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50
50
14. 프리 시즌 – 스타와 선수 사이 (1)
단장은 격한 포옹을 끝낸 후에도 내 양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계속 고맙다 고맙다 하는데 세바스티앙 재계약 때의 험악한 인상이 아직 남아있어, 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그리고 단장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이번 태국 투어의 총괄팀장이 있었다.
단장의 눈빛을 받은 총괄팀장은 어깨를 더 움츠렸다.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귀찮게 대해서 죄송했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대번에 상황이 이해가 갔다.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총괄팀장이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단장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이럴 필요 없는데.
총괄팀장이 바쁜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나는 그가 내 말을 들어 경각심을 가져줬다는 것만으로 만족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앙금도 없었다.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얼마나 바쁘신지 옆에서 매일같이 봤는데요. 사람이 짜증도 안 부리면 그게 사람입니까, 로봇이지.”
나는 웃음 섞인 말에 총괄팀장의 홀쭉한 볼이 기분 좋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는 내게 감사를 말했다.
“이해해주시니 고맙네요.”
총괄팀장은 본래 구단 내에서 언론을 상대하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미디어 팀의 팀장이었다. 지금은 투어에 와서 임시로 총괄팀장을 맡은 거고.
사이가 좋아서 나쁠 게 없는 사람이다. 세바스티앙에게 많은 도움이 될 사람이니까.
“총괄팀장님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시는데요. 이번에도 총괄팀장님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더라면 범인을 잡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단장은 총괄팀장을 한 번 보고 나를 빤히 봤다.
“네, 무조건 그렇습니다.”
내 확신 어린 말에 단장은 총괄팀장에게 수고했다며, 내일 식사라도 하자고 하며 돌려보냈다. 총괄팀장은 고마워하는 눈으로 날 보고 자리를 떠났다.
단장은 내게도 호텔에서 밤에 술이나 한잔하자고 말했고, 나는 당연히 OK 하며 단장과도 헤어졌다.
엘리자베스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늦게 왔네요?”
“브라이튼에서 이번 시즌 맞이해서 스태프들이랑 현지 서포터들 특집기사 만드느라 바빴거든요. 근데 단장님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태국에 가야 하겠다고 해서 따라왔고요.”
내 물음에 물 흐르듯이 대답한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내 목덜미로 다가오더니 킁킁거린다.
“태국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거든요.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도 찾았고. 역시 이번에도 현석이었네요.”
엘리자베스는 씩 웃었고, 나는 이 갑작스러운 돌진에 얼굴이 빨개지지 않았길 기도했다.
“이번에도 멋지게 해결했다면서요? 그 SNS··· 인터뷰해줄 수 있죠? 원한다면 누군지 안 밝히고, 에이전시 관계자 정도로만 할게요.”
그 순간,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SNS···? 뭘 해결해요?”
세바스티앙 이었다. 영어로 말하는 게 능숙하진 않았지만, 알아듣는 건 문제 없는 수준이다.
세바스티앙의 처음 듣는다는 듯한 반응에 엘리자베스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얘기하지 않았다는 걸 한눈에 알아본 것 같았다.
미안하다는 눈으로 날 보는 엘리자베스에게 나는 여유 있게 웃어주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호텔에 가서 말해주려고 했어요.”
내 말을 들은 세바스티앙이 갸웃한다. 나는 세바스티앙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호텔에 가서 얘기해줄게. 일단 선수들이랑 차 타고 돌아가 있어.”
잠시 머뭇거리던 세바스티앙이 말한다.
“알았어요. 오래 궁금하게 하지 말고 빨리 와요.”
“알았어.”
세바스티앙이 떠났고, 엘리자베스가 미안함을 가득 담아 날 보고 있었다.
“곤란하게 한 거 아니에요? 미안해요. 세바스티앙이 모르는 줄 몰랐고, 세바스티앙이 가까이 왔는지도 몰랐···.”
“괜찮아요. 세바스티앙이 멘탈이 약한 편이라 경기 후에 알려주려고 했거든요.”
엘리자베스가 내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듯 내 눈치를 봤다.
“정말 괜찮죠?”
“당연하죠.”
엘리자베스는 그제야 한숨을 쉬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럼 다른 얘기로 가 볼게요. 크리스 말이죠, 방송 끝나면 정말 나랑 처음으로 인터뷰하게 해줄 거죠?”
태국에 도착했던 날, 엘리자베스는 크리스의 독점 인터뷰를 따고 싶다고 연락해왔었다.
크리스가 엄청나게 화제가 됐다고, 크리스와 나에 대해 아는 스카이스포츠의 국장은 엘리자베스를 닦달했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본인도 인터뷰를 따고 싶어 했고.
나도 엘리자베스에게 원하는 게 있었기에, 바로 수락했다.
“당연하다니까요. 모르는 기자한테 기사 맡기는 것보단 엘리자베스가 훨씬 낫죠. 팀도 구해야 해서 엘리자베스 도움도 필요하고요.”
