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4
4
2. 특별한 애플리케이션, 헬퍼 (1)
“어때? 맛있었지? 물을 것도 없겠지, 그렇게 굴삭기처럼 퍼먹었는데, 당연히 맛있었겠지!”
차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해리의 말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맛있긴 무슨.
맛이 너무 없어서 맛을 느끼기도 전에 먹으려고 구겨 넣은 건데. 어떻게 감자튀김이 맛없을 수가 있지? 케찹 아니었으면 못 먹었을 거다.
분명 영국 아침은 맛있다고 했는데, 매체에서 나온 건 다 사기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해리는 미각이 마비된 게 틀림없어.
이런 걸 먹고 대체 어떻게 살지? 아, 그래서 케찹을 그렇게 퍼먹은 건가? 감자튀김보다 케찹을 더 많이 먹는 것 같았는데··· 케찹 맛을 음식 맛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구나! 틀림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해리에 얼굴에서 내가 식사 안하고 휴대폰만 보고 있다고 불쾌해하던 기색이 사라졌고 대신 진한 미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거였다.
해리가 사준 음식을 허겁지겁 쑤셔 넣은 게 먹힌 모양이었다.
“글로브박스 열어봐.”
나는 앞에 달린 글로브박스를 열었다.
“그거 켜서···.”
안에는 아이패드가 들어있었다. 해리의 말을 따라 패드를 켜고 한 앱을 골라 들어가니 여러 이름이 주르륵 떴다.
“네 번째,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 눌러.”
화면에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의 사진이 떴다.
“프로필이랑 경기 영상이랑 취미랑 뭐··· 여러 가지 들어있으니까 한번 쭉 읽어봐. 에이전시에서 정리해 놓은 자료야. 있다 파일로도 보내줄게.”
“오··· 감사합니다.”
막 첫 번째 항목을 눌러보려는데 해리의 물음이 들려왔다.
“세바스티앙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어?”
“네, 정확히는 S. 로드리게스로 알고 있었지만요. U-20월드컵 때 활약도 인상 깊었고요.”“안다고?”
아는 걸 물어보면 왠지 모르게 신이 난다. 그래서 이럴 때마다,
“AT마드리드 유스 출신으로 꽤 기대 받던 유망주잖아요. 헤수스 나바스, 호아킨 산체스 같은 전형적인 클래식 윙어 스타일의 선수 맞죠? 피지컬은 좀 부족하지면 주력이 괜찮고 개인기술도 괜찮은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는 선수였어요. 이번시즌 전반기에 챔피언쉽 리그를 씹어 먹는 걸 보고 다음 시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보길 기대했는데, 요즘에는 기사에서 잘 안 보여서 아쉬워요.”
설명충이 되어버린다. 습관 같은 거였다. 해리는 멍한 얼굴로 날 보고 있다.
“해리, 앞, 앞!”
옆 차선으로 들어갈 뻔한 차는 곧 제 궤도를 찾았다. 해리는 다시 한 번 나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한 거야?”
“그건 아닌데···.”
“그럼 원래부터 알고 있었어?”
끄덕이자 해리는 씩 웃는다.
“맘에 드는데, 맞아, 세바는 대단한 선수가 될 거라고.”
해리도 내 얘기에 동참했다.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는 아직 96년생일 뿐이며 지금 슬럼프가 왔지만, 극복만 한다면 얼마든지 1부 리그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이다.
한국에서 내가 축구 얘기를 시작하면 다들 질려하는 표정을 해서 최대한 자제해야 했는데, 해리는 내 얘기를 얼마든지 받아줬다. 무엇보다 무척 신나보였다. 나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세바스티앙의 얘기에서 어느 순간 리오넬 메시가 잘 하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잘 하냐의 얘기까지 흘러갔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발롱도르는 누가 될 건지 얘기부터 내년 월드컵에서 어떤 나라가 우승할지, 별의 별 얘기를 다했다.
즐거웠다.
