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40
40
11. 이적 시장 마지막 주 (1)
“미디어 팀이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몰라?”
미디어 팀은 언론, SNS, 선수의 이미지 등을 관리해주는 팀이다. 저번 시즌 말경 세바스티앙이 SNS에 글을 많이 올리기 시작해, 나에게도 주의사항을 전해주며 협조를 요청했었다.
레온 캐머런이 뭐라고 한 건지, 대표가 격양돼서 소리친다.
“뭐? 다 된 계약!? 그런 게 어딨어? 너 알바로 모라타가 빨간색으로 염색한 거 알아? 걔가 나중에 어떤 꼴 되나 봐. 너도 똑같은 꼴 될 수가 있어.”
알바로 모라타 얘기를 할 때는 대표 자신도 좀 과했다는 걸 안 것인지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 말을 끝으로 대표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한창 링크가 나고 있는 알바로 모라타 얘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일단은 다른 말을 대표에게 건넸다.
“기사로만 보던 이미지랑은 다르네요.”
기사나 경기로만 접했던 레온 캐머런은 캐릭터가 흐릿한 선수였다. 경기장에서 특이한 행동을 한 적도 없었고, 경기력도 무난했고. 프리미어리그의 적당한 수비수, 이게 다였다.
“다 미디어 팀이랑 저놈 담당 에이전트가 고생한 덕분이지.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으면 사고 몇 번 쳤을 거야. 인터뷰도 필요한 것 이상 못하게 에이전트가 늘 붙어있고, 기사가 나갈 것 같으면 로비로 무마했고··· 후···.”
대표의 한숨 소리가 워낙 깊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생을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다행인 건, 별문제가 없다면 이번 주 내로 계약이 마무리될 거란 거지. 미디어 팀이 고생하는 것도 일주일이면 끝날 거야. 더 빠르면 오늘이라도.”
“그렇겠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싹트는 걸 막지 못했다.
이주 동안의 자잘한 이적은 모르겠는데, 큰 건은 늘 사고가 있었다. 그때도 도장만 찍으면 끝인 이적들이었고.
AT마드리드나 세비야 때처럼 말이다.
*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의 식당에서, 우리 앞에 앉은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는 미안함을 담아 말했다.
“보드진에서 최종 의결이 나오지 않아서요. 이틀 더 기간을 달라고 합니다.”
오전에 생겼던 불안감이 조금 더 커졌다. 나는 그 말을 대표에게 전했다. 이어지는 말도 함께.
“죄송합니다.”
나폴리의 단장은 표정을 읽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나는 대표를 계속 봤지만, 대표는 별다른 내색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른 팀과도 업무가 있었으니까요. 인가가 나는 대로 연락 주시면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내 말을 전해 들은 나폴리의 단장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제 미안한 마음을 담은 자리니, 맛있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얼마든지요.”
그러고 보면 대표도 기간을 일주일 정도로 잡았었다. 대표는 이런 돌발 상황을 예상했던 걸까?
여유롭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나는 불안을 구석에 밀어두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나폴리의 단장과 헤어진 후 차후 일정을 위해 이동했다.
이틀 동안 팔레르모와 로마를 거친 우리는 똑같은 식당, 똑같은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런데,
“보드진에서는 결정이 났는데, 구단주 님이 고민 중이십니다. 내일 안으로 결정을 내리실 거라고 합니다.”
나폴리의 단장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기색이었다. 나는 그대로 대표에게 전했고, 대표는 눈썹을 살짝 꿈틀한 후에 다시 웃는 낯으로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나폴리에 머물러 있을 테니, 새벽에라도 연락 주십시오.”
찝찝했다.
똥개 훈련도 아니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번에 이어 이번 자리도 미안한 마음을 담았으니 마음껏 즐겨주십시오.”
이틀 전의 매크로와 다름없는 답변에 나는 불편한 기분을 간직한 채 식사자리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나폴리의 단장은 구단으로 떠났고, 나는 대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계약 협상 자리를 지켜본 지 3주째밖에 안 됐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의문이라도 던져보려 했다. 하지만 입을 뗄 수가 없는 게, 대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대표가 입을 열었다.
