔과 요리들이 도착했다.
나는 맥주를 홀짝이며 땅콩만 집어먹었다. 크리스도 땅콩 몇 개와 물만 몇 모금 마셨다.
에린은 식초에 절인 계란··· 을 먹고 있었고, 릴리는 소시지를 뜯고 있었다. 중앙에는 돼지껍데기 튀김이 남아있었다.
“넌 안 된다.”
멍한 눈으로 탁자 중앙을 보던 크리스가 화들짝 놀랐다. 크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TV로 고개를 돌렸다.
“안 먹어요.”
“농담인데, 오늘은 좀 먹어.”
“그래도 안 먹어요. 태가 프리시즌동안 뭘 시킬 줄 알고요.”
오오, 기특한 자식.
분명 참기 힘든 게 보이는데도 꿋꿋하게 TV만 보고 있다. 분명 입안에서는 침도 고이고 있을 텐데.
“한다.”
오후 1시 15분. 에린의 목소리와 동시에 펍이 시끌벅적해졌다.
웨스트햄과 리버풀의 경기가 시작한다. 나는 순식간에 펍의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아아아···.”
웨스트햄 선수 바이람의 슛이 아깝게 빗나갔다. 펍의 일부분과 함께 탄식했다. 남런던이라 그런 건지 중립적인 축구팬이 많았다. 한 팀의 극성팬이 없으니 적당히 시끌벅적해 맘 편히 축구 보기엔 딱인 곳이었다. 이어지는 리버풀 선수 마팁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올 때의 탄식도 비슷한 크기로 들렸으니까 분명 그럴 거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내 몰입을 깼다.
“태, 태. 오늘 할 말 있어서 부른 거 아니에요?”
언제 왔는지 크리스는 릴리 로즈와 자리를 바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경기에 얼마나 몰입했던 건지 크리스가 어깨를 건드리는 걸 지금에야 느꼈다.
나는 다시 TV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응, 앞으로의 방침 얘기해보자고 부른 거 맞아. 근데 경기부터 보면 안 될까··· 나 요즘 경기 못 봐서 죽을 것 같은데. 오늘 남은 시간 많잖아.”
아직 1시 30분도 안됐다.
오늘 하루는 크리스에게 온전히 쓸 수 있었기에 여유도 많고, 일하는 틈틈이 크리스를 위해 준비도 많이 해놔서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일주일동안 일했는데 맥주와 함께하는 축구경기 두 시간 정도는 나에게 선물해도 되지 않을까.
다행히 에린과 릴리 로즈도 옆에서 끄덕거리면서 맥주를 끝까지 들이켜줬다.
크리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 땅콩 몇 개를 씹으며 다섯 번째로 찾아온 동석 제안을 거절했다.
에린에게 들이대려는 남자들은 크리스가 눈빛으로 다 쫓아내서 하나도 다가오지 못했다. 이 사기적인 외모를 가진 두 남매랑 밖을 돌아다니려면 이런 게 문제다.
“골!!!”
얼마 후, 한 아저씨의 외침과 함께 펍이 시끌벅적해졌다. 쿠티뉴의 도움에 이은 스터리지의 골이다. 크리스도 어느새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머리 식힐 때도 있어야지.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너도 빨리 저런 팀에서 뛰어야 할 텐데···.”
“저런 팀이요? 당장은 3부나 4부에서만 뛰어도 좋을 것 같은데요.”
크리스의 대답에 나는 TV에 시선을 둔 채 태연하게 답했다.
“별문제만 없으면 몇 년 안에 저 두 팀 정도 수준에서는 뛸 수 있어. 욕심을 크게 가져.”
펍은 여전히 왁자지껄했지만, 조잘대던 에린과 릴리 로즈가 조용해졌다. 크리스는 진작부터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나는 TV에서 억지로 시선을 떼 아이들을 바라봤다.
크리스는 복잡한 얼굴이고, 에린은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캐슈넛을 오물거리고 있다. 그리고 릴리 로즈는 의혹에 가득한 눈이다.
릴리 로즈가 묻는다.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왜 그렇게 자신 있어요? 3부 리그 정도에서만 뛰어도 엄청나게 성공한 건데, 크리스가 1부 리그 선수가 될 수 있다고요? 진짜로?”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응, 확신해. 증명은 크리스가 해 줄 거야.”
릴리 로즈는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다물었고, 옆에서 에린이 키득거리는 게 보였다.
“진짜로. 나 공짜로 지원해주는 사람 아니야. 가능성이 보이니까 하는 거지.”
나는 몇 마디를 덧붙인 후 전반전을 끝까지 봤다.
하프타임이 되니 사람들이 화장실에 다녀오고 테이블마다 떠들기 시작해 펍이 북적거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 테이블은 조용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냥 지금 본론으로 들어가자.”
“네.”
말없이 테이블만 보던 크리스가 맑은 눈으로 나를 본다.
“크리스, 너 한 시즌 동안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지?”
“네.”
“그럼 스페인으로 가자.”
“스페인이요?”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본격적인 얘길 시작했다.
“내가 비밀리에 알아온 정보인데··· 어디 얘기하면 안 된다?”
나는 에린과 릴리 로즈가 끄덕이는 걸 보고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관한 얘기는 일단 빼고, 아디다스가 주최하는 ‘Project revival’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먼저 설명했다.
“1부 선수가 참가할 수도 있다고요···?”
크리스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확실한 건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도요. 2, 3부 리그 급 선수들은 무조건 올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
테이블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어렵게 입을 연 건 크리스였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예상외로 부정적인 말이다. 나는 바로 되물었다.