“하··· 괜히 불안해서요. 아!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크리스 원래 골키퍼 아니었어요? 영상 보니까 윙으로 나온 것 같던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제가 볼 때 미드필더 쪽에 재능이 있어 보여서 제안했어요.”
“현석이 제안했다고요?”
엘리자베스가 보물을 발견한 해적처럼 웃었다. 팔에 소름이 돋았다.
“왜 그렇게 웃어요.”
“현석도 세트로 인터뷰하고 싶은데요···.”
“제 신원만 안 밝히면 상관없어요. 에이전시 몰래 움직이는 거라···. 국장님 입단속도 철저히 해 주세요.”
“걱정 마세요. 우리는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사람들이 아니라구요.”
“알았어요. 그리고 인터뷰랑 함께 부탁할 게 있는데···.”
나는 엘리자베스와 대화를 나눈 후, 호텔에 돌아갔다.
*
세바스티앙의 방문을 두드리자, 아까의 트레이닝복을 그대로 입은 세바스티앙이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에 앉자 나에게 음료수를 내밀고 들고 있던 물을 한 잔 마신 세바스티앙은,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질문을 던졌다.
“엘리자베스가 말한 게 뭐예요? 감도 안 오는데···.”
“사실은 말이야···.”
내 얘기를 듣는 세바스티앙의 표정 변화는 정말로 다채로웠다.
용의자를 미행했다는 걸 얘기할 때는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했냐고 화도 냈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태국 팬들을 위한 퍼포먼스에 영향 끼칠지도 몰라 얘기 안 했다는 말에 세바스티앙의 눈이 붉어졌다.
그리고 세바스티앙은 고개를 푹 숙였다.
“네가 팬들을 워낙 좋아하잖아. 이걸 경기 전에 얘기하면, 혹시 겁먹을까 봐 지금에야 얘기한다. 미안해.”
세바스티앙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대답도 바로 없어 나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하하, 내가 널 너무 과보호한 걸까? 다음부턴 꼭 미리 얘기해 줄게.”
“아니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세바스티앙이 답했다.
“괜찮아요. 때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아요.”
고개를 든 세바스티앙의 눈에는 붉은 기가 사라져 있었다. 세바스티앙이 계속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진지했다.
“때랑 같이 있으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게 내가 할 일이잖아.”
나는 세바스티앙의 곧은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
세바스티앙은 잔에 남은 물을 다 마시더니, 토해내듯 말하기 시작했다.
“제 통역으로 때가 오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뭐 하고 있었을까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하나 더 고마운 게 생겨버렸네요···.”
“···.”
“때는 제 친형 같은 사람이에요. 시즌 시작하면 이렇게 같이 못 있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에이전시를 떠나더라도 무조건 따라갈게요.”
나도 찡해지는 바람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세바스티앙은 할 말 다한 건지 역시 말이 없었다.
침묵이 지나간 후에, 내가 입을 열었다.
“그래, 고맙다.”
쑥스러운 분위기라 어색하게 웃으며 세바스티앙을 봤는데, 녀석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새빨개져 있었다.
“···왜 이런 말은 다 하고 나면 창피한 걸까요.”
이제야 자각했구나. 나만 민망한 게 아니라 다행이다.
나는 입을 열었다. 기분 좋게 통통 튀는 목소리가 나온다.
“난 아까부터 소름 돋았는데? 남정네 둘이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때!”
세바스티앙이 발끈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킥킥 웃었다.
프리 시즌이 끝나면 이 모습도 자주 못 볼 거다.
연예 매니지먼트와 스포츠 에이전시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매니지먼트가 연예인의 모든 걸 수발하는 ‘부모’라면 스포츠 에이전시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만 손을 내미는 ‘친구, 파트너’ 관계다.
그 외의 일은 구단에서 대부분 알아서 하므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간섭하지 않는다.
특히 시즌 중에는 말이다.
지난 시즌에는 세바스티앙에게 통역이 필요해, 계속 붙어있을 수 있었지만, 세바스티앙이 이제 영어도 어느 정도 깨우친 상태고, 내가 남아 있으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 안 할 것 같다고 저번 시즌 말미에 에이전시에 요청해, 공식 인터뷰 외에는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경기마다 한 번 보는 정도일까.
컵 대회가 있다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보겠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세바스티앙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이번 시즌도 잘 부탁한다.”
*
Asean Air의 광고는 광고주 측에서 워낙 극진하게 대접해줘서 편안하게 찍었다. 오전?오후 훈련일정이 꽉 차 있어서 저녁에 와서 찍어야 했다.
세바스티앙이 피곤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광고 찍는다는 게 기분 좋은 건지 세바스티앙은 헤실 거리기만 했지 피곤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투어의 남은 두 경기도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태국을 떠날 때는 들어올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브라이튼의 유니폼을 입은 채 배웅해줬다.
다시 돌아온 영국에서 처음 접한 뉴스는 첼시로 갈 거라던 대형 스트라이커, 루카쿠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했다는 오피셜 기사였다.
