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30
30
8. Project revival (4)
“풋살장이 내가 아는 그 풋살장? 작은 골대 두 개에···.”
-네 맞아요.
“그게 왜 집에 있어?”
-제가 어릴 때 자꾸 정원에서 연습하니까 잔디 망가진다고 아빠가 사람 불러서 튼튼한 잔디 구장으로 만들어줬어요.
세바스티앙의 뭐가 이상하냐는 반응에 내 상식이 잘못된 건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근데 누구예요?
“누구?”
-그 아는 선수가 누구예요?
아···. 뭐라고 답해야 하지? 세바스티앙이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지만, 조심해선 나쁠 건 없으니 감성을 팔아봐야겠다.
“내가 후견인처럼 돌보는 애야. 에이전시에 들어온 첫날에 만났는데, 어머니가 심장병이 발견되는 바람에 열여섯 살 때부터 소년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더라.”
-아버지는 없어요?
“아버지는 어릴 때 도망가서 얼굴도 모른대. 그리고 말이야 애가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여동생도 어머니처럼 심장병이 유전됐다더라.”
-아이고···.
“애가 여동생도 어머니처럼 많이 아플까 봐 걱정됐나 봐. 그래서 자기가 돈 버는 거 다 책임질 테니까 일단 공부하라고 호언장담을 해 뒀데.”
-···.
“그런데 이번 시즌에 구단에서 재계약을 거절한 거야. 에이전시에서도 얘 가망 없다고 잘랐고. 그래서 당장 축구를 관두게 생겼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근데 내가 보니까 얘가 재능이 꽤 있어 보이더라고.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지원해주기로 약속했어. 마침 에이전시에서 좋은 테스트가 열린다는 정보도 얻어서 거기 한 번 꽂아보려고. 테스트에 떨어지더라도 팀 찾는 것까지는 도와줄 거야.”
잘 팔렸을까? 감성.
세바스티앙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좋은 일 하네요. 때.
다행히 물기가 껴 있었다. 역시나 정 많은 녀석이다.
-소년가장은 지금 어떻게 훈련하고 있어요?
“어제까지는 기존 팀에서 훈련, 당장 내일부터는 공용 구장에서 훈련할 것 같아. 콘이나 스텝레더 같은 장비들은 오늘 사려고.”
-훈련은 혼자 하는 거예요?
“아니, 쌍둥이 동생이 도와준다고 했어.”
에린도 심장병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공 꽤나 찼기에(2차 성징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크리스보다 훨씬 더 잘했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다. 크리스도 부정하지 않았고.) 크리스의 훈련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격렬한 훈련은 어려울 것 같아 좀 걱정됐다.
-흠···.
세바스티앙이 조용해졌다. 고민하는 것 같은 소리를 계속 내서 나는 얌전히 듣기만 했다.
잠시 후, 휴대폰을 타고 들려온 세바스티앙의 말은 예상 외의 것이었다.
-제가 도와줄게요. 마드리드에서 테스트 참가한다고 했으니까, 이쪽으로 보내세요.
“정말?”
-휴가 시즌이긴 한데 몸이 근질거려서 하루에 한 시간씩은 훈련하고 있거든요. 그동안은 전 팀 동료들 불러서 같이 하곤 했었는데, 한 명 더 는다고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걔 포지션이 어디에요?
“왼쪽 윙어로 생각 중이야.”
-생각 중이요?
“원래는 골키퍼였는데, 포지션 변경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네? 그거 때 생각이에요? 골키퍼를 필드 플레이어로 바꿔서 팀을 찾아주겠다고요?
“응.”
잠시 조용해졌던 세바스티앙은 다행히도 내 의견을 긍정해줬다.
-그러고 보면 훈련 때, 때가 해준 조언들이 다 정확하게 맞아 들었었어요. 그런 때의 눈이니까 별말 않을게요. 알았어요.
“고맙다.”
-왼쪽 윙어면 제가 조언 같은 거 몇 개 해도 되죠? 걔 스타일은 어때요?
“그래 주면 한 번 더 고맙지. 너처럼 발 빠르고 개인기 좋은 타입은 아니야. 전체적으로 어중간한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에린과 릴리의 도움으로 기록들과 영상들을 만들어봤는데, 크리스는 정말 다 어중간했다. 기술적인 건 골키퍼였으니까 그렇다 치고, 스프린트나 점프력 등도 다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장점은 양발을 쓴다는 것과 골킥으로 다져진 킥력 뿐. 딱 그것뿐이었다.
기록들을 보며 크리스에게 별 일곱 개를 줬던 헬퍼를 잠깐 의심했었지만, 별 일곱 개의 잠재력이 없다고 크리스를 내칠 것도 아니었기에 믿고 가기로 마음을 다잡았었다.