“왜, 못할 것 같아?”
“솔직히 좀 걱정돼요. 포지션을 바꾸라고 하셨는데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본 게 5년이나 됐으니까요. 잘할 수 있을지···.”
아, 크리스가 왜 이렇게 부정적인지 깨달았다.
“너 지금 내가 1등 하길 바라는 것 같아? 레알 마드리드에 뽑히길 바라는 거 같아?”
“아니였어요?”
“당연히 아니지. 돋보일 필요 없어. 훈련하면서 몸 만들고, 포지션에 적응하는 게 목표야. 테스트만 통과하면 돼. 내 예상으로는 그 정도는 가뿐할 거야.”
솔직히 말하면 아디다스의 후원까지도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거지 굳이 크리스에게 얘기해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크리스는 당장 내일부터 훈련할 곳이 없었다. 보상금을 쬐끔 주면서 5월 30일까지의 계약을 구단에서 먼저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몸을 만들며 입단 테스트 등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팀원들이 있고, 좋은 시설과 코치들이 있는 곳에서 몸을 만들고 포지션에 적응하는 게 당연히 낫다. 그 장소가 레알 마드리드라면 동기부여도 몇 배로 될 것이고.
나는 부가적인 이득보다 오직 이 부분에만 집중하기로 며칠 전부터 마음을 다져놓았다.
크리스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번에는 다른 문제를 꺼냈다.
“돈은···.”
“당연히 내가 내주지. 비행기값, 체류비, 식비도 다. 테스트만 통과하면 거기서 숙식 다 해결해 주니까 그때까지만 지원해주면 되잖아.”
세바스티앙 재계약 건으로 받은 커미션이 꽤 남아 있었다. 아버지랑 막내랑 누나 옷 사 입으라고 누나에게 반절 정도 보냈지만, 크리스를 지원하기에는 충분한 돈이다.
더 할 말이 없는 건지 크리스는 눈을 내리깔더니, 순간 눈동자를 돌려 에린을 슬쩍 봤다. 나는 그 얼굴에서 걱정을 읽었다.
저거저거, 마더콤에 시스콤 자식.
결정타를 날릴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안 한 말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열려.”
“네?”
크리스의 고개가 홱 소리를 내며 들렸다.
“가레스 베일을 직접 만나고 코칭 받을 수도 있어. 계획서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진과 코치진이 재능기부 형태로 코칭 해 준다고 했거든.”
“네에?”
“어때. 확 땡기지?”
“내가, 내가 할래요. 아, 아니. 나 구경 가도 돼요? 너도 한다고 해!”
크리스가 아니라 에린이 낚였다.
나는 테이블 중앙을 침범한 에린의 머리를 밀어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크리스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크리스가 동요한 게 보였다. 입술이 계속 움찔거린다.
마무리만 남았다.
“에린이랑 네 어머니는 애가 아니야. 둘 다 성인이라고. 그리고 두 명 다 무엇보다 네가 잘 되길 바랄 거야. 여기 있는 로즈도 마찬가지고.”
크리스는 한 방 먹은 표정을 하더니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했다. 에린은 내 말을 이해하고 크리스를 째려봤고.
오늘 하려고 했던 말은 여기서 끝이었다.
나는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에, 크리스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열심히 할게요.”
“그래, 서류도 다 준비해 놨으니까, 내일 바로 신청할게.”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군요. 부탁할게요.”
“흐흐.”
후반전은 마음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스트가 열리기 전까지 크리스가 어디서 훈련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었지만, 그건 경기 다 보고 이야기하기로 합의했다.
에린은 자기 물건들을 잔뜩 줄 테니 사인 받아 오라고 크리스에게 성화 중이었다.
이제 경기에 집중해야지.
지이잉 지이잉.
뭐야.
휴대폰을 켜니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라는 이름이 화면에 떡하니 떴다. 헬퍼가 아니라 전화였다.
펍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밖으로 나갔다.
“휴가 재밌냐.”
-네! 재밌어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우리 집에서 같이 볼래요?
“응?”
-빌어 처먹을 레알 마드리드 자식들이 유벤투스한테 털리는 거 같이 보자구요!
빌어 처먹을 레알 마드리드라니. 스페인 놈이 왜 레알 마드리드를 싫어하지 생각하는데, 세바스티앙이 레알 마드리드의 지역 라이벌 팀인 AT마드리드의 유스 출신이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러면 얘 지금 마드리드에 있는 건가?
일단 세바스티앙이 물은 것부터 답하고.
“결승이 일요일이지? 갈 수 있을 거야. 대표님이랑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후에 같이 다니기로 했거든.”
-그래요? 잘 됐네요! 엄마가 때 많이 보고 싶어 해요. 맛있는 거 잔뜩 준비할게요.
“···그래?”
세바스티앙의 용건은 끝, 이제는 내 차례다.
“혹시 너 아직도 마드리드 사냐?”
-네. 왜요?
“그럼 있잖아··· 마드리드에서 훈련장 대여 같은 거 할 수 있어? 아니면 공용으로 쓰는 잔디 운동장이 있을까?”
-뭐 하려고요?
“아는 선수가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테스트에 참가해야 하거든. 며칠 일찍 가서 훈련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
-아아··· 그런 거면 우리 집에서 하면 될 것 같은데요. 집에 방도 많아서 사람 몇 재우는 건 일도 아니에요.
“집?”
-네. 집에 풋살장 있어요. 골킥 같은 거만 아니면 다 연습할 수 있을 거예요.
“응?”
집에 풋살장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