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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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적 시장 마지막 주 (2)
“아직 구단주님의 재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나폴리의 단장은 팔짱을 느슨하게 낀 채 검지로 자신의 팔뚝을 두드리며 불만스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대표와 나, 그리고 나폴리의 단장은 이전의 두 식당과는 다른 룸으로 된 독특한 식당에 앉아 서로 보고 있었다. 예상컨대 중요한 비즈니스들이 이뤄지는 곳인 것 같았다.
나는 일단 대표에게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첼시의 셰브첸코나 토레스처럼 감독이 원하지 않는 이적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대표과 왜 단장을 만나자고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나는 대표의 입을 대신하는 통역일 뿐이었고.
룸 안은 방음이 잘 돼서 주변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단장의 말을 내게 전해 들은 대표가 아무 말도 않고 미소만 머금고 있자, 룸 안에는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됐다.
단장은 대표의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침묵이 길어지니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됐다. 그리고 침묵이 만든 긴장감이 룸 안을 가득 채웠을 때, 대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스터 태, 내 말 똑바로 분명하게 전해주게.”
“아, 네.”
나는 자리를 고쳐 앉았다.
“나폴리가 이 이적 건을 연막으로 사용해 아담 우나스와 마리오 후이를 노리는 걸 감추고 있다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알아보니까 레온 캐머런이 한 실수도 오히려 기사화하라고 언론에 독촉하셨더라고요. 라고 전해주게.”
뭐?
“뭐하나?”
“아, 예.”
대표의 재촉에 나는 단장에게 대표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평소에는 억양까지 신경 써서 전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단장은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대표의 입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소문을 그대로 두는 대가로, 저는 다른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에이전시가 이번에 맞닥뜨린 손해보다 훨씬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건 어떨지 말이죠. 라고 전해주게.”
이번에도 대표의 입으로서 단장에게 말했다.
단장은 소문을 그대로 둔다는 얘기까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가, ‘제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급격하게 표정을 바꿨다. 단장의 눈이 이채를 띤다. 대표의 의도를 읽으려는 것처럼 대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흥미롭군요.”
나는 바로 통역하지 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단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제안이라··· 내일 점심을 함께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구단주님과 진짜 의논을 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단장의 말을 전했고, 대표가 망설임없이 답했다.
“그러시죠. 오래는 못 기다립니다.”
내게 대표의 말을 전해 들은 단장은 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나는 대표와 둘만 남았고, 애피타이저 3인분이 막 들어왔다.
나는 당장 식사할 생각이 들지 않아 가만히 앉아있었다. 대표는 여유 있게 애피타이저로 나온 연어와 올리브를 한입에 넣었다.
나는 대표가 애피타이저를 다 해치우는 걸 기다린 후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대표는 물을 한번 홀짝인 후, 단장이 사라진 빈 의자를 보며 말했다.
“에이전시에서 알아낸 바로는, 나폴리는 절대로 레온 캐머런을 살 생각이 없다 하네.”
그렇구나, 대표도 알아낸 거구나.
헬퍼 없이도 그런 정보를 알아낸 대표의 정보력에 대표는 대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목표를 바꿨네. 이번 이적을 진행하며 생긴 손해 배상을 청구하든지, 아니면 다음 이적 시장의 독점권을 얻든지. 그걸 위해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려는 거지.”
“그렇군요.”
단순 이적 결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빌미로 새 이익을 찾아내려고 하는 거구나. 이걸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다니.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미친 생각에 질문을 하나 더 했다.
“그럼 레온 캐머런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런 상황에서 선수는 어떻게 되는지, 단순히 그게 궁금했던 거였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내게 의문을 던져줬다.
“본인 모르게 새 팀을 찾아줘야지. 못 찾으면 그대로 남는 거고.”
“본인 모르게요?”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나갔다.
“응, 미스터 태도 보지 않았나? 레온 캐머런 본인이 알게 되면 또 어떤 사고를 칠지 짐작도 안 돼.”
“···.”
이번에는 그렇군요, 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표의 방침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합리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에이전트는 말 그대로 대리인. 선수를 대신해서 이적 협상으로 대표되는 경기 외적인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존재다.
그러니까 주체는 선수이지, 에이전트가 아니다. 이게 내가 지향하고자 했던 에이전트였다.
실제로 선수보다 에이전시나 에이전트 본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커리어를 망친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경향이 극대화됐을 때 벌어지는 일로는, 축구에서는 서드 파티 오너십(3자 소유권)이라는 여러 선수가 피해를 당해 법적으로 금지된 제도가 있었고, 다른 스포츠에서도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이기적인 에이전시들에게 피해를 입었고 그런 피해들은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대표의 지금 방침을 요약해보면, 에이전시와 구단의 거래를 위해 선수에게는 아무런 정보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 그러니까 선수보다는 에이전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게 나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왔다.