“케이티, 나폴리에 관련된 가십들, 언론사, 에이전시, 다른 구단들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쓸어 모아서 메일로 보내줘. 한 시간마다 모으는 만큼 보내줘.”
대표 또한 나폴리를 수상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적시장에 잔뼈가 굵은 대표인 만큼, 내가 가졌던 의심 정도는 진작부터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표는 전화 너머에 있는 케이티에게 몇 가지 세부적인 지시를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식당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에게 임시 휴가를 주겠다고 했다.
“네? 휴가요?”
“그렇네, 싫나?”
뜬금없는 말에 나는 대표를 빤히 바라보았다. 늘 그렇듯이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무슨 의도지.
“네, 저는 대표님 옆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습니다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내 예상대로라면, 이번 이적 건은 정상적인 게 아니야. 분명 자네에게는 맞지 않는 일일 거고.”
“예?”
“강제 휴가네. 이번 업무는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단장을 만날 때가 되면 부르겠네, 휴대폰은 꺼 두지 말게.”
명백한 거절에 나는 길에 그대로 남겨져 버렸다. 대표는 잡아놓은 호텔방에서 업무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하며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일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한테는 맞지 않는 일이라는 건 뭐고, 지금 이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재밌게 보고 있던 소설이 연재중단 된 기분이다. 더럽게 찝찝하다.
“이런 기분으로 어떻게 쉬라고···.”
나는 투덜대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보고, 금세 결론을 내렸다. 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내 앞을 지나가려는 택시를 잡았다.
*
“쉬는 날···.”
닫힌 문 앞을 서성이던 내게, 경비 하나가 와서 해 준 말이었다.
내 선택은 세비야 때와 같은 나폴리의 훈련장이었다. 여기 와서 구단 관계자들의 정보를 모아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했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나폴리의 훈련장은 오늘 열리지 않는다 했다.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이기만 하고 있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쉬는 날이라고 말해줬던 경비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참고로 경비의 정보는 쓸데없는 정보뿐이었다.
“어디서 왔나요? 일본? 중국? 설마··· 한국?”
“일본이요.”
2002월드컵이 문득 떠올라서 재빨리 일본인인 척했다. 경비는 친절한 얼굴로 내게 옆의 벽에 붙은 포스터를 가리켰다.
“나폴리 선수들은 못 보지만, 구장은 구경할 수 있어요. 지금 전화하면 오늘 마지막 투어에는 참가할 수 있을 거예요.”
“오···.”
나는 구장 투어 안내문을 쭉 읽으며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의 명문! 마라도나의 옛 팀! 세리에 7공주의 일원! 세리에의 절대자 유벤투스의 대항마! ···나폴리의 구장이라니 설렘이 마구 일었다.
그리고 이쪽이라면 일하는 사람이 있을게 틀림없다. 나는 일하러 가는 거지 놀러 가는 게 아니다. 그렇게 최면을 건 후에, 경비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곧장 휴대폰을 켜 투어를 신청했다.
*
영국에 있을 때, 세바스티앙에게 휴일을 받아 첼시나 아스날의 구장 투어를 경험해 본 적은 있지만, 이탈리아의 구장에 들어와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라커룸을 구경하고, 상패를 구경하고, 기념사진 찍고···.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구단 관계자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투어 안내원에게서는 얻은 정보는 활용하기 어려운 정보뿐이었다.
양심이 슬슬 찔리기 시작했을 때, 투어의 끝이 다가왔다. 마지막 장소는 경기가 열리는 필드. 잔디 관리 때문에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났다. 투어에 함께 참가한 사람들이 그의 이름과 성을 중구난방으로 외쳤다.
“사리!?”
“마우리시오?”
마우리시오 사리.