-알았어요. 직접 보고 알아서 할게요.
“고맙다 고마워.”
-흐흐, 더 고마워하세요.
“그래.”
-아 그런데 마드리드에서 테스트라니, 어떤 팀에서 하는 거예요? AT마드리드에서는 이번에 그런 거 안 하는데, 설마 레알 마드리드는 아니죠? 하부 리그 팀이죠?
“어···.”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나는 한참 뒤에 조심스럽게 레알 마드리드라는 단어를 꺼냈고, 세바스티앙은 그 말을 듣자마자 말이 아예 없어졌다. 나는 크리스의 경기력만 만들고 나올 거라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신세가 될 거라고 열렬하게 변론해 세바스티앙에게서 간신히 OK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펍에서, 나는 경기에 빠져있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오늘 장비 사려고 한 거 다 취소.”
“네? 왜요?”
“훈련할 곳이 생겼거든.”
크리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스페인으로 가야 한다고 하니, 당연하게도 크리스는 당황했다.
그래도 크리스는 “알겠어요.” 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내일 신청할 서류에 적힐 크리스의 포지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일 서류에 네 포지션을 왼쪽 윙어로 적어 넣을 거야.”
“왼쪽 윙어요?”
크리스는 조심스러워 보였다. 옆에서 에린이 묻는다.
“왜 왼쪽 윙어에요?”
“가레스 베일의 포지션이잖아.”
테이블의 셋은 동시에 어이없는 눈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야.”
“진담 반이 있어요?”
“응,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어. 내가 생각하는 크리스의 적정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위의 전 포지션이거든?”
“···네?”
크리스마저 당황해서 끼어들었다. 헬퍼에 적혀 있던 거라서 그런지 내 목소리에는 확신이 들어차 있었다.
“여러 기록을 종합해서 판단한 결과야. 아무튼, 팀 들어와서는 골키퍼 말고 어떤 포지션도 안 뛰어 봤잖아. 어딜 뛰어도 다 어려울 거 아냐.”
“그렇죠.”
“그러면 중앙보다는 측면이 나아. 중앙에서 플레이하기 어려운 건 너도 잘 알지?”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을 풀어가는 중앙의 필드플레이어는 360도 전 방위를 다 봐야 하고 압박도 전 방위로 들어온다. 하지만 측면 같은 경우에는 180도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플레이가 수월하다. 대신 영향력이 좀 줄어든다. 괜히 호날두나 메시가 툭하면 중앙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우측면, 좌측면이 남았는데, 좋아하는 선수 경기면 많이 봤을 거 아냐. 더 관심 있게 본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나을 거라는 생각에 왼쪽으로 낙점! 어때?”
크리스는 떨떠름하게 웃긴 했지만, 고개는 끄덕여줬다.
그리고 크리스는 당장 내일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영국에 둘만 남을 어머니와 에린은 어떡하느냐는 걱정을 말했다. 에린은 뭘 그런 걸 걱정 하느냐고 따졌지만, 나는 크리스의 성향을 이해했기에 시간 날 때마다 내가 집에 찾아가서 같이 식사도 하고 안부도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그 말에 안심하는 얼굴이 됐고, 집에 돌아가서 짐을 싸놓겠다고 말하며 헤어졌다.
*
그날 저녁, 나는 한여름을 술 마시자고 꼬드겨 불러냈다.
“업무 시간 외면 상관없어.”
“정말이지?”
“대신, 업무에 지장이 가면 문제의 소지가 있어.”
“···그래?”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나는 한여름에게 에이전시 소속으로 다른 선수를 관리해도 되는지에 대해 가볍게 물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크리스의 ‘Project revival’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일하는 중간에 시간을 내 팀을 알아봐 줘야 할 텐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 앞에서 술을 말고 있는 이 여자는, 이래 봬도 변호사니까.
“그래서 그때 프로젝트에 관심을 뒀던 거구나.”
한여름이 묻는다.
“괜찮은 선수 인가 봐? 투잡까지 하려고 하고?”
“응, 재능 있는 선수야.”
크리스가 누군지 알지도 몰랐기에 이름은 꺼내지 않았다. 다행히 한여름은 이름까지는 묻지 않았다.
“잘 해봐. 밸런스 잘 조절하고. 아, 그리고 그 선수가 팀이랑 계약할 때, 공식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건 추천 안 해.”
“왜?”
“법적으로 귀찮아질 수 있으니까.”
법적으로 귀찮아 진다라. 나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방안 하나를 꺼내놓았다.
“그럼 비공식 대리인은 어때?”
“비공식?”
“응.”
“음··· 수수료만 안 받는다면 문제 될 건 없지. 친분이 있는 사람을 도운 걸 뭐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 그거면 됐어.”
