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48
48
13. 프리 시즌 – 태국 투어 (4)
내 휴대폰에 SNS 앱이란 앱은 다 깔려 있었다.
세바스티앙의 훈련을 지켜보는 틈틈이 세바스티앙, 국왕, 브라이튼 등의 키워드를 모든 앱에 검색했다.
태국의 유명 웹사이트인 판팁닷컴도 마찬가지로 새로고침하며 새로 올라오는 글들을 눈이 빠지라 확인했다.
스폰서와 구단에서도 신경 쓰고 있을 테지만, 언제 올라올지 몰라 불안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호텔에 돌아온 후에는 좀 쉬어야 했지만, 신경 쓰여 쉽게 잠들지 못했다.
“눈이 너무 빨개요. 어제 못 잤어요?”
“시차 적응이 잘 안 돼서 그런가 봐.”
세바스티앙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은 좀 쉴래요? 오전 행사는 태국 통역 아저씨랑 같이 가면 되는데···.”
“오전까지는 있어볼게.”
“알았어요. 피곤하면 언제든지 말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의 세바스티앙은 컨디션을 찾은 건지 혈색이 좋아 보였다.
“훈련은 할 만해? 어제 엄청 힘들어 보이던데.”
“네, 힘들긴 한데 재미있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기대 많이 해주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세바스티앙이 주먹을 꽉 움켜쥐며 답했다.
“그래 열심히 해라.”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세바스티앙의 어깨를 두드리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세바스티앙이 중얼댄다.
“때 오늘 이상한데···.”
오전에는 태국의 U-20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하는 방송촬영이 예정돼 있었다.
브라이튼의 선수들은 이 태국의 유망주들에게 개인적인 노하우와 마음가짐 등을 얘기해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방송용 카메라라 그런지 처음에는 어색해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고 축구 얘기에 빠져들어 자연스러운 촬영이 이뤄졌다. PD와 우리 스태프들이 만족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구경꾼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여기까지 함께 온 이유는 어제 그놈을 만났었던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촬영은 어제 행사 때 사용했던 인조구장에서 치러졌다.
어제처럼 상품 주는 행사 같은 것도 아니고 오늘은 월요일이었기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그렇지만 나는 골목길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그놈의 얼굴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용의자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오전 행사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몇 시간 동안 아이들과 꽤 친해진 건지, 세바스티앙의 주변에 U-20 선수 몇몇이 모여 있었다. 통역을 통하지 않고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얘기 중이었는데 아마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하는 것으로 보였다.
U-20 아이들이 손으로 뭔가를 먹는 시늉을 하며 영어 단어들로 같이 먹자고 얘기 중이었거든.
“타이 푸드, 딜리셔스, 투게더!”
세바스티앙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린다. 세바스티앙은 통역에게 부탁해 자세한 사정을 설명했다.
“같이 먹어보고 싶긴 한데 식단 관리를 해야 해서 선수들과 함께 먹어야 한다고 전해주세요.”
다른 음식은 먹을 수 없다. 로이 브래들리가 식단까지 관리해서 몰래 먹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세바스티앙이 몰래 먹을 놈도 아니고.
통역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아쉬워했다. 그리고 통역에게 무언가 말했다. 통역이 말한다.
“현지인들만 아는 팟타이 맛집이 있어서 같이 가고 싶었던 거라고··· 아쉽다고 전해 달라네요.”
거기까지 말을 들은 나는, 이만 호텔로 돌아가겠다고 얘기하려 했다.
이곳에 더는 머물러봤자 용의자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꿍······ 프릭뽄 팟타이······.”
용의자의 정보에 적혀있던 단어가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
나는 황급히 아이를 붙잡고 물었다.
“프릭뽄 팟타이?”
“···.”
놀란 건지 아이가 입을 다물며 뒷걸음질쳤다.
나는 실수를 깨닫고 통역에게 부탁해 천천히 물었다. 통역이 아이의 말을 전해준다.
“제 동네에 꿍 아줌마가 하는 프릭뽄 팟타이가 진짜 맛있거든요. 너무 매운 것도 아니라 달달하게 매워요! 가게가 되게 구석진 곳에 있어서 근처 사는 사람 아니면 모르는 곳이고요.”
“프릭뽄 팟타이라는 메뉴가 따로 있어?”