가격은 무려 7500만 파운드(약 1111억), 여기에 옵션으로 1500만 파운드(약 222억)가 추가되어 있고, 웨인 루니의 트레이드 건(약 1000만 파운드 추정)까지 끼어 있어 1억 파운드(약 1500억)에 달하는 거대한 이적이었다.
루카쿠의 에이전트이자 슈퍼 에이전트 중 한 사람인 라이올라가 맨유 상대로 돈 좀 벌었을 것 같았다.
맨유는 처음부터 루카쿠를 노렸고, 언론에서 맨유가 영입할 거라고 떠들던 모라타는 맨유의 연막작전이었다는 기사도 나왔다.
바보가 된 첼시와 모라타가 좀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런 큰 소식을 접하니 이적시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는 구단과 계속 불화설이 나는 중이었고, 나와 세바스티앙은 재미로 내기를 하나 했다. 나는 이적 안 할 거다에 세바스티앙은 이적할 거다에.
영국에 돌아온 브라이튼은 기존 프리미어리그의 팀인 웨스트햄과 친선 경기를 치렀고, 2-2의 성적으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세바스티앙이 1골 1어시스트를 올린 건 경기 결과보다 나를 더 기쁘게 했다.
7월 14일에는 카일 워커가 5400만 파운드(약 736억 원)로 맨체스터 시티(이해 맨시티)로 이적하며 펩 과르디올라의 스쿼드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앞으로 모나코의 벤자민 멘디와 레알 마드리드의 다닐루를 노릴 거라는 기사들이 떠돌았다.
맨시티가 양 측면 풀백만 노리는 게 뻔히 보여 저게 좋은 수인가 걱정했는데, 만수르가 돈이 부족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걱정을 멈췄다.
나중에 이런 큰 팀들과도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기사들을 하나하나 읽었다.
한 주가 또 가고 7월 16일이 됐다.
세바스티앙은 집에서 쉬고, 나는 크리스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스페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에린과 크리스의 어머니도 함께였다.
지난주에 있던 크리스의 경기는 크리스 때문에 화제가 되어서인지, 경기가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었고, 스페인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바이에른 뮌헨의 2군 팀과 격돌해 크리스는 다시 한 번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뽐냈다.
팀이 없다 해도, 대부분이 1부~2부 리거들이라 그런지, 조직력은 부족해도 상당한 경기력이 나왔다.
오늘 상대는 발렌시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잉글랜드의 2부 리그 팀, 밀월 FC가 스파링 상대였다.
주최자인 아디다스의 힘으로 시즌을 준비하느라 바쁜 팀들을 어렵지 않게 친선경기에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오늘은 아디다스에서 공식적으로 선수들의 가족들을 초대했다.
크리스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들떠 있는데, 내 옆의 에린은 휴대폰을 들이다 보며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나는 에린에게 물었다.
“뭐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래?”
“크리스가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게 이해가 안 가요. 뭐가 잘생겼다고 이렇게 난리들인지··· 바보 같아요.”
에린이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크리스가 SNS에 올라온 지 16일. 크리스의 인스타 팔로우 수는 벌써 300만에 달했다.
“너도 계정 만들면 일주일에 100만 본다.”
“내가요?”
이 가족은 서로 얼굴을 보고 살아서인지 자기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가만히 듣던 크리스의 어머니도 고개를 갸웃한다.
“응, 너랑 크리스는 얼굴만으로도 할리우드에 갈 수 있을 걸?”
“삼촌이라도 그런 거짓말은 못 써요. 그런 식으로 우리 속이려는 사람들이 한둘이었는지 알아요?”
진심인데.
“그런 건 관심 없어요. 엄마가 그런 사람들은 다 사기꾼들이라고 했다고요.”
투덜대던 에린은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내 눈을 똑바로 올려다봄.
“아무튼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이 계정으로 이적 관련 쪽지 엄청나게 와요. 스토커 같은 미친년들도 수두룩하고. 벌써부터 이런 데 나중에는···.”
에린은 나에게 걱정거리를 계속 늘어놨다.
에린은 크리스의 대외적인 계정들을 다 맡고 있었다.
이게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냐면···.
*
태국으로 떠나기 전, 나는 크리스의 첫 경기 영상을 찍는 걸 비롯해 여러 가지 대비를 해 놔야 했다.
프로그램 후, 레알 마드리드와 아디다스의 도움을 못 받았을 때를 대비해 팀을 찾을 준비도 해야 했다.
내가 직접 협상에 나설 생각이긴 했지만, 비공인 에이전트로 나서야 하는 만큼, 계약 제의를 받고 협상에 앞세울 대외적인 얼굴이 필요했다.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혹시 새로운 지령이라도 받은 건가요? 에이전트 T.”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눈을 가늘게 뜨자 에린이 까르르 웃는다. 크리스와 내 기사가 뜬 후 에린은 가끔 이렇게 장난을 쳤다.
“근데 왜 불렀어요? 그냥 저녁 같이 먹자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한테 내 에이전시에 취업할 생각 있나 물어보려고.”