그러다 얼마 안 있으면 브라이튼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해리··· 아쉽지만 나중에 또 얘기해요. 지금은 세바스티앙 자료를 좀 봐야겠어요.”
“아, 그렇지!”
해리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꽤나 훈훈해져 있었다. 이 김에 에이전에서 들었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투로 흘리듯이 말했다.
“그런데··· 세바스티앙을 제가 맡게 된다니까 사무실 반응이 이상하던데, 혹시 세바스티앙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해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세바스티앙이 있을 브라이튼의 훈련장에 도착할 때까지 해리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했다.
그리고 브라이튼의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해리는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문제야.”
사진으로만 보던 선수가 눈앞에 있었다. 아론 램지를 만났을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감회에 젖을 만 했는데,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왜냐면, 세바스티앙은 식당 구석 테이블에 혼자 앉아 샐러드를 깨작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따처럼.
“적응을 못 했어. 기후도 안 맞는다고 하고, 영어도 안 배우려고 해서 반 시즌이 넘었는데 다른 선수들이랑은 말 한 마디도 안 해.”
세바스티앙을 자세히 살폈다. 다른 선수들은 우걱우걱, 우물우물이라는 의성어가 잘 어울릴 정도로 보기 좋게 먹고 있었지만, 세바스티앙은 샐러드를 한 조각씩 오물거리고 있었다.
눈이 둥글둥글하니 순둥하게 생긴 그는 키도 덩치도 왜소해서 더 왕따 같아 보였다. 그리고 자료에서 본 대로 얼굴에서 약간 동남아 느낌이 났다.
세바스티앙은 스페인 아버지와 필리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동남아계 혼혈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다비드 실바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해리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이번 시즌 끝나고 스페인으로 돌아가겠대, 개인스폰서 손해배상부터 시작해서 구단과의 신뢰까지! 전부 바닥을 칠거야. 최악이라고. 후··· 분명 실력은 있는데 안타까워 죽겠어. 정말.”
세바스티앙은 접시를 다 비우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기를 반납하고 해리를 봤는지 이쪽으로 다가왔다.
“해리.”
“어, 왔어?”
해리는 스페인어로 답했다.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가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새로 온 통역인가요?”
“응, 태현석이라고 해. 성이 태, 이름이 현석.”
“태현석이라고 합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는 내 손을 보다가 우물쭈물 손을 마주잡았다. 그리고 빠르게 손을 놓았다.
“미스터 때라고 부르면 되죠? 때라고 부르거나.”
발음이 왜 이래.
“아니, 태요.”
“때?”
“그냥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현-썩?”
젠장.
“편하신 대로 부르세요. 아니, 때가 낫겠네요. 저는 뭐라고 부를까요?”
“세바스티앙이라고 불러주세요. 너무 긴 것 같으면 세바라고 하셔도 되고요.”
때가 무슨 뜻인지 외국인들은 잘 모를 테니까, 나만 참으면 그만이다. 세바스티앙은 때, 때, 때라고 몇 번 중얼거리고 주억거렸다.
해리는 잠깐 둘이 얘기하고 있으라고 한 뒤 식당 내에 있는 음료 파트로 향했다. 나와 세바스티앙은 잠깐 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뻘쭘했다.
그때, 누군가가 옆 어깨를 턱 건드렸다. 이 정도면 친 걸로 봐도 무방하다. 아파.
“어이고, 미안.”
지나가다 부딪힌 건가 해서 괜찮다고 말하려 하는데, 세바스티앙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일단 괜찮다고 하고···.
“괜찮습니다.”
뒤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갈색머리를 짧게 친, 해리만한 근육돼지가 하나 있었다.
“아이고 무서워라. 그쪽 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을 그렇게 쳐다봐?”
“네? 이게 내 원래 표정인데요.”
갈색머리 남자는 능글맞게 웃었다.
“그래? 눈을 가늘게 뜨길래 노려보나 했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선수인 것 같은데 내 기억 속엔 없었다. 그렇다는 건 대단한 선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양쪽으로는 흑인 하나와 금발머리 남자가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아까 식당에서 충돌한 인종차별자 새끼가 떠올라서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게 다 뜬 겁니다만?”
