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44
44
12. 프리 시즌 – 준비 (2)
“어쩌자고 인터뷰를 그렇게···.”
“미안해요, 때··· 갑자기 울컥해서···.”
내 질책에 세바스티앙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잘못한 건 아는지 세바스티앙은 내 눈치를 계속 보다가, 내가 입을 떼려 하자 감독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필드로 도망쳤다.
세바스티앙을 붙잡으려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다. 화면에 뜬 이름은 스테이시 마리나. 언론, SNS를 담당하는 미디어 팀의 직원이다.
죄송합니다.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마리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미스터 태! 조심하게 하라고 했잖아요!
“미안해요. 마리나, 스폰서가 갑자기···.”
앞에 그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저절로 허리가 숙여진다.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런 자리까지 왔대요? 할 일이 없나?
“그러게요.”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적당히 동조해 준 나는, 조심스럽게 방금 있었던 일을 전했다.
“브라이튼에 기대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레스터의 King Power그룹을 계속 들먹이는 걸 보니까.”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큰 법인데··· 아무튼 조심해 줘요. 다음에는 이런 일 없게 해 주면 더 좋겠고요. 그리고 SNS 대책 파일이랑 일정표 메일로 보내놨으니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조심하고 또 조심해줘요. 알았어요?
“명심하고 또 명심할게요 마리나. 아 그리고. 세바스티앙의 인터뷰가 부정적으로 안 쓰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리나는 음. 소리를 길게 낸 후에 답했다.
-세바스티앙이 말한 대로 마레즈 정도의 활약만 보이면 되겠죠. 팀은 중위권에 무난하게 안착하면 되고요.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팀의 에이스가 마레즈 정도의 활약을 보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팀은 강등권인 18~20위만 벗어나면 충분히 성공이라 하는 판에 그건 참 어려운 일이겠지.
마리나의 다음 말도 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축구가 혼자 잘해서 되는 스포츠도 아니고. 그냥 앞으로 조심만 해줘요. 저는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
뚝.
마리나는 말 그대로 기대 하나 없이, 앞으로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나는 필드에서 멋진 드리블을 한 후에 골키퍼가 없는 골대에 중거리 슛을 때리는 세바스티앙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레즈 정도의 활약이라···.”
나는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지그시 바라봤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세바스티앙을 마레즈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오늘의 인터뷰는 차후 독이 아니라 약으로 작용하게 될 거고.
‘실력도 있고 자신감도 있는 선수’라고 몸값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나는 헬퍼의 내용을 옮겨 적어둔 노트에서 세바스티앙을 찾았다.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현재 능력 : ★★★★★★
-잠재 능력 : ☆☆☆☆☆☆
세바스티앙은 이미 자신의 능력치를 다 채운 상태였다. 그래서 경기력에 대해 조언해야겠다는 생각은 특별히 하지 않았었다. 크리스나 호날두 같이 월드클래스는 못 될 재목이고, 중하위권 팀의 에이스나 상위 팀의 로테이션 급 선수가 세바스티앙의 끝이라고 무의식중에 단정 지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바스티앙의 인터뷰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6성이면 뭐 어떤가.
자신의 장점을 더 개발한다면, 분명 세바스티앙은 성장할 수 있을 거다. 현실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FM이라는 게임에서는 같은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어도 분배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세바스티앙의 경기력을 빠르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소가 분명 있었다. 마리나가 남겼던 ‘축구가 혼자 해서 되는 스포츠도 아니고.’라는 말에 그 답이 있었다.
헬퍼에는 브라이튼의 모든 선수의 정보가 최소 40개 이상은 담겨있었다. 세바스티앙의 정보는 100단위를 진작 넘어섰고.
이 정보들을 이용해 브라이튼이라는 팀을 강화하고, 그 중심에 세바스티앙을 놓는다면··· 리야드 마레즈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 프리미어 리그에 세바스티앙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건 충분할 것이다.
“밤 새야겠네.”
며칠을 새야 할지는 모르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한 시즌 동안의 팀을 만들어내는, 이 프리 시즌에는 더욱 더.
지금은 마리나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고, SNS 관련 자료와 일정표를 몇 부 뽑아놔야겠지만.
*
나흘 후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훈련장에 도착했다.
훈련이 한 시간 남았지만, 이 방의 주인은 틀림없이 자리에 앉아 있을 거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감독실 안에서 피곤함에 찌든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브라이튼의 감독, 로이 브래들리가 나를 확인하자마자 아픈 사람 같아 보이는 미소를 짓다가, 내가 들고 들어온 에너지 드링크 한 박스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 다 떨어져서 사려고 했는데, 잘 먹을게요.”
“운이 좋았네요. 흐흐.”
로이 브래들리는 에너지 드링크 박스를 자기 테이블 바로 밑에 두고, 캔 두 개를 꺼내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모레면 태국으로 가는데 안 바빠요?”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더 중요한 일이요?”
로이 브래들리는 질문을 던지고는 힐링 포션을 마시듯 캔을 한 번에 쭉 들이켰다. 나는 그가 다 마시길 기다린 후에 입을 열었다.
“네, 중요한 일이요. 일단 궁금한 게 있는데 이번 시즌은 어떤 전술로 진행할 생각이세요?”
로이 브래들리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구단 관계자도 아닌 에이전시의 직원에게 이런 걸 말해도 되나 생각해보는 걸 거다. 다행히 로이 브래들리는 내 질문에 대해 답해줬다.
“크게는 A플랜이랑 B플랜이 있어요. 대부분의 팀에겐 A플랜이겠지만요.”
“A플랜이 뭔데요?”
로이 브래들리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공격수 한 명을 맨 앞에 두고, 5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가 버스를 세우다가 뻥! 차는··· 아주 정석적인 역습 패턴 플레이죠.”
