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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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적 시장 두 번째 주 – 세비야 (3)
내 말에 베니시오는 멍한 얼굴로 변했다. 나는 베니시오를 계속 몰아쳤다.
“아내와 딸에게는 뭐라고 하면서 남겠다고 했나요?”
“그냥, 여기서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그래서 뭐라고 하던가요?”
베니시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남고 싶으면 남으라고 했어요.”
“더 깊은 얘기는 안 나눠 봤죠?”
“···.”
“그게 바로 독단이에요. 왜 가족의 일을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세요?”
독단이 틀림없다. 나는 주머니에 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확신을 키웠다.
그런 후에, 나는 최대한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처음 보는 절 믿긴 어렵겠지만, 영국에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좋을 거고요.”
베니시오가 망설이는 게 보인다.
“5일 이나 고생해서 만나서 그런지, 저는 베니시오 선수를 설득하는 걸 쉽게 포기 못할 것 같아요. 다만, 아내와 딸의 의견까지 베니시오 선수와 일치한다면, 납득하고 설득을 포기할게요. 에이전시에서도 손 뗄 거고요.”
내 권한은 아니었지만, 좋은 결과를 낼 거란 확신만 있다면 이런 블러핑 쯤이야.
그리고 그건 먹혀들어 베니시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됐다.
나는 의자를 돌려 베니시오가 아내와 딸에게 다가가는 걸 바라봤다.
나는 정말 자신있었다.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는
[마리벨 나바스]-남편을 따라 어디든 갈 마음을 먹은 상태
[아드리아나 페르난데즈]-아빠를 따라 어디든 갈 마음을 먹은 상태
두 명의 정보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베니시오와 아내와 딸이 이적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날 거라 생각했다.
뭣보다 이 이상 내가 관여할 수는 없었다. 총 들고 이적하자고 협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어느새 테이블에 도착해 아내와 딸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베니시오를 관찰했다. 멀리서도 우물쭈물 거리는 게 보이는 베니시오, 그리고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아내, 그리고 사랑스러운 눈동자로 베니시오를 바라보는 딸까지.
보기 좋은 가족이었다.
베니시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던 베니시오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훌쩍대기 시작했다. 더불어 딸, 아드리아나도 아빠가 우는 걸 보고 함께 울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아내도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내가 만든 풍경이지만 꽤 괜찮은 것 같다. 자화자찬하며 흐뭇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강제로 설득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 그러니까 헬퍼나 지식들을 동원해 최선의 결과를 끌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베니시오에게 불려가 그들의 가족과 함께 앉았다. 베니시오는 조금 부은 눈으로 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내릴 뻔 했네요.”
그리고 손을 내민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모르는군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늘 이름부터 소개했었는데.
나는 웃으며 내 이름을 말해주었다.
“태현석, 태라고 불러주세요.”
다행히 베니시오는 세바스티앙처럼 나를 때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후에는 편안한 식사가 이어졌다. 에피타이저가 식긴 했지만, 한 테이블에 화목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건, 비즈니스의 왠지모를 건조한 느낌과는 다른, 따뜻하고 촉촉한 느낌의 식사였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베니시오는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번에 말씀드렸던 거, 다시 바꿀 수 있겠습니까. ······네, 네. 사우스햄튼에 가겠다고요. ······ 청년··· 을 바꿔달라고요? 아, 미스터 태요?”
나는 손을 저었다. 있다가 전화를 받겠다고 손모양으로 말했다.
왜냐면 나도 전화중이었거든.
신호음이 끊어지며, 상대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이틀 남았는데 무슨 일인가? 영국으로 오려고?
5일만에 듣는 대표의 목소리였다. 여전히 부드럽고 여유로운 분위기다. 그의 농담에 나는 소리 내서 웃고, 깜짝 놀랄 소식을 전했다.
“아니오. 내일 스페인으로 오셔야 할 것 같아서요.”
-스페인? 왜?
“임무 완수했습니다.”
-뭐?
대표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5일 전 계약 파투 났을 때 외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대표의 감정변화였기에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다.
-어떻게?
대표의 의문에 나는 짧게 요약해서 답해줬다.
“훈련장의 인원들과 친해져 정보를 얻고 있었는데, 중간에 단장이 나타나서 베니시오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베니시오와 오늘 만나 이적을 망설이는 이유를 해결해 줬습니다.”
-음···.
대표는 내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게 있으니.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오셔서 도장만 찍으면 됩니다. 내일 뵐게요.”
-바로 가지.
나는 당연히 협상이 내일 시작될 거라 생각했지만, 대표와 단장의 연락을 받고 베니시오와 함께 단장실의 소파에 앉아 대표를 기다려야 했다.
대표는 정말 바로 왔다.
마침 런던에 있던 대표는 곧장 가장 빠른 비행기를 찾아 몇 시간 만에 세비야에 왔다고 했다.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에이전트의 시계는 새벽에도 도나보다.
베니시오는 대표가 도착하자마자 죄인처럼 어깨를 움츠린 채 사과했다. 대표는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고 해서, 5일 전에 짜증을 내던 대표를 본게 착각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나는 대표가 도착하자마자 다시 통역으로 돌아가,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하는 것까지 옆에서 볼 수 있었다.
단장도 통역을 데리고 와, 내 말의 진위여부를 판단해줬고, 가끔 단장의 입이 돼 이야기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열정적인 청년입니다. 그렇게 끈질기게 훈련장에 찾아오다니, 제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더군요. 하하.”
나는 단장의 칭찬에 머쓱해졌다. 대표는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리고 단장은 사과까지 곁들였다.