“기분 나빴어? 내가 오해했네, 미안해. 세바스티앙의 통역으로 온 거야?”
감은 나빴지만, 사과를 받았으니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동양인이?”
“···네.”
이 녀석은 분명 시비를 걸고 있었다.
나는 갈색머리 근육돼지를 노려봤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으며.
“앞으로 잘 부탁해, 훈련장에도 들어오겠네.”
한참동안 눈싸움하던 그는 피식 웃더니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뒤의 두 명도 내 어깨를 한 번씩 치고 지나갔다.
기분 나쁘다. 엄청 나쁘다. 그래도 일단 참았다.
사정도 분위기도 모르고, 난 세바스티앙의 통역일 뿐이니까. 세바스티앙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참을 인(忍)을 손바닥에 계속 그리며 참아야 한다··· 라고 중얼거렸다.
“뭐해? 쟤네랑 인사했어?”
“아, 네.”
어느새 해리가 플라스틱 트레이에 음료를 담아와 있었다. 고개를 드니 내 손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세바스티앙이 흠칫하며 딴 곳을 바라본다.
해리가 투덜거렸다.
“저 새끼들 요즘도 갱들처럼 저러고 다니네. 세바, 쟤네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안 돼. 알았어?”
세바스티앙은 어색하게 웃었다.
찜찜했다.
“잠깐 화장실 좀···.”
화장실에 뛰듯이 들어온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켰다.
세바스티앙의 악수부터 나머지 세 명이 툭툭 칠 때마다 휴대폰이 울렸었다. 아까 해리의 음식 취향을 맞춘 것처럼 여기 뭔가 적혀있을지도 몰랐다.
화면이 켜지고, 휴대폰의 상태바에는 +12라는 숫자와 편지봉투모양의 아이콘이 있었다.
헬퍼를 구동하니 목록이 주르륵 떴다.
예상은 했지만,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라는 이름도 있었다. 아래의 셋은 모르는 이름들인데··· 아마 내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갔던 세 선수가 아닐까 싶었다.
일단, 세바스티앙부터.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미신을 좋아한다.
-현재 능력 : ★★★★★★
-인종차별로 본래 약한 멘탈이 더 약해져 있다.
미신을 좋아한다는 얘기에 피식, 아론 램지와 똑같은 등급의 현재 능력을 보고 오오 라고 감탄, 그리고 마지막 줄을 보고,
“뭐야··· 이거.”
황급히 다음 선수를 눌러보았다.
[리암 그랜트]-인종차별주의자
-잠재능력 : ☆☆☆☆
-주발 : 오른발
혹시나 해서 확인해본 거였는데, 아까처럼 목 뒤가 서늘해졌다.
뭐야 이 앱.
나는 화장실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으면서 세바스티앙에게 물었다.
“아까 그 선수 이름이 리암 그랜트에요?”
세바스티앙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물음은 끝나지 않았다. 이것까지 맞으면, 정말, 혹시···.
“혹시, 인종차별 당하고 있어요?”
세바스티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 어떻게···.”
“···동양의 신비에요.”
일단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내 말을 듣자마자 차를 뿜은 해리는 세바스티앙을 다그쳤다. 하지만 세바스티앙은 입을 꾹 다문 채 자기 무릎만 바라봤다. 가끔씩 내 얼굴을 흘깃거리기는 했지만, 신경이 휴대폰에만 쏠려 뭘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주머니 속 휴대폰을 수차례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꺼내 나머지 두 인물의 정보를 확인했다. 세바스티앙에게 흑인과 금발머리 남자의 이름을 물었는데, 일치했다.
생일이 나온 놈도 있었고,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케빈 맥그리거라는 금발머리 녀석의 항목에는,
-세바스티앙을 훈련 때 괴롭힐 생각에 즐거워하고 있음.
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검은 양복 입은 새끼도 그렇고, 영국은 인종차별이 유행인가.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저기···.”