나폴리의 현 감독으로, 프로 축구 경험이 전혀 없는 은행원 출신의 감독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술과 선수관리로 나폴리를 세리에 최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마우리시오 사리는 필드의 잔디를 점검하러 나왔던 건지, 우리들의 외침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곧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손으로 무언가 쓰는 제스쳐를 하면서.
나폴리 구장 투어는 어느새 마우리시오 사리의 팬 사인회장이 됐다.
투어 참가자들은 하나하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예상치 못한 행운을 즐기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처음으로 사인을 받고 싶었지만, 헬퍼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뭔가를 더 물어보기 위해 줄의 마지막에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내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나폴리의 팬이신가요.”
“네, 네. 엄청나게 팬입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나폴리도 좋고, 어느 팀이든 축구팀이면 다 좋다.
“이탈리아어를 엄청나게 잘하시네요.”
“축구 기사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더라고요. 세리에에는 매력적인 팀이 많잖아요?”
내 말에 마우리시오 사리는 기분 좋게 웃었다. 자연스럽게 악수까지 이어지고, 사인까지 받았다.
지이잉.
그리고 호감을 얻기 위해 입을 열었다.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저도 비선출(프로 축구 경험이 없는 사람)이지만 축구계에서 활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거든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님 같은 분을 보면 꿈을 더 키울 수 있었는데··· 이렇게 바로 앞에서 볼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실이 담긴 아부라서 그런지 마우리시오 사리는 감동한 기색을 비쳤다. 나는 휴대폰이 아닌 카메라로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하며, 가방을 뒤지는 척하면서 슬쩍 마우리시오 사리의 정보를 살폈다.
[마우리시오 사리]-언론과 팬들이 떠드는 우측 풀백 영입설에 부정적이다.
-좌측 풀백과 윙어의 영입을 원한다.
-챔피언스리그 등의 컵대회를 포기하고 리그에만 집중해도 된다고 구단주에게 허가를 받았다.
응?
우측 풀백의 영입에 부정적이고, 좌측 풀백과 윙어만 산다고?
레온 캐머런은 우측 풀백이지, 좌측에서는 뛰어본 적도 없는 선수다. 이 정보만 놓고 보면 레온 캐머런을 살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카메라를 꺼내며 마우리시오 사리를 떠보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레온 캐머런 영입 소식이 떴던데, 그럼 우리 나폴리가 강해지는 건가요?”
“캐머런?”
마우리시오 사리가 눈을 가늘게 뜬다.
“지망생이 아니라 기자인가?”
방금까지도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 같았는데, 순식간에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린 후에 입을 열어 혀를 굴렸다.
“아뇨,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10년 넘게 나폴리 축구를 봐왔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지금 스쿼드가 최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 우측면 수비수인 하사이 선수가 노쇠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리 감독님이 전술을 수정하신다면, 충분히 커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굴람 선수를 조금 더 굴리면 되잖아요? 그리고 그쪽에 선수 하나를 더 데려오면 되는 거고.”
나는 나폴리의 열성 팬인 척하며, 헬퍼의 정보를 섞어 열심히 말했다.
“오호···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다행히도, 마우리시오 사리가 다시 사람 좋은 아저씨로 돌아왔다. 마우리시오 사리가 계속 말한다.
“맞아, 지금 스쿼드로도 충분하지. 레온 캐머런이 좋은 선수인 건 알아. 그가 와서 스쿼드가 더 강화된다면 좋긴 하지··· 음··· 하지만···.”
뒤의 말은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마우리시오 사리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빙긋 웃으며 말을 줄였다.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똑똑한 축구계 지망생인지 기자일지 모를 청년.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어때? 궁금증은 조금 해결됐나?”
“예! 감사합니다.”
나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고는, 구장을 급히 나와 대표가 머물러 있을 호텔로 택시를 탔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대표의 방을 찾았고, 바로 대표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금방 열렸는데, 대표는 어딘가로 나가려 했었는지 옷을 다 갖춰 입고 있었다.
대표가 말한다.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방금 단장과 만나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