“죄송했습니다. 많이 화나셨었죠?”
“괜찮습니다.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쪽 통역은 단장의 말을 영어로, 나는 대표의 말을 스페인어로 말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일단 자리를 파하고, 있다 점심식사나 함께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사죄의 뜻으로 특별한 맛집을 안내하겠습니다.”
“맛집도 좋지만, 나중에 계약금에 보너스를 더 얹어주셔도 좋은데요. 하하.”
“허허.”
대표는 언제 으르렁거렸나는 듯 농담까지 던졌다. 그렇게 새벽의 협상장은 끝을 맺었다.
단장은 계약서를 마무리하기 위해 직원 몇을 불러 남고, 베니시오는 우리를 따라왔다.
“수고 끼쳐서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베니시오의 말을 전해준 나는 대표의 말을 대신해 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베니시오의 말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EW에이전시 소속 선수가 되려면 어디에 신청해야 하나요?”
“네?”
통역이 아니라 내가 묻고 말았다. 대표는 옆에고 고개를 갸웃대고 있었다. 나는 대표에게 베니시오가 한 말을 전해줬다. 대표의 눈이 나를 향했다.
베니시오는 웃음을 머금은 채 나를 보며 계속 말했다.
“솔직히 에이전트는 재계약 때만 잠시 고용하는 식이었거든요. 단장님도 후려치시는 분도 아니고, 한 팀에서만 계속 재계약했으니까요.”
그렇지, 로컬보이들은 광고계약 같은 것들도 구단에서 물어다 줘, 딱히 에이전시가 없는 경우도 많지. 근데 왜?
“그런데 미스터 태 같은 사람이 있는 에이전시라면 믿고 계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EW에이전시에 대해 알아보니, 생활 관리 등도 도와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아이 학교나 괜찮은 집 등도 알아봐줄 수 있는 거 맞습니까?”
나는 베니시오의 물음을 대표에게 전했다. 나중에 전화로 베니시오에게 에이전시에 대해 얘기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대표는 베니시오에게 명함을 건네줬다. 베니시오는 아내의 품안에 잠들어있는 딸의 볼을 툭 건들 고는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단장이 배려해준 세비야 구단의 차 안에서, 대표는 나를 계속 빤히 바라보았다. 계속되는 시선에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신기해서. 솔직히 실패할 줄 알았거든.”
“···.”
대표는 나를 흥미로운 눈으로 보며 물었다.
“거기에 베니시오는 어떻게 꼬셨나? 아까 전화로 들었던 건, 너무 축약돼서 이해가 안가서 말이야.”
나는 아까의 한줄 축약이 아닌, 구단관리사와 친해져 단장과 만나 베니시오를 설득한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헬퍼의 능력은 적당히 관찰을 통해 알아냈다고 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은 대표는 미소를 지은 채 시트에 기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폰은 아니었군. 나이트나 룩 정도 되는 건가?”
“예?”
“능력 있다고 말하는 거야. 혹시 들어가고 싶은 팀은 정했나?”
능력 있다는 말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들어가고 싶은 팀이라니··· 생각 안 해본건 아니었다.
일단 하나는 구단 밖에서 선수의 경기력을 케어해주는 ‘풋볼 컨설턴트 팀’. 이 팀은 전직 선수들이나 코치 자격을 지닌 분들, 아니면 전직 감독들도 있어 내가 모르는 디테일한 부분들을 배우기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계약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에이전트 팀. 중개인 자격은 누구나 돈만 내면 딸 수 있기에 여기서 법과 관련된 내용이나, 단장이나 구단주들의 인맥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두 팀 모두 크리스와 함께할 나중을 위해 꼭 경험해봐야 할 곳들이었다. 가능하면 둘 다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나는 일단 대답을 보류했다.
“아직 없습니다.”
“그래?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팀이 있긴 한데.”
“추천하고 싶은 팀이요?”
대표는 시트에 기댄 채로 말했다. 대표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봤을 때, 미스터 왓슨이 있는 클라이언트 서비스 팀이나, 풋볼 컨설턴트 팀을 추천하네. 자네는 선수와 밀접하게 붙어있을 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거든.”
그동안 대표가 봐온 내 모습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언트 서비스 팀에도 조금은 관심이 있었지만, 풋볼 컨설턴트 팀에 추천한다는 말에 그 팀에 흥미가 더 생기긴 했다.
그렇지만, 아직 이적 시장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나는 적당히 답햇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오늘은 푹 쉬자고.”
*
며칠 후, 나는 나폴리 국제공항에서 한 선수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출신 우측 풀백, 레온 캐머런이 하늘색 티를 입고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글의 코멘트에 [I Love ‘Azzuri’] 라고 적혀있는 게 문제였다.
“레온 SNS에 뜬 거 당장 내려.”
우리 에이전시에 말이다. 대표는 내 옆에서 침착한 목소리로 에이전시의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아주리(Azzuri)는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애칭으로 알려졌지만, 나폴리의 애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이적 계약을 마무리할, 레온 캐머런이 곧 이적할 팀 말이다.
이야, 언제 체크한 건지 더 선, 익스프레스 같은 곳에서 레온 캐머런이 나폴리 이적에 임박했다는 기사가 이미 떠 있었다. 본인피셜이라 그런지 스카이스포츠, BBC같은 유력지에서도 기사를 하나 둘 내고 있었다.
자신의 휴대폰을 귀에 걸친 채, 내 휴대폰을 힐끗 본 대표의 미간에 주름이 잠깐 생겼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경솔하게 무슨 짓이야?”
사고 친 당사자, 레온 캐머런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