내 물음을 통역을 통해 전해 들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연결될 줄은 몰랐는데, 100%는 아니지만 내 본능이 이쪽으로 가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어차피 휴대폰을 들이다 보는 게 전부인 지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으로 가보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이성적인 판단도 함께다.
“거기가 어딘지 알려줄 수 있을까?”
아이는 내 휴대폰에 위치를 찍어줬다.
그리고 내가 하는 행동을 구경하고 있던 세바스티앙이 끼어든다.
“때, 왜 그렇게 흥분해요.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아···음. 내가 국수 계통을 좋아하거든. 그중에서 볶음국수라면 사족을 못 쓰고.”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어떻게 생긴 음식이에요? 이름만 들어봐서···.”
음식의 사진을 보면 식단 관리하기 어렵다고 보지 않은 세바스티앙이다. 나는 세바스티앙이 이해하기 쉽도록 스파게티를 빗대 설명했다.
“페투니치 파스타 면 같은 넓은 면을, 특제 간장 소스에 볶은 음식이야. 다른 재료들도 많이 들어가고.”
“아···! 맛있겠다.”
세바스티앙은 음식의 형태를 상상해보는 건지 몽롱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프리시즌 전에는 어느 정도 일반식을 먹다가 선수식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맛있는 음식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런 행동을 보이곤 했다.
나는 세바스티앙의 어깨를 툭 쳐 정신을 차리게 하고는, 용건을 말했다.
“나 그거 한 그릇 먹고 쉬어도 될까? 이제 슬슬 어지럽다.”
“헉, 정말요? 얼마든지요.”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해. 아 그리고 까이.”
나는 통역을 불러 세바스티앙의 훈련영상 촬영을 부탁했다.
오늘 남은 일정은 오후 훈련뿐이니 딱히 내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일이 방콕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시즌 첫 경기인 만큼, 오늘 내로 사건을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하자.
*방콕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전에, 세바스티앙이 국왕이 그려진 지폐를 짓밟는 사진을 합성해 SNS에 올리려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가게는 금방 찾았다.
왜 현지인들만 아는 가게라고 했는지도 금방 알 수 있었다. 관광 명소라고는 주변에 하나도 없는 현지인 거주지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리고 가게 또한 작고, 간판도 작아 눈에 띄는 집도 아니었다.
나는 이곳까지 오면서 큼직한 선글라스를 끼고, 왁스로 머리를 다시 만진 후, 길거리에서 팔고 있던 후드를 뒤집어썼다.
점심 영업에 한창인 가게에 들어섰는데, 기대대로 용의자가 있지는 않았다.
나는 아쉬워하며 일단 팟타이 한 그릇을 주문했다.
“맛있네···.”
U-20 선수가 괜히 자랑했던 게 아니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다만 1시가 넘어가는데 용의자가 오지 않아서, 불안감에 식사를 온전히 즐길 수가 없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었다.
“알러이 캅.”
나는 음식값을 계산하며 가게 주인에게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온종일 이 근방에 있을지, 다른 프릭뽄 팟타이 가게를 찾아볼지 고민하며 가게 출구를 향해 걸었다.
그 순간.
지이잉.
딸랑.
진동과 함께 손님이 들어올 때 나는 종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나는 걸음을 죽이지 않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처럼 스쳐서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추가된 헬퍼의 정보를 보며, 내가 용의자로 지목했던 사람이 이 정보의 주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찾았다.
[퐁팟 파닛윗(????????? ??????????)]-체중 : 61kg
추가된 정보는 쓸데없는 정보였지만, 용의자를 찾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용의자는 저번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가게 옆 골목에 들어간 뒤 구단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몇 통 보냈다.
그리고 용의자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를 기다려, 미행을 시작했다. 흉기 같은 걸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오늘 지내는 곳이라도 알아내는 게 목표였다. SNS에 글을 올린다는데, 임시라도 거주지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
뒤에 내가 따라붙은 걸 모르는지 용의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골목 몇 개를 지나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작은 간판에는 Internet Cafe 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미리 사놓은 마스크를 끼고 조심스럽게 문 안을 살폈다.
“아···.”
인터넷 카페가 뭔지 잠깐 생각했었는데, PC방이었구나. 용의자는 맨 끝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멍하니 있자, 누군가가 나를 건드렸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억센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내가 태국인이 아닌 걸 한눈에 안 건지 손가락 하나를 피며 말했다.
“20바트.”