다시 배경화면으로 나가 Helper라고 적혀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노려봤다.
너, 정체가 뭐야. 거기 적혀있는 거, 정말 사실이야?
“저기요!”
나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세바스티앙이 어느새 옆에 앉아 내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세바스티앙과 해리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해리는 날 좀 한심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나 자꾸 왜 이러지. 더 이상 얼빠진 짓 하지 말자. 첫날부터 왜 이러냐 진짜.
“죄송합니다.”
“쟤 또 저러네. 요즘 애들이란···. 세바, 너도 휴대폰 적당히 해, 알았어?”
세바스티앙은 끄덕이더니 내 얼굴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저녁 같이 드실래요?”
해리에게는 대답도 안 하던 놈이 나랑은 저녁을 먹잔다. 나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도 당황한 듯싶었다.
“때도 저번 통역이 쓰던 집에 사는 거죠?”
“어, 응 맞긴 한데.”
마침 해리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해리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레온? 아니 왜?”
그리고 해리는 식당이 떠나가라 왁왁 소리를 질렀다. 뭐라 한 마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보였지만, 발할라의 전사 같은 해리의 흉악한 인상에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
“런던에 급히 가봐야겠는데, 주소랑 열쇠 줄 테니까 찾아갈 수 있지? 인수인계는 일 끝나고 할게.”
“네. 괜찮아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세바스티앙이 씩씩하게 말했다. 점점 생기가 흐르는 게 보기 좋긴 했는데, 나를 좀 집요할 정도로 쳐다봐서 부담스러웠다.
해리는 열쇠를 내게 주며 몇 가지를 당부했다.
“통역할 때가 아니면 세바스티앙 중심으로 훈련 영상 같은 걸 찍어줘, 전술 훈련 같은 걸 할 때는 스태프들이 알아서 제지할 거야. 일단 이거 받고.”
해리는 가방에서 캠코더를 꺼내 자신의 출입증과 함께 건넸다. 내 출입증은 내일 나올 거라 했다. 케이티가 벌써 신청해놨단다.
“그리고 문제 생기면 케이티한테 연락해. 알았지?”
“아··· 네.”
“볼일 끝나는 대로 돌아올게. 며칠 내로 올 수 있을 거야!”
해리는 자켓을 들고 뛰듯이 식당을 나갔다.
해리가 떠난 뒤 세바스티앙은 새 음료를 직접 갖다 주고, 직접 훈련장 안을 안내해주는 등 나를 무척 친절하게 대해줬다.
오후훈련 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남아 훈련장을 다 구경하고도 시간이 남았다.
같이 라운지에 앉아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바스티앙은 아까의 세 선수 이야기와 인종차별얘기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기에 축구 얘기를 나눴다.
어느새 나는 U-20 스페인 대표팀 얘기에 빠져있었다.
“아센시오가 그렇게 잘한다고?”
“걔는 수준이 달라요. 왼발 쓰는 게 정말···.”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우리나라 축구팬들도 꽤 알 만한 선수와 친구사이라니.
캬, 얘는 정말 프로선수구나.
워낙 순둥순둥 해 보여서 자꾸 잊어버린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세바스티앙은 정말 순하고, 배려심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이 긴 휴식시간동안 다가오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어쩌다 지나친다 해도 인사 한 마디 없이 마치 이쪽에는 세바스티앙이 없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세바스티앙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아까 그 새끼들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 전부가, 세바스티앙을 차별하고 있는 걸까. 브라이튼에는 동양인이 한 명도 없었으니, 이쪽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나는 세바스티앙의 얘기를 들으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만약 이 앱이 진짜라면, 내 궁금증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 맞았다. 앞으로 하나, 하나만 더 맞는다면 일말의 의심까지도 날려버릴 수 있을 거다.
해리에게 나를 스마트폰 중독자로 보이게 만들었으니, 보답 하나 정도는 받았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 세바스티앙과 함께 훈련장으로 나갔다. 필드 중앙에는 아까의 3형제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헬퍼의 정보대로라면 쓰레기일게 분명한 3인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