“수수료를 안 받고 돕겠다고?”
한여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다. 투잡까지 하는데 돈을 안 벌겠다니,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응.”
“그게 뭐야.”
“장기 투자지, 멀리 보는 거야. 아무튼, 고마워. 내일 바로 신청해야겠다.”
*
“진짜 신청하려고?”
월요일 아침, 해리가 알아온 정보대로 9시가 되자마자 아디다스의 공식 계정에 ‘Project revival’공고가 떴다.
준비해야 할 서류도 해리가 알아온 그대로였다.
에이전시 소속도 아닌데 공고가 뜨자마자 바로 보내는 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생각해서 나는 한 시간의 유예를 두고 10시가 되자마자 전송 버튼을 눌렀다.
해리가 걱정을 한껏 담아 내게 말했다.
“선착순이니까 테스트는 볼 수 있겠지만··· 헛수고만 아니었으면 좋겠네. 크리스가 괜히 기대하다가 실망할까 봐 걱정이다.”
“괜찮을 거예요.”
“정말 괜찮으려나···.”
나는 해리를 향해 씩 웃어주었다.
*
월요일 오후 3시, 아디다스 스페인 지사의 한 회의실에서는 아디다스의 커머셜 디렉터와 미디어 디렉터, 그리고 방송 PD와 스탭진이 모여 열띤 회의 중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인 선수들의 프로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결격사유가 있는 프로필을 걸러내면서 각 선수들의 캐릭터를 살펴보고 있었다.
선착순으로 뽑는 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홍보도 되고 재미도 있어야 하기에 무분별하게 신청 순서대로 테스트를 치르게 할 수는 없었다.
방송은 도박이 아니니까.
이 자리는 방송의 큰 그림을 만드는 자리였다.
“얘는 뭐야?”
PD가 집어든 건 ‘크리스 앨런’의 서류였다.
공고가 열리고 한 시간 내로 들어온 서류들은 유심히 봐야 했다. 서류를 그렇게 빨리 준비할 수는 없기에, 유명 에이전시의 선수거나, 유명 에이전시와 연줄이 있는 선수일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선수들은 다들 한 가닥씩 해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들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크리스 앨런’은 돋보였다.
“실점률이 끔찍한데요. 투수 방어율인 줄 알았어요.”
끼어든 스탭의 말에 다른 스탭들이 킬킬댄다. 스탭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인다.
“테스트는 왼쪽 윙어로 신청했네요?”
“무슨 배짱이지?”
소속 에이전시가 없는 거 보니 거대 에이전시에 친지가 있는 모양이다. 이런 선수가 끼어들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실력은 없는데 인맥 빨로 끼어드는 선수가.
한 스탭이 입을 연다.
“그래도 얘 꽤 잘생겼는데요?”
“꽤 수준이 아닌데? 이게 스타 오디션 같은 거였으면 무조건 상위권이었겠다.”
PD가 답한다. 그리고 반대쪽에 있는 스탭이 말했다.
“잘 생겨서 뭐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축구 못하면 말짱 꽝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때 아디다스의 미디어 디렉터가 끼어들었다.
“이런 선수가 있으면 더 좋지 않나요?”
“네?”
“띄울 선수랑 매치업 시키면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잖아요.”
“오호.”
“몰입이 될까요? 시청자들은 당연히 잘생긴 선수에게 몰입할 텐데···.”
한 스탭의 부정적인 말에 미디어 디렉터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찍고 편집으로 버무리면 됩니다. 비호감 요소 팍팍 넣어서요. 외모가 반대로 작용하면 효과가 엄청나요. 외모에 반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랑 부정적인 사람들이 충돌해서 큰 이슈를 알아서 만들어주죠.”
미디어 디렉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PD는 프로필들을 뒤적여 처음부터 빼놨던 프로필을 찾아냈다.
“이 선수랑 매치업 시키면 어떨까요?”
PD가 든 프로필을 본 미디어 디렉터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좋네요. 우측 윙백이니 딱이고.”
PD의 손에 들린 프로필에는 ‘우고 마르티네즈’ 전 소속팀 ‘세비야’, 리그 출전횟수 ‘24회’라고 적혀있었다.
PD는 ‘크리스 앨런’에게 별 감정은 없었다. 그건 미디어 디렉터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저 이들은 낮은 가능성보다는 높은 가능성에 배팅할 뿐이었다. 프로시절 성적만 봐도 엉망인데 포지션 변경까지 해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들이 보기에 이 ‘크리스 앨런’의 서류는 객기 그 자체였다.
한 스탭이 말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실력이 있는 선수라면 좋겠어요. 나이도 어리고, 보면 볼수록 잘생겨서 축구만 잘 하면 전 세계의 광고를 쓸어모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