한 시간에 20바트인가. 나는 주머니에서 20바트를 꺼내 내밀고,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자리가 아닌 용의자 뒤에서 용의자를 지켜볼 수 있는 반대 구석 자리를 가리켰다.
아주머니는 끄덕거려줬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옷을 정리하는 척하며 휴대폰 카메라의 줌을 당겨 용의자의 모니터를 찍었다. 찰칵 소리가 나지 않게 동영상으로 찍었다.
크··· 화질 좋다. 카메라보단 떨어지지만 이 정도면 모니터 화면을 식별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컴퓨터로 동영상을 옮긴 후, 용의자의 모니터를 자세히 살폈다.
남은 시간은 20시간이 넘는다.
거주지 불명이라더니 PC방을 전전하며 사는 모양이다.
그리고 같이 찍힌 화면에 포토샵이 켜져 있었는데, 문제의 사진을 작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국 국왕이 그려진 지폐를 밟고 해맑게 웃고 있는 세바스티앙의 사진이었다.
물론 저런 사진을 찍은 적은 없고, 합성한 것 같은데 저 사진의 원본을 내가 찍은 게 아니었더라면 모를 정도로 정교했다.
젠장.
얼마나 완성된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꽤 그럴듯하게 보였다. 당장에라도 업로드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총괄팀장과 스폰서 매니저에게 영상을 캡쳐한 사진들과 PC방 위치를 전송했다.
“흐흐흐. 거의 다 됐다···.”
용의자가 음침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이며 어색한 부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휴대폰에 총괄팀장의 전화가 오고, 스폰서 매니저의 문자가 도착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그놈의 얼굴을 살폈다.
용의자는 입가를 비튼 채 킥킥거리고 있었다.
대체 왜 저런 짓을 하는 건지. 궁금하지도 않고 짜증만 난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진짜 맞죠? 절대 가짜 아니죠?
“당연하죠. 지금도 작업 중이에요. 언제 올릴지 모르니까 빨리 경찰이든 경호원이든 보내주세요.”
-경찰이 갈 거예요.
“경찰요?”
-네, 미스터 태한테 전화하기 전에 말했고, 금방 출동한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혹시 SNS에 올리는 거 보면 나한테 바로 연락하고요.
협조 정도만 받을 줄 알았는데 출동이라니?
크리스 때도 그렇고 붉은 메시지만 뜨면 경찰이랑 엮이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다시 PC방 안으로 들어가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용의자의 모니터를 힐끗 보는데,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사이트를 켜두고, 업로드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탭 개수를 보니 이미 몇 개는 올라간 것 같았다.
“이런 미친!”
하필 벌써.
내 큰 욕설에 가만히 게임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들이 내게 쏠렸다. 물론 용의자도 마찬가지였다.
용의자는 실실거리고 있는 표정 그대로였는데, 내가 게임하다 소리를 질렀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다시 고개를 돌려 다음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나는 컴퓨터를 타고 넘어가 저 새끼의 뒤통수를 갈기겠다고 다짐하는데, 갑자기 PC방의 문이 열리며 검은 제복을 입은 경찰들 몇이 들이닥쳤다.
나는 책상에 올린 발을 슬그머니 내렸다.
용의자는 찔리는 게 있는지 황급히 인터넷 창을 껐고, 태연하게 게임을 켰다. 경찰들은 PC방 안의 사람들을 살피더니 곧장 용의자에게로 향했다.
용의자의 뒤통수만 보여서 나는 옆으로 이동해 용의자의 표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경찰이 곧장 용의자의 팔을 붙잡아 끌어낸다.
“······! ······!”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한 얼굴이다.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하다. 경찰은 자신의 휴대폰을 용의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아까 찍은, 세바스티앙이 국왕이 그려진 지폐를 짓밟고 있는 사진을 만드는 용의자의 뒤통수 사진 말이다.
용의자는 경악하며 내가 앉았던 자리를 쳐다봤는데, 물론 난 그곳에 없었다. 용의자가 두리번거리려 하자 경찰님께서 용의자가 도망치려 하는 거라고 착각한 건지 팔을 붙잡아 책상에 박아버렸다.
캬!
태국어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마 경찰은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 같았다.
‘왕실 모독행위로 널 체포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은 후, 유유히 PC방을 빠져나갔다. 놀란 주인아주머니에게는 미안함을 담아 50바트짜리 지폐를 건네며.
거스름돈을 주려고 하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팁이요.”
나는 PC방을 나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좀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