전술 짜는 걸 좋아해서 매일같이 야근하던 양반인데, 그런 수비적이고 단순한 전술을 쓴다는 게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제가 아무리 티키타카를 좋아한다고 해도, 현실은 똑바로 봐야죠. 우리 선수들은 많이 부족하니까요. 이번 시즌에는 수비 블록 짜는 거랑 공격패턴 몇 개 짜는 걸로 만족해야 할 팔자인 것 같네요.”
“B플랜은 뭐예요?”
“지난 시즌에 썼던 공격 전술이요. 근데 이 전술은 저희랑 비슷한 팀에게 써야 하는데··· 그런 팀이 네 팀도 안 되니···.”
로이 브래들리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예상대로다.
“제가 그 플랜을 짜는 데 큰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A플랜 B플랜 모두에요.”
“큰 도움이요?”
로이 브래들리가 내 말에 흥미를 보인다.
나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선수들의 심리, 장단점, 습관, 코칭 방식 등이 완벽하게 기록돼 있는 자료가 있다면 전술을 구성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A플랜도 지루하지 않게 바꿀 수도 있을 테고요.”
“그 정도 자료야···.”
“코치진이 만든 자료가 있다 이거죠.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나는 맛보기 자료를 내밀었다.
별 다섯개 짜리 미드필더, 주장 케빈 캄프의 자료였다.
[케빈 캄프]-키핑(공을 지키는 동작) 상황 무조건 우측으로 공을 옮기는 버릇이 있다. 이 버릇을 교정하지 않는다면,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다섯 경기 내로 케빈 캄프의 경기 내 영향력이 사라질 것이다.
같은 아주 기초적인 코칭 자료부터 시작해,
-휴가 시즌에 과도한 훈련을 해, 프리시즌 내 탈진의 위험이 있다. 하루 이상의 휴식을 권장한다.
같은 선수 본인도 알기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까지.
로이 브래들리가 묻는다.
“혹시 스태프 중에 미스터 태와 연락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럴 리가요.”
“그럼 케빈 캄프와 연락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요. 안 그래도 어제 의료진이 케빈 캄프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얘기했었는데···.”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로이 브래들리는 중간마다 자료의 출처를 의심하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 자료가 전부 진짜라는 걸 깨달은 건지 자료를 두 손에 꽉 쥔 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다 읽으신 것 같네요.”
나는 적당한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로이 브래들리가 읽고 있는 종이의 윗부분을 잡아 내게 끌고 오려는 제스쳐를 취했다. 허세였지만 먹혀들었다.
로이 브래들리는 자료를 놓지 않고 있었다.
“정말 미스터 태가 만든 자료라고요?”
“당연하죠. 후보 선수들까지 전부 있어요. 이거 만드느라 며칠 밤을 샌 건지··· 저도 감독님만큼이나 다크 서클이 내려왔다고요.”
나는 농담을 하며 손가락으로 내 눈 밑을 가리켰다. 로이 브래들리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이다.
“그냥 주시는 겁니까?”
로이 브래들리는 자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나 또한 더는 끌려가게 두지 않았고.
“당연히 아니죠.”
“빨리 말해보시죠. 조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A플랜, B플랜 모두, 세바스티앙을 중심으로 한 전술로 구성해주세요.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요.”
로이 브래들리는 별 반응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세바스티앙 소속 에이전시로서의 욕심이 아닙니다. 객관적인 자료나 제가 분석한 내용으로 봤을 때 세바스티앙보다 뛰어난 선수는 없으니까요.”
헬퍼로 봤을 때, 현재 브라이튼에서 세바스티앙 보다 뛰어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내 눈으로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다 별 다섯개 아니면 네개, 세개 짜리 선수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방출되거나 유망주들이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도 대부분 다섯개였다.
나는 세바스티앙의 자료와 다른 선수들의 자료가 들어간 파일 철을 꺼내 들고, 일단 세바스티앙의 자료를 로이 브래들리에게 넘겼다.
로이 브래들리는 세바스티앙에 대한 자료를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가장 확실하게 아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자잘한 습관에 특성, 장?단점, 몸 상태 전부 알고 있습니다.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나머지 선수들의 자료가 들어간 파일철도 넘겼다. 로이 브래들리의 눈이 커진다. 눈동자가 책상에 툭 하고 굴러 떨어질 것만 같다.
“세바스티앙 만큼은 아니지만, 계획을 짜는 데에는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프리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자료를 업데이트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내 제안이 끝난 후에도 로이 브래들리는 내 자료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집중을 깨는 건 미안했지만, 대답을 들어야 했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로이 브래들리는 자료에서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코칭 스태프들이나 의료진보다 훨씬 나은 데이터에요.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그게 신뢰도를 더 올려주네요.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얻은 겁니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미소만 머금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스태프로 당장에라도 데려오고 싶네요. 관심 없어요?”
“네.”
내 단호한 대답에 로이 브래들리는 아쉬워했다.
“아무튼 대답은 오케이입니다. 무조건 오케이에요. 미스터 태가 이런 조건을 걸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세바스티앙을 중심으로 전술을 개편하려 했었거든요.”
로이 브래들리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그는 내가 나가지 않았는데도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집중에 들어간 것 같았다.
나는 남은 음료를 마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싹은 심어뒀다.
자료를 업데이트해 주는 것과 세바스티앙에게 개인적인 조언을 하는 것 외의 것에는 간섭할 수 없다. 가끔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주체는 세바스티앙과 선수들, 그리고 구단 스태프들이니까.
“공간을 넓게 줄까 좁게 줄까. 비대칭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고··· 원톱이면 충분하겠지? 투톱은 너무 낭비야.”
로이 브래들리의 머릿속에는 여러 전술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내가 있는데도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방해하지 않게 조용히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