대표는 어느새 내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안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레온 캐머런의 경솔한 행동이 떠올랐다. SNS에 이적사실을 올려 이적 상황을 귀찮게 만든 선수. 하지만 나폴리로의 이적을 기대했기에 그런 행동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딱히 관심 있는 선수도 아니라 레온 캐머런을 위해 대표에게 따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전시의 모든 업무처리가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세바스티앙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본인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예상했던 대답이군 미스터 태. 내가 이래서 이 건은 자네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한 거야. 이건 비즈니스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
내가 그날 의문을 제기해서 그런 건지, 통역 일이 며칠 안 남아서 그런 건지, 대표는 인수인계라는 명목으로 남은 이적시장을 진행할 새로운 통역을 불러왔다.
나는 여전히 대표를 따라다니기는 했지만, 나폴리와의 협상에는 참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내일이면 대표의 통역을 끝내고 잉글랜드에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이틀 뒤면 브라이튼을 비롯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하나둘 시즌 준비를 시작할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대표의 ‘비즈니스’라는 말에 대해 매일같이 생각해보고 있었다.
대표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악이다! 이런 마음은 아니었다.
그냥 선수가 잘 되는 걸 보길 바라는 내 가치관과, 에이전시의 이익을 생각하는 대표의 가치관이 양립할 수 있을까. 나도 그렇게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고민이 깊어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제 내린 상태였다.
나는 날 위해서 선수를 희생시킬 수 있을까? 내가 차릴 에이전시를 위해 선수를 희생시킬 수 있을까?
세바스티앙과 크리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런 의문을 던져봤을 때, 계속 똑같은 답이 나왔다.
‘아니다’ 라고.
“그동안 고생 많았네.”
“감사합니다.”
내일 점심 전 비행기 표를 예매해 놨기에, 오늘이 대표와의 마지막 저녁 식사였다. 대표는 자신이 잘 아는 셰프가 있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나를 데려와 줬고, 나는 입이 떡 벌어지는 비싼 음식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먹고 있었다.
“받게.”
식사를 마친 후, 대표는 나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어···.”
처음 보는 건 아니고, 세바스티앙의 계약이 끝났을 때 볼 수 있었던 종이었다. 그러니까··· 선수가 아니라 내 계약서 말이다.
“키어런 존슨과 베니시오 페르난데즈의 이적건에 대한 보너스는 다음 주 내로 지급될 거네.”
“네에···.”
나는 계약서를 읽으며 대답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한 마디로 좋았다. 연봉은 두 배로 올랐고, 계약기간도 두 배로 늘었다. 2년이나 1년 단기 계약을 일반적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이런 장기 계약은 나를 인정해준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함께하면서 많은 장점을 봤네. 미스터 태는 특히 선수와의 커뮤니케이션, 정보 습득력, 분석력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이더군. 그걸 결과로 만드는 행동력도 높게 평가하고.”
“···감사합니다.”
“에이전시에 들어온 지 4개월째라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야. 원래 강심장인가?”
“하하.”
칭찬에 점점 머쓱해져 웃고 말았다.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되지만, 지금 자체로도 훌륭한 보석라고 생각하네. 다양한 팀에서의 활약이 기대돼. 세바스티앙의 태국 투어가 끝나는 대로 원하는 팀을 아무 곳이나 선택하게. 어떤 팀이든 갈 수 있는 권한을 주지. 개인적으로는 그때 차 안에서 말했던 두 팀을 추천하지만.”
에이전시의 방향과 내 방향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재계약이라니.
당장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아, 나는 대표에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결정해도 될까요?”
대표는 잠깐 멈칫한 후에 동의해줬다. 나는 호텔 방에 돌아오자마자 번호만 받아두고 쓴 적 없었던 이름을 전화부에서 찾았다.
그리고 터치.
신호음이 몇 번 가기도 전해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미스터 태, 마음은 정했나요?
“오랜만이네요. 멘데스.”
-내가 너무 급했네요. 오랜만이에요 미스터 태.
통화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의 훈련장에서 나를 스카웃하려 했던 조르제 멘데스였다.
조르제 멘데스가 대표로 있는 에이전시, 제스티푸테도 EW에이전시와 같은 방향일지 모르고, 그냥 모든 에이전시가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그럴 거라면 세계 최고의 에이전시 중 한 곳으로 가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내 판단이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제스티푸테에 관심이 있긴 한데요···.”
-그래요?
조르제 멘데스의 목소리가 밝아진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 봐요.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도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어려운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사로만 접했던 내용이었지만, 유럽의 선수들은 이적을 위해서 에이전시를 쉽게 해약하고 새로운 에이전시를 구하는 일이 꽤 보였으니까. 멘데스가 수락만 해준다면, 세바스티앙을 설득해 에이전시를 옮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멘데스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음···. 미안한데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EW에이전시라면 계약 해지가 복잡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